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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즈 삼국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석훈
작품등록일 :
2019.04.19 09:32
최근연재일 :
2019.06.0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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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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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중랑장 동탁

DUMMY

하루는 조조가 방에 혼자 있을 때였다.

마침 숙부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순간적으로 꾀가 떠오른 조조는 땅바닥에 쓰러져 병이 든 흉내를 냈다.

그는 사지를 뒤틀며 손으로 가슴을 쥐어뜯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놀란 숙부는 형인 조숭에게 달려가 그 사실을 알렸다.


조숭은 맏아들 조조를 끔찍이도 아꼈다. 실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한 자식이었다.

그는 너무 놀라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런데 어럽쇼?

조숭이 와서 보니 아들은 멀쩡했다.

그 사이에 조조는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책을 읽는 척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숭이 고개를 꺄웃하며 물었다.


“얘야, 벌써 나은 게냐? 숙부 말로는 네가 병에 걸려 쓰러졌다던데?”


조조는 능청스럽게 둘러댔다.


“아버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소자에게는 아무런 병도 없을뿐더러 이처럼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숙부님의 사랑을 잃어 그 같은 억울함을 당하는 듯합니다.”


조숭의 낯빛은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음, 그랬구나. 네 숙부가 지금껏 널 헐뜯은 거였구나. 내 이 녀석을 그냥!”


조숭은 뒤따라오던 동생의 귓불을 잡고 어딘가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조조는 고소하게 여겼다.

그 뒤로도 조조의 방탕한 짓은 계속 되었지만, 숙부는 뻔히 알면서도 형에게 일러바치지 못했다.

이때 조조와 가끔 어울려 못된 짓을 일삼던 패거리 중에는 훗날 그의 최대 적이 되는 원소(袁紹)도 끼어 있었다.


젊은 날의 조조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가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한번은 교현(橋玄)이란 사람을 찾아가 물었다.

교현은 조조의 상을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머잖아 천하에 큰 난리가 날 걸세. 어지러운 세상을 구할 인재는 하늘이 점지해 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 어쩜 자네가 그 사람일지도······.”


조조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복채만 주고 나왔다.

그는 다시 남양(南陽)의 하옹(何顒)을 찾아가 자신의 상을 물었다.

하옹 또한 앞서와 비슷한 말을 했다.


“장차 이 나라가 망할 것이네. 그때 천하를 안정시킬 수 있는 사람이 혹 자네일지도······.”


조조로서는 여전히 불만스런 대답이었다. 또다시 복채만 두둑이 내고 물러나왔다.

그러던 중 여남(汝南)에 사는 허소(許劭)라는 사람이 관상을 잘 본다는 소문을 듣게 되었다.

조조는 지체 없이 여남으로 찾아갔다. 그만큼 자신의 미래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는 허소를 만나 물었다.


“저는 어떤 사람입니까?”


허소는 조조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흠칫 놀랐다.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몸이 바짝 단 조조는 거듭해서 자신의 상을 물었다.

허소는 한동안 침묵하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조조를 특징짓는 그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댄 치세의 능신(能臣)이요, 난세의 간웅(奸雄)이다!”


즉, 태평한 세상에서는 훌륭한 신하가 되겠지만, 어지러운 세상에서는 간교한 영웅이 될 거라는 말이었다.

그제야 조조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 뒤로 두 번 다시 관상을 보러 다니지 않았다. 그가 원하던 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조조는 나이 스무 살에 효렴으로 뽑혀 벼슬길에 올랐고, 낭(郎)을 거쳐 낙양의 북도위(北都尉)로 임명되었다.

바로 그 시절에 유명한 사건을 하나 일으켰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오색(五色) 몽둥이 십여 개를 네 성문에 두고 수하들에게 명했다.


“법이란 지켜질 때 그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위고하를 따지지 말고, 법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저 몽둥이로 죄를 다스려라. 뒷일은 내가 책임지겠다!”


조조는 자신의 말대로 조그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가차 없이 몽둥이로 때려 처벌했다.

간혹 그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사람이 걸려들 때도 있었지만 예외란 없었다.

조조에게는 그 나름의 당찬 기질이 있었다.


당시 최고의 세도가는 십상시 중의 하나인 건석이였다.

그런데 건석의 숙부 되는 사람이 통행이 금지된 야밤에 칼을 차고 성내를 활보했다. 자기 조카의 힘을 믿고 그랬던 것이다.

때마침 밤 순찰을 돌던 조조에게 딱 걸려들었다.

건석의 숙부는 오히려 큰소리쳤다.


“야, 인마! 내가 누군지 알아? 바로 건석의 숙부 되는 사람이다. 살고 싶으면 당장 나를 풀어주고 무릎 꿇어라.”


조조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이 너 같은 놈이다. 게다가 협박까지 해?”


날이 밝자 조조는 건석의 숙부를 저잣거리로 끌고 갔다.

그런 다음, 성안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몽둥이로 때려 그자를 반쯤 죽여 놓았다.

건석의 숙부는 그 뒤로 다시는 걷지 못했다.

당연히 건석은 노발대발해서 조조를 잡아죽이려 했다. 하지만 같은 중상시인 조조의 할아버지 조등 때문에 감히 그에게 손을 댈 수 없었다.

집안 배경에 기대기는 조조나 건석의 숙부나 오십보백보였다.

어쨌든 이때부터 도성 안팎으로 법을 어기는 사람이 없어졌고, 조조의 매서운 이름은 천하에 널리 알려졌다.

누상촌에 살던 유비도 이때 처음으로 그 이름을 듣게 되었다.


그 후 조조는 돈구령(頓丘令)을 지내다가 황건적의 난이 일어나자 기도위로 발탁되었다.

그는 마보군(馬步軍) 오천을 이끌고 영주의 관군을 돕기 위해 달려오다, 운 좋게도 패주하던 장량·장보 형제와 맞닥뜨렸던 것이다.


조조는 길을 막아선 채 군사를 휘몰아 도적떼를 공격했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황건적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조조는 적의 머리 만여 개를 베고 깃발이며 징과 북, 말 등을 수없이 노획하는 큰 공을 세웠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적장은 놓치고 말았다.


조조는 황보숭과 주준의 영채로 찾아가 전공을 보고하고 빼앗은 적의 무기와 말 등을 바쳤다.

그는 자신의 병력만 거느린 채 장량·장보 형제의 뒤를 쫓았다.



***



한편 관우·장비 두 아우와 함께 부지런히 영천으로 오던 유비는 멀리서 들려오는 살기 띤 함성과 하늘 높이 치솟는 불길을 보게 되었다.

그가 군사를 이끌고 급히 달려가 보니 도적떼는 이미 화공에 당해 흩어진 뒤였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도 황건적과 싸울 기회는 없었다.

유비는 곧 황보숭과 주준을 찾아가 뵙고 노식의 뜻을 전했다.

황보숭이 반기며 말했다.


“이곳의 황건적은 이미 토벌되었네. 무리를 다 잃고 기세가 꺾인 장량과 장보는 틀림없이 광종에 있는 장각을 찾아가 의지할 걸세. 그러니 현덕은 서둘러 돌아가 노 중랑을 돕도록 하게.”


유비로서는 맥 빠지는 소리였다.

그러나 별도리 없는지라 군사를 되돌려 광종으로 향했다.

그들이 왔던 길을 반 정도 되돌아갔을 때였다. 맞은편에서 한 무리의 군마가 함거(檻車) 한 채를 호송해 오는 게 보였다.

유비는 한쪽으로 비켜서며 무심코 함거 안을 들여다봤다.

그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뜻밖에도 그 속에 갇힌 죄인은 바로 스승 노식이었기 때문이다.

유비는 말에서 급히 내려 함거로 달려갔다.

함거를 호송하던 군사들이 막으려 했으나 소용없었다. 눈알을 부라리며 쓱 나서는 장비에게 다들 겁을 집어먹었던 것이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유비가 물었다.


“스승님, 대체 이게 무슨 일입니까? 함거 속의 죄인이라니요?”


노식은 초췌한 얼굴로 길게 탄식했다.


“내가 오랫동안 장각과 대치하고 있었던 것은 그자가 요술을 부려 아군을 곤경에 빠트렸기 때문이야. 그걸 깨뜨리기 위해 나름으로 궁리하고 있었는데, 조정에서 이곳 사정을 알아보려고 환관 좌풍(左豊)을 보내왔네. 한데 좌풍이란 자는 이곳 전황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원하는 건 뇌물뿐이었어. 그래서 ‘군량도 부족한 형편인데 사자에게 줄 재물이 어디 있겠소?’라고 말했더니 그자가 앙심을 품고 조정으로 돌아가 나를 참소했다네. 내가 황건적과 싸울 생각은 않고 보루만 높이 쌓은 채 군심을 태만하게 만들었다는 게지. 진노한 황제께서는 중랑장 동탁(董卓)을 보내 이곳 병력을 대신 이끌게 하고, 날 도성으로 잡아들여 죄를 물으려 하신다네.”


말을 다 듣고 난 장비는 불같이 화를 냈다.


“이런 우라질! 함거를 호송하는 놈들을 모조리 때려죽여 버리고 선생을 구해내겠다!”


장비는 정말로 호송병들을 때려죽이고 함거 속에서 노식을 꺼내려 했다.

기겁한 호송병들은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쏟았다.

유비가 급히 나서 말렸다.


“조정에도 옳은 공론이 있을 터인데, 아우가 나서 어쩌려 하는가?”


그래도 장비는 화를 풀지 못하고 호송병들을 노려보며 씩씩거렸다.

관우까지 나서 말렸다.

그제야 장비는 호송병들을 놔두고 길옆의 나무를 냅다 차며 대신 분풀이했다.

유비는 함거에 갇힌 스승과 눈물로 작별했다.

호송병들은 장비가 또 변덕을 부릴지 몰라, 함거를 앞뒤로 에워싼 채 서둘러 떠나갔다.

그렇게 되자 유비는 졸지에 오갈 곳이 없어져 버렸다. 군사를 잠시 쉬게 하고 삼형제는 길에서 의논했다.

관우가 의견을 냈다.


“형님,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일단 탁군으로 돌아가서 뒷일을 기약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광종에는 압송된 노 중랑을 대신해 다른 사람이 와서 군사를 거느린다고 하니, 우리가 가 봐야 별로 반겨주지 않을 겁니다.”


유비도 달리 방법이 없는지라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삼형제는 탁군이 있는 북쪽으로 길을 잡았다.

그렇게 행군해 간 지 이틀이 되지 않았을 때였다. 홀연 산 너머에서 큰 지진이라도 난 듯한 함성이 들려왔다.

유비는 두 아우와 함께 말을 몰아 높은 산등성이로 올라가 살펴봤다.

저 멀리에서 관군이 크게 패해 도망쳐 오는 게 보였고, 그 뒤를 산과 들을 온통 뒤덮은 황건적이 쫓고 있었다.

게다가 도적떼의 선두에서 펄럭이는 깃발에는 ‘천공장군’이라고 크게 쓰여 있었다.

유비는 두 아우에게 말했다.


“저기에 도적 괴수 장각이 있을 것이다. 얼른 가서 싸우도록 하자!”


유비 삼형제는 앞서 말을 달리며 군사를 휘몰아 황건적을 들이쳤다.

관군의 주력을 꺾고 한창 기세 좋게 뒤쫓던 도적떼는 느닷없는 기습공격을 당하자 큰 혼란에 빠졌다.

장각은 적병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생각도 못하고 군사를 거두어 오십 리나 달아났다.

유비와 두 아우는 관군을 이끌던 장수를 구해 그의 영채까지 데려다주었다.

비대한 몸집의 관군 대장은 유비를 자신의 장막으로 초대해 두 손을 모으고 절했다.


“큰 은혜를 입었소. 나는 노식 장군의 뒤를 이어 중랑장이 된 동탁이오. 세 분은 어떤 관직에 계시오?”


유비도 예를 갖추어 대답했다.


“아직 모두 백신(白身·벼슬이 없는 자)입니다.”


“백신? 그럼 의군이란 소린가? 이런, 내가 잡병 나부랭이의 도움을 받다니 참으로 수치로다.”


동탁은 돌연 거만해져서는 유비를 업신여겼다.

유비는 동탁을 잠시 노려보다 말없이 그곳에서 걸어 나왔다.

장막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장비가 길길이 날뛰었다. 그는 분을 참지 못하고 팔소매를 걷어붙였다.


“뭐가 어쩌고 어째? 우리가 피 흘려가며 제 놈을 구해줬더니 기껏 한다는 소리가 잡병 나부랭이? 저 무례한 놈을 베지 않고서는 이 분을 풀 길이 없다. 오냐, 이 천한 놈아! 오늘 어디 잡병의 칼맛 좀 봐라!”


장비는 손바닥에 침을 퉤 뱉고 칼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장막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인간은 예로부터 권력과 이익을 좇나니,

벼슬도 하지 않은 숨은 영웅을 뉘 알아주랴.

쾌남아 장익덕을 어찌 얻을 수가 있다면,

그를 부추겨 속된 인간을 싹 쓸어 버리려만.



***



장비를 이토록 분노하게 만든 동탁은 어떤 인물인가?


동탁의 자는 중영(仲穎)으로 농서(隴西) 임조(臨洮) 출신이었다. 그는 하동 태수(河東太守)를 지냈는데 타고난 성품이 교만하고 거칠었다.

동탁은 몹시 뚱뚱해서 걸을 때마다 온몸의 살이 출렁거렸다.

얼굴 양볼의 살이 축 처져 있었고, 눈꼬리와 입가도 아래로 처져 있었으며, 수염은 아래턱을 온통 뒤덮고 있었다.


원래 동탁은 서쪽 변방인 서량(西凉)에서 무장으로 오랫동안 지냈다.

그런 인연으로 강인(羌人)들과 맞서 싸우던 서량의 거친 군사들을 다루는데 익숙해졌고, 나중에는 그 군사력이 자기가 천하의 권력을 장악하는 발판이 되었다.

동탁은 미련해 보이는 외형과는 달리 처세에 능했다.

조정의 힘 있는 관리들에게 이리저리 줄을 대어 항상 나이에 비해 높은 관직을 차지하고는 했다.

또한 나름으로 유능한 면도 있었다. 황건적의 난리로 나라가 위태로울 때 토벌군 대장으로 임명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훗날 워낙에 악행을 저지르다 보니 그가 지닌 무장으로서의 능력까지 깎여졌던 것이다.

그러한 내력을 가진 동탁의 눈에 시골 의병장에 불과한 유비가 들어올 리 없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는 것은 그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러니 동탁이 유비를 애써 무시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 같은 전후 사정을 장비가 알 길 없었다.

다만 유비가 모욕을 당하자 발끈해서는 칼을 빼들고 동탁을 죽이려 들었던 것이다.

놀란 유비와 관우가 급히 그의 팔을 잡아챘다.


“아우는 참게! 그래도 저자는 조정에서 보낸 장수인데 어찌 우리 마음대로 죽인단 말인가?”


장비는 한차례 부르르 떨고 나서 울분을 토해냈다.


“저 천한 놈을 죽이지 않고 되레 그 밑에서 명령을 받게 된 말씀이오? 난 때려죽여도 그 짓은 못 하니, 두 분 형님은 여기 계시려면 그러시오. 나 혼자서라도 딴 곳으로 가겠소.”


유비가 엄히 꾸짖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 세 사람은 생사를 함께하기로 한 사이인데 어찌 헤어진단 말인가. 네가 있는 곳, 네가 가는 곳에는 우리도 항상 함께한다. 그게 형제다!”


“그러면 이 한이 좀 풀리겠소. 당장 떠납시다!”


유비 삼 형제는 자신들이 거느리고 온 5백 용사만 데리고 동탁의 군영을 떠났다.

처음에는 탁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도저히 빈손으로 고향에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 형제는 다시 의논한 끝에 주준 장군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들이 여러 날을 행군해서 주준의 영채를 찾아가자 의외로 반갑게 맞아주었다.

주준은 양쪽 군사를 하나로 합친 다음, 유비를 앞세워 도적떼 토벌에 나섰다.


이 무렵, 황보숭은 곡양(曲陽)에서 장량이 이끄는 황건적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특히 조조는 선봉으로 나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유비 삼형제는 동탁에게 당한 수모를 분풀이라도 하듯, 황건적 8, 9만 명을 이끌고 관군과 대치 중이던 장보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장보는 버텨내지 못하고 협곡이 진 산 뒤로 도적떼를 후퇴시켰다. 장보는 부장 고승(高昇)을 내보내 관군의 기를 꺾어 놓으려 했다.

그에 맞서 유비는 장비를 출전시켰다.

고승은 말을 거칠게 몰아 장비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가 어찌 장비의 상대가 되겠는가.

고승은 몇 합 겨뤄 보지도 못한 채, 장비가 내지른 창에 찔려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승세를 탄 관군은 선봉에 나선 유비 삼형제와 함께 총공격에 나섰다.

황건적은 큰 혼란에 빠졌다.

바로 이때, 장보가 말을 타고 협곡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를 풀어헤친 장보는 한 손으로는 장검을 들고 한 손으로는 중지를 내밀며 이상야릇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사바사바 아하하요! 쓰바쓰바 이히히요!”


그러자 먼 곳으로부터 세찬 바람이 불어오더니 흙모래가 흩날리고 돌이 굴러 눈앞을 어지럽혔다.

동시에 마른하늘에서 우레가 치고 한 가닥 검은 기운이 아래로 스멀스멀 내려와 협곡 주위에 자욱이 깔렸다.

더 놀라운 점은 그 검은 기운을 타고 무수히 많은 말 탄 군사들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것이다.


유비가 놀랄 새도 없이 위에서 내려온 기병(奇兵)들이 마치 관군을 공격하는 듯했다.

그 바람에 관군은 완전히 얼이 빠져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크게 패했다.

유비는 황망히 군사를 거두어 퇴각했다.


영채로 돌아온 유비는 주준과 마주 앉아 그 괴이한 현상에 대해 의논했다.

주준은 그동안 황건적을 많이 상대해 봤고, 괴이한 술법에 관해서도 들은 바가 있었다. 그는 한 계책을 일러주었다.


“저것은 필시 장보가 속임수를 쓰는 것이야. 흙먼지를 자욱하게 일으켜 우리 군사들을 현혹시키는 거지. 아군이 저런 술수에 속지만 않으면 하늘에서 내려왔다는 인마는 우리한테 전혀 해를 끼치지 못할 것이네. 현덕은 내일 돼지와 개, 양을 잡아 그 피를 따로 가죽 부대에 받은 다음 협곡 위에 숨겨두고 적을 유인하게. 도적들이 협곡으로 들어왔을 때 짐승 피를 아래로 뿌리면 그 술법은 단박에 깨질 것이고, 때를 같이하여 군사를 휘몰아 공격을 퍼부으며 적병을 간단히 무찌를 수 있을 것이네.”


유비는 그 계책을 따랐다.

곧 군사들에게 명해 민가에서 돼지와 개, 양 등을 끌고 오게 했다.

유비는 그 짐승들을 잡아 가죽 부대 여러 곳에 피를 모으고 거기에 오물도 같이 섞었다.

두 아우인 관우와 장비에게 그 가죽 부대를 내준 다음, 각기 군사 천 명씩을 거느리고 협곡 위에 매복토록 했다.

준비를 모두 마친 유비는 이제 황건적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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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어리석은 하진 19.06.09 10 0 12쪽
8 8화. 사세삼공의 귀공자 19.06.01 32 1 14쪽
7 7화. 독우 구타사건 19.05.25 48 0 16쪽
6 6화. 전당호의 해적 19.05.19 47 0 16쪽
» 5화. 중랑장 동탁 19.05.11 57 0 18쪽
4 4화. 난세의 간웅 19.05.05 83 0 15쪽
3 3화. 도원결의 +1 19.04.26 137 1 14쪽
2 2화. 황건적의 난 19.04.22 193 2 15쪽
1 1화. 장각의 등장 +2 19.04.19 336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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