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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데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양철통9
그림/삽화
유서분님께서보내주심감사합니다다
작품등록일 :
2019.04.20 23:43
최근연재일 :
2019.07.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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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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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오글거려서 칼이 된다.

DUMMY

*





눈앞에 악마惡魔 ‘배스’가 재 강림한다고 해도

이보다 더 경악스럽지는 못할 듯 했다.

굳어버린 백진백은 레몬이라도 씹은 소처럼, 반쯤 입을 벌린 채.. 은아만 쳐다보고 있었다.


벌 서는 초등학생처럼 어깨를 잔뜩 움츠린 누님.

창백한 낯빛의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죄, 죄송해요.”라고 두 번이나 말했고, 지금 막 “제, 제 잘못이에요...”라고 말끝을 흐렸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죄송하다라기 보다는, 몹시 혼란스러워 보이는 표정이었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다. 백진백은 누님이 사과를 할 줄 아는 인간이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제 2 전투부 시절, “날 빡 치게 만드는 새끼는 모조리 적이야.”라던가, “잘못? 쎈 사람은 애초에 잘못한 거 없는데? 그렇게 떠드는 놈은 줘 패면 되지 않을까?”라고 뻔뻔하게 말하던 누님은 여기 없었다.


오죽하면 화신체(분열체)마저 야생마일까. 그녀의 분열된 자아인 13마리의 말은.. 늘 무언가를 파괴하고 불 싸지르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 보통 여러 화신체를 다루는 각성자의 경우,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대장’격 분열체로 전체를 통제하는데... 누님의 분열체는 13마리 모두 제멋대로이고, 24시간 올타임 빡 쳐 있었다.


그러니 그런 것들을 13개나 마음에 담고 있는 누님이 정상일리 없다. 누님은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다... 아니, 별로 통제할 생각도 없는 분이다.



‘그런데 대체 저 남자가 누구이기에...’


백진백은 은아와 뚱뚱한 남자를 쳐다보며 불길한 기분을 느꼈다. 아무리 봐도 분위기로 보아 둘은 ‘연인’같아 보였다. 제 2전투부의 부대원 모두가... 은아는 연애를 할 수 없는 인간형이라고 규정했지만... 모를 일이다. 희선 대장도 어느 날 뜬금없이 결혼하겠다며 모든 걸 버리고 군을 떠났지 않았던가...


하지만 아무리 뚫어져라 관찰해도 저 뚱뚱한 남자에게 어떤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지 느낄 수없었다. 다만, 뭔가 특이한 타입의 사람인 것 같기는 했다.


그는 줄에서 풀려난 뒤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누님의 사과를 받기는커녕,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헝클어진 셔츠를 정리하더니, 담배를 입에 문 채 바지와 구두를 툭툭 털었다.

그리고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이며 입을 열었다.


“저기요. 그 쪽에... 내 발목 묶은 아가씨.”


“네? 네.”


갑작스러운 홍과장의 부름에 체크무늬 여성이 대답했다.


“초면에 미안하지만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네? 아, 네. 무슨...”


“아까 쇼핑한 물건 좀 챙겨주시겠어요. 아무래도 은아 씨랑 대화가 좀 길어질 것 같네요.”


“아... 네. 알겠습니다.”


체크무늬 여성은 아까는 죄송했다는 말을 어렵사리 덧붙였고, 홍과장은 엷은 미소를 보였다.


“괜찮아요. 그 쪽한테는 일이었잖아요. 자초지종도 모르고 지시를 내린 사람이 문제가 있죠.”


그 말에 체크무늬 여성이 은아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엘리베이터로 후다닥 뛰어갔다. 홍과장은 담배를 피우며 은아를 가만히 쳐다봤다. 그리고 세 번째 담배를 반쯤 피다가 “나 같은 게 선생은 무슨...”이라고 중얼대더니, 바닥에 던진 담배를 구둣발로 짓이겼다.


“은아 씨...”


“네?”


“은아 씨의 행동과 입장.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


홍과장이 비틀린 꽁초를 자근자근 밟으며, 표정 없는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 중에 언행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까 엘리베이터 안에서 개새끼라고 했던가요?”


홍과장의 말투는 적당히 부드럽고 건조해서, 욕이 섞여있음에도 욕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 그건...”


“그리고 또 뭐라고 했죠? 목에 칼 처박고 뒈지고 싶냐고 물어봤었나요?”


그 순간 백진백은 홍과장에게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지만, 정확히 그게 뭔지 구분해 낼 수는 없었다.

홍과장의 말이 이어졌다.


“얼마 전에 민철이가 나한테 미쳤냐고 묻던데, 어디서 그런 말을 배웠냐고 물어보니까... 은아 이모한테 배웠다고 하더라고요. 민철이 말로는 은아 씨에게 배운 욕을 학교에서 하면,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대요.”


아이들을 언급하자, 혼란으로 가득했던 은아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아... 아니에요. 저.. 전 아이들 앞에서 욕한 적 없어요. 그리고 요즘에는 애... 애들과 만난 적도 없고... 또...”


“농담이에요.”


홍과장은 벙 찐 표정의 은아를 쳐다보며 “재미없나요?” 라고 되물었다. 백진백이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히 저 이상한 화법. 뭔가 익숙했다. 누구지? 각성자 동료? 마물? 악마? 아니면 우리 친척 중에 저런 사람이 있었던가? 낯설지만 묘하게 익숙했다.


“은아씨. 나 솔직히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고 싶어요. 그런데 은아 씨 표정을 보니까... 아무래도 내가 홍중구라는 걸 믿는 것 같지 않네요.”


“...”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봐요.”


구부정한 자세의 은아가 긴 머리카락의 한쪽을 쓸어 잡고는, 홍과장을 천천히 살펴봤다. 옷차림새부터, 말투, 태도... 그 어떤 것도 며칠 전의 홍과장과는 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낯설지 않았다. 아니, 뭔가 모르게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아, 은아 씨는 내가 왜 갑자기 변했는지가 가장 궁금하겠네요. 간단해요. 바보같이 살기 싫어졌어요. 납득까지는 안 바래요. 나도 납득이 안되니까. 농담이에요. 자, 더 뭔가 있으면 물어봐요. 애들 기다리니까 너무 시간 끌지 말고.”


은아의 이마에 땀이 맺혔다. 무엇부터 물어봐야 할지 몰라서 생각을 더듬었다. 입안에 차오른 질문이... 떨리는 입술사이에서 조각났다. 환자복 안으로 살짝 드러난 가슴골에 땀이 맺혔다.


“없어요?”


“아, 아니요... 그 홍과장님이 아공간에서 벌인 일들... 그거 정말 홍과장 님이 한 일인가요? 어떻게 갑자기 그런 행동을 하실 수 있는 거죠? 어떤 아이를 대신해서 화살에 맞았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또...”


홍과장은 대충 이야기를 듣다가, 끊었다.

아공간 안에서의 행동에 대해, 이랬느니 저랬느니... 변명을 하며 그녀를 납득시킬 생각은 없다. 아마 어떤 말을 해도 의문만 더 커질 것이다.


“이미 ‘정상 판정’을 받았는데, 굳이 그런 게 중요해요? 그런거야 거짓말로 그럴듯하게 답변할 수도 있는 거고... 내가 아무리 진지하게 대답해봐야 은아씨 믿지도 않을 거잖아. 그냥 살고 싶었고, 운이 좋았어요.”


“...”


백진백은 질문을 하라고 그래놓고, 면박을 주는 남자의 태도에 기를 찼다. 눈앞에서의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은아가 홍과장을 이상하게 느끼고 있다면, 백진백은 둘 다 이상해보였다. 그리고 아무래도... 둘은 연인 같아보여서 기분이 점점 우울해졌다.


“그러니까 그런 건 대충 웅혁씨한테나 물어봐요. 다른 질문 없어요?”


은아는 아까보다 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물었다. 발가벗겨진 채 홍과장에게 머리카락을 잡혀 꼭두각시처럼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기분이었다. 이런 류의 경험은... 소녀병 시절 악마들에게 유린당할 때 느꼈던 기분과 비슷해서... 이상했다. 특히 이상하게 그 놈이 떠올랐다. ‘죽은 자들의 친구’라고 일컬어지던 그 악마.


“질문 없으면, 내가 은아씨한테 할 말이 좀 있는데.. 들어 줄래요?”


동의를 구해놓고, 답변이 없음에도 홍과장은 입을 열었다.

물론 10초 정도는 기다려줬다.


“미안해요.”


“네?”


“그동안... 아니, 오랫동안... 은아 씨 아픈 거 몰라봐서 미안해요.”


백진백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소름이 쭉 끼쳤다. 별 것 아닌 말인데 파괴력이 굉장했다.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한편으로, 그는 절망했다. 백진백은 숫총각이지만 저런식의 대화가 연인 사이에나 오가는.. 그런 종류라는 건 알고 있다.


“갑자기 무슨 말씀이세요?”


은아가 한걸음 물러서며,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홍과장을 쳐다봤다.


“희선이 보내고 많이 힘들었지?”


백진백은 느닷없는 대장 언급에 깜짝 놀랐고, 은아의 얼굴은 급속도로 뭉개졌다. 은아는 홍과장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홍과장 님은 언니가 죽고, 단 한 번도 언니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언니 이름을 언급했을 때... 은아는 99%, 아니 100% 홍과장의 몸 속 마물이 깨어났다고 확신했었다.


“도대체...”


아무리 생각해봐도 며칠 만에 사람이 저렇게 바뀔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익숙한 느낌은 뭘까? 또한 백진백의 신체 검진 스킬에도 분명히 걸리는 게 없었다.

이상했다.

갈수록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보우! 당신! 누군데 우리 대장 이름을 함부로 입에 올리는 거우! 당신 도대체 누구야!”


백진백이 소리치며 다가왔다. 그러나 홍과장은 백진백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혼란으로 가득한 은아의 눈동자에, 눈을 고정한 채 백진백의 질문에 답했다.


“왜 입에 함부로 올리면 안되지? 죽은 사람 이름이라서?”


홍과장은 그 말을 하며 웃었고, 은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죽었지만.. 내 와이프 이름인데 뭐, 어때.”


은아가 숨을 들이마셨다. 희선 언니가 죽었다는 건 은아도 안다. 그런데 그 말이 홍과장의 입에서 나오자 참을 수 없을만큼 힘들어졌다. 어떻게 다른 사람도 아닌 홍과장이 언니의 이름을 저렇게 가볍게 취급할 수 있단 말인가? 혼돈의 은아가 혼돈의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눈이 점점 새빨개졌다. 숨을 몰아쉬는 은아의 상태가 점점 이상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당신은 홍과장님이 아니야.”


고개를 휘젓는 그녀의 얼굴에 불이 붙었다가 사라졌다. 홍과장은 씁쓸한 웃음을 지은 채, 불쌍한 은아를 바라봤다. 그리고 담뱃불로 짓이기듯 잔인하게 말을 이었다.


“은아씨도, 나도.... 이 정도 했으면 됐어. 희선이는 죽었어. 없어.”


은아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악마같은 새끼! 개새끼! 나도 알아! 네가 뭔데 그딴 말을 지껄여! 넌 홍과장님이 아니야!”


욕설과 함께 날 선 불길이 그녀의 환자복을 찢었다. 그리고 벌어진 옷 틈 사이로 핏줄이 돋아났다. 마치 살아있는 벌레처럼 발기한 핏줄이 요동치며 그녀의 온몸에 기괴한 문향을 만들기 시작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그녀의 ‘감정’이 방어를 위해 주인의 의지를 벗어나 마력을 주물하기 시작했다.


모든 각성자가 그런건 아니지만, 고위 각성자의 다수는 ‘감정’으로 마력을 주물한다.


“욕 하지 마. 김은아!”


그리고 그 순간 은아는 악마가 누구를 흉내 내고 있는지 깨달았다. 이자는 악마가 맞다. 간악하게도 홍과장의 뇌 속 정보를 이용해, 자신을 파멸하려고 하고 있다. 은아는 악마의 의도를 눈치 챘으면서도 몸에서 진행되는 폭주를 막지 못했다.


소름끼치는 비명悲鳴이

비석 같은 직육면체의 공간을 쩌렁쩌렁 채웠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획이 하나 둘 생겨난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칼로 내리긋듯 그녀의 얼굴에 칼자국 같은 줄이 생긴다. 마력을 관장하는 몸 속의 ‘써클’이 주인의 억압을 참다 못해, 얼굴 밖으로 옮겨져 나온 것이다. 그녀의 얼굴은 무수한 획으로 피투성이가 된다.


마법을 발현하기 위해, 마법사들 중 일부는 불행한 ‘기억’의 어느 순간을 되새겨 그때의 감정을 극한으로 끌어낸다.

획이 그어지고,

획이 그어진다.

그녀의 기억속의 수십개의 상처가 마법진이 되어 온몸에 칼질을 한다.


마침내 온몸의 마법진을 종합하는 마법진이 그녀의 눈 코 입을 찢으며 완성된다. 홍과장은 그 모습에 인상을 썼다. 담배가 피고 싶었지만 참는다.


“누님 멈추우! 누님! 안돼!!”


백진백이 뛰어오는 도중, 그녀의 몸이 폭발하듯 불길을 발산했다.

은아의 무덤을 뚫고, 아니... 은아의 마음을 뚫고 분열된 자아들이 터져 나온다. 홍과장은 비로써 교육자 흉내를 포기한다. 씁쓸한 마음을 견딜 수 없어 담배에 불을 붙인다. 그녀가 뱉은 불바다 속에서 열 두 마리의 말이 사지가 절단된 채, 사방에서 버둥거렸다.


그녀의 마음 그대로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몸통이 톱으로 쓸어놓은 듯 토막 난 스베타.

엉겨 붙은 머리로 벽에 박치기를 해대는 캔디 & 켄디.

네 다리가 잘린 채 몸통을 휘저어대며 경련하는 이사벨... ... .

병든 12개의 자아가... 그 날 학교를 가득 채웠던 아이들의 시체처럼 사방에 널려서 펄떡거린다.


“누님! 정신 차리우!”


백진백이 달려오며 영창 하는데, 절단 된 캔디의 다리가 불 속에서 튀어나와 백진백을 걷어차 버렸다. 벽에 부닥쳐 피를 쏟아내는 백진백.


은아는 불덩이 그 자체가 되어 홍과장에게 일갈했다.


“그 더러운 입에 언니 이름 올리지 마! 악마 새끼! 썰어 버릴거야!! 눈알을 빼서 씹어 먹을 거야! 좆같은 새끼! 죽여 버릴거야!”


“은아씨 적당히 해요.”


“이 개 같은 악마 새끼가 누굴 흉내내! 차라리 널 죽이고 나도 죽을거야! 개새끼 씨발 새끼! 너희들은 악마야!”


“흉내 내는 거 아니에요.”


표정없는 홍과장이 오글거리는 말을, 아무 주저도 없이... 별 것도 아니라는 듯 툭 던졌다.


“너무 사랑해서 닮은 거야.”


은아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 말... 희선 언니에게 백번도 넘게 들었다. 금방이라도 홍과장을 짚어삼킬듯한 불길이 뒤로 훅 물러났고, 은아의 형태가 불 그 자체가 되어 불 속으로 사라졌다.


“누님!! 이런 빌어먹을!! 젠장!”


백진백이 벌떡 일어나 영창했고, 홍과장은 씁쓸한 얼굴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쾅! 쾅! 수십 개의 불타는 말 다리가 홍과장의 머리를 노리고 떨어졌으나, 그중에 무엇하나 제대로 홍과장을 맞추지 못한다.

은아는 홍과장을 죽이지 못한다.


다만, 입고 있는 셔츠가 찢어지고, 바지가 불에 타고, 팔과 몸에 무수히 상처가 생겼다. 죽이지는 못하지만, 죽이고 싶어 한다. 홍과장은 무덤을 뚫고 나온 은아의 날 것 그대로의 마음을 쳐다보며, 생각 이상으로 은아가 심각한 상태였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보우! 당신! 이리와! 거기 있다간 죽을거우! 일단 이리 오우!”


백진백이 불러낸, 젖소가 “음머~~~~~~~~~~~~~~” 고개를 젖혀 울자, 가슴에서 등허리로 옮겨진 로켓 모양의 아홉 젖통이 흰 액체를 뿜어냈다. 진백의 고유 화신체 전투젖소 ‘밀크9’이다. 사방에 뿌려진 우유빛 액체는 공간이 부서지지 않게 벽을 견고히 다지는 한편, 불길을 잡기위해 노력했다. 그 액체는 가공되지 않은 우유 맛이 나지만, 먹으면 중급 포션을 호가하는 위력이 있다.


“이보우! 이리 오란 말이우! 죽고 싶은거우! 밀크9!! 불속으로 들어가서 누님 끌어안아버려! 어서!!”


“음머~~~~~~~~~~~”


그러나 그 순간 캔디의 잘린 다리가 불 속에서 튀어나와 밀크9의 머리를 퍽 짓눌렀다. 또한 백진백 역시 허공에서 떨어지는 말다리에 짓눌렸다.


“누님! 정신 차리소! 나 백진백이우! 날 공격하면 어쩌자는 거우! 누님!! 그러다 죽소! 제발 죽지마소! 제발 죽지마소! 제발... 제발 좀... 그러지 마우!”


백진백은 버둥대며 울었다. 그의 힘이라면 충분히 말의 다리를 부숴버릴 수도 있을텐데... 과연 사랑을 위해 싸우는 치유젖소다. 홍과장이 천천히 옛 은인에게 걸음을 옮겼다. 기형말들의 공격이 비처럼 쏟아지는 와중에도 홍과장은 여전히 무사하다.

그녀는 결코 홍과장을 죽일 수 없다.


살점이 몇 조각 떨어지고, 얼굴을 몇 대 맞았다. 그리고 퍽! 오른쪽 팔이 뒤틀리며 피가 쏟아졌다. 꽤 아팠지만 별 수 없는 일이다. 말들은 홍과장이 상처를 입을수록 난폭해졌지만, 결정적인 해를 가하지는 못했다. 홍과장은 저벅저벅 걸어 백진백에게 다가갔다.


“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뭐냐고... 왜 누님의 화신체가 당신을 공격하지 않는거야!”


백진백은 이와 중에도 그의 입에서 “나 은아씨 남자친구에요.”라는 말이 안나오길 간절히 바랬다.


“나 모르겠어요? 전에 집들이 할 때 한번 봤죠? 홍중구에요. 희선이 남편.”


그 말에 백진백의 눈이 커졌다.


“뭐? 누구? 다.. 당신...”


“진백씨. 저 분열체들... 이 공간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거 알죠? 아마 이 주변 박살날 거에요.”


“...”


“은아는 내가 알아서 달랠 테니까. 진백 씨는 저 녀석들이 나가지 않게 이 공간 유지 좀 해주세요.”


“대장 남편은 일반인이라고 들었어... 그런데 어떻게... 당신이 누님을 달랠 수 있다고? 어떻게? 그건 대장 밖에...”


“부부사이에 비밀이 어딨어요.”


홍과장이 농담하듯 웃으며, 자신의 피를 백진백의 얼굴에 발라줬다.


“아마... 이제 진백 씨도 공격 받지 않을 거 에요. 은아는 날 못 죽여요.”


실제로 피를 묻히자, 분열체들의 공격이 잦아들었다. 백진백이 놀란 얼굴로 홍과장을 쳐다보다가 상처를 치유해주겠다고 했다. 홍과장은 거부했다.


“공간 유지하는데 신경 써 주세요. 나야 뭐 좀 다치는 거 정도야. 이래저래 지은 죄가 좀 있어놔서. 괜찮아요.”


홍과장이 일어났다. 실제로 많이 다쳐서 조금 힘들긴 했지만 별 수 없었다. 이숭신은 모두가 도망치는 와중에도, 제 학생들을 위해 목숨을 걸지 않았던가. 홍과장이 불구덩이 속에서 말했다.


“어디서 보고 있니.”


“...”


“이리와. 쮸”


그 말이 끝나자 토막 난 말머리들이 버둥거림을 멈추고, 불타는 눈으로 일시에 홍과장을 쳐다봤다.


“어서 나와. 나 기억하지? 예전에 자주 봤잖아.”


말들의 잘린 사지가 뒤엉킨 곳으로부터, 조그마한 말 한 마리가 삐쭉 고개를 내밀었다. 아장아장 걸어와 홍과장을 올려다봤다.


“희선이는 아니지만 뭐, 네가 엄마로 여기는 사람과 결혼했었으니까... 내가 아빠라면 아빠일수도 있겠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쮸가 홍과장 주변을 맴돌았다. 그때 홍과장이 쮸의 본래 이름을 말했다. 쮸는 애칭이다.


“공쥬. 오랜만이네.”


쮸가 고개를 휙 들더니, 홍과장의 품안으로 쏙 들어왔다. 홍과장이 쮸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힝... 힝...”


쮸가 울었다. 쮸는 은아의 첫 분열체다. 홍과장은 품안에서 자꾸 얼굴을 뒤틀어대며 가슴을 찾는 쮸의 머리를 조금 떼어냈다.


“남자한테는 그런 거 없어. 하지마.”


홍과장은 쮸를 안아든 채로, 고민했다. 여기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쮸를 소멸시킬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내버려둘까... 쮸는 은아의 어린 시절이며, 그 시절 은아를 구원했던 희선이를 동경했던 마음이다.


희선이가 살아있을 때의 쮸는 13마리 중 가장 강력하고 강직한 분열체였으나, 희선이가 죽고 나서는 가장 불완전한 분열체가 됐다. 마력 폭주는 순전히 이 녀석 때문에 일어난다. 쮸를 죽인다고 은아가 갑자기 변하게 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다른 분열체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을 터이다.


홍과장은 자신의 살집에 얼굴을 부비는 쮸를 내려다보며 길게 한숨을 뱉었다.

10분 전 까지 만해도 홍과장은 쮸를 죽일 생각으로 은아를 도발했다.


“뭐, 이 녀석에게 희선이가 필요하다면... 지금의 나는 그 비슷한 존재 정도는 되어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그리고 나중에 은아가 홀로 설 수 있게 되면, 저기에 은아를 보살펴 줄 ‘진짜 로맨티스트’ 있었다. 도끼왕은 못되겠지만, 치유젖소로 살아가는 게 그에게도 만족스러운 삶일거라 생각한다.


그래, 죽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이번엔 함께 살아갈 수 있다. 홍과장은 쮸를 안아들고 맹렬히 타오르는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갔다. 저 멀리 은아가 있었다.

마법진으로 얼굴이 다 찢어진 그녀가 피눈물을 흘리며 홍과장을 쳐다봤다.


“오지마! 가까이 오지마! 죽여버릴거야.”


홍과장은 대답 없이 발가벗은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입은 거칠었지만, 그녀의 앞에 당도하기까지 은아는 그 무엇도 하지 못했다.


홍과장은 별 말없이 은아의 얼굴에 세겨진 마법진을 만졌다. 피에 젖은 그의 손이... 과거의 모든 기억으로 각인된 마법진을 지운다.


“그동안 미안했어. 은아씨가 나보다 더 힘들었던 같네...”


은아가 홍과장의 피에서 느껴지는 희선의 냄새에 “아...” 하고 신음했다.




“...”


“희선이는 이제 보내주자. 뭐, 쿨한 여자였잖아.”


은아가 몸을 떨었다. 홍과장은 은아의 팔목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댔다.


“당신! 뭐, 뭐하는거야.”


“증명.”


“?”


은아가 홍과장이 하려는 일을 깨닫고 눈을 크게 떴다.


“내가 홍중구라는 걸 증명하려고. 뭐... 이딴 거 해봐야 죽기 밖에...”


홍과장은, “죽기 밖에 더하겠어” 라고 말하려 했지만, 뒷말이 나오지 않았다. 홍과장이 웃었다. 이제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가 지금 하려는 일은 위험하지만... 훌륭한 치유사 백진백도 가까이 있고 뭐, 어떻게든 될 것이다.

은아가 갑자기 존대했다.


“왜 그러세요 홍과장님! 죽어요! 하지마세요... 하지마세요...”


“걱정마 안 죽어. 은아씨 내가 아공간에서 벌인 일 듣자마자 정신없이 뛰쳐나왔을텐데... 아마도 LSD 챙겨왔죠?”


은아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 그것까지 챙겨서 나올 정도면... 은아씨는 나한테 참 고마운 사람이야.” 은아가 붙잡힌 손을 뿌리치려는데, 쮸가 형체를 변형시켜 단단히 붙잡았다.


“이제부턴 남들에게도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희선이가 그러는데.. 내 엉덩이보다 은아씨 가슴이 사람 끌어안기에 좋다더라.”


“...”


“엉덩이가 아무리 푹신해봐야 끌어안을 수가 없어. 자세가 안 나오거든. 자, 은아씨 내 마력에 뭔가 섞여 있다면... 날 치료해줘. 죽기 싫네. ”


홍과장이 씩 웃으며 몸 안의 마력을 일제히 분출했다.

3개의 봉인 주문이 일시에 발동되며 그를 초죽음 상태로 이끌었다.




*




홍과장이 분출한 마력 안에는 확실히 마물의 마력이 좁쌀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은아는 무릎을 꿇고, 바닥에서 경련하는 홍과장을 끌어안았다.

밀크9과 백진백이 뛰어왔다.



“백진백! 빨리! 진백아 빨리!”



찢어진 바지 사이로 희선 언니가 말했던

그것이 살짝 보였다.

과연 치명적이었다.







-은아 끝.-


작가의말

올려놓고 수정 좀 할게요. 

한 50번 읽으니까 뭔가 설명이 빠졌는데... 뭐가 빠졌는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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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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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셋 중에 하나쯤은.. +62 19.06.25 8,962 453 10쪽
53 장례식 + 또 하나의 나이프 +48 19.06.22 9,583 544 22쪽
52 [은아와 보미] + [(죽음의 의사)를 묻는 미래의 X이프)] +70 19.06.20 10,207 456 18쪽
51 죽음의 의사 +38 19.06.19 11,258 450 14쪽
50 자기가 무척 재미있는 사람인 줄 아는 아저씨들 (옛 친구들) +46 19.06.16 12,151 544 16쪽
49 [이곳은 신용인] X [그가 증명했다] +89 19.06.14 12,808 556 19쪽
48 별 것 없는 휴식. +80 19.06.12 13,302 555 17쪽
47 스마일. +142 19.06.10 13,837 651 17쪽
46 +74 19.06.08 14,196 650 13쪽
45 여왕 강림. +137 19.06.06 15,610 74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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