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의 아들, 유희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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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테로
작품등록일 :
2019.04.14 02:12
최근연재일 :
2019.05.09 21:00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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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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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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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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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그녀의 기사도 02

DUMMY

나는 차갑고 딱딱한 바닥을 느끼며 눈을 떴다.


“앗!”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는데, 팔과 다리가 노끈으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있는 곳은 쇠창살이 겹겹이 쳐진 방 안. 그러니까 두 글자로 표현하면 ‘감옥’.


그렇다. 나는 ‘피오렌’마을에 이어 두 번째로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다. 아니 이게 범죄자 일대기도 아니고, 한 마을 걸러 한 번씩 감옥에 갇히는게 말이 돼?!


주변 공기가 유난히 축축하게 느껴진다. 이 곳이 지하실이기라도 한 것처럼. 아, 생각해보니 지난번에 갇혔던 곳도 지하 감옥이었었지··· 나, 이제 익숙하구나.


나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감방은 생각보다 넓었는데 갇혀 있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인 것 같다. 그러고보니 매고 있던 배낭이며 금화를 잔뜩 넣어둔 주머니 같은 것들이 몽땅 사라져 있었다. 허리에 매고 있던 쌍검도 마찬가지고.


“하아, 나··· 혹시 털린건가···?”


어쩐지 범죄도시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게 평화로운 분위기가 이상하다 싶었다. 그냥 기분탓이려니 했는데 주점 주인이 맥주에 수면제를 타다니! 아마 술집 안에 있던 녀석들도 모조리 다 한패였을 거다. 마리 경을 찾겠다고 와 놓고 돈이나 털리면 어쩌자는 거냐, 이 멍청이 레온아!


나는 나의 멍청함에 한탄했다.


좌절감에 고개를 푹 숙이는데 익숙한 물건이 내 목에 걸려 있는 것이 보였다.


“응? 나침반은 그대로 있네?”


스승님께서 주신 나침반은 내 목에 그대로 걸려 있었다. 뭐야, 이건 왜 안 가져 간 거지? 그냥 보기에 평범한 나침반이라서 가만 놔 둔 건가?


뭐가 어찌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침반이라도 사라지지 않은 게 어디야.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기운을 차렸다.


일단은··· 탈옥을 해야겠지?


손과 발을 묶고 있는 노끈을 끊기 위해 가볍게 힘을 주었다.


-투두둑


미안하지만 이 정도 노끈으로 나를 결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아주 큰 오산이다. 내가 괜히 드래곤의 아들이 아니다. 이 정도는 마나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끊어버릴 수 있다고.


손과 발이 풀려 자유로워진 나는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철장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하아, 그나저나 여긴 어딜까?”


잠에 든 사이에 어디까지 온 거지? 설마 여기 이미 그란델이 아닌 건 아니겠지?


나는 여행자를 사로잡아 가지고 있는 물건은 다 털어버리고 몸은 인신매매한다는 무서운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황급히 나침반을 꺼냈다. 그래, 나침반이라도 보면 최소한의 방향은 알 수 있을 거야.


나침반은 정확히 동쪽을 가리키고 있다. 동쪽, 그러니까 오른쪽이다.


그렇다면 이미 그란델에서 벗어나버린 걸까? 나는 나침반을 주시한 채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일단은 쇠창살을 전부 박살내 버리고 이 곳을 탈출하는 거다! 이 정도 쇠창살은 마나를 조금만 쓰면 맨 손으로도 충분히 구부릴 수 있을 거다.


근데 내가 앞으로 몇 걸음 걷자, 갑자기 나침반의 바늘이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동남쪽으로···


“엥? 이거 왜 이래?”


고장 났나? 나는 다시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러자 나침반의 방향도 따라서 다시 정동쪽을 가리키기 시작했다.


“이상한데···”


나는 다시 뒤로 몇 걸음 걸었다. 그러자 다시 나침반의 방향이 바뀌었다. 이번엔 북동쪽으로. 그러니까, 마치, 마리 경이 내 바로 옆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 순간, 오른쪽 방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누구 있나?”


나는 순간 전류에 감전된 듯 찌릿했다. 마리 경의 목소리다. 틀림없다. 들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확신할 수 있다. 지금 내 옆방에 갇혀 있는 것은 마리 경이다.


하지만 대체 마리 경이 왜 이 감옥에···?


“아, 마리 경···? 왜 여기 계시죠?”


내가 얼떨결에 묻자 옆 방에서 의아해 하는 목소리가 대답했다.


“···나를 아는 건가? 누구지?”


아차, 이렇게 처음부터 아는 척 하면 안되는데! 실수했다! 자칫하면 스토커로 오해 받을 지도 몰라! 나는 허둥지둥하며 황급히 변명을 짜내려 필사적으로 머리를 쥐어짰다.


“아, 아하하하··· 제 목소리가 기억이 안 나시나 보네요. 그러니까 예전에 드래곤 레어 근처에서 만났던···”


“···레온? 혹시 레온인가?”


아, 다행이다. 다행이 아직 기억하는군.


내가 안도하고 있는데, 마리 경이 이상하다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물었다.


“근데 레온이 어째서 이 곳에 있는 거지?”


“···아, 아하하하하··· 그러게요. 세상이 참 좁다더니 여기서 다 만나네요. 하하.”


이 멍청아! 그게 아니잖아!


마리 경의 의심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나를··· 따라온 건가?”


이런 젠장, 이대로는 진짜 스토커로 오해 받고 말 거다. 나는 황급히 손을 내두르며(서로의 모습이 보이지는 않지만) 부인했다.


“아, 아뇨! 그건 아니고요! 그, 그러니까 저번에 마리 경이랑 만나서 대화했을 때 마리 경한테 큰 감명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저도 마리 경처럼 기사가 되어 볼까 하고 수도를 향해 여행을 떠났는데··· 길을 잘못 들어서 그만 가지고 있던 것들을 몽땅 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이 곳에···”


나는 즉석에서 황급히 그럴듯한 변명을 지어내서 대답했다. 마, 망했다. 고작 이 정도 거짓말로 마리 경을 속일 수 있을 리가···


그러나 내 예상과는 다르게 마리 경은 순순히 이해 하는 분위기였다.


“아아, 과연. 그런 거였나···”


이 정도에 속는 거냐!?


잘 됐다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느껴지는 것을 억누르며 나는 마리 경에게 질문했다.


“근데 마리 경은 왜 이곳에···?”


“기사가 이런 범죄자들의 도시에 올 일이 임무 말고 달리 무슨 이유가 있단 말인가.”


“임무··· 요?”


“잘 들어라, 레온. 네가 이 녀석들과 한 패거리일 리 없으니 설명하겠다.”


마리 경은 진지한 목소리로 내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 도시 ‘그란델’의 사람들은 마을 구성원 전부가 대규모의 인신매매를 자행하고 있는 범죄집단이다. 최근 제국의 수도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아이들이 무차별적으로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어. 우연이라고 하기엔 그 수가 수 백명을 넘었지. 황실은 재빨리 사건을 파악하려 노력했고··· 그 결과 납치된 아이들이 모두 이 ‘그란델’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상하지 않은가. 뜬금없는 대규모의 유아 납치라니 말이야. 그래서 황실은 당시 ‘그란델’에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던 나에게 사건의 조사를 명한 것이고, 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이다.”


마리 경의 설명을 듣는 순간 내 머릿속에 단어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세이크리드 랜드!’


틀림 없다. 만에 하나 정말 대규모 인신매매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굳이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다? 시기가 이상하다. 나는 확신에 가까운 직감을 느꼈다.


이 도시 ‘그란델’에, 마족이 관여하고 있을 것이라고.


“···그, 그런데 임무를 수행하러 오신 마리 경이 왜 감옥에 갇혀 계신 거죠?”


내가 묻자 마리 경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짧게 대답했다.


“그러니까··· 나도 너처럼 잡혀왔다.”


···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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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그녀의 기사도 01 19.05.05 174 2 11쪽
39 에피소드 사이 - 란과 엘의 시선 19.05.04 175 2 7쪽
38 푸른 수호자 19 19.05.03 173 2 10쪽
37 푸른 수호자 18 19.05.02 197 2 11쪽
36 푸른 수호자 17 19.05.01 169 2 10쪽
35 푸른 수호자 16 +2 19.05.01 195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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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푸른 수호자 14 19.04.29 207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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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푸른 수호자 10 19.04.27 244 3 9쪽
28 푸른 수호자 09 19.04.26 243 3 11쪽
27 푸른 수호자 08 19.04.26 266 3 10쪽
26 푸른 수호자 07 19.04.25 260 5 10쪽
25 푸른 수호자 06 19.04.25 301 4 9쪽
24 푸른 수호자 05 19.04.24 308 3 10쪽
23 푸른 수호자 04 19.04.23 313 3 10쪽
22 푸른 수호자 03 19.04.23 335 5 11쪽
21 푸른 수호자 02 19.04.22 344 5 13쪽
20 푸른 수호자 01 19.04.22 358 4 9쪽
19 검의 양면 08 19.04.21 363 6 15쪽
18 검의 양면 07 19.04.21 367 5 12쪽
17 검의 양면 06 +3 19.04.20 378 5 11쪽
16 검의 양면 05 19.04.20 376 6 10쪽
15 검의 양면 04 19.04.19 389 6 10쪽
14 검의 양면 03 19.04.19 404 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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