연재모음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금강
작품등록일 :
2009.10.20 01:33
최근연재일 :
2009.10.20 01:33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685,686
추천수 :
2,180
글자수 :
65,928

작성
09.07.26 20:21
조회
11,540
추천
65
글자
8쪽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5

DUMMY

그가 한걸음을 물러날 때마다 바닥에서는 흙먼지가 일어나면서 깊은 족인(足印)이 찍히고 그 족인이 발자국마다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을 보아 지금 구양천수가 받고 있는 압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구양천수는 잇달아 다섯 걸음을 물러났는데도 상대에게서 밀려 나오는 압력이 조금도 줄지 않고 점점 더 강해져 기혈이 마구 뒤엉킴을 느끼고는 이를 악물면서 전신의 공력을 모조리 끌어올렸다.

순간, 그의 장심에서는 금빛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한 가닥 막강한 기운이 그의 장심을 통해 쏟아져 나갔다.

꽝!

그와 동시에 벼락치는 굉음이 일어나며 구양천수는 가슴을 쇠망치로 때리는 충격과 함께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그대로 왈칵 한 모금의 선혈을 토해 내고 말았다.

“대라금광수(大羅金光手)... 천기미리보가 네게서 펼쳐진 것을 보고 설마 했더니 구양가의 사람이란 말이냐?”

시야를 가리며 피어올랐던 흙먼지가 천천히 가라앉는 사이에 목옥의 안에서는 약간 놀란 듯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말에 구양천수는 입가에 흘러내린 피를 손으로 쓱 문질러 닦으며 빙그레 웃었다. 창백한 그의 얼굴은 그런 가운데에서도 당당했다.

“지난날 소림에 성미가 열화와 같은 신승(神僧)이 있었고 그분의 무공은 가히 소림 제일이라 당세에 당할 자가 없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오늘 보니 그 뇌공대사의 전설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흥, 아는 것이 결코 적지 않군.”

구양천수의 말에 목옥의 안에서 냉소가 들려 왔다.

그러나 그 음성은 알아볼 수 있게 누그러져 있었다. 목옥 안에 있는 사람은 바로 구양천수가 말한 뇌공대사였다. 그리고 그는 당대 소림 장문인 만공대사가 소개한 백리용아의 사부였으며, 구양천수의 앞에 있는 소년이야말로 삼 일 전에 뇌공대사의 문하에 입문한 바로 그 백리용아인 것이다.

구양천수는 뇌공대사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고 창백한 얼굴에 다시 담담한 미소를 떠올렸다.

“과찬의 말씀을, 아직은 아는 것이 많다고 할 수가 없습니다. 대사께서 수중에 사정을 두시지 않았었더라면 저는 내일의 태양을 보지 못했을 뻔했으니까요.”

“흥, 과연 구양가답게 말은 번드르하게 잘 하는군. 네 이름은 어떻게 되느냐?”

“소생의 이름은 천수라고 하는데 바로 당대 구양가를 맡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구양천수의 말에 돌연 목옥의 안에서는 밤하늘을 찌르는 커다란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목옥의 어둠 속에서는 마치 등불과 같은 두 줄기 빛이 일어나고 있어 그것이 눈빛임을 짐작케 해 사람으로 하여금 놀람을 금할 수 없게 하고 있었는데도 구양천수는 조금도 꿀리지 않고 당당히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안력 또한 범상한 것은 아니라 그는 어둠 속에 한 인영이 결가부좌하여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뇌공대사는 한바탕 광소를 터뜨린 후에 구양천수를 보고는 그가 여전히 당당히 자신을 보고 있음을 알자, 오히려 웃음기 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쓴맛을 보고도 광망한 점이 마음에 드는군. 너는 구양범과는 어찌 되는 사이냐?”

“선친이십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비로소 구양천수의 얼굴이 엄숙해졌다.

뇌공대사가 그를 보고 광망하다고 하는 것은 조금 전 그가 말한 앞으로도 가르침... 운운이 언젠가는 설욕을 하겠다는 뜻임을 알아듣고서 한 말이었다.

“선친... 그가 결국...”

뇌공대사는 나직이 탄식을 하더니 기이하게 말끝을 흐렸다.

구양천수는 괴이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여기에 갇혀 지낸 지 사십 년이라고 했었는데, 언제 이십 년 전에 실종된 구양범과 만날 수가 있었단 말인가?

“구양범... 이십여 년 전에 네 선친이 이곳으로 나를 찾아와서 그를 만나 보았었는데, 그는 정녕 당세의 용봉지재(龍鳳之才)였었다. 한데 네 녀석은 왜 그렇게 광망하냐?”

뇌공대사의 말에 심중의 의혹이 대강 가신 구양천수는 빙그레 웃음을 보였다.

“광망이 아니라, 이런 것은 자신(自信)이 넘친다고 하는 것입니다!”

“으핫핫하하하...”

그 말에 뇌공대사는 또다시 크게 웃었다.

백리용아는 사부가 저렇게 웃는 것을 비록 삼 일 동안이었지만 본 적이 없었다.

‘사부는 오히려 그를 좋아하는 것 같다...’

“정말 대책이 안 서는 놈이로군. 구양 시주가 지하에서 눈을 감기가 힘이 들겠다!”

구양천수는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말을 받았다.

“그 눈에는 이 아들의 자랑스러운 모습만 보일 겁니다.”

“...”

목옥의 안에서는 더 이상의 말이 들려 오지 않았다. 정좌수도만 해오던 그로서는 이토록 청산유수인 구양천수와 더 이상 입씨름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승산이 없는 것이다.

구양천수는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제 성격은 아버님의 매사에 신중치밀하심과는 조금 틀립니다. 해결책이 있든 없든 일단 부딪치고 보는 것이라서 말이죠... 그 성격이 혹 대사님께 무례하게 보였다면, 사과를 드립니다.”

이렇게 되고 보면 흠잡을 곳이 없다.

그의 태도는 광망한 듯도 했으나 자신감이 넘쳤고, 그것은 남에게 반감을 사지 않고 기이한 호감을 불러일으켜 오히려 그의 장점이 되고 있었다.

뇌공대사가 다시 말을 했다.

“좋다... 이제 그만 가보도록 해라. 선사의 법유가 있어 외부인을 오래 머물게 할 수는 없다.”

그 말에 구양천수는 정중히 읍을 했다.

“언젠가 다시 한번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복수를 하고 싶으냐?”

“어찌 감히... 그저 언젠가는 한번 더 찾아뵙고 가르침을 받아야 할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구양천수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그러자 뇌공대사는 조용히 말을 했다.

“글쎄, 회자정리(會者定離)라 하나, 만나고 헤어짐에 무슨 의미가 있으랴, 모든 것이 무상(無常)하니 너는 마음에 두지 말아라. 수년 후에 이 녀석이 나의 뒤를 잇게 될 것이니...”

그 말이 끝이었다. 그 말 이후로 목옥 안에서는 어떠한 말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정광이 번뜩이던 눈빛도 사라진 것으로 보아 아마 눈도 감아 버린 모양이었다.

잠시 목옥을 응시하고 있던 구양천수는 몸을 돌려 곁에 있던 백리용아를 바라보았다. 백리용아는 힘있는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후일, 다시 만나게 될 때에는 오늘과 같이 실망을 시켜 드리지는 않겠소.”

백리용아는 침착히 말하고는 입을 다물고 나가떨어진 목옥의 문짝을 향해 다가갔다.

담담한 웃음이 창백한 구양천수의 입가에 피어났다. 그리고 그는 문짝을 일으켜 목옥에 달려고 하는 백리용아를 향해 말했다.

“그것을 그대로 달면 그대의 사부는 또다시 기약없는 연금을 당해야 할 거야.”

그 말에 백리용아는 의혹 어린 빛이 되어 구양천수를 돌아보았다.

“생각해 봐. 그대의 사부가 왜 사십 년을 여기에 갇혀 있어야만 했었는가를, 그것은 그대 사조(師祖)의 법유 때문이었는데 그의 친필 법유는 바로... 더 이상 이야기를 한다면 자네의 머리를 모독하는 것이 될 테니까 그만두지. 그럼...”

구양천수는 그를 보고 있는 백리용아의 눈길을 등뒤로 두고 미련없이 몸을 돌려 그곳을 벗어났다.

백리용아가 들고 있는 문짝의 위쪽에는 걸레가 되다시피 한 종이 조각이 펄럭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재모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풍운고월조천하 연재합니다. +29 09.07.16 16,588 1 -
22 드디어 책이 나왔습니다.(출간삭제를 하였습니다.) +13 09.10.20 6,794 59 2쪽
»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5 +8 09.07.26 11,541 65 8쪽
20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4 +9 09.07.25 8,363 32 8쪽
19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3 +8314 09.07.24 61,311 368 6쪽
18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2 +10 09.07.23 8,636 35 7쪽
17 第四章 소림신승(少林神僧) 1 +11 09.07.22 9,436 51 8쪽
16 第三章 구양세가(歐陽世家) 3 +12 09.07.21 9,574 62 6쪽
15 第三章 구양세가(歐陽世家) 2 +10 09.07.20 9,233 30 6쪽
14 第三章 구양세가(歐陽世家) 1 +11 09.07.19 9,892 74 8쪽
13 第二章 천고기보(千古奇寶) 2 +13 09.07.18 9,771 54 9쪽
12 第二章 천고기보(千古奇寶) +12 09.07.17 10,273 34 9쪽
11 第一章 풍운지서(風雲之序) 2 +15 09.07.16 10,024 41 11쪽
10 第一章 풍운지서(風雲之序) 1 +12 09.07.16 13,750 62 8쪽
9 서장 +18 09.07.16 11,347 52 4쪽
8 ------------------구분선 09.07.16 4,111 18 1쪽
7 - 2장 : 천피의 비밀 (2) +6 09.03.06 6,129 26 6쪽
6 - 2장 : 천피의 비밀 (1) +11 09.03.05 6,179 45 12쪽
5 - 1장 : 서원의 아침 (2) +8 09.03.02 7,756 32 15쪽
4 - 1장 : 서원의 아침 (1) +7 09.03.02 10,828 55 6쪽
3 - 서장. +14 09.03.01 11,158 49 2쪽
2 발해의 혼 발제.... +8 09.03.01 10,633 18 8쪽
1 -------------------------구 분 선. 09.02.27 7,309 28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