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데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양철통9
그림/삽화
XXXXXXXXXXXXXXXXXXXX
작품등록일 :
2019.04.20 23:43
최근연재일 :
2019.06.22 23:1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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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6,354

작성
19.04.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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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289
추천
1,016
글자
9쪽

(1) 폭주. 그리고 죽은자들의 만찬까지 10초전.

DUMMY

*




온 몸이 흙투성이였다.

홍과장은 한참을 구른 후에야 몸을 비척비척 일으켰다. 똑바로 서지 못하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발목이 시큰했다.


“가지가지 하네.”


그는 철근이 삐죽 튀어나온 콘크리트 덩어리를 짚고 일어섰다. 본래 대형마트가 들어서 있었던 곳이었는지, 잔해 속에 온갖 생활물품이 굴러다녔다. 시체 역시 즐비했다.


홍과장은 뿌연 흙먼지를 헤치며 비틀비틀 걸음을 재촉했다. 코두덕을 탄 고블린 몇이 아슬아슬하게 곁을 스쳐갔다.


저 멀리 전초 기지의 허공은 형형색색의 빛으로 요란했다. 마법의 옷을 입은 마력의 결정체들이 화려한 형태로 폭발했다. 고함과 비명, 무기와 무기의 마찰음. 익숙한 소리였다. 10년을 헤매고 다니던 전장으로 그는 또 돌아왔다.

처지가 우습게 되긴 했지만...


홍과장은 잔해 속에서 주운 우산에 의지하여 걸음을 좀 더 빨리했다. 돌돌 마는 끈이 떨어져서 자꾸만 우산 날개가 펄럭거렸다.


“이치카푸섹, 스렋 셁!”


석회 언덕을 넘어서자, 고블린 서넛이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게 보였다. 뭔가를 위한 순서를 정하는 모양이었는데,

홍과장은 그게 뭔지 알 것 같았다.


발가벗은 한 놈이, 보미의 배 위에 올라타서는 청바지를 벗기려 애쓰고 있었다. 상의는 벌써 찢어 발겨진 후였다.

보미는 기절해 있었는데, 이마에 난 상처로 보아 돌 같은 걸로 수 십 차례 내리친 모양이었다.

놈이 보미의 오른쪽 젖가슴을 손으로 쥐려는 순간,


“야!”


전략을 세우고 뭐고 할 것 없이, 소리를 질렀다. 놈들이 돌아보는 순간, 군용 나이프를 던져 강간범 미간에 박았다.


“이 난리통에도 그런 걸 하게끔 만들어진 너네도... 참...”


이제 보니 놈들은 전부 하의를 벗은 상태였다. 벌떡벌떡 일어나는데, 발기한 성기가 덜렁거렸다. 미래에서도 못 본 고블린 성기를, 13년씩이나 거슬러와서 볼 줄은 몰랐다.


“케라득덹. 삵 스 엑스 삵!”

(내 꽃이다. 내 씨앗이 피지 못 할 꽃과 함께!)


요란한 귀걸이를 하고 있는 고블린이 그렇게 소리치자, 나머지 놈들이 두어 걸음 물러서더니 일제히 박수를 쳤다.


‘뭐지?’


귀걸이 고블린은 가랑이를 벌리더니, 홍과장 뚫어져라 쳐다보며 성기를 주물럭댔다.

홍과장은 그 행위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5초 정도 걸렸다.


“너희들... 날 정말 힘들게 하는구나.”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왔다. 고블린에게 동성애자가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놈은 제 성기를 손으로 흔들며 다가왔다. 끈적끈적한 눈빛에, 거칠어가는 숨소리까지 듣고 있으려니 기분이 몽롱해졌다.


“아, 그래서 내가 피지 않는 꽃인 거구나...”


홍과장은 엄지손가락을 세워, 손바닥에 마법진을 그렸다. 삼각형 안에 사각형을 하나 그리고, 고대의 문자 ‘룬’을 채워 넣었다. 그가 발현하려는 것은 어둠의 마법 중, 초급 마법군에 속하는 것이었는데, 좀처럼 그 회로 패턴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몇 번 실패했다.

초급 마법을 사용한 게 12년 전인가 11년 전인가 그러니, 기억이 가물 할 만도 하다.


어쨌든 홍과장은 다가오고 있는 놈이 싫어서라도 기억해 냈다.


‘거 참.’


칼로 검지 끝을 살짝 그어, 발동 조건을 완료했다.

어둠의 마법은 제물을 필요로 하는 대신, 마력의 소진도가 적은 편이다. 홍과장의 제물은 당연히 자신의 피다.


"302동 1203호. 가족의 피 속에서 웅크린 소년아. 슬퍼하지 말라. 그대를 가엾이 여기는 망령들이 벽 속에서, 천장 속에서, 바닥 속에서 그대를 보고 있지 아니하냐. 내 그들의 측은지심에 부응하기로 네게 칼을 던질 것이니. 네 목을 자르고 춤추라.

그대는 듣지 않아도 좋다.

보지 않아도 좋다.

먹지 않아도 좋다.

그대는 그저 나의 인도引導 아래 춤추라.

내가 그대의 열망을 이루리니....



죽고 싶은 소년의 춤.“




영창을 마무리하는 것과 동시에, 머리에 검이 박힌 고블린이 비척대며 일어났다. 고블린들은 놀란 눈으로 부활한 동료가 망나니처럼 춤 추는 걸 쳐다봤다. '댄서'는 불시에 동료의 배를 쑤시고, 등허리를 베었다.


이 고유 마법을 만든 녀석은, 전생에 홍과장과 친하게 지내던 동생.

초급 고유마법치고는 영창 내용이 길어서 발동에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가성비가 좋았다. '죽고 싶은 소년의 춤'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맨 왼편의 고블린이 콧잔등을 찌푸리며 또 다른 동료들에게 꽥꽥 소리를 지르자, 창을 든 놈들이 흩어졌다. 놈들은 기병대. 각자의 코두덕에 올라탔다.


‘지겹네. 고블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콧김을 뱉으며 달려오는 코두덕을 피했다.

놈들은 몰이사냥을 하듯, 홍과장을 에워싸고 창을 찔러댔다.


금방 숨이 찼다. 쏟아지는 땀을 닦아내며, 우산 손잡이를 부러뜨렸다. 그리고 한 놈의 창 윗면을 타이밍 좋게 잡아챘다.


“아사카 킧!”


창을 빼앗은 대신, 우산을 줬다. 부러뜨린 우산의 끝을 놈의 가슴에 박았다. 펑. 우산이 펴지며 균형을 잃은 놈이 바닥을 굴렀다. 고리 형태의 대형이 뒤엉키며 세 놈이 코두덕에서 떨어졌다.


“겨우 고블린이라고 하기엔, 내가 너무 약하네.”


마력을 사용하며,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그나마 강간범이 열심히 춤을 추고 있어서 부담이 좀 덜했다.

놈은 춤에 소질이 있었다.


이마에 땀을 닦아내며 창을 바로 세우는데, 갑자기 왼쪽에서 나타난 코두덕 하나가 옆구리를 들이 받았다.


“윽.”


각혈했으나, 넘어지지는 않았다.

사납게 달려드는 두 마리의 고블린을 상대로 분투하는데, 저 멀리 있던 놈 중 하나가 가죽 주머니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뿔피리였다.



뿌부우우--------


회색 하늘 위로 소리가 퍼졌다.

그것은 동료를 모으기 위한 신호였으나, 동료들은 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존재가 왔다. 갑작스레 분진이 커튼처럼 걷히며 거대한 발이 나팔수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런.”


나팔수는 피의 흔적밖에 남지 않았고, 코두덕들은 주인을 떨구며 달아났다. 홍과장은 새롭게 나타난 거대한 마물을 올려다보며, 휘청였다.


“최악이네.”


-다섯 머리 오우거-


로즈 발키리즈에 버금가는 괴물이었다.

놈은 괴성을 지르며, 주변의 고블린을 피떡으로 만들었다. 곧 보미를 낚아챘고, 다섯 개의 뭉툭한 코로 냄새를 맡았다. 몇 개의 혀가 그녀의 발가벗은 상체를 핥았다. 꿀꺽, 놈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7미터 장신의 거대한 몸.

저건, 도무지 상대할 수가 없다.


“므허키슭.”


“므카슭아. 므카슭아!”


같은 몸통에 붙은 다섯 머리가, 마주보며 말을 주고받았다. 오우거는 최상위족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30개의 단어 정도로 살아간다.


언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대화’는 하지 않는다. 그저 먹고 싶다. 맛있다. 죽이고 싶다. 등의 자기 할 말만 한다. 그러니까 저 얼굴들이 서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건, 희귀한 광경이다.


“하므츠 하므츠”

(먹고 싶어. 먹고 싶어.)


“호츠아 호츠아”

(먹어, 먹어, 먹어.)


“사쿠아사 사쿠아사 사쿠아사”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저런 식으로 대화가 가능한 건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로 보아 뭔가 의견이 충돌하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보면 웃기는 광경이지만,

사실 상황을 이해한다면 무서운 일이다.


고블린들의 경우, 보미를 그들의 ‘로드’에게 바쳐 '이너써클'의 재물로 쓰려는걸테지만, 오우거는 음식 앞에 소속감 따윈 없다. 사실 보미를 집어 채는 순간, 입에 넣고 먹어치웠어야 정상이란 말이다.

그런데 저러고 있는건...


무언가 이 아공간에 저들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있다는 의미다.


‘아, 그렇치. 여기 강남 아공간이었지...’


홍과장은 옛 생각에 살짝 입을 일그러뜨렸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상황에 집중했다. 어떻게 하지? 죽은 고블린 다섯을 일으키려다가, 그만뒀다. 상대가 될 리 없다. '어쩌지.' 그런데 그때 오우거의 세 번째 얼굴이 홍과장을 발견했다.


“헤? 므랏치?”


두번째 얼굴의 두 눈이 큼지막하게 떠졌고,


“아카! 바카봇!”


다섯 번째 얼굴의, 두터운 입술이 반달모양으로 벌어졌으며


“믓카마토! 브띿쉿!!!!!!!!!!!!!!!!!!!!!!!!!!!!!”


네 번째의 얼굴은 천지가 진동할 것 같은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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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스마일. +141 19.06.10 11,627 597 17쪽
46 +73 19.06.08 12,013 59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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