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데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양철통9
그림/삽화
XXXXXXXXXXXXXXXXXXXX
작품등록일 :
2019.04.20 23:43
최근연재일 :
2019.08.24 23:34
연재수 :
8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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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9,156
추천수 :
62,892
글자수 :
472,000

작성
19.05.10 23:35
조회
33,585
추천
879
글자
19쪽

수학 영웅은 세상이 18이라고 결론 냈지만, 18같은 세상에도 매직은 있다.

DUMMY

<좆 같아도 세상을 살게하는 매직>




*





“얘들아! 얘들아!”


아이들은 통제를 따르지 않았고, 홍중구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무리에 휩쓸려 이리저리 떠밀려 다녔다. 깡! 깡! 깡! 아래층에서 쇳덩이를 내리치는 소리가 끝없이 들렸고, 그 사이로 신이 난 듯한 또롱또롱 소리와, 아이들의 비명이 뒤엉켰다.


그때, 아이들을 밀치며, 계단을 올라오던 30대 남선생이 홍중구를 불렀다.


“중구씨! 음악실로 가지!”


“네?”


“음악실로 가자고! 나 좀 부축해줘! 어서!”


아이들을 헤치며 음악실로 향하는 중에

뒤에서, 옆에서 또 다른 선생님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거의 동시에 음악실로 들어갔다.


“수염 오빠!”


“혜미야. 빨리 뛰어! 주미도 혁철이도 빨리! 이리 들어와 어서!”


“뭐하는 거야! 중구 씨!”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남선생이 거칠게 문을 닫았다.


“왜.. 그러세요?”


“미쳤어? 쟤들이 다 여기 어떻게 들어와?”


“네? 그게 무슨...”


“답답하네. 중구 씨! 다 죽어. 다 죽는다고!”


콩! 콩! 콩! 뒤따라온 몇몇 아이들이 솜뭉치 같은 주먹으로 문을 두드렸지만, 선생님들은 꿈쩍도 안했다. 특수학교의 특성상, 대부분의 선생님과 의사들이 돈 보다는 아이들을 사랑해서 이 직업을 선택했지만, 침묵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왜 그렇게 물러 터졌어! 쟤들 구할거면 중구씨 나가! 시간 없으니까 빨리 결정해.”


홍중구는 남선생을 쳐다봤고, 다른 선생 중 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중구씨 그냥 가만히 있어요. 어차피 안나갈거잖아. 어쩔 수 없어. 그냥 이 안에서 기도해. 제발... 우리도 괴로우니까...”


“어쩔거야! 나갈거면 빨리 나가라고!”


“...”


중구가 고개를 숙이자, 선생들이 캐비넷, 책장 등을 밀고 와서 문을 이중 삼중으로 막았다.


콩! 콩! 콩! 콩!


“선생님! 수염 오빠! 죽은 괴물들이 와요! 계단에 올라왔어요. 네? 네?”


홍중구는, 귀를 막고 몸을 웅크린 다른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어쩔 수 없어. 어쩔 수 없어... ... .”


곧 문을 두드리던 소리가 하나 둘 떠났다. 흩어지는 발소리 중에.. 깡! 목이 잘리는 소리. 깡! 어깨가 패이는 소리. 깡! 깡! 깡! 깡...

얼굴을 파묻은 홍중구의 발치로, 문틈을 넘어온 붉은 피가 스물스물 다가왔다.


“난 각성자가 아니야. 이 상황에서 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개죽음이야. 이건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홍중구는 끝없이 제 목소리로 세상을 덮었다. 깡! 깡!


얼마후 총소리가 들렸다,

살금살금 걸어가 문에 귀를 댄, 도덕 선생님이 “살았어. 군인들이 왔어.”라고 속삭였다. 아이들의 비명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멀어지는 또롱또롱 소리 대신, 딱딱한 군화발 소리가 음악실 문 앞에 당도 했다.


“안에 사람 있으면 나오십쇼!”


조심스레 문을 열자, 30대 중사가 “안에 몇 명이나 있습니까? 나와요! 당장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라고 소리쳤다. 30대 중사를 중심으로 일곱 군인이 다가오는 시체 병사들을 향해 총을 쐈다.


그리고 홍과장은 보았다.


복도를 가득 메운 아이들의 사체들...

하얗던 복도 벽은 붉고 조그만 손자국으로 가득했고, 몇 걸음 떨어진 신발장 옆에서는 반 갈래로 찢어진 아이가 퍼덕거리고 있었다. 매일 이숭신에게 호되게 혼나던 혜미였다. 선생님들은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징검다리를 건너듯 군인들을 따랐다. 홍중구는 앞서가는 남선생의 옷깃을 움켜잡고, 연신 중얼댔다.


그러다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피가 쭉 빨려나가는 기분이었다. 화장실 옆에 이숭신 선생님이 있었다.


“일어나세요!! ‘저 것’들 다시 살아납니다!”


이숭신 선생님은 마치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싫다는 듯, 아이들의 시체더미에 뒤덮여있었지만... 못 알아 볼 수가 없었다. 복도에 널린 모든 시체 중에, 어른은 그 사람 단 하나뿐이었다.


“아...”


그제야 주변이 선명하게 보였다. 혜미도 있었고, 주나도 있었고, 혜린이도 있었고 철규도 있었고... 전부 모조리 아는 얼굴이었다.


“이봐요! 뭐하냐니까!”


그때 시체 병사 하나가 반대편 교실 문을 걷어차고 나왔다. 놈의 걸음은 느렸지만.. 홍과장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꿈쩍 않는 아이들의 시체가, 움직이는 시체보다 무서웠다.

가슴이 뜨끔거렸고, 아버지의 바보 같은 얼굴이 선명해졌다.

홍중구는 비로써 깨달았다. 이숭신이 내 아버지가 됐으면 했던 건, 사실은 이숭신이 내 아버지와 비슷한 종류의 인간이었기 때문이구나...


“이봐!”


시체 병사는 수십 발의 총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았다. 놈은 퀭한 눈으로 홍중구를 가만히 보고 있더니, 손에 쥔 칼을 들어 복도 바닥에 깡! 깡! 깡! 깡!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들의 시체가 움찔움찔 하더니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스... 스 스스.. 스스슷스킷스스스 ... 스스슷스스... ... .”

(일어나라. 이제부터 우리가 너희들의 아버지다. 쓸데없이 부모를 찾아 떠도는 원혼이 되지 말고 육체에 남거라. 우리는 후회하는 자들... 3개의 격을 가진 죽은 자들의 친구께서 인정한 구원자들...)


시체 병사가 긴 영창을 끝내고, 홍중구 쪽으로 접근했다. 녹슨 검을 질질 끌고 홍과장의 앞에선 놈이 말했다.


“스... 스.. 스스스슷스스스... ... .”

(너는... 나와 같은 시체 병사가 되어... 죽어서도 싸우자... 후회하는 너의 눈빛이 마음에 들어 네 펄떡대는 심장에 내 칼을...)“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복도 저 멀리로부터 노랫소리가 들리더니, 조그마한, 말 한 마리가 달려와 시체 병사의 얼굴에 박치기 했다.


-빡!-


“더해! 씨발! 대갈통 박살나게!”


그리고 아이들의 시체를 불태우며 어떤 소녀가 걸어왔다. 주머니에 손을 꼽은 채, 별 일도 아니라는 듯 무심히 걸어왔다. 군인들이 경례를 붙이자, 소녀가 어울리지 않게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씨발! 쓸데없는 사람들 미리미리 치우라 그랬지! 싸우는데 방해 된다고오-”


“네! 죄송합니다.”


소녀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이는 군인들이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대답했다.


“저 새끼는 뭐야? 왜 주저앉아 있어? 씨발.. 낯짝에 수염은 뭔데? 좆같이 생겼네.”


홍과장은 소녀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존나 기분 나쁘게 쳐다보네. 씨발 놈이. 뭐야?”


그것은 어린 소녀의 입에서 나올 욕이 아니었다.

그래서 홍중구는 이 상황이 지독하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는데...

마치 이곳에서 죽은, 모든 아이들의 영혼이 저 소녀의 입을 빌어, 자신에게 욕을 하는 것처럼 들렸다.


“뭘 보냐고 씨발 놈아. 봐도 봐도 좆같이 생겼네. 군인아저씨들! 저 프링클스새끼 끌고 가. 맛탱이 갔잖아!”


그 과정 중에, 불타는 말 두 마리가 뒤에서 깡! 깡! 깡! 바닥에 검을 내리치는 시체병사 둘을 불태웠다.


“대가리 떼서 던진 괴물새끼. 6층에 있어?”


소녀가 군인들에게 물었다.


“네!”


“처리하고 갈테니까... 나가있어. 아, 그리고 하아.... 저 좆같은 새끼는 왜 자꾸 날 뚫어져라 쳐다 보는 건데? 씨발... 존나 싫어. 지들이 가르치던 애들 다 죽을 때까지 숨어 있던 병신새끼들... 저런 개새끼들 때문에 내 입이 씹창나는거야.”


홍중구는 군인들에게 부축 받아 복도를 걸었다. 딸국질이 나왔다. 도무지 아이들의 피를 밟으며 나아갈 수가 없어서 자꾸 멈췄다. 그리고 화장실 앞에서 홍중구는 이숭신을 마주봤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6층에서 비명이 들렸다. 아까 홍중구에게 좆같다고 한 그 소녀의 목소리였다.

홍중구는 몸을 떨었다.

이숭신의 산수 문제가 그의 앞에 떨어졌다.


9+9= ?


“저리가! 저리가라고! 이씨... 애새끼들이 왜 이렇게 많아! 안돼! 이사벨! 이사벨!!! 피해!”


퍽-


“캔디!! 망할!”


소녀의 비명이, 소녀답게 가늘어졌다.

이숭신이 다시한번 문제를 냈다.


9*2 = ?


뚝- 뭔가 머릿속에서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홍중구가 고개를 훽 돌렸다.

교실 창가로 스쳐가는 좆같은 표정에, 비로써 수염이 어울렸다.


“씨잇팔!!”


그러나 홍중구는 욕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조금 서툴렀다.

볼썽사납게 눈물을 짜며 그 소녀가 있는 쪽으로 뛰었다. “씨잇발!” 미친 듯이 뛰어 6층의 어느 교실에 다다랐다. 2m가 넘는, 시체 기사 셋이 꼬마 은아를 둘러싸고 있었다.


은아는 또롱또롱 소리를 내며 달라붙는 아이들에게 뒤엉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은아가 입은 바지는 흠뻑 젖어 있었고, 얼굴은 멍투성이였다. 또롱또롱. 또롱또롱 은아는 당장에라도 정신병이 걸릴 것 같은 표정으로 허우적거렸다.


불타는 말 세 마리가 머리에 대검이 박힌채 바닥에서 버둥거렸다. 아주 작은 말 한 마리만이 시체 기사가 휘두르는 칼로부터 은아를 지켰다.

아까 홍과장을 구해준, 그 ‘박치기 말’이었다.


“쮸! 그만... 너 못 당해. 가서 어... 언니 불러와. 가...”


멜로디를 담은 은아의 목소리가, 기괴했다.


“힝 힝!”


쮸라고 불린 꼬마 말은 떠나지 않았다. 끝까지 기사가 휘두르는 칼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상황이 좋지 못했다. 홍과장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의자를 움켜잡았다. 뛰어들었다. 온 힘을 끌어 모아 그 중에 가장 쎄 보이는 시체 기사의 팔을 향해 휘둘렀다.


“씨이잇발놈아!”


욕이 욕 같지 않았다.


퍽! 소리가 나는 그 순간. 시간이 정지된 듯, 모든 시체 병사와 기사들이 홍과장을 쳐다봤다. 또로롱? 시체 꼬마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얼굴 없는 얼굴로 홍과장을 쳐다봤다.

그러니까 교실안의 모든 ‘죽은자’들이 홍과장을 쳐다봤다.


“씨잇발! 개샛끼들!”


홍과장은 압박해오는 공포감을 떨치기 위해 욕의 활용법을 스스로 깨우쳤다, 피투성이 은아가 어이없는 눈으로 홍과장을 쳐다봤다.


“씨잇발! 다 조오까 덤벼!! 니들이 뭔데! 왜.. 왜.. 씻..씻팔! 씨잇밮! 씻빨! 씨발! 씨발!”


홍과장이 의자를 휘두르며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서 의자를 내동댕이쳤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시체 기사 중 하나가 말했다.


“(세계는... 과연 넓구나.)”


“...”


“(좋은 재목이다. 죽여서 견습기사로 삼겠다. 저자에게.. 나의 작위를 받을 자격을 주라.)”


”(알겠습니다. 주인이시여.)“


병사중 하나가, 손에 쥔 칼을 세웠다. 그리고 무슨 의식을 취하듯 제 얼굴 앞에 가져다댔다. 퀭한 눈에서 터져 나온 검은 불이 칼에 옮겨 붙었다.

병사는 홍과장에게 칼을 두 어번 휘둘렀다. 깡! 깡! 홍과장은 손에 잡히는 대로 책상이고 대걸레고 휘둘러 봤으나, 상대가 될 리 없다.

녹슨 칼끝이 팔꿈치와 허벅지를 베었고 터져 나온 피가 온몸을 적셨다.


“씨발! 씨발!”


비로써 욕설이 입에 익숙해지긴 했으나, 욕을 잘한다고 갑자기 싸움을 잘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홍과장은 몇 차례 바닥을 굴렀고 금방 코너에 몰렸다. 곧 병사의 그림자가 자빠진 홍중구를 삼켰다. 놈이 홍중구의 머리 위로 칼을 들어올렸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천장의 일부가 옅푸른 하늘색으로 변하더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큼지막한 구멍이 뚫렸다. 콘크리트 덩어리가 바닥에 쾅! 쿵! 쾅! 떨어졌다. 잿빛 분진이 파도처럼 일어나 새카맣게 물결쳤다.

그리고 공기가 소스라치게 차가워졌다.


홍과장은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구멍 위에서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라빈즈 37. 서른일곱 번째 맛. 에메랄드 캐슬.”


여자는 그 말과 함께, 천장 구멍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착- 그녀가 신고 있는... 스마일 마크가 그려진 군화가 바닥에 닿는 순간, 그 접촉면으로부터 뻗어져 나온.. 칼 같은 빙결이 순식간에 교실을 에메랄드 색 얼음으로 뒤덮었다.


그렇게 무섭고 끔직해보이던 마물들이..

박물관 속의 옛 유물처럼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교실 전체가 번쩍번쩍 거렸다.


여자는 m-65 피쉬테일 야상을 입고 있었고, 키가 작았다. 그녀는 울상인 은아를 힐끗 보더니, 품안으로 뛰어드는 ‘쮸’를 안아들고, 휙 뒤돌았다. 그리고 홍과장 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그녀가 한 팔을 자연스레 들어올려 쓰윽- 개털이 북실북실한 야상 후드를 걷었다. 이 끔찍한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활짝 웃는 얼굴이 홍중구의 눈동자를 채웠다.


“우와-”


그녀가 탄성을 뱉으며, 홍중구에게 말했다.


“요즘에도 이런... 좋은 오빠가 있네. 내 동생 살려줘서 고마워요. 어? 오빠 아니네... 아저씨구나~”


참혹한 풍경에 어울리지 않는 시원한 목소리.

반말과 존댓말이 섞인 이상한 말투.

그녀는 활짝 웃으며 홍중구의 등판을 팡- 팡- 때렸고, 홍중구는 얼음 마법에 당한 것도 아닌데, 얼어붙었다.


“...”


“음... 아저씨. 수염 좀 멋진데?”


홍중구는 몰랐지만, 홍중구에게 수염이 어울린다고 생각한 주변인은 사실 단 한명도 없었다. 홍중구는 지금 막 처음으로 어른 대접을 받았다.





* *



잠시 후, 교실로 그녀의 동료들이 모였다. 각각 이상한 갑옷과 무기로 무장한 그들은 “또 오줌쌌네 공쥬님.”이라던가, “대장! 이 언데드 새끼들 구성역쪽에도 구멍 뚫었대.”라는 식으로 홍과장은 전혀 알아듣지 못할 말을 서로 나눴다.


“에이씨... 너무 늦게 왔다. 몇 명이 죽은 거야.”


“그러게, 만날 시체만 보는 직업이지만.. 애들 이렇게 된 거 보면 진짜 승질난다니까.”


홍중구는 그들로부터 떨어져, 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는 사람들이 대장이라고 부르는 여자만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는 아까의 감사 인사 뒤로, 더 이상 홍중구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녀는 죽어 있는 것들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저기...”


한참 후 홍중구는 그녀를 향해 한걸음 내딛으며, 입을 우물거려봤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다. 홍중구는 다시 한참 후, 또 한걸음을 띄었다.



“저... 저기...”


그들 중 한명이 홍중구를 쳐다봤고, 뒤이어 모두가 홍중구를 쳐다봤다. 대장이라는 여자가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저기..”


홍과장은 그때 무슨 이유로 자신이 그런 말을 했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 어쩌면 범접할 수 없는 세계에 있는.. 그 여자와의 거리를 한 뼘이나마 줄이고 싶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뭔가 특이한 말로 그녀에게 인상을 남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6학년 2반. 그 장소는 홍과장이 7개월이나 일한 학교였고, 7개월이나 정이 든 학생들이 죽어 있는 교실이었다. 그러니까 홍과장은 그 곳에서 아이들의 명복을 빌며 슬퍼해야 했었다.


그는 죽어가는 아이들을 모른척했다.

자신이 죽인 건 아니지만... 홍과장은 그 학교의 구성원으로, 알바생으로, 친근했던 수염 형으로 책임을 느껴야 했다.


다른 감정은 느껴서는 안됐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였다.

하지만 그는 그 순간, 그 누구보다 이기적이었다.

10분전까지 겪었던 그 참혹한 경험이.. 하나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버지마저 사라졌다. 그래서 홍과장은 그녀에게 뭔가를 말해야 했다.

지금 이순간이 아니라면 기회는 없을 거라는, 강한 직감이 그의 등을 팡- 팡- 떠밀었다.


“저.. 저기... 저...”


“네?”


마침내 그녀가 되물었고, 홍과장이 떨리는 입술로 이상한 소리를 했다.



“저.. 아저씨 아니에요..”













“네?”


한참 후, 그녀의 깔깔 거리는 웃음이 홍중구 머릿속에 시커멓게 피어나던 자책감마저 ‘깨끗이’ 지웠다.


그녀는 매직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매직이 끝났다.













데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 *




회사 내에서 홍과장은 3, 4가지 정도의 별명으로 불린다.


병신

자살 5초전

홍구 (또는 홍숙자.)

꾸역꾸역


병신이라는 별명이야... 유능하던 무능하던 대부분의 직장 상사가 필연적으로 획득하게 되는... 일종의 업적이라 할 수도 있는 칭호이니 논외로 치더라도.

자살 5초전이라는 별명은 흔치 않을 것이다.


직관적이라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지만,

굳이 해설하자면 말 그대로 하루 종일 자살할 것 같은 표정으로 돌아다녀서 붙은 별명이다.


홍구는, 홍중구의 홍과 ‘호구’의 뒷 자가 결합된 말이고, 꾸역꾸역은 살아가는 모양새가 그 지경이라 붙여진 모양이다.


뭐, 무엇하나 사내에서의... 그의 처지처럼

별 볼일도 성의도 없는 별명이지만, 그 중에서도 선호도는 존재한다.


자살 5초전.

이웅혁 주임의 작품이고, 주로 이웅혁 주임에 의해 불렸는데, 이 별명이 인기가 좋은 이유는, 그 날 그 날 홍과장의 상태나 표정에 따라, 별명의 앞 머리가 자살 -> 타살로 바꿀 수 있고, 뒤에 초 단위도 마음대로 설정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야, 오늘 자살 5초전 봤냐? 김부장한테 깨지고, 3초정도는 더 땡겨 진 것 같더라. 큭큭, 병신 새끼. 그 나이에 자존심도 없나? 시발 그러고 보니까 목욕은 하나 몰라. 오늘은 홀아비 냄새 독하니까 타살 3초전. 3초 후에 내가 사냥하러 간다. 큭큭”


불쌍한 인간.

불쌍하지만 놀려먹고 싶은 실패자.


말도 하고,

일도 하고,

밥도 먹고...

겉으로는 남들과 별 다를 바 없는 회사생활을 하고 있지만, 희선 언니가 죽은 뒤의 홍과장은 늘 죽음을 갈망하는 좀비처럼 보였다. 점심시간 후 티타임에서 “아참, 저기요 다들 몰랐죠? 10분전에 과장님 옥상에서 뛰어내렸어요.”라는 말을 듣게 되도 “아, 결국 그렇게 됐군요.”하고 수긍하는 사람이 회사의 절반쯤은 됐을지도 모른다.


“은아 선배. 제가 왜 홍과장 님을 죽도록 싫어하는 줄 아세요? 아침에 기분좋게 출근해서도 홍과장만 보면 속이 뒤집히거든요.

왜냐구요?

에휴...

나중에 제가 저 자리에, 저 모양새로 앉아있으면 어쩌나 불안해지거든요.

솔직히 막말로 우리 부서 쓰레기 처리장이잖아요.

저는요. 온갖 사람들에게 개무시 당하면서도 몇 년을 저 자리에서 버티는 저 인간이 몸서리나게 싫어요.

누가 봐도 불쌍한 인생이잖아요.

아, 저도 다를 바 없다구요?

알아요. 알아. 병신 같은 부서에서, 병신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는 제가 더 병신 같다는 거.

하지만 전 절대 저렇게는 안 살아요.

일단 젊잖아요.

그리고 사실 저 오라는데 많거든요!

좋은 회사로 이직 결정되면, 이딴 회사 때려 칠 거에요.

그런데 그러고 보니까 궁금하네요.

저 인간은 왜 꾸역꾸역 회사를 다니는 걸까요? 아! 아무래도 먹여 살릴 마누라랑 애가 있기 때문이겠죠? 어휴... 하여간 저 꼴 보면 난 결혼 못할 것 같다니까. 안 그래요 은아 선배?

아, 저 인간 사별했다고 했었던가...”


언젠가 회식자리에서 잔뜩 취해 속내를 내어보이던 웅혁.

은아는 그 날 글라스에 소주를 채우며 꾸역꾸역이라는 말이 홍과장과 무척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꾸역꾸역.


그래... 꾸역꾸역..





.


작가의말

수정본이 날아가서 일단 올립니다.

내용면에선 바뀌는 게 없습니다만, 앞부분과 이번 회는 너무 노잼이라, 조금 변할 겁니다. 

다시 보실 필요는 없구요. 

/

짝수일 연재로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5

  • 작성자
    Lv.80 우르강
    작성일
    19.06.23 03:04
    No. 101

    욕하고 싶은데, 이미 댓글에 충분히 많고, 중간에 쓸데없이 겉멋만 들어서 꽉꽉 채워넣은 공백 진짜 ㅈ같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네오앨리스
    작성일
    19.06.29 13:43
    No. 102

    이웅혁은 언제 죽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KH용이다
    작성일
    19.08.06 09:16
    No. 103

    초인이나 초현실 미남에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진 완벽한 놈년을 보고 싶다면 먼치킨 소설을 읽으세요.
    왜 판타지라고 해서 다 같아야 하는지 모르겠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狂學者
    작성일
    19.08.25 11:28
    No. 104

    공백이 너무 크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부산새댁
    작성일
    19.08.26 01:05
    No. 105

    전형적인 작가가 편한 글임. 시점 변화가 너무 잦으면 독자 입장에선 보기가 힘듦. 더욱이 하나의 에피소드가 명확한 마무리가 없고 전조 증상이 없이 시점이 확 바뀌면 글에 대한 흥미도도 리셋이 될 수있음. 조금 더 독자에게 친절한 글이 되었으면 함. 작가가 편할 거면 일기를 쓰는 게 낫지 않을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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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빌드업 : [싸이코.] X [방문예정.] +62 19.08.24 3,641 273 15쪽
79 빌드업 : [포르노 등판] X [봄버맨 (1)] +44 19.08.22 5,275 331 17쪽
78 빌드업 +50 19.08.20 5,567 321 13쪽
77 이즈라엘과 만나기, 2 시간 전 +34 19.08.18 5,868 318 12쪽
76 [어떤 엉덩이] X [서큐버스 이즈라엘] +40 19.08.15 6,320 368 14쪽
75 하면 안되는 생각. +74 19.08.13 6,210 442 15쪽
74 둘 다 고아. +39 19.08.10 6,192 352 15쪽
73 가자! +96 19.08.08 6,224 379 13쪽
72 [저스트 텐 미닛.] X [김은아의 대 학살전 (1) ] +52 19.08.06 6,330 395 15쪽
71 해피! +58 19.08.04 6,450 414 16쪽
70 별 수 없이, 집으로 (2) +54 19.08.02 6,520 330 13쪽
69 "그래요. 반드시 가지게 해주죠." +30 19.08.01 6,572 342 11쪽
68 별수 없이, 집으로 (1) +32 19.07.28 7,119 367 9쪽
67 [SKILL : 27 료켓트] + [홍과장 퀘스트] +29 19.07.26 7,198 335 16쪽
66 아티팩트 커맨드 (2) +85 19.07.22 7,591 332 10쪽
65 아티팩트 커맨드 (1) +120 19.07.21 7,847 352 7쪽
64 붉을紅 무리衆 구할購, 내 이름은 홍중구. +50 19.07.18 7,902 421 13쪽
63 홍과장의 코 밑에 핏자국을 쭈욱- 그려보더니 +59 19.07.16 7,862 396 8쪽
62 준과 정도석은 전생에 자폭했을 수도 있다. +31 19.07.14 8,447 381 13쪽
61 5분 후 + 개의 눈으로 본 세상도 익숙하다. +43 19.07.12 8,764 392 14쪽
60 현실이니까요. +43 19.07.08 9,909 486 11쪽
59 풀잎마다 이슬방울이 반짝였다. 내가죽인 동족들의 눈물일까. +51 19.07.06 10,194 492 15쪽
58 교환(2) +48 19.07.04 9,992 513 11쪽
57 교환 (1) +31 19.06.30 10,801 472 11쪽
56 트롯트 모텔 + 서큐버스 룰. +118 19.06.28 11,328 560 15쪽
55 스마일빗멕 +42 19.06.27 11,247 526 13쪽
54 셋 중에 하나쯤은.. +62 19.06.25 11,629 520 10쪽
53 장례식 + 또 하나의 나이프 +49 19.06.22 12,395 614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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