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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데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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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통9
그림/삽화
XXXXXXXXXXXXXXXXXXXX
작품등록일 :
2019.04.20 23:43
최근연재일 :
2019.06.2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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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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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다른 이의 충고를 우습게 여기는 자는, 결국 흙바닥이나 굴러먹는 것이다.

DUMMY

*



퍽.


연탄재를 걷어차듯, 고블린 서넛을 들이받으며 지상으로 나왔다.


순간적으로 한 놈의 팔이 바퀴에 빨려들며 차체가 크게 기울었으나, 적시에 터진 보미의 마법이 균형을 바로 잡았다.


펑. 펑.


크고 작은 압축 공기가 봉고차 양 옆에서 정신없이 터졌다.


“어떻게든 전복되는 일은 없게 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고 달려요!”


보미가 외쳤고, 건달은 핸들을 꺾었다.

왼쪽으로 급회전한 봉고차는 의자와 테이블을 볼링핀처럼 흐트러뜨리며 카페테라스를 가로 질렀다. 부서진 간판, 반파된 오토바이, 사체 따위를 타고 넘으며 시속 50km까지 속력을 높였다.


“우회전! 우회전! 앞에 보이는 편의점을 끼고 돌아요!”


탈출에 앞서

강의실 창 너머로 도주 경로를 파악해두긴 했으나, 실제 골목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이 근방 지리에 밝은 운전기사가 있다는 건 천운이었다.


“그 쪽으로 가면 일차선 도로요! 막혔으면 답 없습니다! 좌회전해서 철물점 끼고 우회전!”


“씨발! 영감 눈에는 저 뒤집힌 트럭이 안보여?”


“후미부 뚫고 가쇼! 저 정도 틈이면 빠져나갈 수 있어!”


“미친... 꽉 잡아!!”


건달은 인도와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오갔고, 때때로 쾅! 쾅! 장애물을 들이받아 진입 공간을 만들어 냈다.


그들의 목적지는 양재역.

어떻게든 빌딩 밀집 지역을 벗어나, 강남대로를 탈 예정이었다.


“강남대로라구요? 거긴 버려진 차로 가득해서 옴짝달싹도 못할 텐데...”


운전기사의 우려에, 숨을 몰아쉬던 홍과장이 대꾸했다.


“그런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그 일대는 이미... 아스팔트 조각 하나 남아 있지 않을 거에요.”


그들이 몸을 숨겼던 학원은 역삼 1동의 주민센터 인근. 강남대로를 기준으로 그 반대편인 서초 2동은 아공간 생성 초기에 잿더미로 화했다.


이유는 로즈 발키리즈의 공습.


서울시의 ‘도시 요새화’ 정책에 따라, 군부대로 바뀐 서초 2동의 주둔 부대는 대공포 포병. 총 72개의 포구는 타켓의 출현과 동시에 화력을 쏟아냈으나, 교전은 1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아니, 그건 교전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현대 화포로 상대 가능한 마물의 레벨 수준은 ‘13’ 이하.

애석하게도 로즈 발키리즈의 레벨은 ‘50’에 육박했다. 수십 마리가 뱉어내는 섭씨 5천도의 화염은 한 순간에 서초 2동을 핏빛 장미로 뒤덮었다.



“아... 아저씨 많이 아파요?”


정신없이 요동치는 차 안, 창백한 사람들 사이로 꼬마가 재차 물었다. 어른들도 제 안위를 살피기에 급급한데, 기특한 녀석이었다.


“아저씨는 괜찮으니까, 눈 감고 엄마를 꼭 붙들고 있으렴.”


홍과장은 거칠게 뱉어내던 숨을 억누르고, 엷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숨통이 조여오고, 심장이 두어 배는 빠르게 격동했다. 비대한 몸의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지하 주차장에서 시체 셋을 일으킨 게 무리가 됐다.


불완전 각성자를 속박하는 봉인은 단순히 대상자의 레벨 승화만을 재재하는 것은 아니다. 마력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쥐어짜는 격통을 유발한다.


그것은 일종의 경고다.

몸 안에 잠든 괴물을 건드리지 말라는...



“...아저씨, 저 때문에 아픈 거 맞죠?”


“그래, 맞단다. 그리고 네가 자꾸 물어보니까 더 아프구나.”


“...”


홍과장은 경련하는 눈꺼풀을 비비며,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고블린 무리를 살폈다.


흰 말벌 고블린,


긴 팔 고블린,


파란 갈퀴 고블린...


대략 세, 네 종이 뿔피리를 불고, 괴성을 지르며 봉고차를 쫒고 있었다. 코두덕과 늑대에 올라탄 선두 기동대만 오십. 뒤따르는 놈들까지 합하면 삼백 이상이었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장관이네.’


스물에서 서른 정도가 한 부락을 이루는 놈들의 특성상, 저 정도의 규모가 단합하여 움직일 정도라면 통솔력이 있는 '고블린 로드'가 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 로드가 노리는 건, 역시 마력을 가진 저 아가씨겠지...


홍과장은 보미를 쳐다보고 있다가, 또 가슴으로 시선을 옮겼다. 팔의 움직임에 따라 슬라임처럼 움직이는 봉긋한 가슴 위로 문구가 물결쳤다.



I'm a Philanthropist.



홍과장은 불현 듯, 죽은 아내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중구 씨, 박애주의자가 왜 박애주의자인지 알아?”


“몰라, 왜?”


“제일 먼저 머리가 ‘빠개’지거든.”


저녁밥을 먹다말고 그렇게 말한 아내는,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한참을 깔깔 웃었다. 그리고는 남을 위해 희생하는 부류가 단명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주절주절 늘어놨다.


“있잖아. 그건 자연의 규칙 같은 거야. 가속력은 F=MB이라던가, 사랑은 S=EX라던가... 또 질량 보존의 법칙 뭐 그런거 같이,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거라고...”

홍과장은 굳이 F=MA라고 정정하지 않았다.


“그래? 그것보다 국 한 그릇 더 줄래? 맛있네.”


“명심해. 나는 중구씨가 좋은 사람이라서 결혼했지만, 여보 성격은 문제가 있어. 오늘 일 만해도 그래. 부하직원 잘못을 왜 여보가 뒤집어 써? 왜 굳이...”


“알았으니까 잔소리 좀 그만해.”


“...멈춰 보시던가.”


“뭐?”


“키스해 줘.”


“밥 먹다가?”


“응.”


별 대수롭지 않은 신혼 무렵의 조각이었으나, 홍과장은 아내가 죽고도 몇 번이나 그날의 대화를 떠올렸다. 실제로 전생에 홍과장이 겪은 수많은 사람 중, 좋은 사람은 다 죽거나 다쳤다. 정말로 ‘박애’주의자는 가장 먼저 머리가 ‘빠개’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아내 역시,




좋은 사람이었기에 죽었다.








“강남 대로에요!”


건달은 도로에 인접한 증권사 건물 1층을 관통했다. 강남대로에 진입하는 즉시 사람들은 신음했다.


“어떻게...”


어디서부터가 도로고, 어디부터 도로변인지 구분 할 수 없었다. 썩은 이처럼 흉물스런 빌딩 숲을 배경으로, 패이고 부서진 콘크리트 자갈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니미, 씨발. 지면이 울퉁불퉁해서 속력을 못 내겠어.”


“달려요!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덜컹덜컹 차가 뒤집힐 듯 요동했다. 고블린들은 골목을 벗어나며 속력을 더욱 붙였다. 화재로 인한 연기, 회색 분진으로 시야가 탁했다. 쐐애액- 바람을 가르며 날아든 화살이 차창에 부딪쳤다.


“저... 절 죽여주시..십시오. 너무 괴롭습니다.”


그 와중에 의식을 잃었던 군인이 깨어났다. 고블린의 독으로 얼굴이 시커멓게 변한 군인은, 주위 사람들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애걸했다.


“제발... 제발...”


“조금만 견뎌요! 얼마 안 남았어요!”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눈을, 얼굴을 칼로 후벼 파는 것 같습니다. 너무... 너무...”


“곧 양재역에 도착해요! 5분만 버텨요. 5분만 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제발... 제발... 절 좀 죽여주십쇼. 야... 양재역에 구조대가 있을거란 확신도 없지 않습니까.”


군인을 염려하던 사람들의 입이 멈췄다.

몇몇이 홍과장을 힐끗거렸다. 본래 건달의 주도로 탈출이 결정됐을 때, 그들은 강남역으로 가려 했다. 목적지를 양재역으로 바꾼 건 홍과장이다.


“으악! 꽉 잡아 씨발! 안돼!”


그때 건달이 핸들을 홱 꺾었다. 오른쪽 대각선 앞으로, 분진이 갈리며 거대한 손이 봉고차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다.


“씨발! 저거 뭐야! 한 마리가 아냐!”


오우거였다.

균형을 잃은 첫 번째 오우거가 차 앞을 스쳐 왼편으로 굴렀고, 두 번째 놈이 달려오는 그대로 몽둥이를 들어올렸다.


“안돼!”


펑!


보미의 마법으로 구사일생.

총 세 마리의 오우거가 달려오던 속력을 이기지 못하고 저 뒤로 나뒹굴었다. 두 개의 얼굴에 체고만 3, 4미터에 이르는.... 말 그대로 그것은 괴물이었다. 몸을 일으킨 놈들은 괴성을 지르며 가슴을 두드렸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쿵. 놈들은 코두덕에 탄 고블린들을 밟아 죽이며, 단숨에 봉고차와의 거리를 좁혀갔다. 거대한 괴물이 쫒아오는 건, 시각적으로 더 큰 공포를 자아냈다.


“좀 더 빨리 달려요! 따라잡혀요! 따라잡힌 다구요!”


“마음대로 안 된다고 제기랄!”


모두가 오우거에 정신이 쏠려 있던 그때, 봉고차를 따라잡은 고블린 한 마리가 창을 휘둘렀다.


와장창!


“다들 고개 숙여!”


홍과장은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깨진 창문 사이로 바람 소리가 날카로웠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는 이 위기를 타개할 정도의 마력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상태에서 마력을 사용함으로 어느 정도의 후폭풍이 있을지는 솔직히 예상을 할 수가 없었다.


고블린 일곱이 대형을 넓혀, 봉고차를 포위하듯 둘러싸고 마구잡이로 창을 찔러 댔다.


‘이것저것 따질 틈이 없겠네.’


홍과장은 엄지손가락을 세워, 손바닥에 마법진을 그리려다가, 문득 떠오르는 게 있어 눈을 크게 떴다.


‘그렇지!’


그가 웅혁을 향해 소리쳤다.


“이웅혁 주임! 은아 씨 자켓 안주머니 좀 뒤져봐요.”


“네? 네? 갑자기 무슨..”


“아, 됐어요. 내가 하죠.”


홍과장은 재빨리 웅혁과 은아의 사이로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안주머니에 손을 쑥 넣었다.


‘죽으라는 법은 없네.’


홍과장은 은아의 안주머니에서 피에 젖은 담배갑과, 립스틱 크기의 은색 케이스를 꺼냈다. ‘Y-LSD-23’ 라벨을 확인한 홍과장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군용마크가 찍혀 있는 그것은 교란제. 인간 신체에는 정신착란 증상을 유발하지만, 몸 안에 괴물을 다시 잠재울 수 있는 마약의 일종이었다.


와장창! 고블린 기병들의 칼과 창이 여기저기서 들이쳤다.


‘해보자, 이 지겨운 것들아.’


손바닥에 마법진을 그리려는데, 그때였다! 갑자기 차 앞 창문으로 붉은 빛이 번쩍하더니, 쉭- 불덩어리가 차를 지나쳐 고블린들에게 꽂혔다.



“사... 살았다! 각성자들이다!”


사람들의 환호성에 차가 들썩였다. 차에 가까이 있던 고블린들이 불덩이가 되어 바닥 저 멀리로 사라졌다.


“아, 다행이네.”


긴장이 쫙 풀렸다. 홍과장은 젖은 세탁물처럼 의자에 몸을 늘어뜨렸다. 불덩이가 쉼 없이 날아들어 고블린에게 꽂혔다. 허공을 가르며 5M에 이르는 두텁고, 거대한 얼음의 창이 오우거의 다리를 꿰뚫었다.


“살았다 살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달그락달그락 차 지붕에 인기척 같은 게 느껴지더니, 난데없이 깨진 창문 안으로 녹색의 긴 팔이 불쑥 들어왔다. 그 팔은 보미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


“어?..어.. 살려.....”


손을 쓸 세도 없이 보미의 몸이 창밖으로 빨려나가듯 사라졌다.

홍과장은 눈을 크게 뜬 채, 흙먼지를 뿜으며 멀어져가는 보미를 보고 있었다.


1, 2초간의 정적.

홍과장은 힘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사람들이 그를 쳐다봤다.


“아, 난 어쩔 수 없는 사람이구나.”


홍과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대더니, 웅혁에게 말했다.


“이웅혁 주임. 시간 없으니까 잘 들어요. 전초 기지에 도착하면, 은아 씨 지갑 안에 신분증을 각성군이나, 길드 관계자에게 보여주세요. 그럼 치료가 빨라질거에요.”


“네? 그게 무슨...”


홍과장은 자신의 저주받은 성격을 개탄하며, 차 밖으로 몸을 던졌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L, 아내, 쥬드, 정부장. 김부장, 현수, 담임 선생님,... 그 밖에도 수많은 주위 사람들이 그의 성격에 대해 조언했다.



“아저씨!”


“홍과장 님!”


아련히 멀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홍과장은 흙바닥을 굴렀다.

다른 이의 충고를 우습게 여기는 자는, 결국 흙바닥이나 굴러먹는 것이다.


오늘의 교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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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자기가 무척 재미있는 사람인 줄 아는 아저씨들 (옛 친구들) +46 19.06.16 9,728 481 16쪽
49 [이곳은 신용인] X [그가 증명했다] +89 19.06.14 10,514 50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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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스마일. +141 19.06.10 11,761 598 17쪽
46 +73 19.06.08 12,140 60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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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찾았잖아. +86 19.05.23 22,388 795 12쪽
37 쓰레기 +77 19.05.20 23,920 844 16쪽
36 그저께 저녁. + 1203호에 살던 소년의 미래. +90 19.05.18 25,272 883 19쪽
35 그는 어떻게 버텨왔는가. ((조금 잔인합니다.)) +145 19.05.16 26,735 927 20쪽
34 오글거려서 칼이 된다. +115 19.05.14 26,805 1,011 22쪽
33 <부드러운 가슴이 없어서, 걸터 앉는다.> +불완전 각성자 +80 19.05.12 27,543 863 16쪽
32 수학 영웅은 세상이 18이라고 결론 냈지만, 18같은 세상에도 매직은 있다. +101 19.05.10 27,572 769 19쪽
31 [회상 : 아내와의 첫만남 ] + [애들에게는 수염이 어울리지 않는다.] +35 19.05.10 27,006 717 16쪽
30 가+장 : 삐뚤어질 수도, 기울어질 수도.. : 가X장 +72 19.05.09 28,143 888 10쪽
29 은아의 이명. +70 19.05.08 27,973 8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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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50분전 (2) +7 19.05.05 27,780 73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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