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캐, 만능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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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키
작품등록일 :
2019.04.12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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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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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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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하나를 버리고 넷을 얻다(1)

DUMMY

1.

미라클게임즈.

‘모험가들’, 그리고 ‘더세이비어’의 잇따른 성공으로 게임 업계를 발칵 뒤집은 회사.

명실상부 이 시대 최고의 기업.

2031년 현재. 미라클게임즈의 주가는 매일 같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다.

그러한 회사에 지원자가 넘쳐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중 열에 아홉은 운영팀에 뽑히기를 꿈꿨다.

더세이비어의 모든 정보를 관리, 감독하는 운영팀이야말로 핵심 부서라고.

하지만 운영팀을 이끄는 서용구 팀장의 생각은 지원자들이 꿈꾸는 것과는 사뭇 달랐다.


“이놈의 회사······ 때려치우든가 해야지.”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얼굴로 서 팀장이 중얼거렸다.

겉에서 보기엔 어떨지 모르나, 실상 운영팀이 하는 일은 굉장한 체력과 정신력이 필요했다.

플레이어들의 동향. 퀘스트 달성도. 습득 스킬 등등.

미친 듯이 쏟아지는 데이터 속에서 문제를 일으킬만한 요소를 찾아내는 일은 당연히 고되고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1시간만 자고 싶다.’

그게 서 팀장을 포함한 운영팀 전체가 간절히 바라는 소원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좀 나은 편이다.

거대 길드의 레이드 일정도 없었고, 딱히 이슈가 될만한 사건도 없었으니까.

어쩌면 야근을 안 해도 될지 모른다고, 제발 그래야 한다고. 서 팀장은 두 손을 모아 빌었다.

‘오늘도 안 들어가면 마누라한테 죽는다.’

그는 벌써 6일째 회사에 묶여 있었다.

칼퇴근은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집에만 갈 수 있게 해줬으면.

하지만 서 팀장의 소박한 바람은 사원 한 명이 허겁지겁 달려오며 말을 꺼내는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팀장님! 전설 특성 떴습니다!”

“역시 때려치워야······. 잠깐. 뭐? 특성? 직업이 아니라?”

“네, 특성이요.”


말을 꺼낸 사원도, 그 보고를 들은 서 팀장도 똥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젠장. 웬만한 전설은 초기에 다 풀렸잖아!”

“그게······ 모험가들 유저입니다.”

“설마 이벤트?”

“네. 어제 종료 직전에 신청한 모양입니다.”


서 팀장은 머릿속으로 ‘모험가들’에서 유명했던 헤비 유저들을 떠올렸다.

그중 상당수가 ‘더세이비어’로 이적한 지 오래.

아무리 확률 보정을 받았다 해도 전설 특성을 가져갈 만한 사람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가 얼굴을 찡그린 채 모니터 앞에 섰다.

그리고 새로이 출현한 전설 특성을 확인하는 순간, 서 팀장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균형의 수호자······. 그래, 이게 있었어.”

“저도 놀랐습니다. 설마 조건을 달성한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버그 아닌지 확인해봤어?”

“예. 독종이더라고요. 만렙 찍는 데만 3년 걸렸습니다.”

“3년? 미친······.”


‘균형의 수호자’는 말 그대로 다섯 가지 스탯을 전부 동등하게 올린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성이었다.

그것도 순수 스탯으로만.

더불어 스탯 초기화를 한 적도 없어야 하고, 스탯을 찍는 순서도 정해져 있었다.

예를 들어, 초반엔 중요 스탯 한두 개에 집중하고 필요 없는 스탯은 나중에 찍는다?

그런 편법으로는 얻을 수 없는 특성이다.

힘에 1. 민첩에 1. 지혜에 1. 체력에 1. 마력에 1.

다시 힘에 1. 민첩에 1······.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1포인트씩 분배하는 방법을 만렙까지 반복한다.

그게 숨겨진 조건이었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절대 사용하지 않을 방법.

그런데 그런 미친놈이 떡하니 나타났으니, 서 팀장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은?”

“전혀요. 이미 법무팀에서 확인했습니다.”


‘알고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재미로 그랬다? 이거 뭐 하는 자식이야?’

한 재능 없는 플레이어가 만렙을 천천히 찍기 위해 그랬을 거라곤 운영팀의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진규야.”

“네?”

“가서 전해라······. 오늘 야근이라고.”


운영팀은 오늘도 야근이라는 것.

토끼 같은 자식들을 볼 수 없다는 사실과 잔소리를 쏟아낼 부인을 떠올리며 서 팀장은 눈물을 삼켰다.


“아. 가기 전에 잠깐. 얘 모험가들에서 직업이 뭐였지?”

“전사요.”

“그럼 지혜 포기했겠네.”


힘은 분산되어야 한다.

한 명에게 집중된 힘은 언제나 밸런스 붕괴를 초래하니까.

하지만 ‘균형의 수호자’는 그런 이념을 깨부술 만큼 대단한 특성이었다.

그래서 붙인 게 영구 패널티.

스탯 하나를 포기해야만 특성이 적용되도록 조치해두었다.

서 팀장은 그가 당연히 지혜를 골랐을 거로 생각했다.


“어······ 아니요. 고민도 안 하고 바로 민첩 버리던데요?”

“아니 왜? 민첩은 전직업에서 다 유용하잖아!”


명중률, 그리고 회피율.

두 가지 능력치에 영향을 끼치는 스탯이 민첩이다.

‘그런데 그걸 버린다고?’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 진짜 종잡을 수가 없네. 일단 균형의 수호자랑 관련된 자료 전부 가져오고, 리스트에 이름 올려놔.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 하면 바로 보고하고.”

“넵!”


직원이 사라지고 난 뒤, 서 팀장이 사장실로 향했다.

‘어쩌면······ 변수가 될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생각했다.

오픈 1년 차.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는 ‘퍼스트 플레이어’들에게 도전장을 내밀 존재가 드디어 나타난 건지도 모르겠다고.


2.

운영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그 시각.

선비는 감탄사를 흘리고 있었다.


“와아······.”


고풍스러운 건물들.

코를 자극하는 구수한 빵 냄새.

재잘대며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심지어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한 점까지도, 모든 게 가상현실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했다.

‘이래서 인생이 달라진다고 했구나.’

더구나 지금 선비가 있는 장소의 분위기는 ‘모험가들’의 동양적인 분위기와 매우 흡사했다.

그가 연(漣) 왕국을 시작 마을로 고른 건 이 때문이었다.

어제부로 사라져버린 ‘모험가들’의 추억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서.

그때, 준원의 귓속말이 들렸다.


-선비야. 캐릭터 다 만들었냐?

“응. 지금 시작 마을이야.”

-어딘데?

“연 왕국.”

-뭐? 루미가넬 왕국이나 세른 왕국으로 고르라니까!

“그냥 여기가 마음에 들어서. 어차피 초반엔 도와줄 거 없으니까.”

-10레벨 찍으면 나올 수 있긴 하다만······. 연 왕국은 섬이라 워프 비용도 비싸고, 최근에 업데이트된 지역이라 볼 것도 별로 없을 텐데.


대부분은 준원이 말한 두 곳을 선호했다.

규모도 크고, 퀘스트도 그만큼 많기 때문.

‘세른 왕국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10레벨 달성하기!’ 같은 공략도 넘쳐나서 남들이 닦아놓은 길만 따라가면 되었다.

빨리 전직하고 싶은 사람들이 연 왕국을 선호하지 않는 건 당연한 순리.

준원이 탐탁지 않아 하는 이유였다.


-그럼 전직만 하고 나와. 마을마다 퀘스트가 조금씩 다르긴 한데 초반은 대충 비슷하니까. 직업은 정했어?

“아직. 조금 해보고 결정해도 될까?”

-그래. 지원 필요하면 바로 말하고. 참, 특성은 뭐 받았냐?

“나중에 만나서 얘기해줄게.”

-새끼. 누가 들으면 전설 특성이라도 받은 줄 알겠네, 킥킥. 알았다. 꼭 대장장이 아니어도 생산직은 다 귀해서 내가 말만 하면 길드 바로 넣어줄 테니까, 마음 정하면 얘기해줘.

“······그래. 고맙다.”


진짜 전설 특성을 받았다고 대답했다면 아마 준원은 당장 여기로 달려왔을 거다.

딱히 숨기려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이 현실 같은 게임 속 세계에 적응하는 게 먼저였다.

귓속말을 종료한 선비가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광장 중앙에 의뢰 게시판이 있다고 했지.’

퀘스트는 npc에게 직접 받을 수도 있지만, 마을마다 하나씩 존재하는 의뢰 게시판에서 받는 방법도 있었다.

물론 희귀한 퀘스트를 얻으려면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

게시판에 올라오는 건 전부 일반 퀘스트뿐.

인원 제한까지 붙어 있어서 의뢰가 다 떨어지면 일정 시간이 지나야 재생성된다.

하지만 선비는 고민하지 않고 게시판 쪽으로 향했다.

‘엄청 많네.’

의뢰 게시판은 남은 자리가 하나도 없을 만큼 온갖 종이들로 꽉 찬 상태였다.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진기한 현상.

‘역시. 사람이 너무 없어.’

광장은 파티원을 구하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여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곳은 그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어딜 둘러봐도 보이는 거라곤 npc들뿐.

간간이 유저들도 눈에 띄었지만 전부 초보였다.

‘연계 퀘스트가 없어서 그런가?’

선비의 짐작은 어느 정도 맞았다.

약 한 달 전, 연 왕국이 생겨난 직후에는 게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사람이 넘쳐났다.

대륙 동쪽에 숨겨진 작은 섬.

중세 시대 서양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듯한 ‘더세이비어’의 세계관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동양풍의 마을.

심지어 전작인 ‘모험가들’을 빼다 박은 것 같은 이 작은 왕국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건 대규모 업데이트를 위한 떡밥이 분명하다고.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픈된 건 시작 마을뿐이었고, 그 흔한 던전 하나 없었다.

퀘스트도 전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들뿐.

한 달이 지난 뒤 연 왕국을 찾는 유저는 사라졌고, 잠정적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아직은 그냥 보잘것없는 시골 마을에 불과한 것으로.

그 때문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잘 모르는 초보들이나 찾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선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파티 사냥을 할 것도 아니니까. 사람이 없는 게 더 좋지.’

가질 수 없는 재능을 부러워하느니 차라리 혼자인 게 낫다.

그때, 신중하게 의뢰 게시판을 살피던 선비의 눈에 퀘스트 하나가 눈에 띄었다.


<노인의 부탁>

한때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던 노인은 불쌍하게도 치매에 걸려버렸다. 돌봐주던 가족도 모두 떠나버리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제 병까지 걸려서 누워있는 노인의 마지막 부탁이다.

-등급: 일반

-의뢰 내용: 노인에게 토끼 고기 10개 전달.

-보상: 1골드


종이에 적힌 내용을 읽자마자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지금은 요양원에 계시지만, 손자를 많이 아끼셨던 할아버지.

하나밖에 없는 아들과 며느리를 한꺼번에 잃은 충격으로 할아버지는 몸져누우셨고, 이제는 손자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셨다.


“퀘스트 수락.”


토끼는 제일 약한 몹 중 하나다.

‘보상이 좀 적어 보이긴 하지만, 초보자용 퀘가 다 거기서 거기겠지.’

인벤토리에서 ‘녹슨 장검’을 꺼낸 선비가 마을 밖으로 향했다.

성벽을 벗어나자 눈앞에 초원이 펼쳐졌다.

풀밭 위에서 뛰노는 토끼와 사슴을 보고 있노라니, 여기가 꿈인지 현실인지 실감이 안 날 정도였다.

‘이게 가상현실이라니······.’

진작 캡슐을 사지 않은 게 후회가 됐다.


폴짝.

근처에 있는 토끼 한 마리에게 장검을 들고 다가가자, 토끼가 잽싸게 도망쳤다.

‘빠르네.’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갔지만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몇 번을 실랑이한 끝에 선비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장검을 든 채로 기다린다.

코를 씰룩거리던 토끼 한 마리가 근처를 서성이다 뛰어올랐을 때, 선비의 장검이 그보다 앞을 향해 내리꽂혔다.


퍽!


그저 아래로 휘두를 뿐인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그마저도 빗나가며 토끼의 다리 한쪽을 스치고 지나가는 데 그쳤다.

하지만 토끼는 그 한 방으로 고기를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레벨 업! 2레벨이 되었습니다.]


“상태창.”


모든 캐릭터는 똑같은 초기 스탯을 가지고 시작한다.

1레벨은 모든 스탯이 1로 고정되어 있었다.

당연히 빗나가는 정도로는 토끼가 죽을 리 만무.


<선비 Lv.2>

특성: 균형의 수호자(전설)

직업: 없음

힘: 21

민첩: 21(0)

지혜: 21

체력: 21

마력: 21

남은 스탯: 5


그리고 선비의 스탯은 그런 상식을 뒤집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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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화. 첫 파티 사냥(2) 19.04.21 155 8 13쪽
8 7화. 첫 파티 사냥(1) 19.04.21 208 7 12쪽
7 6화. 운도 실력이다(3) -수정 19.04.18 260 7 12쪽
6 5화. 운도 실력이다(2) 19.04.16 256 10 13쪽
5 4화. 운도 실력이다(1) +2 19.04.16 315 9 12쪽
4 3화. 하나를 버리고 넷을 얻다(2) 19.04.14 328 10 12쪽
» 2화. 하나를 버리고 넷을 얻다(1) 19.04.13 363 12 12쪽
2 1화. 무재능 플레이어 19.04.12 367 9 12쪽
1 0화. prologue. 19.04.12 421 1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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