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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데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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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통9
그림/삽화
XXXXXXXXXXXXXXXXXXXX
작품등록일 :
2019.04.20 23:43
최근연재일 :
2019.08.20 23:5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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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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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7,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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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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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7
글자
10쪽

가+장 : 삐뚤어질 수도, 기울어질 수도.. : 가X장

DUMMY

*




결국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없었다.

홍과장은 일단 아이들을 집으로 보낸 뒤, 근처 은행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신용카드를 두 장 만들고, 기왕 은행에 들른 김에... 전생에 든 적금을 해약해서 현금화했다.


1352만원.

수년간 직장생활을 한 것 치고는 적은 금액이었지만 뭐 나쁘지 않았다.

신용카드의 한도액도 개당 200만원.

이 정도면 본격적으로 돈을 벌기 전까지 사용하는데 문제는 없을 터이다. 홍과장은 현금이 든 봉투를 반으로 접어, 뒷주머니에 넣고는 은행을 나섰다.


“미안해 송희야. 창피했지.”


“아니요.”


수화기 너머, 딸기코가 조금 틈을 두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아빠... 우리는 괜찮으니까.. 무리해서 돈 쓰지 마세요.”


송희는 제법 어른스럽게 말했지만, 수화기 저편에서는 민철이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홍과장은 픽 웃으며, 휴대폰 매장 직원이 돌려주는 카드를 받았다.


“이미 샀어.”


홍과장은 카트를 밀고 지하 식품 코너로 이동했다. 뭘 먹고 싶냐는 질문에도 송희는 “아빠 그러면 제 거라도 환불하세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홍과장은 쓰게 웃으며, 딸아이의 나이를 상기했다.

저런 말이 어울리지 않는 나이다.


“일단 알겠어. 금방 장봐서 들어갈게. 문단속 잘하고 있어. 예쁜 ㄸ...”


-뚝-



홍과장은 제법 요리에 자신 있었다.

아이들을 잃고 L을 찾아 아공간을 떠돌아다니던 시절.. 그는 몇몇 좋은 사람들과 만났고 그중엔 요리사도 있었다. 서큐버스들의 거주지에서 중식당을 하던 형님이었는데.. 장사가 안돼서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정작 영업일은 일주일에 2일이 될까 말까 했다.


그 형님은 털이 날 수 있는 모든 부위에 털이 수북했고,

홍과장과 비슷한 이유로 가족을 잃었다.

그래서 비영업일 중 3일은 가족을 죽인 놈들을 찾아 돌아다녔고, 1일은 재충전을 핑계로 서큐버스들과 술을 마셨다.

일요일은 일요일이라서 쉰다고 했다.


그는 거칠긴 했지만, 풍성한 털만큼 푸근한 남자였고, 네크로멘서였다.

며칠 전 홍과장이 발현한 ‘죽은자들의 만찬’의 초안을 만든 이이기도 했다. 비록 주문을 완성하지도..

가족의 복수도 하지 못하고 죽어버렸지만...


전생의 데X스나이트는 기꺼이 친구의 무덤에 십자가를 찍어줬다.

그 날 따라 바람이 불어 살짝 기울어지긴 했지만, 그는 살아생전 적당히 겸손을 떨 줄 아는 사람이었으므로 내버려뒀다.


그는 늘 자신이 실패한 가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가족이 죽고도 가장으로 살았고, 전생의 데스나이트는 요리를 배운 대가로 친구의 원수를 모조리 처 죽였다. 처 죽이고 또 처 죽였다. 엉덩이 같은 무덤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대신 담배 한 대 빨아줬다.




“아, 이 시기의 물가가 이 정도였던가?”


아줌마들 틈에서 세일 냄비를 구경하고 있던 뚱뚱한 홍과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집어든 전골전용 냄비 세트를 되돌려 놨다. 신용카드도 만들었고 현금도 가지고 있었지만, 40만원짜리 냄비를 덥석 살만큼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전골만큼은 제대로 된 냄비에 끓이라고 했었는데... 내 핸드폰이라도 좀 싼 걸로 바꿔야 하나...’


앞으로 홍과장이 할 일에는 꽤나 돈이 들어간다.

물론 그는 회귀자인 만큼 많은 돈을 만질 정보를 가지고 있고, 또 머지 않아 일부만 손에 넣을 테지만...


시쳇말로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사람 일이 아닌가.

더군다나 돈을 벌기까지 지출할 돈도 만만치 않았다.

홍과장은 아까 은행에서, 대출 상담이라도 받아볼걸 그랬나.. 생각하며 카트를 밀었다.


“저기요. 혹시, 이울리제 등심은 어디에 있나요?”


“이계 관련 물품은 15번 코너부터입니다. 손님.”


“네, 고마워요.”


혹시나 했으나, 15번 코너 뒤는 더 굉장했다.

꽤나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월급쟁이가 손을 댈만한 물건은 별로 없었다.


전생에는 입에도 대지 않았던 코두덕의 뒷다리 살마저 한 근에 10만원. 아공간의 등장으로 식량만큼은 세상 모두가 배부르게 먹고도 남을만큼 풍족해졌으나,

역시 고급 식재료는 비쌌다.


“그래도 우리 딸기코 맛있는 거 먹여야지.”


홍과장은 고가의 고기 팩 두 개를 짚어들며, 저녁메뉴를 샤브샤브로 정했다. 곁들일 식재료를 사고, 딸기도 한꾸러미 사고.. 시계를 힐끗 쳐다보니 어느덧 5시.


연초용 이계 담뱃잎을 늘어놓은 진열대 앞에 잠시 멈춰, -신용인 제 2탑의 명물! 한모금의 여유로시름을 날려버리세요! 필립스틱8-이라고 쓰인 15g짜리 팩을 들었다 놨다 고민했으나 포기했다.


“총 42만 8천원입니다. 일시불로 하시...”


“5개월로 해주세요.”


영수증을 받아들고... 얘들 옷을 사는 것도, 수트를 사는 것도 다음주나 다다음주 쯤으로 미루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에스컬레이터로 걸어가는데 누군가 앞을 막아섰다.


살짝 놀라, 고개를 들자

눈 화장이 요란한 체크 셔츠차림의 여성이 홍과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 순간 희미하게 아는 얼굴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녀가 입을 열었다.


“홍중구 씨 되시죠?”


“네?”


“감찰 3과에서 나왔습니다. 잠깐 저희랑 얘기 좀 하실까요?”


당황했으나, 감찰과 소속이라는 말에 그녀가 누군지 기억났다.

대화를 나눌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고 그냥 전생에 은아와 함께 있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죠?”


“김은아 중위님의 명령입니다. 지금 이곳으로 오고계시니 그전에 조용한 곳으로 옮기시죠.”


“어? 은아씨가 벌써 깨어났나요?”


“벌써라니요!”


여자의 날 선 눈초리에 홍과장은 대충 “아, 많이 다친 것 같아서.. 치료를 오래 받을 줄 알았거든요.” 라고 얼버무렸다.


이상했다.

전생에 은아는 병원에 입원 한 뒤로도 약 한 달 동안 의식을 잃고 있었고, 그 후로도 두 달을 더 병원에서 지냈었다. 물론 그때와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은아가 중독된 독은 보통의 치유사가 손댈만큼 만만한 게 아니다.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 한편으로... ‘뭔가 피곤해질 일이 생기겠네.’라고 직감했다.


홍과장은 한숨을 쉬었다.

아공간을 나설 때, 홍과장은 일부러 그녀와의 대화를 피했다. 그녀는 전생에 누구보다 가까운 곳에서 홍과장을 관찰한 사람이었으므로, 홍과장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할게 뻔했다.

게다가 수가 틀리면, 돌아버리는 그 성격...


뭐, 다른 변수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일단은 아공간에서 나오고 하루가 지나기까지.. 별 일 없어서 안심하고 있었다. 홍과장은 자신의 ‘변화’에 대해 은아를 납득시키는 건,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볼 계획이었었다.

회귀하고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일어났다.

홍과장은 고작 2틀을 쉬었을 뿐이다.


“근데 은아 씨가 무슨 일로...”


“그건 중위님께 직접 물어보시죠.”


“아, 뭐 그러...”


적당히 수긍하고 따라가려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감찰부 소속의 민머리 남자가 한쪽 팔을 붙잡았다.

느닷없는 과격한 신체접촉.

홍과장은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고, 팔을 뻗어 민머리의 목을 거머쥐었다. 회귀한지 얼마 되지 않은 홍과장으로써는 당연한 반응.

손을 뻗을만한 거리에 칼이 있었다면...


‘이런.’


아차 싶어서 손을 거두어들이려는데, 체크무늬 여자가 홍과장의 팔을 낚아채더니 수갑형 구속구를 채웠다.

마력을 봉인하는 양산형 하급 아티팩트인 듯 했다.


느닷없는 난투에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민머리 남자는 놀란 표정으로 홍과장을 쳐다봤다. 체크셔츠 여자가 전화기를 들고 “상성님... 아니, 중위 님. 타켓은 확보했는데, 아무래도 상태가 이상합니다. 중위님 말씀대로 변태變態가 진행되는 중일수도 있겠어요.”라고 보고했다.





* *





홍과장은 민머리 남자의 신경질 적인 손길에 떠밀려

엘리베이터 쪽으로 이동했다.


잠시 후, 저 멀리 마트의 회전문이 부서질 듯이 돌아가더니 은아가 나타났다. 꽤 먼 거리 임에도 느껴지는 열기와 살기. 환자복 차림의 그녀는 몸의 군데군데가 보랏빛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눈은 새빨갰다.


저벅저벅.

홍과장의 코앞까지 다가온 은아가, 홍과장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전부 들었어... 당신이 아공간 안에서 벌인 일.”


“그래요. 그런 것 같네요.”


홍과장이 대답했다.

뭔가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눈 꼬리가 올라갈 때로 올라간 은아가 홍과장의 헤어스타일, 옷차림새, 얼굴을 차례차례 살펴보더니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


“너.. 누구야.”


은아가 지칭한 건 홍과장이 아닌, 홍과장 내부의 괴물.

홍과장은 은아로부터 ‘너’라는 말을 들은 게.. 참 오랜만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이십대 초반에 ‘꼬마 은아’와 처음 만났을 때, 소녀는 [“에이씨 넌 또 뭐야! 씨발 좆 같이 생겼네.”]라고 말했었다. 홍과장은 그 기억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러자 이를 드러낸, 은아의 머리카락 일부가 보랏빛으로 불탔다.


그리고..


“웃어? 이 개새끼가!! 경고하는데 너 그 분 먹으면 대갈통을 찢어 죽일 거야!!”


은아가 엄포를 놓은 대상은 홍과장이 아닌, 홍과장의 몸 속 마물.

그러나 홍과장은 현생과 전생을 통틀어.. 은아에게 저런 쌍욕을 들은 건 또 처음이라서 약간 충격 받았다.


‘아니지.. 생각해보니까 그 때가 더 심했었던가...’


은아와의 첫 만남. 아니, 희선이와의 첫 만남이 눈에 선해서, 홍과장은 또 한번 웃어버리고 말았다.

웃겨서 웃은 건 아니고,

눈가에 눈물이 맺혀서, 가리려고 웃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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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붉을紅 무리衆 구할購, 내 이름은 홍중구. +50 19.07.18 7,043 394 13쪽
63 홍과장의 코 밑에 핏자국을 쭈욱- 그려보더니 +59 19.07.16 7,005 372 8쪽
62 준과 정도석은 전생에 자폭했을 수도 있다. +31 19.07.14 7,539 359 13쪽
61 5분 후 + 개의 눈으로 본 세상도 익숙하다. +43 19.07.12 7,864 365 14쪽
60 현실이니까요. +43 19.07.08 8,993 457 11쪽
59 풀잎마다 이슬방울이 반짝였다. 내가죽인 동족들의 눈물일까. +50 19.07.06 9,245 463 15쪽
58 교환(2) +48 19.07.04 9,101 4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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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스마일빗멕 +42 19.06.27 10,281 497 13쪽
54 셋 중에 하나쯤은.. +62 19.06.25 10,682 488 10쪽
53 장례식 + 또 하나의 나이프 +48 19.06.22 11,383 588 22쪽
52 [은아와 보미] + [(죽음의 의사)를 묻는 미래의 X이프)] +70 19.06.20 12,043 493 18쪽
51 죽음의 의사 +38 19.06.19 13,033 484 14쪽
50 자기가 무척 재미있는 사람인 줄 아는 아저씨들 (옛 친구들) +46 19.06.16 14,020 58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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