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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데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양철통9
그림/삽화
XXXXXXXXXXXXXXXXXXXX
작품등록일 :
2019.04.20 23:43
최근연재일 :
2019.06.1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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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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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그저께 저녁. + 1203호에 살던 소년의 미래.

DUMMY

*




그저께 저녁.

홍과장은 병원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팔짱을 낀 채 내려다보고 있는 백진백과, 초조한 표정으로 “괜찮으세요? 괜찮으신 거죠?”라고 묻는 은아.

홍과장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상체를 일으켰다.


은아의 폭주 후, ‘증명’을 위해 스스로 발동시킨 3단계 구속 주문.

그것은 은아에게 자신이 홍중구임을 증명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 주문이 발동됐을 때... 자신이 어느 정도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이기도 했다. 때마침 옆에 훌륭한 치유사도 있었고, 은아도 LSD23을 소지하고 있었으니... 대비는 확실했다.


결론은 2단계 중반까지 의식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대로라면, 신용인에 들어가서 LSD23의 대체물을 제조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마력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병실 창가에서 꽃을 우물우물 뜯어먹던, 밀크9이 흰색 촉수를 쭉 뻗어 홍과장의 몸 여기저기를 툭툭 건드렸다. 터치할 때마다 자잘한 상처가 아물었다. 백진백은 굳은 얼굴로 은아를 쳐다보고 있었고, 은아는 놀랍게도 울고 있었다. 저렇게 처량하게 우는 건 홍과장도 처음 봤는데, 다른 사람 같았다.

어쩌면 저게 은아의 본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청순했다.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홍과장은 물 한 컵을 비우며, 눈물 투성이가 된 은아의 얼굴을 쓱 훑었다. 과연 백진백은 훌륭한 치유사였다. 엉망으로 찢어졌던 은아의 얼굴이 거의 제 모양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은아는 아직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 정상은 아니다. 적어도 한 달 정도는 더 입원해야 될 듯 보였다.

그녀가 우는 목소리로 말했다.


“과... 과장님. 괜찮으신 거죠? 그... 제가 얼굴 좀 만져 봐도 될까요? 잠시 이마 좀 짚어볼게요. 잠깐이요. 잠깐만 만져보면... 제... 제가 안심이 될 것 같아요.”


하지만 홍과장은 뻗어오는 은아의 손길을 걷어냈다.

거절당한 은아의 손이 무안하게 허공에 멈췄다.


“은아씨. 닮았지만 나는 희선이가 아니에요. 본인 감정 컨트롤 제대로 해요.”


홍과장이 부드럽게 말했다.


“...”


“관계를 확실하게 구분지어 놓는 게, 나중을 위해 좋을 거예요.”


“...”


“나는 희선이가 아니라, 희선이 남편이에요. 헷갈리지 마요.”


“...죄송해요.”


은아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불안을 느끼고 있던 백진백이 홍과장을 다시 봤다.

그리고 홍과장은 느꼈다. 갑자기 밀크9의 촉수가 이전과 달리 몹시 부드럽게~ 아주 조그마한 상처까지 꼼꼼하게 찾아 부드럽게 문질러줬다. 속이 보여서 사랑스러운 남자였다.


홍과장은 걱정하고 있을 아이들에게 전화부터 건 뒤,

대강 몇 마디를 나누며 환자복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은아가 울음을 그칠 때쯤 말했다.


“은아씨. 부탁이 있어요.”


“네?”


“당분간 나 좀 지켜줘야겠어요.”


백진백이 저건 또 무슨 소린가 싶어서, 눈썹을 꿈틀했다.


“나 이틀 뒤에 신용인으로 가요. 그리고 두세 달 정도 회사에 다니면서 들락날락 할 거에요 그러니까 당분간 내 뒤 좀 봐줘요.”


의기소침해 있던 은아의 얼굴이 뻣뻣해졌다.


“난데없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신용인에는 왜요? 홍과장 님이 왜...”


“말했다시피 더 이상 바보 같이 살고 싶지 않아요. 내 몸 속의 마물을 없앨 약을 구할 생각이에요.”


“약이라니요.”


“헤쉬드의 혀. 그걸 찾아볼 생각이에요.”


“네?”


은아가 입을 딱 벌렸고, 백진백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헤쉬드의 혀’는 이너써클로 폐산물이 된 사람들에게 유일한 희망. 동시에 이계에 관련된 몇몇 불치병을 치료하는데 큰 효과가 있는 고급 약재였다.


그러나 구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기였고, 실제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사진도 한사람이 찍은 몇 컷이 전부였다. 홍과장은 신용인에 간다는 말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은아를 위해, 수위를 조금 낮춰 거짓말을 했다.


“그렇게 놀랄 것 없어요. 신용인 ‘내부’로 들어가겠다는 게 아니고... ‘제 5 포털 단지’에, 약재 거리를 돌아다닐 생각이에요.”


“...”


포탈 단지는... '신용인 출입 포탈'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규모 교역단지.

신용인에는 총 7개의 포탈이 존재하고, 각각의 포털 단지는 내외부의 교역항 또는 무역항 같은 역할을 했다. 마땅한 명칭이 없어서 항구 혹은 공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포탈 단지는 전부 군에 의해 직접 관리되거나, 군에게 허락받은 대형 길드가 운영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딱 한 곳. 홍과장이 가겠다고 한.... 옛 분당 오리역 근방의 ‘5P 포탈 단지’에는 주인이 없다.


그곳은 거친 여행자들의 항구였고, 제법 큰 규모의 암시장과, 유흥가가 자리잡고 있었다. 어느 정도 치안이 유지되고 있긴 했지만, 골목이 많고 복잡해서 범죄자들의 좋은 서식처이기도 했다. 5P 포탈에서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신용인 내부의 ‘제 5탑 개척지구’에 비교하면 껌인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위험한 곳이다.


“홍과장님 이렇게 말씀드려서 죄송한데... 헤쉬드의 혀는 희귀한 약재에요. 일반 사람은커녕 고위 각성자들도 손에 넣기 힘들어요.”


“이미 충분히 알아봤어요. 그런데 암시장에서 ‘헤쉬드의 혀’가 가끔 취급된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그녀가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미간을 좁혀 생각하다가 말했다.


“홍과장님. 군에서도 그걸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만... 10년간 한 번도 찾은 적이 없어요.”


“상관없어요. 헤쉬드의 혀든 뭐든... 불완전 각성자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거에요. 예전에는 희선이 덕에... 지금은 은아씨 덕에 안전하지만... 사실 언제든지 군의 누군가가 마음만 먹으면, 서류에 사인하듯 죽일 수 있는 몸이잖아요.”


실제로 몇 개월 뒤, 어떤 사건으로 인해 불완전 각성자는 사냥의 대상이 된다.


“홍과장님. 죄송하지만, 감찰관으로써 허락할 수 없어요. 제가 몸이 좀 나으면, 그때 어떻게든 찾아 드릴게요. 그러니까...”


“허락 받으려고 말하는 거 아니에요.”


“네?”


“부탁하는 거예요.”


“...”


“그러니까 내 부탁을 거절하든 말든 그건 은아씨 마음이고. 난 가요.”


백진백은 그 순간, 이 남자는 희선 대장의 남편이 되기 위해 태어난 인간이라고 확신했다. 정말로 대장 같은 인간이었다. 대장은 그래도 장난할 때 웃음을 보여서 또 장난하시는 거구나 하고.. 눈치나 챌 수 있었다면, 저 남자는 진지한 얼굴로 밑도 끝도 없는 소리를 해서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과연 부부였다.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제가 오늘부터라도 나가서 찾아볼게요. 지금 당장...”


“암시장에 군인이 들어가서 뭘 찾아요? 그리고 나중에 은아씨 몸이 나아진다고 해도... 이런 일에 은아씨 도움 받은 생각 없어요. 은아씨는 그냥 내가 어이없이 죽임 당하지 않게... 적당히 모른 척해주면 돼요.”


“.,..”


홍과장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은아에게 해답을 줬다.


“불안하면 사람 하나 붙여요. 그 정도는 감수하죠.”


“...”


“독고. 그 사람... 헌터 생활하고 있죠?”


“네? 독고? 혹시 ‘독고현학’ 말씀하시는 건가요? 현학이를 과장님이 어떻게 아세요?”


“하루종일 말하는 여자랑 살면.. 관심 없어도 알게 되요. 어쨌든 그 사람을 내게 붙여요. 그 사람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알고 있어요.”


“...”


“나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뭐든 할 거에요. 그리고 아까 마트 옥상에서 내가 한 행동은 그 의지에 대한 ‘증명’이기도 해요. 난 더 이상 자살 5초전이 아니에요.”


“...”


부탁하는 주제에, 결론까지 자기가 내린 홍과장이 병실을 나섰다. 은아는 여러모로 충격에 빠진 채 멍청히 서 있었고, 백진백은 홍과장을 따라 나가, 헤쉬드의 혀를 찾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재차 설명해 줬다.

하지만 홍과장은 그 말은 듣지도 않고, 이상한 말을 했다.


“진백 씨.”


“네.”


“진백 씨에게 나는 연적인데... 뭐 하러 걱정해요.”


“네?”


“은아가 나 좋아하는 거 몰라요?”


밑도 끝도 없는 카운터펀치에, 진백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른 채 입만 뻐끔거렸다.


“내가 아니라 희선이를 닮은 ‘나’겠지만... 뭐, 그거나 저거나.”


어슬렁어슬렁 둘에게로 다가오던 밀크9이 너무 놀란 나머지 진백 대신, 주저앉았다. 화신체 중에는 본체의 감정을 실기간으로 느끼는 녀석들도 있다.


“그러니까 엄한데 빼앗기지 말고.. 빨리 은아랑 사귀던가 해요.”


“네?”


“그쪽 대장이 생전에 한 소린데... 은아가 진백씨 좋아한대요.”


“...”


“그런데 그걸 자기가 모르고 있대요.”


“으...”


진백은 기분이 엄청 좋았지만,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오그라뜨렸다. 저 남자의 말은 건조한 목소리에 비해 느끼하고, 사람을 비비꼬이게 만든다.


“하지만 좋아하는 게, 사랑은 아니니까. 어떻게해서든 은아가 진백씨를 사랑하게 만들어봐요.”


“...”


“빨리 은아씨와 사랑해요.”


저런 말을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걸까? 진백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홍과장을 쳐다봤다.


“왜요. 사랑이란 말이 오글거려요?”


진백이 차마 대답은 못하고 오그라든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홍과장이 픽 웃었다.


“상대가 살아있을 때 사랑도 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러세요.”


“으...”


“나는 못하거든요.”


진백은 멀어져가는 뚱뚱한 남자를 보며, 침을 삼켰다. 뭔가 대장이 업그레이드 되서 돌아왔다. 이 정도면 헷갈릴 만도 했다. 진백이 새빨개진 얼굴로 은아가 있는 병실을 힐끗거리다가 한숨을 쉬었다.


좋아하는데 아직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의 뜻은 뭐고?

좋아하는 걸 사랑으로 만드는 방법은 또 뭐란 말인가?

진백은 치유사로 수많은 군인들에게 사랑전도사라 불리지만, 정작 이성 간의 깊은 관계는 맺어본 적이 없어서... 그게 무슨 소린지 잘 몰랐다. 그는 우유 같이 하얀 남자. 밀크9이 9개의 부드러운 촉수를 뻗어 상심한 진백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음머?”




*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 뒤, 오후 1:55분.

소주 막잔을 입에 털어 넣은 홍과장은 은아와 통화를 하며 집을 나섰다.

깨끗한 흰 셔츠 차림에 백팩을 메고, 한 손에는 갑옷이 든 캐리어를 끌었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내내 수화기 저편의 은아가 홍과장을 만류했다.


“홍 과장님. 다시 한번 생각해주시면 안될까요?”


“그저께 이야기는 끝냈잖아요. 안전하게 행동할거니까 걱정 안해도 되요.”


“하지만 거기 치안도 엉망이고 진짜 위험한 곳이에요.”


“위험한 곳에는 안가요. 그리고 어차피 누나 가게 가본지도 오래됐고 해서... 한번 찾아가려던 참이었어요.”


은아가 한숨 끝에 말을 붙였다.


“...알겠어요. 그 대신 꼭 하루에 한번은 전화 주시고, ‘그 녀석’ 말 잘 들어주세요. ‘그 녀석’ 성격이 개똘아... 아니, 희한하긴 하지만 알고 보면 순둥이니까...”


“은아 씨가 희한하다니까 기대되네요. 치료 잘 받아요. 끊어요.”


“그리...”


-뚝-


홍과장은 전화를 끊고, 저 멀리 경비실 쪽에 팔짱을 끼고 있는 남자를 쳐다봤다. 180정도 되는 키에, 비뚤게 쓴 비니. 면바지에는 칼날 같은 주름이 잡혀 있고, 운동화는 조던8. 몸에 걸친 모든 게 새것 같았다.


남자는 커다란 헤드폰을 쓴 채, 고개를 까딱거리며 핑거스냅으로 딱 딱 비트를 타고 있었다. 옆에는 화려한 오토바이가 서 있다.


그의 이름은 독고현학.

오래전 제 2공격대의 부대원이었고, 현재는 제대 후 프리랜서로 헌터 일을 하고 있는 각성자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독고현학은, 전생에... 홍과장에게 작위를 받은 ‘데스 나이트’이기도 했다.

홍과장은 반가운 마음에 웃음을 보이며 옛 수하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그는 당연히 홍과장을 몰랐다.


“안녕하세요. 현학씨.”


말을 걸자, 그가 한쪽 눈을 치켜떴다.

자주 짓는 표정인지, 이마에 자리 잡은 4겹 주름살이 어울렸다.


“안녕하세요. 현학 씨.”


“네?”


“은아 부탁으로 온 거죠? 홍중구입니다.”


“네?”


사람이 인사를 하는데, 헤드폰을 벗지도 않고... 네? 네? 거리다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뭐야! 아재가 희선 대장 남편?”이라고 툭 뱉더니, 홍과장을 위 아래로 훑어 봤다.


“어랍쇼! 대장 취향이 아닌데... 셔츠에 바지라... 깔끔하긴 한데... 존나 아재틱하네. 낄낄.”


“...”


“암튼 뭐 아재 반가워. 아재 차 있지? 어딨어? 빨리 가자. 나 바쁜 사람이야.”


“그래요.”


그는 싸가지 없게 옛 상관의 등을 탁탁 밀쳤고, 홍과장은 예전과 너무 다른 녀석의 모습이 재미있어서 웃었다.


홍과장은 주차장 구석에 세워진 중형차로 갔다. 아버지가 옛날에 몰던 택시다. 여기저기 도색이 벗겨져 TAXI의 T자와 X자가 흐릿하게 드러나 보였다.


“뭐야. 이게 자동차야?”


“...”


“이게 굴러가? 언제 차야. SN-520? 아이씨... 이럴 거면 내 차 가져올걸 그랬네. 나...참...”


홍과장이 별 대답 없이 운전석에 앉자, 녀석이 코를 쥐고 보조석에 앉았다.


“기가 막히네. 이 싸구려 방향제 냄새는 또 뭐고. 아! 좋네 좋아. 이히히. 존나 웃기는 스타일이네. 이 아재.”


녀석이 낄낄대며 “출발! 출발!” 하고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쾅! 홍과장이 화단에 차를 박았다. 보닛에 붙은 택시기사 면허증을 구경하며 낄낄대던 녀석이 본닛에 얼굴을 처박았다.


“아재 뭐 하는 거...”


쾅! 후진하다가 다시 한번 화단에 박았다.

녀석이 드디어 헤드폰을 벗었다.


“미안해요. 운전이 너무 오랜만이라.”


“아니.... 이 아저씨가 누굴 죽이려고. 아하하. 아하하하... 뭔지 모르겠는데 이 아재 존나 웃기네?”


녀석이 낄낄대며 안전벨트를 쭉 댕기는데, 쾅!


“아이씨! 아재 일부러 그러는거지? 내가 웃으니까 만만해? 나는 은아 누나처럼 대장 남편이라고 대우해주고 그러는 거 없어. 알아?”


일부러 그런 건 아니다.

운전대를 잡은 지, 13년도 더 됐으니 별 수 없는 일이다.


“비켜 아재. 내가 운전하게.”


“내가 할게요. 곧 익숙해질거에요.”


“아, 비키시라고오- 꼴 보니까 딱 장롱 면허구먼... 비켜, 비켜.”


곧 녀석이 단지 밖으로 차를 몰았다. 녀석은 운전하는 방식도 정신이 없었다. 흥얼흥얼대며 핸드폰을 조작하다가, 카 오디오에 잭을 연결 하더니, 볼륨 버튼을 끝까지 올렸다. 쿵! 쿵! 힙합 음악이 터져 나왔다.

D프콘이었다.


‘내 옛 수하는 이런 사람이었구나...’


홍과장의 수하이던 시절의 ‘독고’는 말이 없었다.

그는 홍과장의 언데드 부대와 전투를 벌이던 각성자 연합의 일원이었고, 싸우던 도중에 같은 편의 배신으로 목을 반쯤 잘렸다. 그리고 피를 쿨럭 거리며 당시에 ‘적’인 홍과장에게 손을 뻗었다.


[“시발... 제발 저 새끼들을 죽일 수 있게 해주세요.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어... 당신 ‘그’ 데스나이트지... 나도 복수하고 싶어. 나한테도 기회를.. 쿨럭 쿨럭”]


그가 목에서 터져 나오는 피를 손으로 움켜쥔 채, 홍과장에게 구걸했다.


[“저 새끼들이 내 동생을 죽였어. 아니... 괴물로 만들었어. 알고보니 울 엄마 아빠를 죽인 것도 저 새끼들인 것 같아. 나는 모든 인간 새끼들을 죽여 버리고 싶어. 제발 날 당신같이 만들어줘. 방법이 있잖아... 제발... 제발...”]


홍과장은 허우적거리며, 손을 뻗는 녀석의 손을 잡아줬다. 죽게 내버려두는 편이 더 나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에 홍과장은 그에게 기사의 작위를 내렸다.


-제 2 대대 대장 : 목 없는 기사.-

죽은 개들의 왕.


생명이 아닌 생명을 얻은 뒤... 녀석은 달랑달랑 거리는 목을 떼어내 옆구리에 끼고 다니거나, 마왕성 어딘가에 내던지고 돌아다녔다. 보통은 눈만 빼서 가슴에 붙이고 다녔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눈을 떼어 부하에게 맡기고는 망나니처럼 춤췄다.


또로롱 또로롱

‘후회하는 떠돌이 기사’들을 통합하여, 부대를 꾸린 그는 홍과장의 막강한 전력 중 하나였다. 시체 병사들과 시체 기사들이 그를 따라 목을 내던져대며 춤을 췄고, 그 스스로도 춤 췄다.


아니, 그건 춤이 아니라... 온 사방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몸부림이었다.

그 처절한 모습이 춤처럼 보였을 뿐이다.


그는 어떤 아파트 1203호에 살았던 소년이었고, 며칠 전 홍과장이 강남 아공간에서 발현한 죽고 싶은 소년이란 초급 고유 주문을 만든 당사자이기도 하다.




“아재 그런데... 진짜 이해 안가네. 도대체 어떻게 꼬신거야 우리 대장을...”


“...”


“하아.. 진짜 우리 대장 취향이 너무 예술이시네. 아니다 이건 뭐 그거 같은데?”


녀석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그거 있잖아 그거...”


“...”


“낄낄낄. 군바리 씹새끼들이 말하는 그 박애주의. 존나 박애를 갈구하는 면상이야. 아재 몸매랑 얼굴.”



독고는 -목 없는 기사-가 되고 3년 뒤,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제 머리를 밟아서 터트렸다.


[“솔직히 전부 죽여 버리고 싶은데... 죽이고 있다보면... 또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그냥 생각을 하기가 싫습니다. 그냥 절 살인병기로 써주십쇼. 당신에게 영원히 충성하겠습니다. 한 가지 부탁이 있다면... 제 동생과 가족을 죽인 놈들을 찾게되면... 꼭 절 그곳에 던져주십시오. 그곳에서 영원히 춤추고 싶습니다.”]


홍과장은 그 날을 떠올리며, 현재의 독고를 씁쓸하게 쳐다봤다.


“현학씨 휴게소에 잠시 차 좀 세울 수 있을까?”


“왜? 아재 오줌 마려? 안돼. 나 바쁜 사람이라니까. 가서 눠. 가서. 이히힛.”


녀석이 오디오 볼륨을 최대로 높이고, 180까지 속력을 올렸다.


“이 좋은 날씨에 오줌 마려운 아재랑 데이트라니... 나도 참 불쌍한 인생이네.”


쾅! 쾅! 박살나는 비트 위로 랩아티스트가

독고다이를 외쳤다. 불길한 노래였지만, 독고는 이번생에 죽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저 멀리 도로 너머로 무덤 같은 거대한 아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용인. 아버지가 몰던 택시가 180KM로 그곳을 향해 달렸다.

차체 옆면에 흐릿하게 드러난 TAXI의 'X'가 세찬 바람에 바람개비처럼 돌아간다.

십자가에 멈출 것인가.

X에 멈출 것인가.

아니면, 고맙게 떨어져 나가 줄 것인가.


홍과장은 아직 아무것도 실패하지 않았다.

담배에 불을 붙인다.


중구가 죽지 않고,

신세계에 입장한다.





















근데, 오줌이 마려웠다.











데X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작가의말

올리고 수정 좀 하겠습니다.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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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께 저녁. + 1203호에 살던 소년의 미래. +90 19.05.18 24,323 858 19쪽
35 그는 어떻게 버텨왔는가. ((조금 잔인합니다.)) +144 19.05.16 25,718 903 20쪽
34 오글거려서 칼이 된다. +113 19.05.14 25,836 992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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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50분전 (2) +7 19.05.05 26,839 720 8쪽
25 50분전 +10 19.05.05 27,016 773 8쪽
24 그 불쌍한 꼬마가 공터에 가는 이유 (2) +31 19.05.05 27,445 827 9쪽
23 젠틀의 이유 + 그 불쌍한 꼬마가 공터에 가는 이유. (1) +61 19.05.04 31,337 852 11쪽
22 (2) 보미 마무리 : 홍과장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26 19.05.03 32,760 80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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