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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데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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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통9
그림/삽화
유서분님께서보내주심감사합니다다
작품등록일 :
2019.04.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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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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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6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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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잔인 주의

DUMMY

<둘 다, 삶의 목적이 없었다>





*




끈끈이 쥐덫에 엉킨, 꼬마 생쥐가 버둥거렸다.

쥐는 징그럽다고만 생각했는데, 새끼 생쥐는 조금 귀여웠다.


“쥐새끼 잡혔다!”


얼음땡을 하던 아이들 중 몇몇이 모여, 나뭇가지로 생쥐를 찔렀다. 끈끈이에 엉킨 생쥐가 쪼끄만 다리를 휘저으며, 찍찍 소리를 냈다. 아기 울음소리 같았다. 꼬마 현학은 아이들로부터 몇 걸음 떨어져 있었는데, 생쥐가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힘이 빠졌는지 눈만 깜빡이는 쥐.

아이들이 몇 번 더 나뭇가지로 찌르자, 생쥐의 배가 뚫렸다. 뻘겋고 노란 물이 흘러나왔다. 생쥐의 배는 그래도 움직였고, 앞 이빨이 톡 튀어나온 입 밖으로는 숨소리가 오갔다. 다리가 점점 뒤틀렸고, 꼬리는 녹아서 뜯어졌다.


“쥐새끼가 배로 오줌 싼다!”


현학은 어떤 아이가 “아하하하하-” 웃는 소리에 오줌을 찔끔 지렸다. 한 명이 웃으니까 몇몇이 따라 웃었다. 찔끔 찔끔 나오던 오줌이, 뱃속에 내장이 쏟아지듯 우르르 흘러나왔다.


현학은 어기적 어기적 돌아섰다.

뚝. 뚝. 오줌 발자국을 찍으며, 화단에서 돌을 쥐었다.


그리고 움켜진 돌로 쥐를 세 번, 네 번 찍어서 죽였다.

나뭇가지를 든 아이들이 겁에 질려 울었다.


“왜 울어?”


현학이 피 묻은 돌을 아이들에게 휘둘렀다. 한 녀석의 얼굴이 뭉개질 정도로 돌을 내리쳤다. 고아원 선생님들이 달려와 현학의 뺨을 때렸다. 누군가는 미친놈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정신병자라고 했다. 현학은 울지 않고 “생쥐가 너무 불쌍해서 죽였어요! 제가 잘못했어요?”라고 당당히 물음을 던졌지만, 선생님들은 “그렇다고 해도 사람을 해치면 어떡하니! 응?”라고 소리치며 현학을 싸이코패스라고 했다.


현학은 격리된 채로 몇 달을 지냈지만, 쥐를 괴롭히던 놈 중에, 한 녀석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기분이 좋아졌다. 현학이 때문에 죽은 건 아니었고, 교통사고라고 했다. 현학은 그 후로도 꾸준히 죽어가는 무언가를 보면, 죽여줬다.

메뚜기, 매미, 잠자리, 하늘소. 고양이...


뭐든지 몸이 상한채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게 느껴지면 죽여줬다.

아무도 그들을 죽여주지 않아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현학은 죽음을 갈구하는 그 눈빛을 알았다.

거울을 보면 매일 보는 눈이니까, 아주 잘 알았다.


현학은 아영이가 벌어온 돈으로, 캔디 50을 깨물며, 자신도 누군가 큰 힘을 가진 존재가 와서 죽여줬으면 하고 생각했다.


자살은 무서워서 할 수가 없었다.

사실 한번 하려고 했는데... 아영이 때문에 못했다. 아영이가 “헤헤. 나도 하고 싶은데... 나 먼저 해주고 오빠가 하면 안돼?”라고 말해서 못했다.

엄마 아빠가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어제 저녁 11: 47분.

현학은, 죽음을 갈구하는 수백 개의 눈동자. 그 중심에 섰다. 5포털 단지 상점가에서 물건을 사던 홍과장이 갑자기 골목을 향해 걷기 시작하더니, 단숨에 윤락촌까지 파고들었다.


“아재! 아재 잠깐만!”


홍과장은 남녀로 가득한 환락의 거리를 지나쳐, 언덕아래 어떤 공장형 건물 앞에 멈춰 섰다. 쓰레기와 온갖 고물로 뒤덮여 평소라면 코를 쥐고 지나쳤을 허름한 장소... 홍과장은 나이프를 빼내어, 문에 달린 자물통을 쾅! 쾅! 내리쳤다. 홍과장을 말리던 독고가 눈을 치켜떴다. 아무도 없는 버려진 건물인 줄 알았는데, 문틈 사이로 사람들의 말소리와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재 여기가 대체 어딘데...”


끼이익- 거대한 철문이 열렸다.

밝은 실내. 안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일제히 홍과장을 쳐다봤다.

그들은 상의와 하의가 합쳐진 비닐 옷을 입고 있었고, 테이블마다 어떤 덩어리를 톱으로 쓱쓱 썰고 있었다. 바닥은 온통 피였고, 천장엔 무언가가 줄줄이 매달려 있었다. 개 농장에서 개를 가두는 용도로 사용하는 철장 같은 것들이 사방에 겹겹이 쌓여 있었는데... 그 안에 갇힌 건, 개가 아니었다.


그 수많은 눈 속에서,

독고는 주저앉고 말았지만, 홍과장은 미동 없이 서 있었다. 아니, 표정의 변화조차 없었다.


“아재가... 이런 곳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독고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았다.

몇 해 전 소속되어 있던 부대원들을 설득해서, 몇 번 장기 밀매 업자들의 본거지를 공격한 적이 있다. 날고 기는 각성자들도 참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는 현장. 독고 역시 버티지 못하고 도망친 전례가 있다.


“아재...”


홍과장의 퉁퉁한 등판은 미동조차 없었다. 그는 볼록한 엉덩이 왼편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에 땀을 한번 닦아냈을 뿐이다.

누군가 소리쳤다.


“뭐야!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


“작업 중지! 작업 중지! 저 새끼들 뭐야. 씨발 문부터 닫고!”


홍과장은 소리를 지르는 남자에게 다가가 칼을 휘둘렀다.

어딘가를 자르고, 또 자르고 붉은 발자국을 찍으며 달려드는 사람들을 차례차례 죽였다. 등판에 꽂힌 아티팩트 대신, 그 자들이 고기를 썰던 칼을 사용했다.


“아재!”


하지만 공장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홍과장의 등 뒤로 접근한 남자가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홍과장이 비틀하는 찰나에 어떤 남자가 홍과장의 목을 노리고 칼을 내리쳤다. 홍과장은 너무도 무심하게 자신의 팔로 그 칼을 받아냈다. 순간, 피의 웅덩이에서 시커먼 팔이 튀어나와 남자의 목을 잡아챘고, 부러뜨렸다.


홍과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핑- 마력을 머금은 화살 하나가 어깨 죽지를 관통했으나, 신경도 쓰지 않았다. 쏟아지는 화살 속에서 홍과장은 사람을 죽였다.


땀에 젖은 그의 셔츠에서 열기가 뿜어졌다.

어떤 마법사의 불덩이 두어 개가 홍과장을 옆구리를 스치고,

몇 개의 검이 휘둘러졌다. 홍과장은 그들의 쏟아지는 욕설에도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허벅 다리에 화살이 한 발 박혔을 때와, 어떤 자의 검 끝이 가슴을 베고 지나갔을 때...

독고는 홍과장의 입 꼬리가 조금 올라가는 걸 봤다.


독고는 “설마... 웃는 건 아니겠지.”라고 중얼거렸지만,

독고가 제대로 본 게 맞다. 붉을 홍紅을 뒤집어쓰고 태어나, 이렇게 저렇게 나뒹굴며 ‘과장’의 자리까지 오른 중년의 가장은, 오랜만에 느끼는 원초의 피 맛에 흥분했다. 회귀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회귀를 포기한 후로 이렇게 싸워본 적은 없다. 그래서 그 모든 감각을 다 잃어버린 줄만 알았는데...

이 맛은 여전히 사람을 흥분시킨다.


입은 웃어도, 눈물은 흐른다.

불지옥이 될 세상에 경고하듯, 바짝 걷은 와이셔츠 소매 아래로 시퍼런 칼을 휘둘렀다. 여름을 베듯 살점을 베는 매미의 울음이 요란하다. 데스나이트 시절의 홍과장은 뜨거웠다. 정점을 찍은 8월의 여름 속을 헤매며 매미처럼 울며 칼을 휘둘렀다. 쏟아지는 박수 속에.. 그의 울음이 끝나면, 어디서든 여름은 끝났다. 피의 홍수가 폭포수처럼 여름을 식혔다.


하지만 이제는 회귀 전처럼 살 수 없다.

홍과장은 손아귀 안에서 갓 잡은 생선처럼 날뛰는 에로스를 꽉 잡는다. 성욕을 억누르듯, 칼을 제 팔에 박는다. 홍과장은 자신이 더 이상 죽음의 기사가 아니라고 중얼댄다.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고, 아버지다.

아이들이 살아있고, 홍과장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예정이다.

더 이상, 억울하고 불쌍한 자들의 염원에 부흥하기 어렵다.


독고는 홍과장의 행위에서 해방을 느꼈지만, 홍과장은 스스로를 억압한다.

그렇게 결정했으니, 그렇게 살아야 한다.

한걸음을 더 나아가는 순간 홍과장은 또 다시 데스나이트가 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호흡을 골랐다.


홍과장은 멈췄다.

검은 비닐봉지에서 꺼낸 진통제를 우적우적 씹으며 사방을 둘러봤다. 두 발로 일어서 있는 사람은 없다. 그래, 이 정도면 회귀전의 자신에게 마지막 변명 정도는 될 수 있다.


“독고 씨.”


“...네.”


“내 행동이 잘못됐나요?”


홍과장이, 생쥐를 죽인 꼬마 현학처럼, 현학에게 물었다.


“...”


“내가 무서워요?”


“....”


“희선이는 이렇게는 못했죠?”


“...”


독고는 대답 대신 침을 삼켰다. 독고는 제 2 전투부 시절... 대장에게 몇 번이고 부탁했다. 이 세상에는 마물보다 더 한 놈들이 수두룩하다고. 제 2전투부 대장이면 병력을 움직여 그들을 말살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희선은 거절했다.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았다. 은아 누나랑 다른 부대원들에게 매달려봤지만 요지부동. 그들은 희선 대장이 허락하지 않았다며 거절했다. 현학은 그로부터 제 2 전투부에서 떨어져 나왔다. 다른 부대로 이동해서도, 또 다른 전투부로 이동해서도... 그의 요청은 거의 거절당했다.


동조해준 정의로운 몇몇 친구는 제대하거나, 폐인이 됐다.

사람으로서, 사람을 죽이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사람을 죽여, 사람으로 돈을 버는 사람도 있는데... 왜 범죄자들을 죽이면서 고통스러워 해야 하는가?

독고는 군에서 뛰쳐나와 몇몇을 죽여 봤다.

그런데 독고도 친구들과 별다를 바 없었다. 사람을 죽이면 꿈에 사람이 나왔다. 가끔씩 사람을 죽이고 벌벌 떠는 자신이 싫어서 머리통을 터트려버리고 싶었다.

그에게는 뭔가 목적이 필요했다.


“말해봐요. 독고씨. 내가 무서워요?”


“아... 아니요.”


“다행이네.”


“...”


“은아 씨에게 lsd23 받은 거 있죠?”


“네? 네.”


“혹시 지금 가지고 있어요?”


“아니요.”


“그럼, 조절 좀 해야겠네.”


홍과장은 타토를 팔에 박았다.

살아서 꿈틀거리던 각성자가 검은 팔에 잡혀 천장으로 솟았다. 몇 시간 전의 독고처럼 목을 움켜잡혔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팔은 멈추지 않고 쭉 솟아 천장에 남자를 짓이겼고, 피자국을 중심으로 퍼져나간 피의 가지들로부터 줄이 떨어졌다. 줄들이 얇은 손이 되어 철장을 하나하나 파괴했다. 갇혀 있던 사람들이 빠져나왔다.

약에 취한 그들이 피웅덩이 속을 허우적거리며, 약을 찾았다.


“죽고 싶은 사람은 살고 싶다고 말하고, 살고 싶은 사람은 살고 싶다고 말해요.”


홍과장이 입에 제 피를 묻힌 채 말하자,

천장에 생겨난 뻘건 입이 그 말을 복창했다.


모두가 살고 싶다고 말했으나, 거의 모두가 목에 밧줄이 감겨서 허공으로 치솟았다. 홍과장은 입 밖으로 피를 쏟아내면서도 우적우적 진통제를 먹었다.

독고가 홍과장을 부축했다.


“독고 씨도 대답해요.”


“전 살고 싶어요.”


시커먼 나무가 수백 명의 사람을 매단 채 공장 지붕을 뚫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에 의해 사라지겠지만, 뭐, 그래도 며칠은 싸이렌 정도의 경고는 되어주겠지. 홍과장은 공장을 나서며, 나무를 쳐다보는 집장촌의 사람들을 지나쳤다.

홍과장은 씁쓸한 표정이었지만,

독고의 표정에는 생기가 돌았다.


대상자에서 발현자가 된 홍과장의

몸 속 ‘네크로맨드의 눈’이,

27번째, 후회의 한 순간을 기억했다.





**




새벽 4시 44분.


홍과장은 캐리어를 끌고, 모텔 주차장으로 나왔다.

캄캄한 하늘과, 시원한 새벽공기. 보랏빛에 물든 어둠 속에서 봉고차 한 대가 푸륵푸륵- 엔진음을 내고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형님.”


운전석에 앉아 있던, 모텔 종업원이 뛰어나오더니 홍과장에게 90도 인사를 했다. 홍과장이 웃으며 “이른 아침부터 고생이 많네요.”라고 말하자, 그가 고개를 푹 숙이더니 두 손으로 캐리어를 건네받았다.


“형님은 이 봉고차로 이동하는 게 아니시고... 막내 사장님께서 직접 모시겠다고 했습니다.”


“아니요. 그럴 거 없어요.”


봉고차로 다가서려는데, 모텔 정문에서 탁탁탁탁 계단을 내딛는 소리가 들리더니 독고가 나왔다. 밤새 잠을 못 잤는지 낯빛이 창백했다. 그는 양손에 들고 있던 톨 사이즈 커피컵 중 하나를 홍과장에게 내밀었다.


“아재, 제가 데려다 줄게.. 요”


“그럴 거 없어요.”


“아니. 제가 데려다 드릴게.. 요”


독고는 종업원에게 뭔가를 지시한 뒤, 봉고차를 먼저 떠나보냈다. 봉고차 안에는 총 9명의 사람이 비좁게 앉아있었고, 그 중에는 모델녀와 독고아영, 정도석도 있었다.


“아재, 가방 이리 주세요. 제가 들게요.”


“...”


독고는 홍과장의 캐리어를 받아들고는, 주차장 구석에 세워진 빨간 스포츠카에 실었다.


“타세요. 아재.”


“독고씨. 하루 만에 태도가 너무 변한 거 아닌가?”


“저도 힘들어요. 힛힛.”


홍과장이 안전벨트를 매자, 차가 부드럽게 모텔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독고는 변했다.

어젯밤 골목길 너머 윤락촌에서, 홍과장의 행동을 보고 변했다.

그곳에서 홍과장이 벌인 일은 충격적이었다. 아니, 그건 충격을 넘어서는 무언가... 독고는, 피를 뒤집어 쓴 채 “내가 무서워요?”라고 묻던 홍과장의 얼굴을 떠올리며 퀭한 눈을 비볐다. 한숨도 못 잤다.


“그...아재, 이제부터 형님이라고 불러도 돼요?”


“그냥 아재라고 불러요. 말버릇은 고약했어도 그 호칭은 듣기 좋았거든.”


“말씀 놓으세요.”


“이게 편해.”


홍과장이 커피잔에 입을 대며 웃었다. 운전하는 내내 독고는 홍과장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는데, 저도 그런 제 모습이 낯설어서 자꾸 볼에 바람을 머금었다. 뭔지 모르게 부끄럽고 어색한 기분이 이어졌다. 대중탕에서 벌거벗고 목욕이라도 하고 나온 기분이었다.


“아재, 요 며칠 버릇없이 굴어서 죄송합니다.”


“그냥 하던 대로 해요. 갑자기 변하면 죽어.”


스포츠카는 인적이 드문 도로를 거쳐, 아공간 외벽에 의해 반으로 잘린 듯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보랏빛이 점점 짙어졌고, 녹음이 짙어질수록 매미 소리가 짙어졌다.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도 아닌데 카오디오가 켰다가 꺼졌다가 하더니 치직- 치직- 노이즈를 뱉었다. 마나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현계의 기계는 고장이 나거나 장애를 일으킨다.


빈 축사와 폐가가 드문드문 서 있는 좁은 비탈길을 한참 오르자 풀숲 너머로 분홍색 지붕의 목조 건물이 몇 눈에 띄었다. 독고는 익숙하게 차를 몰아, ‘신선 송어회. 예약가능’이라고 쓰인 벽돌집 앞에 차를 세웠다. 벽돌집 뒤로, -박달자네 잡화점-이라고 쓰인 간판이 보였다.


공터에는 승합차 몇 대가 서 있었고,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트렁크를 끌고 잡화점으로 향했다. 불법포탈 이용자들이다.


“도착했어요. 아재.”


독고가 캐리어를 꺼냈고, 홍과장은 담배를 피우며 잡화점으로 들어갔다. 환한 불빛 아래로 대략 서른명 정도의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무장한 각성자도 있었고, 큼지막한 가방을 짊어진 장사꾼도 있었고, 선글라스를 머리에 걸친 관광객도 있었다.


“뭐야! 양아오빠가 여기는 또 어쩐 일인데?”


잡화점의 구석진 곳. 길쭉한 다리를 꼰 채, 패션잡지를 보고 있던 모델녀 ‘준’이 말했다.


“뭐냐고! 새벽부터 주차장에서 얼쩡거린다 싶더니 여기 온 거야?”


준이, 독고와 홍과장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잠도 몇 시간 못 잤을 텐데, 목소리에 활기가 넘쳤다. 토끼 가면을 쓰고 있었고, 어제처럼 큰 점퍼로 무장을 가리고 있었다. 다른 점이라면 짧은 머리카락이 금발로 변해 있었고, 허리에 두 개의 롱 소드를 차고 있었다. 롱 소드 손잡이에도 토끼가 그려져 있었다.


“비싼 고객이라더니 운전까지 해 주는 거야? 세상에. 친동생이랑, 동생 친구들은 봉고차에 낑겨 보내고... 비싼 손님은 직접 운전해주시고?”


“그런 거 아냐. 이 년아.”


“아니긴. 도대체 얼마를 지불하면... 양아오빠를 꼬붕으로 부릴 수 있는 거야. 응? 부럽다. 아저씨. 진짜 돈많은가봐~”


준이 홍과장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잡화점 저편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는 남자들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곳의 남자들은 서큐버스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디 가게에 서큐버스가 상위 1%라느니, 어느 가게가 요즘 핫 하다느니... 그 중에는 여성도 끼어 있었다.



“그런 거 아니라고... 이 년아. 그것보다 너희들에게 부탁 하나 하자.”


독고의 말에,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던 준과 아영이 그리고 정도석이 고개를 돌렸다.


“부탁?”


“그래. 너희 ‘5탑 개척 지구’에 들어갈 때까지 이 아재 좀 챙겨줘.”


“왜 우리가 왜?”


“왜긴 토끼 년아. 내가 15%나 디씨해 줬잖아.”


“헐. 싫거든. 성매매를 위해 목숨을 거는, 아저씨 호위는 거절~ 거절하겠습니다.”


준이 비아냥거리는데, 홍과장이 끼어들었다.


“독고씨 됐어요. 나는 혼자 움직일거야.”


“그래도 아재. 짐도 무겁고... 같이 행동하는 게 좋아요. 포탈 ‘도달점’이 개척 지구에서 2시간 거리인 숲속이라서... 이런저런 예상치 못할 일도 있을 수 있고. 아재... 몸 상태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잖아요.”


“괜찮아요.”


홍과장은 그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지도책을 꺼냈다. 담배를 입에 문 채, 볼펜으로 몇 군데를 표시하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왔다.

아영이였다.


“저기.. 안녕하세요.”


고개를 들자,

아영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그래요. 안녕하세요.”


다람쥐 가면을 쓴 아영이가 우물쭈물거리다가, 한걸음 더 다가오더니 조그만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제가 유혹한 거 친구들한테 말 안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가면도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홍과장은 유혹이라는 말이 웃겨서, 픽 웃었다. 그러자 아영이가 힐끗 현학의 눈치를 보더니, 헤헤. 하고 웃었다. 독고 현학은 준을 설득하고 있었다.


“그래요. 알겠어요. 친구들한테 가봐요.”


“그런데요 오빠. 아니, 아저씨.”


“네.”


“진짜 서큐버스 언니들 만나러 가요?”


홍과장은 아니라고 하려다가, 그냥 그렇다고 했다. 얼마간은 유사 lsd23을 만들 재료를 찾아다녀야하고, 그 후에는 오크 군락을 좀 둘러볼 예정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서큐버스들과 만나야 한다.

‘헤쉬드의 혀’를 구한다는 건 당연히 거짓말.

홍과장은 베티를 만나 몸 안의 악마를 분리해낼 생각이다.


“그래요. 서큐버스들과 만날거에요.”


“아... 그렇구나. 그러면... 서큐버스들 언니들이랑 같이... 그거 하시러 가는건가요?”


“음, 그건 아니고. 서큐버스들 중에 친구가 있어요.”


“아? 아... 그런데 오빠.”


“네.”


“말 놓아 주세여. 오빠가 나이가 많으니까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좋겠...”


“그래.”


“고맙습니다.”


“응. 이제 가서 친구랑 놀아.”


“.... 헤헤. 오빠 재밌다.”


그때, 준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아영이 팔을 낚아채서 가버렸다. 10분 후쯤, 잡화점 바깥에서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리더니 쾅! 문이 열렸다. 잡화점 주인 박달자와 서넛의 무리가 들어오더니 소리쳤다.


“에이씨! 여봐들! 오늘 파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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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준과 정도석은 전생에 자폭했을 수도 있다. +29 19.07.14 5,058 277 13쪽
61 5분 후 + 개의 눈으로 본 세상도 익숙하다. +42 19.07.12 5,573 303 14쪽
60 현실이니까요. +43 19.07.08 6,733 401 11쪽
59 풀잎마다 이슬방울이 반짝였다. 내가죽인 동족들의 눈물일까. +47 19.07.06 6,943 404 15쪽
58 교환(2) +47 19.07.04 7,046 432 11쪽
57 교환 (1) +31 19.06.30 7,891 396 11쪽
56 트롯트 모텔 + 서큐버스 룰. +113 19.06.28 8,247 46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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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장례식 + 또 하나의 나이프 +48 19.06.22 9,356 537 22쪽
52 [은아와 보미] + [(죽음의 의사)를 묻는 미래의 X이프)] +70 19.06.20 9,982 449 18쪽
51 죽음의 의사 +38 19.06.19 11,048 442 14쪽
50 자기가 무척 재미있는 사람인 줄 아는 아저씨들 (옛 친구들) +46 19.06.16 11,930 535 16쪽
49 [이곳은 신용인] X [그가 증명했다] +89 19.06.14 12,583 550 19쪽
48 별 것 없는 휴식. +80 19.06.12 13,087 549 17쪽
47 스마일. +142 19.06.10 13,621 644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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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전위 계열의 클래스 중 하나 :머슬 비스트 +48 19.06.02 18,548 703 19쪽
42 별 일 없겠지. +74 19.05.30 19,648 706 17쪽
41 우리를 반기소서. +35 19.05.29 20,391 709 9쪽
» 잔인 주의 +122 19.05.26 22,081 851 19쪽
39 하하 매미 같아요. +95 19.05.24 23,377 870 21쪽
38 찾았잖아. +86 19.05.23 24,179 835 12쪽
37 쓰레기 +77 19.05.20 25,821 886 16쪽
36 그저께 저녁. + 1203호에 살던 소년의 미래. +90 19.05.18 27,241 92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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