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속에서 1000만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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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티드
작품등록일 :
2019.04.19 16:14
최근연재일 :
2019.05.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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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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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어긋남

DUMMY

그들은 모체를 찾아 며칠 동안 중국 땅을 돌아다니다 결국 모체가 한국에 있다는 걸 알아내고 급히 돌아온 것이었다.


스아아아!!


한도겸과 신누리의 등장에 사방의 변이체들이 소리를 질렀다.


스윽.


“저기 숨어 있네요.”


변이체들을 슥 훑어 본 한도겸이 중국인을 가리키며 신누리에게 말했다.

평범한 변이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저 놈이 바로 퀸이었다.


“서이수씨가 그래도 잘 막아뒀네요.”

“이제 신누리씨 차례입니다.”


한도겸의 말에 신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아아아!!


자신의 정체가 들통 났다는 걸 깨달은 걸까 퀸 변이체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모든 변이체가 그들을 향해 달려드는데, 신누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퀸을 향해 움직였다.

그 모습에 한도겸은 탐식이를 꺼냈다.


-으윽... 저건 진짜 최악입니다만.


이미 많은 변이체를 경험한 탐식이는 놈들이 주는 최악의 맛에 부르르 떨며 거부를 했지만 한도겸은 그런 녀석을 무시하고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쩌저저적!!!


검 끝에서 나온 냉기가 순식간에 사방을 뒤덮으며 변이체와 함께 공간자체를 얼려버리고, 신누리와 모체를 품고 있는 변이체만 남았다.


“후우-.”


신누리는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변이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변이체도 잠시 주저하더니 한도겸이 아닌 신누리가 달려오자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무려 기생체들의 모체 중 모체였다. 그동안 모은 혼의 힘이 어마어마한 놈은 한걸음 뗄 때마다 모습이 마구 변했다.


-우웩! 역시 저 벌레는 정이 안갑니다.


탐식이가 그 모습을 보며 헛구역질 내는 소릴 냈다. 확실히 한도겸도 비위가 상할 정도긴 했다.

목이 애벌레 몸통처럼 변하고 사지는 거미의 발처럼 길어진 건 애교에 불과했다.

빵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몸에는 사람의 얼굴이 하나하나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 제각각의 표정을 지으며 박혀 있었다. 그 얼굴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벌려진 입에 애벌레 대가리를 한 혀가 낼름거리고 있다는 거였다.


“으음...”


한도겸조차 말리고 싶을 정도의 비주얼이었지만, 그런 놈을 향해 신누리는 아무렇지 않게 뛰어들었다.


“흐압!!”


가까이 다가간 신누리가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한도겸은 급히 탐식이를 휘둘러 신누리를 붙잡으려는 놈의 혀들을 잘라냈다.


-으아아아! 으아! 우웁!


자신의 검신에 놈의 혀가 닿는 것도 싫은 지 탐식이가 아주 제대로 호들갑을 떨어댄다. 보통 같았으면 좋다고 낼름낼름 먹었을 텐데 그런 것도 없었다.


콱!!


한도겸의 보조 아래 신누리가 드디어 놈의 머리에 손을 댔다.


푸욱!!


단숨에 자신의 재능, 제작으로 재료 손질을 하듯 놈의 머릿속에 손을 집어넣은 신누리는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놈의 체액을 다 묻히다가 갑자기 양 손을 쑥 꺼냈다.


“찾았어요!!”

“으음... 굳이 안 보여주셔도 됩니다만.”

“네? 이것 좀 보라고요!! 이제 저 사람들 다 살릴 수 있어요!”

“...”


한도겸은 신누리가 왜 저렇게 신이 났는지 알고 있지만 그래도 좀 그랬다. 온 몸에 썩 좋지 않은 색(똥색)의 체액을 잔뜩 묻히고 손에는 머리통 만한 애벌레를 들고 있는 모습은... 가까이 오게 하고 싶지 않는 모습이었다.


“왜 그러세요?”


하지만 그걸 모르는지 신누리는 순진무가한 표정으로 애벌레(기생체의 모체)를 들고 한도겸에게 다가왔다.


-으아아아! 마스터! 저건, 저건 안 됩니다!


한도겸은 자신도 모르게 탐식이의 말에 동의하며 뒷걸음질 치려는데,


“법의 성역!”


갑자기 왠지 모르게 재수 없는 소리가 울렸다.


‘음?’


소리의 주인을 향해 한도겸이 돌아보려는데,


“이곳에선 내 말이 곧 법! 지금부터 법을 제정하겠다.”


김앤장의 김, 김수로가 당당하면서 뻔뻔한 모습으로 왁스를 떡칠한 머리를 만지며 둘에게 다가왔다.


“흐흐흐, 여긴 불멸의 기사 할애비가 와도 못 벗어나. 왜 인줄 알아?”

“?”

“내가 곧 법이거든.”


김수로가 한도겸과 신누리, 그리고 아란켈 길드원들을 보며 재수 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마스터, 저 광증 있는 건 안 먹습니다.

‘나도 저런 건 안 먹여.’


김수로의 모습에 한도겸은 한숨을 내쉬었다. 벌레들의 모체를 처리하고 거인들에게 가야 되는데 쓸데없는 게 시간 낭비하게 만들고 있었다.






김수로는 자신이 마치 왕이 된 듯 건들건들거리는 몸짓으로 한도겸에게 다가왔다.


“자자, 다들 이리로 모이라고, 아! 서이수씨? 저기 입구 좀 막아줄래?”

“뭐? 내가 왜...!”


김수로에게선 더 이상 존대가 없었다.

서이수가 그런 김수로의 말에 인상을 쓰며 거절하려 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얼음벽을 세웠다.

이제 그들은 차이나타운을 둘러싼 얼음 돔에 갇히게 되었다.

외부와 단절된 것이다.


“젠장...”


김수로가 모이라는 말에 저절로 움직이는 발 때문에 다들 욕을 내뱉었지만 그 말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김수로의 말대로 이곳은 그의 세상이었다.

한도겸은 그 모습에 좀 더 장단을 맞추다가 끝낼까 생각했지만 시간 낭비라는 걸 깨닫고 검을 들었다.


“으음? 쯧쯧 아직도 실감이 안 나나 본데... 그 검 꽤 좋아 보이네. 이리 내놔.”


한도겸이 검을 들자 김수로가 피식 웃으며 손을 뻗었다. 탐식이를 가져가려는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서걱!!

“?!”


김수로는 오히려 자신의 손을 내놔야 했다.


“신누리씨? 얼른 그놈 가지고 변이체들, 그리고 잠복해 있는 기생체를 없애주세요.”

“네!”


탐식이를 향해 뻗어진 김수로의 팔을 그대로 어깨 죽지부터 잘라버린 한도겸이 신누리에게 말했다.


“크아아악!!”


자신의 팔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이제야 인지한 김수로가 고통스런 비명을 질러댔지만 이곳엔 그를 동정하는 자가 없었다.

그러게 왜 그냥 가만히 있지 나댄 걸까.


“법이라...”


김수로의 팔을 날려버린 한도겸은 놈의 재능에 제법 흥미를 가졌다. 물론 그가 직접 사용하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먹어.”

-예? 저걸요? 별론 것 같습니다만?


탐식이가 소소하게 반항했지만 한도겸은 무시했다.

팔을 잃고 괴로워하고 있던 김수로는 한도겸이 다가오자 정신을 차리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이,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아!?”

“뭐지, 이 참신한 병신은.”


자기가 사람들 눈을 가려놓고 이제 와서 이래도 될 것 같냐고 묻는다.

한도겸은 참신한 모습에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다가 돌연 검을 휘둘렀다. 김수로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바짝 긴장하고 있었던 듯 한도겸이 검을 휘두르자 바로 대응했다.


“내 말이 곧 법이다! 나를 제외한...!”


발동조건이 말을 해야 하는 건지 뭐라고 말하는 김수로.

하지만 한도겸의 검은 놈의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세로로 놈을 베고 지나갔다.


사라락!


한도겸의 검이 자신을 가르는 것을 눈앞에서 본 김수로는 말을 하다 멈춰 서서 멍하니 앞을 바라봤다.

육체는 아무 문제없었다.

한도겸이 휘두른 검은 혼의 검이었으니까.


-으음~ 이거 생각보다 맛있습니다.


대신 김수로의 혼은 반쪽으로 갈라져 탐식이의 입으로 들어갔다. 육체만 살아있는 한강현과 같은 상태가 된 김수로에게서 관심을 끄고 신누리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될 것 같습니까? 안 되면...”

“될 것 같아요. 잠시 만요.”


신누리는 보기만 해도 혐오스런 것에 손을 대고 한참 골똘히 생각을 했다. 그녀는 퀸이라고 명명한 벌레의 혼을 만지고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한도겸은 이번엔 서이수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떻게 된 거예요?”


한도겸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서이수가 물었다.


“중국에 좀비라는 놈들이 나타난 건 들었을 겁니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한도겸은 이들에게 간략하게 설명해주기로 했다.


“네. 이 팀장님한테 들었어요. 그것 때문에 중국이 난리라고 하던데...”

“그 좀비라는 것을 만들어 낸 게 신누리씨가 잡고 있는 저 벌레입니다. 그것들의 모체죠.”


중국에 있어야 할 저것은 인위적인 경로를 통해 한국으로 넘어왔다. 한도겸은 그 보랏빛 피부의 괴상한 것을 떠올리며 천천히 그때의 일을 설명했다.


***


모체들의 모체, 퀸이 있다는 걸 알고 한도겸과 신누리는 도시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놈은 없었다.

한 지역을 아우르는 모체만 있을 뿐 모체들의 모체는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여긴 없는 것 같습니다.”


한도겸이 신누리에게 그렇게 말하며 퀸을 찾는 걸 멈췄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신누리는 그런 그에게 조금만 더 찾아보는 게 어떠냐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고집을 피우기엔 단서가 너무 없었던 것이다. 한도겸이 어디 놀러가자고 한 것도 아니고 다른 일도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문득 본 한도겸의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았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우겼죠?”


다시 우울한 신누리가 된 그녀가 굳어진 인상의 한도겸에게 사과를 했는데 그에게서 답이 없었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한도겸을 보는데 어쩐지 그의 시선이 엉뚱한 곳을 향해 있었다.


“대표님?”

“음? 아아, 잠깐만요.”


신누리의 부름에 잠깐 표정이 풀어졌단 한도겸은 다시 인상을 쓰며 어딘가를 노려봤다. 그러다 갑자기 삭월을 사용한 그는 순식간에 어딘가로 사라졌다.


“화가 많이 나신 건 아닌 것 같은데...”


신누리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한도겸에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고 기다리기로 했다.


...


한편 급히 삭월을 쓰고 누군가의 뒤를 쫓던 한도겸은 자신의 미행이 들켰다는 걸 깨달았다.


스윽.


“응? 누구지?”


한도겸의 미행을 알아차리고 되레 그를 끌어들인 놈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사람은 아닌 것 같고, 뭐지?”


하지만 한도겸은 놈의 말에 대답이 아닌 질문으로 답했다. 사람의 거죽을 쓰긴 했지만 상대는 사람이 아니었다. 한도겸의 눈에 놈은 보라색 피부를 가진 괴생명체였다.


“재미있는 인간이군.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겁도 없이 쫓아와?”


한도겸의 반응에 놈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모습을 변형시켰다.

거의 두 배에 가까운 크기로 부풀어 오르고 보라색의 금속 같은 피부와 근육, 그리고 길게 찢어진 입.

절대 사람은 아니었다.


‘군주인가?’


한도겸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놈이 달려드는 바람에 더 생각할 순 없었다.

금속 재질 같은 팔이 마치 거대한 해머처럼 변해 한도겸을 터트려버릴 듯 하늘에서 떨어졌다.


콰앙!!

탐식이를 꺼내 그 공격을 쳐낸 한도겸은 생각보다 더 무겁고 강한 반탄력에 씩 웃었다.


-좀 이상하게 생기긴 했지만 맛있어 보입니다. 마스터.


한도겸의 생각과 탐식이의 생각이 거의 처음으로 일치했다. 놈의 몸은 탐식이가 성장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음?”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보라색 피부의 정체모를 놈이 인상을 쓰며 다시 달려들었다. 놈의 몸은 하나의 형태가 아니라 액체처럼 마구 변했다.

검, 도, 도끼, 창, 해머, 활, 방패, 심지어...


‘레이저?’


레일건과 같은 형태로도 변했다. 그냥 생긴 것만 그렇게 바뀐 게 아니라 건에서 실제로 강력한 에너지 빔이 터져 나와 한도겸을 공격하기도 했다.

둘의 공방으로 주변은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갔지만 생각보다 전투는 길어졌다.


카아아앙!!!

한도겸의 탐식이를 놈의 양손으로 만든 방패로 빗겨냈다.

여태까지 한도겸이 상대했던 놈들 중에서 가장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놈이었다. 힘을 따지면 조금 부족했지만 한도겸의 검을 버티는 몸의 강도, 그리고 여러 가지의 병장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놈은 그를 꽤나 성가시게 만들었다.

물론 그게 다였긴 했다.

한도겸은 놈처럼 필사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탐식이에게 먹일 먹이를 확인하듯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뿐이었다.


“괜찮네.”

-마음에 듭니다! 마스터. 저걸로 저의 이 비실비실(?)한 바디를 좀 더 강려크하게 바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탐식이의 답에 한도겸은 테스트를 끝내려 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의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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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8화-군주 살해자 +12 19.05.17 5,944 118 13쪽
27 27화-스며든 것들 +11 19.05.16 6,189 123 14쪽
26 26화-인벨 경매장 +12 19.05.15 6,379 123 13쪽
25 25화-변하는 세계 +10 19.05.14 6,720 12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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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꿈에서 깰 시간 +10 19.05.12 7,694 134 13쪽
22 22화-악몽 +9 19.05.11 8,059 141 14쪽
21 21화-진짜 군주는 맞는데...(2) +12 19.05.10 8,446 133 13쪽
20 20화-진짜 군주는 맞는데... +9 19.05.09 8,783 143 12쪽
19 19화-망나니가 망나니하다 +10 19.05.08 8,984 146 13쪽
18 18화-얕은 수작의 대가(2) +16 19.05.07 9,106 158 15쪽
17 17화-얕은 수작의 대가 +10 19.05.06 9,423 151 14쪽
16 16화-싹을 틔우다 +7 19.05.05 9,868 154 13쪽
15 15화-넝쿨 째 들어온 +5 19.05.04 10,254 16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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