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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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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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공감
작품등록일 :
2019.04.14 21:06
최근연재일 :
2019.06.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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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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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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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호랑이

DUMMY

동현이의 차에 올랐다.


진선은 동현 옆자리인 조수석에, 은지는 뒷자리에 탔다. 차는 20분 정도 달렸다. 도심을 벗어나 시외로 나가자, 들판이 보였다. 무성한 풀, 녹색 잎이 풍성한 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차창을 열었다. 싱싱한 들꽃 향기가 났다.


동현이가 말했다.


“오늘 매림가기 전에 호랑이 보러 갈 거야. 살아있는 호랑이를 만지면서 같이 사진을 찍을 수도 있는 곳이야."


은지가 물었다.


"호랑이 만지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녀요? 호랑이가 물면 어떡해요?"


"그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아. 작년에 사육사가 물리긴 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니 안심해."


무슨 소리인가, 자주 있지 않아 안심하라고, 호랑이 눈에는 그저 우린 한 끼의 일용한 양식일 텐데. 자주 없다고 안심하라는 말이 진선이는 이상하게 들렸다.


진선은 말했다.


"자주 발생하지 않지만, 있긴 있다는 얘기네."


"하하, 여기 호랑이는 야생 야수가 아니라 어릴 때부터 인간 손에서 자란 애완견 같아서 위험하지 않아.”


은지가 말했다.


"그래도 호랑이라는 동물은 맹수의 본능이 있는데, 아무래도 위험하지 않을까요? 우리 그냥 우리 밖에서 보기만 해요."


진선이 말했다.


"까짓것 해보지 뭐, 죽기밖에 더하겠어. 예전부터 호랑이 한번 만져보고 싶긴 했어."


진선이가 이렇게 말하자, 박은지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 모든 일에 자신 있는 박은지의 눈빛에서 두려움을 보였다.


이렇게 떠드는 사이에 국도를 나와 자동차는 '타이거킹덤'에 도착했다.


입구에 도착하자 안내원이 어떤 코스를 선택할 것인지 물었다.


"호랑이를 관람만 할 수 있는 코스가 있고, 호랑이 우리 안으로 들어가 호랑이를 만지면서 같이 사진 찍을 수 있는 코스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큰 호랑이와 새끼호랑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동현이가 말했다.


“진선이는 그래도 여자니까 새끼 호랑이 안고 사진 찍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진선이가 발끈해 말했다,


“뭔 소리! 나는 큰 호랑이가 좋아. 사진도 큰놈하고 찍어야지, 아무래도 큰놈이 만질 게 있지, ”


마지막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고 진선은 생각했다. 동현이도 진선과 같은 생각을 했는지 잠시 침묵이 했다.


시선을 돌려 은지에게 말했다.


“그럼, 은지는 새끼 호랑이로 안고 사진 찍을까?”


은지가 말했다.


“오빠, 저 무서워요. 호랑이가 물면 어떻게 해요, 저는 그냥 우리 밖에서 볼게요. ”


동현과 진선은 안내자를 따라 호랑이 우리로 들어갔다.


철장 밖에서 본 호랑이는 가까이 다가갈수록 몸집이 크게 느껴져 집채만 했다. 진선은 덜컥 겁이 났다.


진선은 언젠가 신문에서 읽은 동물원 호랑이가 사람을 공격한 뉴스가 떠올랐다.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 죽임. 미국 플로리다주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여성 사육사가 물어 죽임. 뉴질랜드의 한 동물원에서 여성 사육사가 호랑이에 물려 죽음>


진선은 사육사의 안내에 따라 호랑이 우리로 들어갔다.


박은지는 우리 밖에서 진선과 동현이 노닥거리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슨 회상을 하는 듯 박은지의 눈에 근원을 알 수 없는 슬픔이 보였다.




***


" 아바이, 빨리 감메, 빨리!"


안방에서 낡은 사냥총을 한 손에 쥐고 아버지는 흡족한 미소로 말했다.


"간나, 꼭두새벽부터 보채니 보이까, 고져 신나 있구먼, 우리 자영이! 오늘 아바이하고 덫 보러 가기로 해찌비."


"아바이, 들짐승 도망가면 어째, 빨리, 빨리 갑세."


자영은 7살부터 아버지 사냥을 따라다녔다. 아버지는 낡은 화승총으로 멧돼지나 노루를 잡았고, 어린 자영은 덫에 걸린 토끼, 너구리를 잡았다.


자영의 가족은 배급받지 못했다. 숨어 사는 처지에 들짐승이든 날짐승이든 군관들에게 상납해야 그나마 사냥도 할 수 있었다. 아버지와 자영은 부지런히 사냥했지만, 네 가족은 항상 굶주렸다.


자영이 13살 되던 해 생일날이었다.


"아바이, 오늘은 어디로 감네."


“오늘, 자영이 귀빠진 날이지비, 그래서 자영일 위해 아바이가 얼마 전에 깊은 곳에 덫을 쳐놨지비. 산이 깊고 산세가 험해 짐승이 많은 곳이래, 아마 큰 게 걸렸을기야.”


가을이었지만 추웠다. 험하고 길도 없고 가팔랐다. 밥 먹은 횟수보다 산에 오른 횟수가 더 많은 부녀는 숨 쉬는 일처럼 자연스러웠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고 수풀을 헤쳐, 인적이라고는 있어 본 적이 없을 것 같은 산속에 도착했다. 아버지는 설치해 둔 덫에 도착했다. 동물을 그물로 잡아채는 덫이었다.


부녀는 그물 안에 갇힌 동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기호랑이였다.


"야, 이거이, 자영이 생일날 우리 횡재했구먼, 이게 뭐야! 호랭이 아이네! "


"아바이, 오늘 쌀밥하고 쇠고깃국 먹을 수 있음메."


"쌀밥뿐이 갓네, 자영이 새 옷하고 신발도 사주지."


크게 기뻐하며 말하던 아버지가 입을 닫았다.


20년 사냥꾼의 본능으로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협곡을 넘어서는 강력하고 엄청난 기운이었다. 아버지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높은 바위 위에 집채만 한 호랑이가 아버지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발톱은 칼날처럼 크고 날카로웠고, 으르릉거리면서 드러난 이빨은 뽀죡하고 날카로워 쇠사슬도 끊을 것처럼 보였다.


'그르릉 그르릉’


맹수의 낮은 울림은 아버지와 자영에게 전달되어 심장이 징징거렸고 팔딱팔딱 뛰었다. 부녀는 고양이 앞에 바들바들 떠는 생쥐처럼 떨었다.


아버지는 어깨에 멘 사냥총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리면서 말했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지만 떨렸다.


“자영아, 정신 바짝 차리라우, 아마 잡힌 새끼의 애미 호랭이일게야, 잔뜩 독이 올랐을 기야. 저놈을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저놈의 밥이 될 기야. 자영이 반드시 살아나가야 한다. 알갓니? 반드시.”


어린 자영은 어미 호랑이의 증오에 찬 이글거리는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죽창을 꽉 쥐었다. 그녀의 손에 땀이 났다.


“자영아! 아바이가 총을 쏘면 호랭이가 달려들기야. 그때 저짝 바위 사이에 들어가라우. 알갓어? ”


“아바이, 싫습네다. 같이 싸울기라요”


“잔말 말고 시키는 대로... 앗~”



아버지 말이 끝나기 전에 아가리를 벌린 호랑이는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 채 그들을 향해 뛰어내렸다.


아버지는 뛰어 내려오는 호랑이 목에 한 발을 쏘았다. 허공에서 총알을 받은 호랑이는 떨어지면서 자영 손의 죽창에 찔렸다. 바닥의 지지를 받은 죽창은 호랑이의 단단한 가죽을 뚫고 가슴팍에 박혔다.


뛰어내리면서 총알을 맞고 죽창에 찔렸지만, 맹수는 아버지를 덮쳤다 맹수는 아버지의 몸통을 물었다. 피가 튀었다.


어린 자영은 아버지를 물고 있는 호랑이 목에 올랐다.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호랑이 목에 힘을 다해 꽂았다. 호랑이는 물고 있던 아버지를 놓았다.


목에 올라탄 자영을 떨어뜨리려고 호랑이는 공중으로 날뛰었다. 자영은 호랑이 목에 꽂힌 칼을 잡고 죽을 힘을 다해 매달렸다.


호랑이 목에서 터져 나온 피가 사방에 튀었다. 자영은 세상이 빨갛게 보였다.


호랑이는 날뛰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힘이 빠진 자영은 호랑이 목에서 떨어져 나갔다. 어린 자영의 몸이 공중 높이 올라 바닥에 떨어졌다.


‘쿵―’


피범벅이 된 호랑이가 사력을 다해 마지막 도전자를 응징하기 위해 쓰러진 자영에게 비틀거리며 다가갔다.


탕~


한 발의 총알이 호랑이 목에 꽂혔다. 허리가 찢어진 아버지는 바닥에 몸을 엎드린 채 마지막 한 발을 쏘았다.


자영의 머리에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쓰러져 있는 아버지 모습, 총에 맞아 비틀거리는 호랑이 모습이 겹쳐 보였다. 화약 냄새, 비릿한 피 냄새가 났다.


하늘과 나무가 빙빙 돌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



“자영아! 일어났음메, 일어났음메······.” 어머니의 목소리가 저세상의 음성처럼 윙윙 울렸다.


온 힘을 써 눈을 떴다. 몸통은 자영의 것이 아닌 것처럼 뻑뻑하고 쑤셨다. 엄마는 울었다. 동생 호영이도 보였다. 그의 뒤로 군관들이 보였다. 그 옆에 의사가 보였다.


“어마이! 아바이는? 아바이는?”


어머니는 말없이 울기만 했다. 멀리서 사람들이 쑥떡 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저 에미나이가 사냥꾼 아버지와 호래(호랑이)를 때려잡았대지 아이오. 아바이는 그 자리서 죽고 저 에미나이가 호래이(호랑이) 멕아지에 칼을 꽂았더래. 그 호래이 잡을려고 군관들 몇이 저세상으로 갔는데, 어린 에미나이가 대단하구먼.”


자영의 호흡이 다시 가빠졌다. 정신이 아늑해지고 의식을 잃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시간을 가늠할 수 없었다. 자영은 깨어났다.


보위부 군관 한 명이 병실에 찾아왔다.


“정자영 동지 몸은 괜찮소? 동지가 호래이 잡은 공은 대단하오.

하나 죽은 니 애비하고 니 애미는 공화국의 준엄한 공화국 법을 어겼슴에 처벌해야함메, 당의 허가 없이 산에서 살았고 사냥을 했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자영은 기력을 다해 울먹이며 애원했다.


“어마이와 호영이는 죄없슴네다. 아바이와 내가 사냥했슴네다. 군관 동지, 한 번만 봐주시라요.”




매일 아침 8시에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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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최종> 하회탈과 백수 +2 19.06.02 151 1 9쪽
48 위장 19.06.01 93 2 10쪽
47 태블릿피씨 19.05.31 88 2 10쪽
46 나바세 19.05.30 110 2 11쪽
45 부활 19.05.29 91 2 10쪽
44 고백 19.05.28 90 2 10쪽
43 죽음 19.05.27 90 2 13쪽
42 희망 19.05.26 85 2 10쪽
41 마지막 수단 19.05.25 87 2 12쪽
40 실패와 맞짱 19.05.24 98 2 13쪽
39 거래 19.05.23 102 2 8쪽
38 전우 19.05.22 102 2 9쪽
37 조력자 19.05.21 116 2 9쪽
36 제3의 권력 19.05.20 114 2 9쪽
35 세도정치 19.05.19 138 2 12쪽
34 민주공화국 19.05.18 132 2 13쪽
33 논쟁 19.05.17 157 3 8쪽
32 만남 19.05.16 121 2 9쪽
31 김유미 19.05.15 126 2 11쪽
30 필립 한 19.05.14 128 2 9쪽
29 록히드마틴 19.05.13 128 2 10쪽
28 아들 호준 19.05.12 136 2 13쪽
27 발리 꾸따해변 19.05.11 137 2 10쪽
26 실종 19.05.10 121 2 10쪽
25 누명 19.05.09 130 2 9쪽
24 작은 나라 생존전략 19.05.08 131 2 12쪽
23 지포라이터 19.05.07 143 2 12쪽
22 보복 19.05.06 134 2 11쪽
21 사드 배치 19.05.05 143 2 12쪽
20 보고서 19.05.04 152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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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3의 권력 19.05.02 159 3 10쪽
17 정의가 없는 나라 19.05.01 178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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