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데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양철통9
그림/삽화
XXXXXXXXXXXXXXXXXXXX
작품등록일 :
2019.04.20 23:43
최근연재일 :
2019.06.2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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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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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젠틀의 이유 + 그 불쌍한 꼬마가 공터에 가는 이유. (1)

DUMMY

*





“변한 게 없네.”


아파트 단지 근처에 들어서자 감회가 새로웠다.

오후 4:30 분의 햇볕 아래, 우르르 뛰어다니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홍과장을 스쳐갔다. 꽃가루가 날리고.. 뽀득 뽀득 은행 열매가 폭죽처럼 밟혔다.


홍과장은 집으로 이어지는 가로수 길을 걸으며, 치즈버거를 먹었다. 그는 아공간에서 나오자마자, 포털 근처 아울렛에서 적당한 옷부터 사 입었고.. 두 번째로는 페스트푸드점에 들어갔었다.


“이 몸에는 뭘 입어도 웃기네. 쥬드가 봤으면 날 죽였겠어.”


기사의 작위를 받고 마왕성에 들어가던 첫 날, 쥬드는 경멸어린 시선으로 홍과장의 몸을 구석구석 훑어봤다. 그리고는 “당신의 차림새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빗스멕’ 같군요. 당신의 피는, 나의 아름다운 개 ‘흐라칼 로메오’에게도 먹이고 싶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는 금발에, 턱이 뾰족하고, 미간에 세 개의 주름이 거의 정확한 길이로 패인 미중년이었는데.. 생긴 모습답게 남을 가르치고 꾸짖는 걸 좋아해서, 홍과장의 교육을 맡았다.


[“그런데 쥬드 씨... 빗스멕이 무슨 뜻인가요?”]


[“쓰레기.”]


그런 이유로.. 홍과장은 1년 동안 그에게 ‘이계’의 예법, 언어, 마법. 그밖에도 여러 가지에 대해 배우게 되었는데, 쥬드가 그 모든 가르침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옷을 고르고, 입는 방식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뱀파이어들은 하나같이 깔끔하고 예민한 성격이었다. 그리고 백이면 백. 전부 수트를 제대로 갖춰 입지 않는 남자는 참형에 처하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트 소매 밖으로, 셔츠는 3센티미터!”가 10년 동안 쥬드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후...”


홍과장은 햄버거를 다 먹고는 빗멕의 얼굴이 그려진 포장지를 구겨, 휴지통에 버렸다. 치즈버거는 정말로 ‘맛’이 훌륭했다. 홍과장은 커피를 마시면서.. 컵에 그려진 놈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봤다.


빗멕은 죽지 않았다.

애당초 웃으면서 죽었다는 게 말도 안되는 소리다. 하다못해 빗멕 본점에 매달려 있는.. 빗멕의 얼굴은 정말로 햄버거가 맛있어 보이는 표정이다. 기가 막히는 상술이다.


홍과장이 아는 빗멕은...

전생에 홍과장이 만난 그 어떤 마물보다 해괴한 놈이었다.


“뭐... 만나고 싶지 않지만, 머지않아 만나게 되겠지.. 날 기억하진 못하겠지만...”


따르릉 따르릉 아이들이 타는 자전거 차임벨 소리가, 어딘가 출입문에 달린 종소리 같아서.. 참 듣기 좋았다. 홍과장은 도로가에 빨간 봉고차에서 타코야끼를 샀다. 이쑤시개로 찍어 입안에 굴리며, 폐가전이 쌓인 경비실을 지났다. 벤치에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이 그를 힐끗거렸다.


“저 사람 502호 그 홀아비 아냐?”


“어머, 저 사람 웬일로 술 안마셨네. 말짱하게 걷는 거 봐아-”


“세상에 옷도 깨끗해. 어디 예식장이라도 다녀오나? 나는 얼마 전까지 이 동네 거지인줄 알았지 뭐야.”


“우리 애들은 저 사람 좀비라고 부르더라...”


“그게 뭔데?”


“살아있는 시체래.. 왜 아공간에서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괴물 있잖아.”


“아... 그러고보니 우리 남편도 퇴근할 때 딱 그 자세던데...”


누군가 흉내냈고, 웃음이 터졌다.


“웃긴다. 그러고보니 우리 남편도 야근하고 오면... 구부정해서는 시체처럼 걸어 들어오던데.. 아저씨들은 다 좀비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냐?”


“아니야. 우리 친정 엄마도 아직 일하시는데... 퇴근할 때 딱 그 모습이야.”


“아... 근데 갑자기 우리 미영이 아빠 안쓰럽네.. 울 남편 오늘은 좋아하는 김치찌개 끓여줘야겠다.”



홍과장은 그 무리를 크게 에둘러 아파트 입구로 들어섰다. 집집마다 풍기는 음식 냄새에 기분이 묘해졌다. 09231212. 도어락 비밀 번호는 잊지 않았다.


신발을 벗자마자 현관 앞에 잠시 멈췄다. 아주 오래전에 그는 이렇게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심장에 칼을 먹였다.

홍과장은 그것이 바로 어제의 일인 것처럼 느껴졌다.

지난날을 기어이 끄집어내는 것도 병이라면 병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녀왔어.”


13년 만에 돌아온 집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의 방을 둘러보고, 안방 문을 열었다. 별 거리낌 없이 냉장고로 걸어가 맥주를 마셨다.

물이 없었다.


“물도 쌀도 없을 정도면 대체 얼마나 아이들을 방치해뒀던거야.”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물이 머리카락을 적셨다. 홍과장은 시간을 들여 몸을 꼼꼼히 닦았다. 아공간에서 나올 때, 은아가 '회복 포션'을 얼마나 쏟아 부어댔는지... 상처하나 없이 살결이 뿌옜다.


“이 기분만큼은 좋네.”


홍과장은 팔에 비누칠을 하다가, 보미의 입안에 손가락을 넣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 아가씨에겐 여러모로 미안하게 됐다. 아무리 랠릴톳을 꺼내기 위해서 였다고는 해도... 좋아해주는 사람에게 너무 야박하게 굴었다.

하지만 별수 없었다.


보미가 아내와 조금 비슷해서였는지..

아니면 온전한 인간의 육체를 가지게 되어서인지... 그녀의 입에 손가락을 넣었을 때 홍과장은 움찔했다.


그래서 굳이 그런 식으로 랠릴톳을 잡지 않아도 됐었는데... 랠릴톳처럼 고개를 들려는 성욕에 칼을 박았다. 전생에 ‘베티’가... 극강의 춘약을 몰래 먹이고 침대에 끌어들였을 때도.. 홍과장은 칼을 들어 제 몸의 어딘가를 찔렀다.


[“이 미친놈이! 이 미친놈이! 이 미친 매미X!! 이 미친놈이 나랑 자기 싫다고 제 허벅지를 찔렀어! 이 미친놈이! 이 미친놈이!”]


그때 베티는 그 말을 백번정도 하고, 졸도했다.

자존심이 상해서 졸도한 건 처음이라고 엄청 떽떽 거렸었다.


뭐 그렇다고 홍과장이... 아내와의 의리로 다른 여자와 자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뭐, 그런 이유도 없지는 않겠지만... 좀 더 명확히 그 이유에 대해 말하자면, 홍과장은 자신의 몸 안에서 생명이 될 무언가가 분출되는 게.. 별로였다.


잘 모르겠다.

누군가와 자고 나면 뭔가.. 살아가야 할 이유가 생겨버릴 것 같아 불안했다. 오래 전 아들의 차가운 주검을 안아들 때의.. 그 새카만 절망이 그에게 칼을 짚어들 것을 요구했다.

책임질 존재가 생긴다는 게 두려웠다.


홍과장은 비누거품을 씻어내며, 젖은 머리칼을 쓸어올렸다.

그 아가씨에게는 미안하다는 말도 못했지만, 어차피 다시 볼일은 없을 터였다. 이번 생에는 될 수 있으면... 보미 같은 종류의 인간을 새로 만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인간은.. 홍과장의 병病을 무섭게 흔든다.




* *




홍과장은 30분 넘게 샤워를 했다. 면도를 마치고, 이를 세 번째 닦다가 고개를 저으며 그만뒀다. 안경은 이제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거울에 비친 뚱뚱한 몸이... 계속 보니까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체중감량은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잘 있었어?”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말리며, 선반 위에 놓인 결혼사진에 인사했다. 식을 따로 올리지 못하고, 신혼여행 삼아 간 제주도에서 바다를 배경삼아 찍은 사진이었다.


홍과장은 벗어 둔 옷가지를 뭉쳐 세탁기에 넣고, 담배를 피우며 지저분한 집안을 치웠다.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았고, 식탁에는 누나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또 회사에서 밤 센 거니? 중구야 몸 생각 좀 하렴. 반찬 몇 가지해서 냉장고에 넣어 뒀어.XXXXXX-


홍과장은 그 문구 뒤에, -조금만 더 힘내자. 내 동생 파이팅-이라고 썼다가 볼펜으로 박박 그은 자국을 응시했다. 누나는 몇 달 후에 자신의 집 베란다에 목을 맨다. 그 날 홍과장은 바람결에 흔들리던 누나의 싸늘한 시신을 보며 울었다.


홍과장은 딱딱한 땅콩버터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소파에 앉았다.

tv를 틀었다. 뉴스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야구 채널을 찾다가.. ‘아이들이 몇 시쯤 집에 오더라?’하고 중얼댔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이 시간에 집에 들어온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뭔가.. 얘들을 보고... 바뀌었으면 좋겠네.”


야구 경기는 재미없었다. 그가 응원하는 팀의 5번 타자가 역전 홈런을 쳤지만, 기억이 맞다면 경기는 결국 5:8로 지게 된다.


스르륵 눈이 감겼다.

홍과장은 13년 만에 단잠에 빠져들었다.






*



데스나이트였던 아저X씨.



<그 불쌍한 꼬마가 공터에 가는 이유>




*





“이 씨, 왜 때려. 난 잘못한 거 없다니까.”


“이게 진짜!”



올해로 15살이 된 ‘송희’는 하교 길에 전화를 한통 받았다. 동생의 담임선생님이었다.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걷다가, 슬쩍 방향을 바꿔 아무도 없는 공터에 막 도착했을 때였다.


“민철이 누나 송희지? 민철이가 또 싸웠단다. 부모님이 전화를 안 받으시는구나.”


송희는 동생이 다니는 초등학교로 뛰었다. 가방을 공터에 던져 둔 것도 깜빡 잊었다. 송희는 교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동생의 담임선생님과 싸늘한 표정의 아줌마들에게, 몇 번이나 고개를 숙였다.


“왜 누나가 사과해! 쟤들이 먼저 까불었단 말이야!”


“너 정말 이럴 거야!”


사과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민철을 코앞에 두고, 아줌마들은 “엄마가 없으면 아빠라도 데리고 와야지! 아빠 번호 대! 아빠 번호!”라고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송희는 아줌마들이 지쳐 포기 할 때까지, 그 말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익숙한 일이었다. 선생님은 몇 번이나 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아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송희는 선생님 손에 들린 전화기를 힐끗대긴 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



“누나 우리 떡볶이 사 가자.”


“어휴, 넌 그 난리를 치고 배가 고파?”


“아니, 지금은 배 안고픈데, 좀 이따 저녁 먹을 때 먹을라고.”


“안돼. 고모가 밥 먹으라고 했어.”


“응? 밥도 먹을 건데? 근데 고모 반찬은 너무 건강?하니까 떡볶이랑 순대랑 같이 먹을라고...”


송희는 뒤늦게 집에 쌀이 없다는 걸 떠올렸다.

분식집에 들렀다가 집으로 향하는 내내.. 송희는 사는 게 힘에 부친다고 생각했다.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는 말 같은 건, 아무 위로도 되지 않았다. 고모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내색한 적은 없지만... 요즘 들어 부쩍 방에서 불을 꺼놓고 우는 날이 많아졌다. 캄캄한 어둠 속에 있으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 아빠 왔나?”


검은 봉지를 휭휭- 휘두르며 앞서 걷던 민철이가 불이 켜진 5층 집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추천글과 응원해주시는 댓글 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격포 님의 추천 글과, 댓글 달아주신 분들 댓글 보니까... 

뭔가 엄청 재밌어 보이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ㅜㅜ 박격포 님과 댓글 달아주신 분들이 너무 좋으신 분들이거나... 혹은 오늘 뭔가 기분이 엄청 좋은 일이 있으셔서... 너무 후한 점수를 주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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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장례식 + 또 하나의 나이프 +47 19.06.22 5,093 424 22쪽
52 [은아와 보미] + [(죽음의 의사)를 묻는 미래의 X이프)] +69 19.06.20 7,014 373 18쪽
51 죽음의 의사 +38 19.06.19 8,446 375 14쪽
50 자기가 무척 재미있는 사람인 줄 아는 아저씨들 (옛 친구들) +46 19.06.16 9,528 478 16쪽
49 [이곳은 신용인] X [그가 증명했다] +89 19.06.14 10,351 499 19쪽
48 별 것 없는 휴식. +79 19.06.12 11,021 499 17쪽
47 스마일. +141 19.06.10 11,650 597 17쪽
46 +73 19.06.08 12,032 596 13쪽
45 여왕 강림. +136 19.06.06 13,357 679 17쪽
44 비즈니스, businessman. +52 19.06.04 14,479 567 16쪽
43 전위 계열의 클래스 중 하나 :머슬 비스트 +48 19.06.02 16,518 658 19쪽
42 별 일 없겠지. +74 19.05.30 17,642 662 17쪽
41 우리를 반기소서. +35 19.05.29 18,456 671 9쪽
40 잔인 주의 +121 19.05.26 20,010 810 19쪽
39 하하 매미 같아요. +95 19.05.24 21,374 825 21쪽
38 찾았잖아. +86 19.05.23 22,284 793 12쪽
37 쓰레기 +77 19.05.20 23,805 841 16쪽
36 그저께 저녁. + 1203호에 살던 소년의 미래. +90 19.05.18 25,158 882 19쪽
35 그는 어떻게 버텨왔는가. ((조금 잔인합니다.)) +145 19.05.16 26,604 923 20쪽
34 오글거려서 칼이 된다. +115 19.05.14 26,685 1,008 22쪽
33 <부드러운 가슴이 없어서, 걸터 앉는다.> +불완전 각성자 +80 19.05.12 27,423 860 16쪽
32 수학 영웅은 세상이 18이라고 결론 냈지만, 18같은 세상에도 매직은 있다. +101 19.05.10 27,449 768 19쪽
31 [회상 : 아내와의 첫만남 ] + [애들에게는 수염이 어울리지 않는다.] +35 19.05.10 26,882 715 16쪽
30 가+장 : 삐뚤어질 수도, 기울어질 수도.. : 가X장 +72 19.05.09 28,022 885 10쪽
29 은아의 이명. +70 19.05.08 27,850 852 10쪽
28 아는 사람 (2) +86 19.05.05 29,181 911 8쪽
27 당신도 아는 사람 (1) +21 19.05.05 27,756 749 9쪽
26 50분전 (2) +7 19.05.05 27,664 735 8쪽
25 50분전 +11 19.05.05 27,849 79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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