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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데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양철통9
그림/삽화
XXXXXXXXXXXXXXXXXXXX
작품등록일 :
2019.04.20 23:43
최근연재일 :
2019.06.22 23:11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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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6,372

작성
19.05.05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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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06
추천
843
글자
9쪽

그 불쌍한 꼬마가 공터에 가는 이유 (2)

DUMMY

*




“아빠가 이 시간에 올 리가 없는데... 고모도 오늘 바빠서 못 온다고 했고.”


아빠는 대부분 12시나 되어야 집으로 돌아왔다.

늘 술에 취해 있거나, 그게 아니면 술을 마셨다. 일요일에는 귀가 따갑게 야구 채널을 틀어놓고 송희가 뭘 하든, 민철이가 뭘 하든 tv만 봤다. 다함께 밥을 먹은 게 언젠지, 이야기를 나눈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났다.


아, 그러고 보니 두 달 전인가 신용인에 있는 각성자 학교로 전학가고 싶다고 한 게.. 마지막 대화였다. 송희는 그 말을 했을 때 아빠의 일그러진 표정을 잊지 못했다. 이유도 듣지 않고 아빠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돼.”


그 이후로 송희는 아빠를 피했다.

예전에는 그래도 가끔이지만 건강이 걱정 되서 꿀물도 타주고, 북어국 끓이는 방법도 배워서 해줬었는데, 이젠 하고 싶지도 않았다. 정이 뚝 떨어졌다. 정말 싫다. 이렇게 사는 것도 싫고, 아빠도 싫고, 먼저 하늘나라로 간 엄마도 미웠다.


“아빠! 아빠! 왔어?”


그런 아빠가 뭐가 좋다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뛰어 들어가는 민철의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신발을 정리하고 따라 들어갔다. ‘또 술이나 마시고 있겠구나..’하고 생각하는데, 주방에서 민철이를 안아 든 아빠가 나타났다.


“왔니?”


성큼성큼 다가와,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아빠의 손길에, 송희는 뒷걸음질 쳤다. 시야를 가리며 다가서는 그 커다랗고 거친 손길이 낯설었다.

그것은 송희가 아빠가 아니었다.


‘..어?’


송희는 너무 놀라서,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했다. 무섭기도 하고, 화도 났고, 어째서인지 눈물도 나올 것 같았다.

1초 만에 수많은 감정이 휘몰아쳤다.


“왜... 왜 그러..이러세요?”


이상한 말을 하고, 몸을 휙 틀어 제 방으로 성큼성큼 걷던 송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귀 위로 짧게 친 단발머리가 찰랑했다. 식탁에 음식이 잔뜩 차려져 있었다. 엉망진창이던 집도 깨끗했다.


“어?”


송희가 걸음을 멈추고 집안을 둘러보며, 다시 뒷걸음질 쳤다. 여긴 우리집이 아니다? 그리고 저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다? 그런 소리가 맴맴- 맴맴- 매미 울음처럼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빠 오늘 왜 그래? 미쳤어?”


아빠의 품에 안긴 민철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홍과장은 아이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거친 말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미리 준비한 대답이다.


“미친 건 아니고. 아빠 오늘부터 술 끊었어.”


“어? 정말?”


“그래. 이제 술 안 마실거야.”


“에이, 술 냄새 나는데?”


민철이가 아빠 입에 코를 킁킁대며 말했다.


“아, 물이 없어서 맥주 좀 마셨어.”


“응? 그게 뭐야?”


“뭐긴 뭐야. 아빠지...”


송희는 민철이를 안고 있는... 민철이와 닮은 낯선 남자를 한동안이나 올려봤다. 술에 취했어도 아빠가 저런 행동을 한 적은 없다.


‘진짜 저 사람이 아빠라고?’


송희는 그제야 아빠가 입고 있는 옷에 눈이 갔다. 흰 셔츠에 남색 바지. 그리고 무슨 이상한 조끼까지 입고 있었다. 꼭... 무슨 ‘굉장히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처럼 차려입었다.


늘 그렇듯 뚱뚱했지만 뭔가 모르게...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쪼끔...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봐야 멋진 펭귄 같긴 했지만,


“뭐하고 서 있어. 예쁜 딸. 얼른 씻고 와. 같이 밥 먹자.”


‘...무슨 딸?’


송희는 뭘 하지도 못하고, 아빠 얼굴만 계속 쳐다봤다. 이제보니 듬성듬성 잡초 같던 수염도 없고, 늘 축 늘어져있던 머리카락도 뭔가를 발랐는지, 단정하게 가르마를 탔다. 홍과장이 송희를 쳐다보며 왜 그러냐는 듯 어깨를 으쓱하며 다가서려는데, 송희가 뒷걸음질 쳤다.


“돼..됐어. 나... 난 안 먹을거에니다.”


송희는 또 이상하게 말해버리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문을 쾅 닫았다. 두근두근 심장이 두망망이질쳤다. 왜 저러지? 갑자기 사람 바뀌면... 안 좋은 결심을 한 거라던데... 덜컥 겁이 난 송희가 재빨리 문고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가, 다시 거두어 드렸다. 그리고 문 너머로 귀를 쫑긋 세웠다. 민철이가 자꾸 아빠에게 미쳤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민철아. 그런 거친 말은 어디서 배웠니?”


“응? 준영이랑 순건이랑 맨날 나한테 미친 사람 같다고 해.”


“그래? 왜 그러는 거지?”


“내가 싸울 때 엄청 미친 사람 같데.”


“싸워?”


“응. 오늘도 이겼어!”


“그래?”


홍과장이 자랑스럽게 어깨를 으쓱거리는 민철이를 한참 내려다보고 있다가 말했다.


“음.... 그런데 민철아, 그.. 아빠가 너한테 뭐라고 할 자격은 없지만... 이제부터는 싸우지 않으면 안될까?”


“왜?”


“음... 친구들끼리 싸우는 건 안 좋은 일이잖니. 사이좋게...”


“아냐! 걔들 내 친구 아냐! 그 새끼들이 얼마나 까부는 줄 알아? 내가 우리 반에서 제일 쌔! 그래서 아무도 못 건드려! 오늘 싸운 건 옆 반 짱인데, 멍청한 게, 자꾸 나보고 엄마 없어서 옷도 거지같이 입는다고 까불잖아.”


홍과장은 민철이가 입고 있는 옷을 살폈다. 고릴라가 그려진 티셔츠에는.. 고릴라의 얼굴이 다 떨어져나갔고, 바나나를 들고 있는 손에는 싸우다 묻었는지.. 김치 국물자국 같은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청바지는 너무 작아서 발목이 한참이나 드러나 있었다.


홍과장은 일그러지려는 입술을 가리듯 부볐다.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기분이 조금 들떠있었던 모양이다. 선반 위에서 아직도 신혼여행 중인 아내가 노려보고 있었다.


“민철아, 잘 들어봐. 민철이는 지금까지 아빠 술 먹는 거 좋았어?”


“응? 아니. 당연히 싫지. 좀비 같은데! 아빠 완전 좀비같아. 좀비는 완전 싫어!”


“좀비? 어, 그래... 아무튼. 네가 친구들이 싫어하는 행동하고 다니면... 친구들도 널 좀비같은 애라고 생각할걸. 민철이는 친구들한테 미움 받는 거 좋아?”


“아... 그럼 현구랑 근준이도 나 싫어할 수도 있겠네!”


홍과장은 현구랑 근준이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럴거라고 말해줬다. 민철이는 머리에 뭔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터덜터덜 식탁의자에 앉더니 멍해서는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거렸다. 조그만 머릿속에서 뭔가 여러 생각이 오가는 것 같았다.



‘아, 나는 전생에 왜...’



홍과장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민철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민철아 이제부터 안 싸우면 되지.”


“알았어! 내일부터는 조금만 싸울게! 한 번에 끊는 건 힘들어!”


“뭐? 아, 그러니.... 그럼 조금만 싸워.”


홍과장은 웃으며 민철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살아있는 아들이 눈앞에 있다. 그의 손가락에 느껴지는 뺨의 촉감이 부드럽고 뜨거웠다.


“어서 먹자. 배고팠겠네.”


민철이는 젓가락질이 서툴러 반찬을 잘 집지도 못했다. 홍과장은 현관 앞에 덩그라니 놓여있는 순대와 떡볶이가 담긴.. 검정 비닐 봉지를 한참 쳐다보고 있다가, 닫힌 송희의 방문으로 시선을 옮겼다.


‘차차 나아지겠지. 이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이 녀석이 이상한 거지.’


홍과장은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이런 감정은 너무 오랜만에 느껴봐서 다스리기 힘들었다. 얘들을 봐도 별 감흥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마음이 담배 연기처럼 흩어졌다.


tv에서 환호성이 터지더니 야구팬들이 으쌰으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홍과장은 보지 못했지만, 그가 응원하던 팀은 6:5로 이겼다. 그의 기억이 잘못된 건 아니다.


“어? 근데 아빠 담배 다시 펴?”


밥풀을 여기저기 묻힌 민철이 홍과장을 보고 소리쳤다.


“그래. 담배는 안 끊어. 술만 끊을 거야.”


“응? 왜? 아~ 나도 알아. 담배는 괜찮아. 이해 해. 이해 해.”


“이해한다고? 하하.”


홍과장은, 정말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민철이가 귀여워서 웃다가 발코니에 비친 제 얼굴을 보고 흠칫했다. 정말 웃겨서 웃는 얼굴이 어색했다.


“힘든 사람은 다 담배 피우는 거잖아. 그러면 기분도 좋아지고 화도 조금 덜 내는 것 같아.”


“뭐?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제법이네, 아빠 힘든 거도 알....”


“누나 공터에서 몰래 피는 거 봤지롱.”


“..어?”


송희가 방안에서 눈을 질끈 감았고, 홍과장은 입에 문 담배를 떨어뜨렸다. 흰 연기가 바람을 타고 집안을 텁텁한 냄새로 채워갔다.



그리고 얼마 후,



탁!


선반 위에 신혼여행 사진이, 어째서인지 아무도 안 건드렸는데 바닥에 떨어졌다.




다행히 액자 안에, 유리는 깨지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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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은아와 보미] + [(죽음의 의사)를 묻는 미래의 X이프)] +69 19.06.20 7,082 374 18쪽
51 죽음의 의사 +38 19.06.19 8,492 376 14쪽
50 자기가 무척 재미있는 사람인 줄 아는 아저씨들 (옛 친구들) +46 19.06.16 9,555 479 16쪽
49 [이곳은 신용인] X [그가 증명했다] +89 19.06.14 10,371 500 19쪽
48 별 것 없는 휴식. +79 19.06.12 11,038 501 17쪽
47 스마일. +141 19.06.10 11,663 598 17쪽
46 +73 19.06.08 12,041 596 13쪽
45 여왕 강림. +136 19.06.06 13,370 679 17쪽
44 비즈니스, businessman. +52 19.06.04 14,494 567 16쪽
43 전위 계열의 클래스 중 하나 :머슬 비스트 +48 19.06.02 16,532 658 19쪽
42 별 일 없겠지. +74 19.05.30 17,655 663 17쪽
41 우리를 반기소서. +35 19.05.29 18,470 671 9쪽
40 잔인 주의 +121 19.05.26 20,025 810 19쪽
39 하하 매미 같아요. +95 19.05.24 21,384 825 21쪽
38 찾았잖아. +86 19.05.23 22,295 793 12쪽
37 쓰레기 +77 19.05.20 23,818 841 16쪽
36 그저께 저녁. + 1203호에 살던 소년의 미래. +90 19.05.18 25,173 882 19쪽
35 그는 어떻게 버텨왔는가. ((조금 잔인합니다.)) +145 19.05.16 26,618 923 20쪽
34 오글거려서 칼이 된다. +115 19.05.14 26,700 1,008 22쪽
33 <부드러운 가슴이 없어서, 걸터 앉는다.> +불완전 각성자 +80 19.05.12 27,436 860 16쪽
32 수학 영웅은 세상이 18이라고 결론 냈지만, 18같은 세상에도 매직은 있다. +101 19.05.10 27,464 768 19쪽
31 [회상 : 아내와의 첫만남 ] + [애들에게는 수염이 어울리지 않는다.] +35 19.05.10 26,896 715 16쪽
30 가+장 : 삐뚤어질 수도, 기울어질 수도.. : 가X장 +72 19.05.09 28,036 885 10쪽
29 은아의 이명. +70 19.05.08 27,863 852 10쪽
28 아는 사람 (2) +86 19.05.05 29,193 911 8쪽
27 당신도 아는 사람 (1) +21 19.05.05 27,767 749 9쪽
26 50분전 (2) +7 19.05.05 27,675 735 8쪽
25 50분전 +11 19.05.05 27,861 79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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