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잡는 검도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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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
작품등록일 :
2019.04.13 12:41
최근연재일 :
2019.04.2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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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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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D-6 아프니까 청춘이야

DUMMY

노량진에서 조금 이동해 국립현충원에 도착한 신검 일행.

전사한 열 명의 헌병대원을 현충원에 묻어주었다.


탕! 탕! 탕!


21발의 예포가 발사 되자 아까의 승전으로 밝았던 표정들이 어두워졌다.

생존의 안도감이 동료에 대한 미안함으로.


“신 소령 다음 계획은?”

“지금 강남구에 독가스가 살포되고 있으니 여기서 하루 묵고 내일 이동한다.”

“좋다. 그럼 그동안은?”

“장재구 중위!”


재구가 위엄 넘치는 표정으로 헌병대원들 앞에 섰다.


“거기 너 기준.”

“기! 준!”

“양팔 간격으로 헤쳐!”

“하나 둘 얏!”


조 대령이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끄덕였다.


“팔 벌려 높이뛰기 천 회!”

“처.... 천 회!”

“목소리 봐라.”


“하나 둘 셋”

“하나!”

“하나 둘 셋”

“둘!”


신이 난 재구와 불쌍한 대원들을 뒤로한 채 신검과 조 대령이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잠실 싱크홀에서 괴물들이 기어 나왔다고?”

“그래 경기도에 주둔했던 99사단이 막는다고 가봤지만.”

“못 막았군.”

“9할이 좀비로 변해버린 군이 뭘 해볼 수 있었겠나.”

“그럼 잠실에 가면 군 장비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거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아닌가.”

“달면 장땡이지.”


냉혈한 독사 같은 조 대령의 표정이 조금 부드럽게 풀어졌다.

대책 없이 일단 달리고 보는 스타일의 신검.

그와 함께 하며 조금씩 변해가는 조 대령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갈수록 기어 나오는 괴물들이 많아지고 있어. 게다가 점점 종류도 많아지고.”

“그 구녕을 틀어막으면 되겠네.”

“말처럼 쉽다면.”


현충원을 몇 바퀴 돌았는데 아직도 군인들은 팔 벌려 높이뛰기 중이었다.


“하나.... 둘..... 셋.....”

“구백 아흔.... 아홉.....”

“하나.... 둘..... 셋.....”

“처언...!!”


재구가 악마의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마지막 번호 누구냐. 다시 천 회!”


현충원에 밤이 찾아오고 재구의 괴롭힘도 끝이 났다.

파김치가 된 군인들도 보급텐트 안에 들어가 끙끙거리며 잠을 청했다.



***



이른 아침.

세 대의 차량이 현충원을 빠져나와 강남구에 도착했다.

100층짜리 고층 아파트 타워플레이스가 몰려있는 동네 역시 버글대는 좀비들.

군인들이 대형을 유지해 하나씩 정리하며 타워플레이스 A동 앞까지 진군했다.


“지역 확보 했습니다!”

“이상 무!”


신검이 특임대장에게 아파트 마스터 키를 건네며 말했다.


“집마다 문 열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좀비들 싹 다 청소하세요. A동부터 깨끗하게 두 시간 드립니다.”


헌병 특임대장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신검에게 기대기 시작한 조 대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승인했다.

스무 명의 헌병 특임대가 타워플레이스 A동으로 들어갔다.


“기다리는 동안 뭐하지?”

“두 시간이면.... 고스톱이나 치자 형들.”

“괜찮네. 세 명이니.”


조 대령이 황당하다는 듯이 바라보자 재구가 해맑게 웃으며 화답했다.


“대령님은 오셔서 광 파세요.”


한 시간 반이 지나자 헌병 특임대가 나왔다.

스무 명 모두 무사 복귀.


“어때요? 할만 했어요?”


특임대가 고글과 마스크를 벗자 겁에 질린 청년들의 얼굴이 나왔다.


“다들 많이 놀랐구나.”


헌병 특임대장이 조 대령에게 항의했다.


“국장님. 우리 애들을 이런 부동산 놀음에 희생시킬 수 없습니다!”


화투짝을 든 조 대령은 말이 없었다.

노련한 군인은 알 만한 사람이었으니까.

이렇게라도 실전 경험을 쌓아야 앞으로 작전 성공률이 오른다는 것을.


“야! 실전 경험을 쌓아야 시청을 가든 안국역을 가든 할 거 아니냐.”

“B동 정리는 한 시간 준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번에도 조 대령은 말없이 끄덕였다.

특임대가 절래절래 하며 다시 B동으로 출발했다.

한참 뒤 돌아온 그들. 40분 커트. 역시 전원 생존.


“할만 했어?”


이번에는 마스크를 벗은 군인들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탄약 보충하고 개인 정비 후 C동으로 출발하겠습니다.”


특임대장의 표정도 불만에서 자신감으로 변해 있었다.


“30분 준다! 늦으면 식은 밥 먹는다.”

“예? 전투 식량이 식을 게 있습니까.”

“너네 계속 전투식량만 먹어왔구나. 장 중위!”


재구가 탑차 뒷문을 열어 얼마 남지 않은 커다란 우육 덩어리를 보여줬다.

간만의 고기에 미소가 만연해진 특임대.

출발하는 그들의 발이 한층 가벼워졌다.


“형 편하다.”

“그러게.”

“나도 드디어 타워플레이스에 살아보는구나!”


성검의 외침에 조 대령의 얼굴도 약간 밝아졌다.

평생 청렴하게 군인 아파트만 돌아다니며 살아 온 그였으니까.


“검이는 민지랑 들어갈 거지?”

“몰라 임마....”

“형 근데 좋긴 한데 생존차원에서는 별로지 않아?”

“왜 별로야?”

“시멘트 덩어리에 먹을 것도 없고. 언젠가 수도도 끊기게 되면....”


신검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여기가 최고다 이 말이야! 타워플레이스 바로 뒤에는 양재천이 흐르니까.”


공장도 다 멈춰버린 세상 몇 주만 있으면 떠먹어도 될 맑은 물이 흐른다.

잘하면 물고기도 몰려들어 낚시도 할 수 있다.


“아무리 정보사라지만 그래도 명색이 군인인데 형형 해도 되나?”


신검이 조 대령에게 얼굴을 들이밀고 말했다.


“응 형님. 광이나 주세요.”



*



마지막 남은 C동까지 청소한 특임대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두 명이 보이지 않았다.

신검이 어두운 기색으로 전사자에 대해 물었다.


“두 명은 똥 싸러 갔습니다! 전원 생존입니다 대장님!”

“밥 주십쇼 배고픕니다!”

“저희 안 늦었으니 뜨끈한 고기 주십쇼!”


이십대 군인들답게 역시 밥이 최고인가.

씩씩한 목소리로 우렁차게 외치는 녀석들이 제법 대견했다.


“어서 와서 식사들 하세요!”


영희와 민지, 그리고 성검의 아내 박현아가 돼지목살 구이와 소고기 국을 차려놓고 군인들을 불렀다.

병사들의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조 대령도 입맛을 다시며 슬그머니 화투판에서 일어났다.

무뚝뚝한 군인들이 조금씩 활기찬 생존자로 변해가는 중이었다.


“우리도 밥 먹으러 가자.”


저녁 식사가 끝나고 사람들이 타워플레이스 A동 최고층으로 올라갔다.

넓은 집 하나씩 잡아 들어가기 시작하는 입주민들.

거구의 성검이 다정하게 아내를 들여보내고 군인들에게 인사했다.


“안국역 가면서 열심히 싸우다보면 너네도 여자 친구 생길 거야.”


군인들이 환호했다.

반면 재구는 그리 집에 들어가고 싶은 기색이 아니었다.


“형 우리 맥주 한 잔만,”

“여보 맥주는 무슨! 신검 오라버니 안녕히 주무세요. 민지도 잘자 호호.”


간만에 생긴 부부만의 시간과 공간.

영희가 재구를 질질 끌고 들어갔다.


“혀엉,”


문이 쾅 하고 닫히며 재구가 사라졌다.


“그럼 우리도....”


신검과 민지가 얼굴이 새빨개져 집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군인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십쇼 대장님!”

“야야 우리가 무슨 조직이냐. 어서들 가서 자.”


군인들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신검이 문을 닫았다.

현관에서 방으로 들어가니 넓은 거실과 기다란 베란다, 그리고 쭈뼛 거리며 서있는 민지가 나왔다.


“며칠째 못 씻었는데 어서 가서 씻어라.”

“으응....”


민지가 욕실로 들어가고.

아파트 70층 베란다.

신검이 그 앞에 서서 서울시를 내려 보았다.

군인들이 기반시설을 지키고 있지만 절반 이상의 지역이 암흑에 잠겨있다.

시내 곳곳에서 불빛이 번쩍이는 게 총을 쏘는 듯 싶다.


“후우....”


쌍안경으로 보니 좀비들과 가고일, 괴수들이 활개치고 있다.

지난 번 잡았던 팔척좀비부터 처음 보는 거대 괴물, 구울과 가고일. 고릴라 좀비.


“어서 저 사람들을 다 구해 와야 할 텐데....”


신검이 지금까지 잘 버텨준 진검 세 자루를 내려 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근데 이거 고급아파트니까 화장실도 여러 개 있겠지?”


또 다른 욕실을 찾아 뜨끈한 물을 받았다.

간만의 목욕에 온몸에 뭉친 근육이 풀어지는 게 아주 마음에 든다.

씻고 나오니 기분 좋은 향기가 방안에 가득하다.


“왔어....요?”


먼저 씻고 나온 민지.

수줍게 침대에 들어가 이불 속에 푹 들어가 있었다.

신검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농담을 던졌다.


“꼬맹이 그 날 기억나?”

“언제요?”

“그 날처럼 수갑 채우고 잘까?”


이제야 민지가 긴장을 풀고 미소 지었다.

안전한 집과 안락한 침대.

오늘은 그 날과 달리 거짓말이 필요 없는 밤이다.

한 이불 속에 들어간 신검이 등잔을 끄며 말했다.


“자자.”


창밖에서는 생존자들의 총소리가 자그마한 콩 볶는 소리가 되며 괴수의 울부짖음과 한데 섞여갔다.

두 남녀는 그 소리를 자신들의 소리로 덮어씌우기 위해 서로에게 다가갔다.



***



다음 날 아침.

신검 일행과 조 대령 인원이 회의실에 모였다.

회의실 역시 타워플레이스 전망 좋은 집.

서울이 한 눈에 들어오니 회의하는 맛이 일품이었다.

지도는 형식상 펼쳐놓고 손으로 창밖을 가리키며 작전을 짰다.

어리버리한 최 중위가 작전 브리핑을 시작했다.


“1안은 헬기로 안국역 일대 접근 후 레펠 하강. 이후 지하철 진입입니다. 다만 공중에 날고 있는 가고일이 장애요인입니다.”

“그래 2안은.”

“2안은 가용 장갑차를 타고 지상 접근입니다. 다만 보시다시피,”


모두가 창밖을 내다봤다.

중위의 손끝에 아파트 근처를 배회하는 거대한 근육덩어리 괴수가 보였다.

대략 아파트 3층 높이의 커다란 괴수였다.


“보시다시피 육상에서는 성명불상 괴수와 조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3안은?”

“3안은....”


중위가 말꼬리를 흐리는 게 2안까지만 준비한 모양이다.

조 대령이 눈을 치켜뜨자 중위가 기겁을 하며 의식의 흐름 대로 말하기 시작했다.


“예, 그.... 자전거를 타고.”

“타고?”

“쌩쌩 달리며....”

“오? 그래?”

“예.... 그 도보로....”

“이야 자전거를 타! 하체 운동도 되고 응?”

“예! 대신에 전립선이 안 좋아....”

“이 새끼가 진짜 확!”


조 대령의 호통에 중위가 다소곳하게 손을 모으고 섰다.

확실히 군인들의 회의라 딱딱했다.

신검이 화이트보드 앞으로 가서 말했다.


“지하철로 갑시다.”


모두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되물었다.


“지하철 말씀이십니까?”

“그건 지옥으로 들어가는 꼴 아닙니까 대장님.”

“그 안에 좀비 천지일 텐데 말입니다.”

“그러니까요.”


모두가 의아해했다.


“그러니까 그 좀비들한테 시민들 구하면서 가자고.”


조 대령이 반문했다.


“뜻은 좋아. 하지만 장관님 구출이 최우선 목표잖아 신 소령.”

“그러니까.”

“그러니까라니....혹시?”

“그래.”


조 대령이 무릎을 탁 쳤다.


“첫 고비만 넘으면 된다?”

“그렇지.”

“스노우볼이네.”


노련한 조 대령만이 신검의 의중을 파악했다.


“뭐야 형 우리도 알려줘.”

“처음 대피소야 우리끼리 싸우니 힘들겠지. 거기서 구출된 사람들이 합류하면?”

“아하! 갈수록 합류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그래 임마. 도곡역에서 안국역까지 쭉 가면 몇 명이야.”


조 대령이 활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거병!”

“뭐 거병까지야.”

“우리 애들 대안들 보다는 훨씬 좋군.”


대령이 웃으며 말하다 중위를 째려봤다.


“근데 사람들 구출해서 이 아파트에 들어와 사는 건 좋은데.... 밖에도 못나가고 고립되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집이 좋긴 좋은데 너무 광활합니다. 수비 측면에서 지켜야 할 포인트도 너무 많습니다.”

“전략적 측면에서 불리한 개활지입니다.”


신검이 그에 대한 해결책을 말했다.


“성벽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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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D-3 한강은 민물이라고 19.04.17 413 10 13쪽
6 D-3 여보.... 19.04.16 441 8 12쪽
5 D-2 삼보 정도는 +1 19.04.15 49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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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1 첫날밤 19.04.14 537 10 11쪽
2 D-1 신선한 고기 +2 19.04.13 596 13 12쪽
1 D-1 신검 19.04.13 777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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