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아들, 유희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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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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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4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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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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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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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호자 18

DUMMY

음··· 정신이 몽롱하다.


제이크는 어떻게 되었을까, 란은, 엘은···?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그리고 나는··· 어떻게 된 거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려 복부를 더듬거린다. 레아나의 검에 베인 것도 모자라, 그녀의 팔에 의해 관통당하기 까지 했으니, 죽었어도 할 말이 없··· 응?


나는 의외의 감각에 의아해졌다. 분명히 구멍이 뚫려 있어도 모자라지 않을 복부가 매끈하다. 처음부터 다치지 않았던 것처럼 반질반질···


“헉!”


깜짝 놀란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이, 이곳은···”


내가 일어난 곳은 놀랍게도 란의 집 침실이었다. 나는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제, 제이크, 준···! 그리고 다른 아이들···”


10개의 침대에는 나를 비롯해 제이크와 준, 그리고 전에 보았던 아이들이 잠들어 있었다.


모, 모두 무사한거야? 나는 황급히 잠든 제이크에게 다가가 상의를 걷어 올렸다.


깨, 깨끗하다. 나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다치지 않았던 것처럼 상처하나 없이 깨끗해.


더군다나 주위를 보니 레아나와의 전투로 인해 부숴졌던 집도 멀쩡해져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혹시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건 아닐까?


그 순간, 침실 문이 열렸다.


-끼익


“뭐야,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네?”


“!”


문이 열리는 소리에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엘이 문을 열고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


그러고 보니 엘도 분명 레아나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본 그녀는 상처하나 없이 멀쩡해 보였다.


“뭘 그리 멍청하게 서 있어? 일어났으면 내려와, 오빠가 너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란이?


나는 어리둥절해져서 엘의 뒤를 따라 거실로 내려갔다. 익숙한 목소리가 반가워하며 나를 불렀다.


“오, 레온! 일찍 일어났네? 잘 됐다. 혹시 몰라서 요리를 좀 많이 해 놨거든. 둘이 먹기엔 좀 많았는데.”


“요리사 모드냐···?”


놀랍게도 녀석은 세상 쾌활한 얼굴로 앞치마를 두른 채 스튜의 간을 보고 있었다. 이 상황에 요리라니, 역시 엄청 넉살 좋은 녀석이다. 그러고보니 맛있는 냄새가 집 안에 가득 퍼져 있었다. 이 냄새는··· 고기다!


엘이 오빠를 도와 식탁에 식기를 꺼내놓고 있었다. 그녀가 까탈스러운 눈초리로 나를 보며 말했다.


“뭐하냐? 너도 도와라, 인간.”


“아, 옙.”


머쓱해진 나는 그녀를 따라 식사 준비를 도왔다. 다행히 요리는 란이 거의 다 마무리 해 놨기 때문에 그다지 해야할 일은 없었다. 이내 근사한 요리가 완성되었다. 항구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스테이크에, 고기 스튜에, 생선 구이까지 있다. 엘 녀석, 보기완 다르게 요리 잘 하잖아?


“이래봬도 유희 나오기 전부터 요리가 취미였거든.”


이번에도 내 속을 읽은 것처럼 란이 말했다.


그보다 요리가 취미인 드래곤이라니,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다. 나는 앞치마를 두른 블루 드래곤의 모습을 상상하곤 고개를 저었다.


“자, 마음껏 들라고. 어차피 요리 재료는 시장에 떨어진 것들 공짜로 가져온 거거든.”


“···훔쳐온 거였냐.”


막 한 입 떠먹으려던 나는 어이없는 눈빛으로 란을 바라보았다. 제이크와 준이 하는 짓을 똑같이 하다니. 역시 가족이라 이거냐.


내 말에 발끈한 란이 당당하게 주장했다.


“훔치긴! 우리가 도시를 지켜 줬으니까 이 정도는 받아도 받아도 모자라다고!”


···하긴, 굳이 따지면 맞는 말일지도···?


나는 잘 먹겠다고 인사한 뒤 스테이크를 잘라 한 입 먹었다.


부드러운 고기가 씹기도 전에 녹아버린다. 소스는 고기의 기름진 맛을 과하지 않은 부드러움으로 가려준다. 굽기도 완벽하고, 뭐 하나 부족한 것 없는 완벽한 맛!


“···와, 제이크가 한 것보다 맛있잖아?”


역시 사람은 오래 두고 볼 일이다. 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내 반응을 살피는 란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아, 그보다··· 어떻게 된 거야? 내 상처도, 제이크와 아이들도··· 네가 치료한 거야?”


내가 본격적으로 궁금했던 것을 묻자, 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조금만 더 늦었어도 제이크나 넌 과다출혈로 죽었을 거야. 엘이야 드래곤이니 좀 더 버틸 수 있었다 쳐도.”


아, 역시 정신을 잃기 전에 마지막에 들었던 리커버리는 란의 목소리였던 건가.


“흥, 역시 인간 녀석들은 몸이 약해서 문제야.”


옆에서 엘의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그 여자는···?”


내가 묻자 란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누구? 네가 베어버린 마족 여자 말이야?”


내가, 베었다고? 어쩐지 현실감이 없는 일이라 그런건지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란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죽었어. 시체는 잘 처리했고. 인간이 최상급 마족을 이기다니. 네가 엘보다 낫다.”


“오빠!!”


엘이 발끈해서 외쳤다.


“하하, 농담이야, 농담.”


란이 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랬다. 굉장히 무서운 동생일 줄 알았는데, 란이 쓰다듬자 엘은 금새 조용해져서 식사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헤, 꽤 우애 좋은 남매잖아?


내가 신기하게 둘을 쳐다보고 있는데, 란이 문득 식기를 식탁에 내려 놓고 진지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보다, 레온.”


“응···?”


“잘 알고 있겠지만, 지금의 상황. 평범한 상황이 아니다. 어쩌면 중간계 전체에 비상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야.”


아, 그럴 수 밖에 없다. 수 백 년 만에 마족이 중간계에 나타난 것도 모자라, 한 마을을 통째로 습격하고 세이크리드 랜드 화(化) 시키려고 했다. 이 정도까지 본격적인 침략이라면, 결코 레아나의 단독 행동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대륙의 곳곳을 마족들이 습격하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란이 말을 이었다.


“엘이 너에게 마족이 중간계를 습격하는 두 가지 루트에 대해서 설명해 줬다고 했지?”


아, 그거 말인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 응. 차원문을 여는 것과 세이크리드 랜드를 만드는 것. 그 두가지 말이지?”


“그래, 하지만 네가 말하는 두 가지 말고 한 가지 방법이 더 있어. 알고 있어?”


“한 가지가··· 더 있다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들어본 적도 없다. 하긴, 세이크리드 랜드와 차원 문에 대해서도 엘에게 전해 들은 것이 처음이니 알 리가 없다.


란은 모르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설에 따르면 드래곤은 중간계를 지키기 위해 주신이 만들어낸 수호자들이라고 하지. 여기까지는 알고 있을 거야.”


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드래곤들이 단 한 개체만으로 인간의 제국을 멸망시켜 버릴 수 있는 무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깊은 산맥 속에 틀어박혀 사는 이유. 그것은 드래곤들이 중간계의 다른 종족들을 외부로부터 지키기 위한 수호자이기 때문이다, 라고 전설에는 기록되어 있다.


란이 말을 이었다.


“···아주 오래 전, 주신은 수호자로 창조된 드래곤들에게 다섯 개의 수호석을 맡겼어. 수호석은 드래곤의 다섯 종족인 레드, 블루, 화이트, 블랙, 그리고 골드 드래곤 로드에게 각각 하나씩 맡겨졌지.


수호석이 존재하는 한 이 중간계는 다른 차원과 완벽하게 격리돼. 물론 차원 문을 연다거나, 개체 자체의 권능이 어느 정도 이상이거나 하면 세계석의 봉인을 피해 들어오는 것도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소규모인데다가 어느 정도 제약을 감수해야 하지.”


수호석···이라고? 나는 완전히 처음 듣는 단어에 놀랐다. 분명, 베이라의 아버지인 바이칼 아저씨가 레드 드래곤 로드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수호석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


란이 내 반응을 보더니 말했다.


“네가 모르는 것도 당연해. 수호석은 그 존재 자체가 비밀 중 비밀이야. 같은 드래곤이라도 드래곤 로드나 권위있는 에이션트 드래곤이 아니라면 모르는 것이 당연하지.”


그런건가··· 그래서 내가 몰랐던 건가.


“이렇게 마족이 대놓고 활개치기 시작했다는 건, 그 수호석 또한 언제 마족들이 노릴 지 모르는 상태라는 거야. 당장 드래곤 전체에 이 사실을 알리고, 마족의 침입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돼. 어쩌면··· 다시 한 번 중간계와 마계 사이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할 지도 몰라.”


“전면전이라면···”


내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란이 동의했다.


“맞아, 가장 최근의 전면전이 오천 년 전이지.”


오천 년 전이라면, 우리 스승님 이름의 기원이기도 한 아마리첸 폰 베인이 활동했던 시대다.


아마리첸 폰 베인의 일대기를 다룬 책에는 꼭 마왕과 맞서 싸우는 베인의 모습이 나오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국의 초대 황제를 기리기 위한 영웅화의 한 장치로 이해하고 있지만, 사실 그 당시 베인은 진짜 마왕과 맞서 싸웠던 것이다. 대다수의 드래곤과 중간계의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던 중간계와 마계 사이의 대전투에서.


란이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곧장 우리 종족의 로드에게 찾아가 이 사실을 알릴 생각이야. 되도록 빨리 모든 드래곤에게 이 소식을 전하지 않으면 안되겠지. 세계석을 지키고, 전 대륙을 지켜보며 마족들의 침입을 감시하고··· 굉장히 바쁜 시간이 될거야.”


말을 마친 란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나는 약간의 의아함을 느꼈다.


이 이야기를 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자세히 설명해준 걸까···? 나는 드래곤 로드도 아니고, 심지어 란이 속한 블루 드래곤 종족의 일원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드래곤 사회에서 일개 헤츨링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존재가 바로 나다. 이렇게까지 모든 이야기를 상세히 해 줄 이유가···


이윽고 란이 말했다.


“너에게는 늘 어려운 부탁만 하게 되는군. 레온, 미안하지만 이 일과 관련해서 드래곤이자 인간인 네게 한 가지 부탁을 좀 해도 되겠어?”


“부탁이라면, 무슨···”


란은 마치 처음 만났던 순간처럼, 진중한 목소리로 내게 제안했다.


“지금 당장 수도로 가, 제국의 황제에게 이 사실을 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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