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잡는 검도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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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
작품등록일 :
2019.04.13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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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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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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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신선한 고기

DUMMY

라보르니기가 후암동에 있는 이민지의 자취방에 도착했다.

용산도서관 아래 있는 동네.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64빌딩이 보인다.

서울에서 이만큼 고지대인 동네도 없지만, 좀비들은 이곳에도 있었다.


“후우....”


빌라 앞에 좀비 대여섯 마리가 배회하고 있다.


“아가씨. 안전벨트 꽉 매.”


부아아아아아앙-

시속 240km 까지 올라간 스포츠카.

좀비 무리 앞에서 급정거 했다.

끼이이이익!

터덩. 터덩. 터덩.-

마치 볼링공에 맞은 볼링핀처럼 좀비들이 공중으로, 좌우로 흩날렸다.

지는 벚꽃 잎처럼 땅에 떨어지는 좀비들.


“뛰어.”


신검의 외침에 이민지가 플라스틱 바구니를 부여잡고 씰룩거리며 집으로 뛰기 시작했다.

신검이 권총을 겨눈 채 그녀를 따라 갔다.

빌라 3층.

조명이 나갔는지 계단이 어두컴컴했다.

이민지가 덜덜 떠는 손으로 열쇠를 꼽고 돌렸다. 긴장했는지 계속해서 돌리기만 했다.


“뭐하는 거야. 자기 집 아니야?”

“그.... 그게여.... 잘.... 안 돌아가여....”


여자가 울먹이며 말하자 위층에서 신발 끄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학생?”

“죄송해여....”


신발 끄는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무언가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신검이 침을 꿀꺽 삼키고 총과 검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야.... 이민지.”

“됐어요! 아저씨.”


문이 열리자 얼굴을 휘감는 화장품 냄새.

여자 방에서 나는 향긋한 냄새를 느끼려던 차, 위층의 좀비가 얼굴을 드러내며 신검과 눈을 맞췄다.


“그아아아악.”


“뭐 이 씨발놈아!”


계단을 터덜터덜 내려오는 좀비에게 시원하게 욕을 한 신검이 후다닥 이민지의 집으로 들어갔다.

쾅-

문 닫히는 소리가 적막한 빌라 계단에 울려 퍼지고, 이민지가 쓰러지듯 자리에 앉아 거친 숨을 내쉬었다.


“불 키지 말고.... 쉿.”


신검이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며 말했다.

현관문 구멍으로 밖을 살피니 곧 시야가 회색으로 변했다.

좀비가 문 앞에 있다.

스스슥. 스스슥.

잠시 배회하던 좀비가 계단을 내려가자 듣기 싫은 소리가 사라졌다.


“휴.... 확실히 뭐 생각하거나 기억력 있는 좀비는 아니네.”


여자의 방은 엉망이었다.

신검도 여동생이 있어 잘 알고 있었지만 오랜만에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롭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옷과 스타킹.

이곳저곳 흩어져있는 화장품.

구두에 운동화에 발 디딜 곳이 없는 현관문.


“에고....”

“많이 더럽죠. 죄송해요. 금방 치울게요.”

“집에 먹을 건 좀 있어?”

“아까 편의점에서 가져왔잖아요.”


여대생이 헤- 하며 상자를 가리켰다.

자느라 점심도 거른 신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아저씨 배고프세요?”

“아저씨라고 부르지 마세요.”

“제가 밥 해올게요.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밥이라.

당장 밥 먹고 싶지만 중요한 게 하나 있다.

신검이 스마트 폰을 이민지에게 내밀었다.


“잉.... 번호 달라고요?”

“아니 뭔 소리야. 어서 가서 씻고.”

“씻고?”

“가릴 곳 가리고 팔 다리 사진을 찍든 영상을 찍든 가져와.”

“그걸 왜요?”

“물렸는지 안 물렸는지 확인해야 할 거 아니야!”


여대생의 얼굴이 붉어지더니 소리를 빽 질렀다.


“아저씨! 우리가 같이 있었는지가 벌써 30분이 지났어요!”

“근데?”

“좀비한테 물리면 최대 10분이라고 뉴스 못 봤어요?”

“뉴스 안 봤어.”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먼저 씻어요. 밥 차릴 테니까요.”


여대생의 잔소리에 신검이 맥도 못 추고 물러났다.

좀비의 피가 묻은 티셔츠를 벗자 잔 근육이 즐비한 신검의 탄탄한 몸이 드러났다.

이민지가 이제 막 벗은 티셔츠를 확 채갔다.

저저.... 남자가 웃통 까고 있는데 얼굴 하나 안 변하는 거 보소.

하여간 요즘 애들이란.


“깨끗하게 빨아 놓을게요.”

“그럼....”

“응?”

“난 뭐 입고 있냐?”

“내꺼 줄게요.”

“니꺼?”


여대생이 방에서 커다란 곰돌이 잠옷을 가져왔다.


“하.... 됐고 먼저 씻는다.”


신검이 욕실로 들어가고 민지가 요리를 시작했다.

매콤한 향이 집 안을 채워갔다.



*



“요리....”


씻고 나온 신검.

탁자 위에 정갈하게 놓여있는 라면과 햇반을 보며 중얼거렸다.


“파송송! 계란탁!”


도무지 걱정이라곤 보이지 않는 여대생이 해맑은 눈으로 신검을 바라보았다.


“어서 드세요. 아저씨.”

“아저씨 아니라니까.”

“몇 살이신데요?”

“....밥 먹자.”

“잘먹겠습니다!”


남자와 여자는 말없이 늦은 저녁을 들기 시작했다.

여자와 먹는 밥이 참 오랜만이라고 생각했다.

이혼한 마누라는 잘 살고 있으려나.

그 여자 그거 악독한 게 아마 좀비로 변해서 저기 명동 어디선가 기어 다니고 있을 텐데.


“잘 먹었다. 설거지 할 테니 씻어.”

“됐어요.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바지나 주세요. 엄청 더럽네.”


어쩔 수 없이 곰돌이 옷을 입은 신검.

귀엽다고 웃는 여대생.

가만히 생각하니 계속해서 이 집에 있을 노릇이 아니다.

여기서 식량이 떨어질 때까지?

아니면 수도가 끊기고 전기가 안 나올 때까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내가 누군가.


한국 최고의 검객이지. 암.

뭐, 전국 대회에서는 비운의 검객이었지만....

좀비 영화광이다 이거야!

가끔 좀비 세상이 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상상했는데.... 그것이 진짜로 와버렸다.

내가 이거 또 생존 전문가거든.

심심하면 보는 프로가 베어그릴스 아니면 월간낚시.

기가 막히거든.


준비 단단히 하고 어디 무인도로 가서 자급자족 하고 사는 게 답일 것 같다.

군경도 90%가 좀비로 변했다면....

무기 좀 챙기고.

먹을 것도 구비하고.

인성 좋은 사람들 좀 모아서 말이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빨래를 마친 이민지가 돌아다니며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내 옷.... 다 말랐어?”

“옷이 왜 벌써 말라요?”

“건조기 같은 거 없어?”

“있어도 벌써 어떻게 말라요?”


뭐 됐네.

왜 꼬맹이한테 빨래는 맡겨가지고.

이거 곰돌이 잠옷입고 저 지옥을 돌아다녀야 할 판이다.


“암호 알려줄게. 내가 문 두드리면 너는 ‘신’ 이라고 해. 내가 ‘검’ 이라고 하면 문 열어주고.”

“네. 근데 왜요?”

“아무나 문 열어주지 말고! 특히 밖에 좀비 있을 거니까. 알았지?”

“어디가요....”

“알겠어? 모르겠어?”


꼬맹이가 시무룩해져서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자꾸만 첫 사랑 얼굴이 겹친다.

반갑기도 하고 울컥하기도 하고.


“알겠어요.”

“....먹고 싶은 건.”

“....빵?”


빵....

빵 좋아할 나이지.

한숨 쉬는 신검. 검 세 자루를 챙기고 권총 두 정을 허리춤에 찼다.

이거 총만 두 자루지 총알이 얼마 없다. 새로운 총이 필요하다.

크고 아름다운 차도.

아쉽지만 라보르니기도 오늘까지 타야겠다.


“민지야.”

“네!”

“암호 모라고?”

“신!”



*



어째 걱정밖에 안 된다.

저 어린 것을 집에 혼자 두고 나오니까 말이다.

근데 남 걱정할 때가 아니긴 하다.

벌써 7시, 땅거미가 지며 어둑해졌다.

이놈의 동네는 남산이 만들어낸 그림자에 벌써부터 암흑에 휩싸였다.

좀비들이 활개 치는 밤.

지옥 속에서 분홍색 곰돌이 잠옷을 입고 헤쳐가야 한다니.


일단 차로 갔다.

전시용 차라 그런지, 대낮에 너무 질주했는지 기름이 얼마 안 남았다.

시동을 걸고 라이트를 켰다.

둥둥둥둥둥둥-

캬. 죽인다.

언제 들어도 죽이는 엔진소리다.

가슴을 울리는 이놈의 북소리는 정말이지 남자의 로망인데.

차를 몰아 남영역으로 이동했다.


“시발....”


좀비들이 뛴다.

낮에는 경보 비스무리하게 걸었는데 말이다.

남자 넷이 울면서 뛰고 그 뒤를 흉측한 좀비 수십 마리가 쫒고 있다.

어째서,

왜 때문에,

좀비가 뛰냔 말이다!


“으아아아아!”

“시발! 나무관세음보살!”

“하늘에 계신 아버지....”


청년들이 각자의 기도문을 외며 뛴다.

상태를 보아하니 평범한 대학생들 같은데 잘해봐야 1km나 뛸 수 있으려나.

일단 차를 천천히 몰아 그 옆으로 다가갔다.


“차다!”

“태워주세요!”


신검은 말없이 차를 몰았다.

청년들이 차도로 넘어와 다가가자 유턴해버린 차.

청년들이 욕 하며 다시 마라톤을 시작했다.

신검이 한 번 더 유턴해 좀비들의 꼬리를 물고 천천히 달렸다.


“애들은 슬슬 지친 거 같고. 좀비도 지치나? 아니면 계속 달리나?”


5억짜리 슈퍼카를 타고 좀비를 관찰하는 검도관장.

청년들이 하나씩 주저앉기 시작했고 좀비들은 여전히 쌩쌩했다.

핸들을 꺾어 드리프트 해, 차를 270도 돌려 좀비의 측면을 바라봤다.

발에 힘을 줘 엑셀을 밟았다.

부와아아아앙-

텅. 텅. 텅. 텅.

무르시엘라구가 마지막 힘을 짜내며 좀비들을 스트라이크 시켰다.

차에 치이지 않는 좀비가 대략 일곱.

차에서 내린 신검이 검을 뽑아 하나씩 베어나갔다.

좀비의 피가 뚝뚝 흐르는 검을 들고 청년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니들은 어디에 있다가 이 시간에 좀비에게 쫒기고 있냐.”

“저희는 피시방에서 놀다가 지금 나왔는데 저 미친 좀비들이 쫒아 왔어요.”

“피시방? 뉴스도 안 봤어?”

“승급전이여서....”

“됐고. 여기서 가까운 대피소가 어디냐. 니들 어디로 가는 중이었어.”


청년들과 대화하다보니 좀비들이 슬슬 골목에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신검이 담배 하나를 꺼내 불을 붙이는데,


“야! 빨리 타!”


한 청년이 신검의 라보르니기 운전석에 타서 친구들에게 외쳤다.

그러자 세 놈이 신검을 버리고 차로 뛰어가 우악스럽게 몸을 구겨 넣어 차문을 닫았다.

2인승의 슈퍼스포츠카에 4명의 남자가 찌그러지듯 들어갔다.


“야!”


신검이 외치자 운전석에 탄 청년이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고 땅에 침을 뱉었다.


“잘 쓰겠습니다. 씹새끼야!”

“아재. 곰돌이 잠옷 귀엽네요.”

“발에 땀나게 뛰어 보든가~”

“바람의 검심이세요?”


라보르니기의 엔진이 다소곳이 울었다.

동. 동. 동. 동. 동. 동.

병신들아 그거 기름 없어.


“유후!”

“호우! 가즈아!”


청년 둘이 창문을 열고 환호성을 지르며 차가 출발했다.

녀석들의 모습과 소리에 맹렬한 속도로 쫒아가는 좀비들.

철없는 것들이 신나서 좀비들을 약 올린다.


눈에 불을 켜고 차를 따라 뛰는 좀비가 대충 봐도 마흔이 넘었다.

차가 잘 가다가 남영역 터널 앞에서 멈췄고,

몰려든 좀비에 휩싸여 그 모습이 사라졌고,

차 안에서 새어나오는 비명과 신음, 그리고 울음이 한 대 뭉쳐 터널을 채워갔다.


“에휴....”


신검이 고개를 저으며 다 핀 꽁초를 튕겼다.

그의 앞에서도 달려오는 좀비들이 보인다.

담배 피며 경찰차와 냉동탑차를 봐 두었던 신검, 우선 경찰차로 뛰었다.

아쉽게도 좀비 경찰이 없다. 차키도 안 꼽혀있고.

다시 냉동탑차로 뛰어 운전석에 도달했다.

제발.

다행히 운전석에는 눈만 껌벅이고 있는 좀비가 있었다.


“이 차는 이제 제 겁니다.”


명대사와 함께 정중히 좀비를 끌어내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텅. 텅. 텅.-

밖에서 따라온 좀비들이 차문을 두드리고 있다.

제발....

시동을 걸고 차 안을 뒤지니 나온 명함 한 장.

옳지!

명함에는 횡성한우라고 써져 있었다.

이 차는 정육점에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납품하는 냉동탑차.

그렇다면 저 뒤에는 신선한 고기가 엄청나게 걸려 있다는 얘기다.

수산물 차였으면 한 달 내내 꽃게만 먹었을 텐데 말이야.

운이 좋았다.



*



냉동탑차가 남영동 일대를 돌아다니며 섰다가 달렸다 했다.

차에서 내린 신검이 좀비들을 베어가며 필요한 물품을 챙겨갔다.

런던 바게트에 들려 단팥빵을 집어 들다 잠시 머뭇거렸다.


애들은 이런 빵 안 좋아하나....

일단 케이크 다섯 개를 칼집에 꽂아 등에 꼽고 제일 비싸 보이는 빵을 되는대로 집어 나왔다.

집에 갈 시간이다.

꼬맹이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차를 돌려 후암동으로 향하는 그때.


저 멀리 의무경찰 버스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버스 주변을 배회하는 의경 좀비들.

놈들이 K2 소총을 메거나 땅에 질질 끌고 다니고 있다.


“이거 생존각 제대로 나오는데.”


신검이 나지막이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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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D-3 여보.... 19.04.16 441 8 12쪽
5 D-2 삼보 정도는 +1 19.04.15 497 8 12쪽
4 D-2 작지만 알흠다운 19.04.14 518 10 12쪽
3 D-1 첫날밤 19.04.14 537 10 11쪽
» D-1 신선한 고기 +2 19.04.13 596 13 12쪽
1 D-1 신검 19.04.13 777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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