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데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양철통9
그림/삽화
XXXXXXXXXXXXXXXXXXXX
작품등록일 :
2019.04.20 23:43
최근연재일 :
2019.08.24 23:34
연재수 :
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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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9,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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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92
글자수 :
472,000

작성
19.05.05 17:30
조회
35,249
추천
1,028
글자
8쪽

아는 사람 (2)

DUMMY

“없어. 아, 못 본 세에 얼굴이 더 커진 것 같다. 자라는 거냐?”


백진백은 어울리지 않게 흥. 하는 콧소리를 내더니, 뭉툭한 코를 부비며 은아가 누워 있는 침대로 성큼 다가섰다. 침대 다리에 무릎이 살짝 닿았을 뿐인데 쿵. 침대가 크게 흔들렸다.


“내 참...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누님 그 정나미 떨어지는 말본새는 여전하우.”


“뭐래 이 새끼가.”


진백은 투명스러운 은아의 반응에도 아랑곳없이 솥뚜껑만한 손을 뻗어, 은아의 이마를 짚었다. “열은 내렸네.”라고 중얼거리더니, 온도계를 털 듯 왼팔을 위아래로 흔들며 치유 주문을 영창했다.


화르륵-

진백의 손이 우유 빛 불길에 휩싸이자, 그에 따라 바닥에 그려져 있던 치유진도 같은 색으로 발광했다.


“일단 수술 경과 좀 체크해보고, 상봉의 기쁨을 나눠도 나눕시다. 좀 아플거우.”


치유진으로부터 피워 오른 우유색의 기체가 촉수의 형태로 응집됐다.


“어? 야. 지금 뭐하는...”


굵기와 모양이 제각각인 80개의 촉수는 지렁이 같기도 했고, 백색 코끼리의 코 같기도 했다. 굵은 두 개의 촉수가 은아의 두 팔을 감아 들어올리고, 그보다 얇은 몇몇이 뱀처럼 환자복 사이로 파고들었다.


“야! 잠깐만... 웁. 웁.”


그리고 입과 왼쪽 눈 속으로도 들어갔다.

바닥에 그려진 치유진 위로 은아의 몸 상태를 나타내는 수백의 기호와 그림이 줄줄이 나타났다가 사라졌고,


백진백은 난제를 대하는 수학자처럼 턱을 부비며 살폈다.


중간중간 “흐음...”하는 소리를 내며, 제 얼굴 앞에서 꿈틀거리는 큼지막한 촉수를 잡아당겨 쌍안경이라도 들여다보듯 눈을 댔다.

그가 발현한 것은 치유계열의 중급 규격 마법.


-페페로쥬스의 80개의 긴 눈알.-

환자의 몸에 촉수를 꽂아 병환을 탐색하는 일종의 신체검진 마법이었다.


“야! 이 빌어먹을 웁. 웁. 안 치워? 웁. 아퍼! 아프다고!”


“좀 참아보소! 나이도 먹을 만큼 잡순 분이 뭔 엄살이우!”


10여분 정도가 지난 후에야, 진백은 촉수를 거두어들였다.


“일단 전반적으로다가 위기는 넘겼소. 왼쪽 눈의 경우는 입원이 조금만 더 늦었어도 살리기 힘들었을 거우. 내가 누님 눈알 살리려고 얼마나 고생했는줄 알기나 아우?”


“...”


“고맙다고 말해주우.”


“고마워.”


“잘했소.”


진백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털썩 은아 옆에 앉았다.

철제다리가 비명을 질렀고, 땀과 피가 섞인 냄새가 확 끼쳤다.

그러고 보니 진백이 가운 안에 입은, 연녹색 수술복은 온통 피투성이었다. 은아는 그가 강남 아공간 사태이후 한숨도 안자고 환자를 돌봤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여전했다.


“누님, 내가 말이우. 그저께 누님 나자빠졌다는 소식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우? 듣자 하니 고블린에게 당했다믄소! 크핫핫핫. 세상에 어떤 고블린이 우리 은아 공주님을 이 지경으로 만든거우!”


진백은 가운 주머니에서 소주팩을 두 개 꺼내더니, 하나에 빨대를 꼽고 쭉쭉 들이키며 말했다.


“안 그래도 쪽팔리니까 조용히 말해. 그리고 공주님 소리하면 너 목 딴다.”


“어이쿠! 현장일 관두고, 후방에서 펜대나 굴리는 아가씨가 말투는 더 살벌해졌소!”


진백은 황소가 포효하듯 큰 소리로 웃다가, 두터운 뒷목을 잡히고서야 입을 다물었다. 활짝 열린 병실 밖으로, 지나가던 의무관 몇몇이 안을 힐끗 거렸다. 은아는 담배를 입에 물고 “문이나 닫아 이 새끼야.” 라고 말했다.


“누님! 나도 한 대 줘보소.”


“뭐? 너 담배 안 피잖아.”


“누님도 참! 우리 못 본지 10년도 더 됐소.”


10년은 과장된 말이고, 은아가 ‘현장’ 일을 그만두고 교정부로 전과한 후로 쭉 못 봤으니, 어림잡아 그 절반쯤 된 것 같았다.

은아와 진백은 옛 동료였고,

같은 공격대의 부대원으로 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다.


“다 늙어서 건강에도 안 좋을 건 왜 배웠냐? 끊어.”


“줘보소.”


“이 소새끼 웃기는 놈이네. 술 처마시는 걸로 모자라서 군의관이 병실에서 담배까지 피냐?”


“아, 그러지 말고 좀 줘보소. 거 참, 약 올리지 말고 한 대 줘보란 말이우!!”


은아는 케이스에서 꺼낸 담배 한 개비를 들고 줄 듯 말 듯 약 올리다가, 진백이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소 같이 생긴 낯짝도,

소를 닮은 목청도,

소처럼 미련한 성격도...


“야, 그런데 오랜만에 그 소소- 우우- 거리는 거 들으니까, 되게 거슬린다. 그만둘 수 없냐.”


“뭐요! 내가 누구 때문에 이 꼴이 됐는데! 누님이 나한테 그리 말할 자격이 있소!”



백진백이 지방 출신이 아님에도,

사투리도 뭣도 아닌 괴상한 말투를 쓰게 된 건.. 그의 나이 17세, 군에 막 입대하고 2개월이 지났을 무렵부터였다.


고등학교를 다니던 중, 치유능력 각성자로 강제 징병된 백진백은 기초 교육을 수료하자마자 당시 은아가 속해 있던 제 2 공격대로 전입됐는데...


그 날 제 2공격대의 ‘대장’은 진백을 보자마자 “우와- 네가 전입 온 신병이구나. 근데 아저씨 몇 살이야?”라고 묻더니, “뭐 열일곱 살? 우와 아저씨 얼굴 굉장하네!!”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부대원 모두가 모인 환영식 자리에서 “우리 신병 아저씨는 엄청 소를 닮았으니까 앞으로 말끝에 ‘소’자를 붙이세요.”라고 명령했다.


‘대장’은 바짝 얼어붙어 있는 신병의 긴장을 풀어줄 겸 장난으로 한 소리였으나, 순박하고 어렸던 진백은 그 날 이후로 ‘소’자를 붙이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고, 부대 고참들은 그게 재밌어서 부추겼다.


“정말이지 나는 말이우. 그때 생각만하면... ‘대장’보다 누님이 더 밉소.”


“뭐가 새끼야. 다들 놀렸는데.”


“나는 말이우, 아직도 누님이 화장실 뒤로 불러서 했던 말을 잊지 않고 있소. [진백아. ‘소’자 붙여서 말 끝내기 어렵지? 말이 부자연스럽고 이상하게 여겨질 땐 ‘우(牛)’자를 붙여도 돼. 어차피 ‘소’나, ‘우’나, 니 얼굴이나 다 소잖아. 응?]”


은아는 진백의 말에 깔깔 거리고 웃다가, 크게 숨을 들이켰다.

콧잔등을 찌푸린 은아는 머리카락을 넘기며 혀에 감은 담배연기를 길게 뱉었다.


즐거운 추억인데도 즐겁게 회상할 수 없는 이유는, 은아의 추억 전반에 점점이 박힌 ‘대장’에 대한 상처 때문이다.


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오랜만에 진백의 어깨에 팔을 턱 걸치고는 머리통을 힘껏 끌어안았다. 진백은 움찔하긴 했으나, 예전에도 그랬듯 소처럼 우직하게 그녀를 견뎠다.


그가 견뎌내는 건 은아의 크고 부드러운 가슴이 아니라, 떨림이다.


“어쨌거나. 누님 엄청나게 매정한 거 아쇼? 그동안 어찌 연락 한번 없을 수가 있소?”


은아의 가슴에서 빠져나온 진백이 제법 능숙하게, 담배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연락해서 좋을 거 있냐. 피차 안 좋은 기억이나 떠오를 텐데.”


“누님이나 괴롭겠지. 난 다 털었소.”


진백은 담배 연기를 한 모금 길게 빨았고,

은아는 캔 커피를 따서 한 모금 마시고는 “군용 씨발... 여전히 맛 더럽네.”라고 중얼댔다. 그리고 둘은 한동안 말을 잇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

아마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터였다.



신용인 탈환전.



그 전투를 마지막으로 둘은 ‘대장’을 잃었다.

은아는 그 상실감을 견디다 못해 떠났고, 진백은 소속 없이 군병원을 떠돌며 환자를 치료했다.

이 시대 군대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지만,

흔하다고 해서 슬프지 않을 리 없다.



지금은 운명을 달리한, 제 2 공격대의 ‘대장’은 최희선.






지금은 사별한...





홍과장의 와이프다.










.


작가의말

어디 좀 가야해서, 다음 편은 5/10일에 올리게 될 것 같네요.

그 이후 연재주기는 하루 쓰고, 하루 쉬는 걸로 짝수날 연재 할 생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휴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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