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잡는 검도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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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
작품등록일 :
2019.04.13 12:41
최근연재일 :
2019.04.2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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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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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 풀어야 할 것들

DUMMY

“끄으으윽....”


화장실 안에서 연신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달려드는 인간들을 피해 화장실로 대피하는 도중.

군인 열 명 중 세 명이 살해당하고 세 명이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었다.

신검과 영희는 좁은 화장실 복도에서 사람들과 대치했다.


“들어가 있어라.”

“오라버니가 들어가세요.”

“어서 들어가 있으라니까.”

“저보다 계급도 낮으시면서.”

“야 난 민방위야!”


마주보고 있던 사람 하나가 달려들며 칼을 휘둘렀다.

챙강!

가볍게 검으로 쳐낸 신검이 검을 고쳐 잡고 몰려든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여기서부터 더 들어오면 진짜 벱니다.”

“저 사람들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나도 마찬가지야.”


경고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흉기를 휘두르며 좁은 복도로 들어왔다.

할 수 없이 손목과 어깨 위주로 검을 찔러 넣어 저지시켰다.

하지만 검에 찔린 그들은 아픔을 느끼지 않는지 계속해서 다가왔다.

오로지 살의와 적의만 느껴지는 사람들의 접근.

이제 코너를 돌면 화장실 안 이고 더 이상 밀려나면 넓은 곳에서 저들의 공격을 받아내야 한다.


“죽여야 하는 수밖에 없나?”

“결정을 하셔야죠. 오라버니.”

“한 번 건너면 돌아올 수 없는데....”

“죽어서 요단강 건너도 못 돌아와요.”


영희가 차고 있던 수류탄에 손을 가져갔다.

그 뜻을 묵인한 신검이 죄의식을 나눠가지기 위해 두 걸음 뛰어나갔다.

서걱.

검을 위로 올려쳐 한 명을, 다시 내려쳐 옆의 한 명을 베어버리고.

그 틈을 타 영희가 수류탄을 까 화장실 복도 밖으로 집어던졌다.


“어? 야!”


맹렬한 속도로 신검의 멱살을 잡고 벽을 발로 차 화장실 안으로 끌고 온 영희.

2초 뒤, 커다란 폭발음이 나며 화장실 전체가 뒤흔들렸다.

진동이 멈추고 화장실 벽이 우르르 무너지며 밖의 모습을 보여줬다.

수류탄에 사람도 시설도 천장도 모두 박살나버린 현장.

모두가 말없이 그 광경을 바라만 보았다.

재구가 뒤늦게 특공복을 입고 있는 아내를 발견했다.


“여보.... 당신이 왜 여기 있어? 그 옷은 왜 입고 있어?”

“....잘했어.”


성검이 애써 영희의 어깨를 토닥이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어려운 결정으로 우선은 목숨을 구한 일행들.

주변을 둘러보니 조 대령이 부하에게 기대 쓰러져있었다.


“심연을 들여다볼 때....”


입에 피를 머금은 조 대령이 조용히 말하다 말았다.

칼에 찔린 복부에서 피를 쏟아내던 그는 부하에게 기댄 채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장관이고 나발이고 우리부터 살고 봅시다. 형님.”


하지만 조 대령은 대답이 없었다.


“형님. 영감?”


그의 차가운 팔이 차디찬 바닥에 힘없이 떨궈져 내렸다.

조용한 화장실 안에서 침묵은 불안이 되고 불안은 현실로 이어졌다.

그를 안고 있던 군인 하나가 조용히 상사의 눈을 감겨주었다.


“일어나봐 영감....”


군 시절부터 지금까지 조 대령과 오만정이 다 들었던 최 중위가 말없이 어깨를 들썩거렸다.


“빌어먹을.... 장관 님 구하러 가자더니 자기나 구할 것이지.”

“이제 어떡합니까.”

“어쩌긴 집으로 돌아가자.”

“....”


그때 침묵을 깨고 변기 칸이 열리며 소년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다.


“저도.... 저도 데려가 주세요.”


중학생이 채 못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이 겁먹은 얼굴로 부탁했다.

학생의 모습에 경계심을 거두고 신검이 다가가 물었다.


“그래. 그전에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해주겠니?”

“....”

“괜찮아 얘기 해봐.”

“....사람들이 약을 나눠주고 갔어요.”

“약?”

“네. 좀비랑 괴물들이 들이닥쳐서 모두 대피소에 숨어있었는데.... 어떤 아저씨들이 찾아와서 물리쳤어요. 그리고 괴물이 되지 않게 해주는 약이라며 모두에게 나눠줬어요.”

“언제? 그 아저씨들은 어디로 갔어?”

“그저께 밤에요. 그 아저씨들은 위에 식당가에서 생활해요.”


신검이 검을 챙겨 일어났다.


“다들 집에 갈 준비하고 여기 잠시 대기하고 있어.”

“어디가게?”

“위에 확인하고 올게.”

“같이가 친구야.”

“같이가 형.”

“금방 확인만 하고 다시 돌아 올 거야. 부상자들 돌봐주고 있어. 그리고 너희도 대기하고 있어라.”


살아남은 일곱 명의 군인이 새로운 상사의 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재구와 성검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른 부상자들을 살피고.

신검은 화장실에서 나와 터미널이 있는 위층으로 이동했다.

사뿐거리는 발걸음이 뒤에서 났다.


“거기 있으라니까 왜 또.”

“왠지 느낌이 안 좋아서요.”


따라나선 영희가 신검 옆에서 같이 걸었다.


“가서 남편이나 지켜줘.”

“우리 남편은 보기보다 강하거든요? 그나저나 약 때문이었어?”

“무슨 약 이길래. 뭐 짚이는 거 있어?”

“짚이는 것 까진 아닌데. 들어본 적은 있어요.”

“뭔데.”


위에서 말소리와 외침이 들렸기 때문에 둘은 계단 앞에서 말을 끊었다.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뒤 발소리를 죽이고 계단을 올라갔다.

계단을 한 바퀴 돌자 죄수복을 입은 건장한 사내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인 사내.

뒷모습만 보아도 신검의 오랜 라이벌 강검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저 새끼 저거 교도소에 있어야 할 놈이.”

“쉿!”


영희가 한 손가락을 손에 대고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갔다.

두꺼운 군화를 신고 있음에도 마치 솜이불 위를 걷는 마냥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올라갔다.

정보사 특급요원 다웠다.


“빨리 빨리 움직여라.”

“큰 형님께서 모레 출발 하신다니 저녁까지 준비 끝내라.”


커다란 덩치에 죄수복을 입은 사내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또 전혀 죄수 같지 않은 남자들과 한 여자가 함께 했다.

작은 키에 탄탄한 몸을 지닌 여자는 평범한 민간인 같지는 않았다.


“으휴 저 썅년....”

“조용히 하라며....”

“쉿!”

“야....”


영희가 처음으로 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꽤나 사연이 있는 사이인 듯 했다.

영희가 몸을 낮추고 계단을 좀 더 올라갔다.

뒤로는 신검에게 손으로 수신호를 해주는데.


“뭐라는 거야....”


민간인 신검이 알 리가 없었다.

어느새 벽에 붙어 계단 끝까지 도착한 영희가 귀를 세우고 놈들의 이야기를 엿 들었다.


잠시 뒤 손으로 까닥이는 게 대충 올라오라는 신호 같았다.

올라가서 함께 벽에 붙어 고개를 내밀어보니 놈들이 터미널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었다.


“도둑고양이 씨. 얘기 좀 들었어?”

“네. 큰일이네요.”

“뭔데.”

“굿 뉴스? 배드 뉴스?”

“당연히 배드 뉴스부터지.”

“모레 우리들 집으로 출발 한다네요.”

“우리들 집?”

“그새 잊었어요? 하긴 남의 집에 들어가 얹혀버렸으니.”


교도소에 있어야 할 강검 놈이 여기 있는 것도 모자라 왜 타워플레이스로 온다는 것인지.


“이유는.”

“대장이 명령 내릴 때 이유 말하는 거 봤어요?”

“그럼 굿 뉴스는.”

“가짜 신구 소령님하고 진짜 신구 소령님하고 만나게 되었네요.”

“진짜?”

“축하드려요.”

“둘 다 배드 뉴스잖아.”

“아무튼 이제 어서 돌아가요.”


신검과 영희가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아래층으로 내려오는데 갑자기 죄수 두 명이 나타났다.

신검과 영희를 발견하고 말을 걸어왔다.


“뭐야 너네.”

“약빨이 떨어졌나 왜 여기 있어.”


신검이 위엄 있게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나 기무사 조 대령이야.”

“뭐라는 거야 미친새낀가.”

“어허. 기무사 몰라 너네? 육군 교도소 가고 싶어?”

“춘광아 이건 계집인데.”


죄수들이 신검을 무시하고 영희에게 다가가 위아래로 훑으며 손으로 어깨를 쿡쿡 찔렀다.


“이야. 여군이야? 아가씨 여기서 뭐해?”

“여군이랑은 아직 재미 못 봐봤는데.”

“야 걔 건들면.”


신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영희가 잽싸게 주먹으로 죄수 하나의 울대를 가격했다.

놈이 소리도 못 내는 목을 부여잡고 주저앉아 켁켁 거리고.

다른 놈이 미처 상황 파악을 끝내기도 전에 군용 단검을 꺼내 목에 찔러 넣었다 뺐다.


“야야.... 그렇게 막 사람 죽이고 하면,”

“즉결심판이거든요?”


목을 부여잡은 죄수 뒤로 돌아가 뒤에서 암바를 걸어 기절시킨 영희.

능숙하게 양손을 포박시키고 끌고 걸어갔다.


“어서 가요.”


신검이 절래절래 하며 함께 놈을 끌고 갔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또 다른 죄수 둘과 마주쳤다.


“이번엔 나한테 맡겨봐.”


스르릉-

검이 빠지고.

퓩- 퓩-

소음기 달린 권총을 뽑아 잽싸게 처리한 영희.


“어서 가요.”

“그 좀....”


다시 둘은 기절한 죄수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땅에 끌리는 느낌에 기절했던 놈이 깨어나 눈을 떴지만, 관자놀이에 닿은 소음기의 촉감을 느끼고 입을 다물었다.


“근데 아까.”

“네.”

“그 여자는 누구 길래 그렇게 욕을 했어?”

“아까 위에서요?”

“어. 그 키 작은 여자.”

“제가 예전에 전체 3등이라고 했죠?”

“1등?”

“1등은 신구 소령이 죽게 만들었고 2등.”

“이야. 영희보다 쌘 여자도 있어?”

“많죠. 제가 얼마나 연약한 여자인데.”


둘은 만담을 하며 비상구 계단으로 포박한 죄수를 끌고 갔다.

두꺼운 비상문을 닫고 좁은 공간에서 단검을 빼든 영희가 몇 가지 기술을 선보이자 놈이 입을 열었다.


“왜 니들 범죄자가 군인들과 함께 하고 있지?”

“그들이 교도소로 와서 꺼내줬다.”


퍽-


“반말하지 말고....”

“예....”

“도곡역으로 오는 이유는?”

“저희야 시키는 대로 할 뿐이죠.”

“모레 몇 시.”

“자정입니다.”

“밤에 움직인다고? 깡도 좋네. 어떻게 오는데?”

“버스요.”

“몇 명이나 되나.”

“재소자만 이백 명에....”


이백 명이라는 말에 신검과 영희의 얼굴이 굳어졌다.


“군인은?”

“군인은 총 다섯 명입니다.”

“니들은 총 있나.”

“없어요. 총은 군인들만 있습니다.”

“너 강검이라고 알지.”

“예 저희 큰 형님입니다.”


퓩-

영희가 권총으로 심문하던 놈을 사살했다.


“야야야! 깜짝이야.”

“시간 됐어요. 어서 가요 오라버니.”

“무슨 시간.”

“아까 죽였던 놈들 발각 될 시간.”


신검과 영희가 놈의 시체를 뒤로하고 지하철역으로 내려갔다.


“이틀 남았네요.”

“이틀 동안 뭘 준비해야 이백 명을 막아낼까.”

“떠나는 거 아니에요?”

“집 놔두고 떠나긴. 그리고 저 놈들 중 하나랑 풀 것도 있어.”

“누구요? 신구 소령?”

“아니. 옛 친구.”

“....잘 됐네요. 나도 이참에 그 썅년하고 풀어야겠네.”


지하철역 화장실에 도착해 일행을 만난 둘.

침울한 사람들을 추슬렸다.

이틀 뒤에 있을 범죄자들의 침입으로부터 새로운 집을 지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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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8 풀어야 할 것들 19.04.27 17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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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4 긴급뉴스를 알립니다 19.04.21 337 9 13쪽
10 D-4 세 얼간이들 19.04.20 351 7 12쪽
9 D-4 얼마나 강한데 19.04.19 362 4 11쪽
8 D-3 어머니는 강하다 +1 19.04.18 389 8 13쪽
7 D-3 한강은 민물이라고 19.04.17 413 10 13쪽
6 D-3 여보.... 19.04.16 441 8 12쪽
5 D-2 삼보 정도는 +1 19.04.15 498 8 12쪽
4 D-2 작지만 알흠다운 19.04.14 518 10 12쪽
3 D-1 첫날밤 19.04.14 537 10 11쪽
2 D-1 신선한 고기 +2 19.04.13 596 13 12쪽
1 D-1 신검 19.04.13 777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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