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데스 나이트였던 아저X씨.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양철통9
그림/삽화
유서분님께서보내주심감사합니다다
작품등록일 :
2019.04.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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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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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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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별 일 없겠지.

DUMMY

*





긴 통로를 지나, 발을 내딛은 장소는 어느 낡은 건물.

시멘트벽에 형성된 타원형 게이트 밖으로, 17명의 사람이 차례차례 나왔다.

홍과장은 13번째.


아공간 내부는, 현계와는 전혀 다른.. 원초의 세계지만

적어도 지금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만큼은, 현계와 별 다를 바 없었다.

그냥 인적 없는 폐건물에 들어온 기분. 매미가 꽥꽥 거리는 바깥세계와 달리 적당히 선선하고, 공기의 질도 좋았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 홍과장은, -땀 흘리는 당신이야말로 마초-라고 쓰인 전신 거울 앞으로 다가가, 옷매무새부터 정돈했다. 낡은 바닥에는 아령과 스포츠 음료캔 따위가 뒹굴었고,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에는 프로틴을 든 근육남,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고 있었다.


그들이 도착한 장소는 고층 건물의 5층 헬스장.

통유리 너머로 8차선 도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아스팔트 도로는 온갖 풀이 듬성듬성 솟아 있었고, 도로 반대편은 큼지막한 산을 에두르며 건물이 줄지어 있었다.


“어라? 박달자씨 당신은 왜 넘어 온 거요?”


박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벽에 생긴 게이트에 화분을 내민 채 뭐라뭐라 한참을 영창하고는, 6명의 일반인을 휘 둘러보며 말했다.


“여봐들. 이 포탈 1시간가량 유지될 수 있게 조치해뒀으니까, 마음 바뀌면 탈출해. 게이트 열려있는 동안, 저편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알아들었지?”


“나 참... 걱정도 팔자요. 우리도 나름 결단하고 들어온 건데, 돌아가겠소?”


“염병할. 그런 소리마. 저기 각성자들이야 신경 안 쓰이지만... 자네들은 달라. 내가 이 일 하면서... 먹고 살겠다고 애쓰다가 죽어나가는 가장들 한 둘 보는 줄 알아? 염병... 신용인에서 운 좋게 돈 푼 꽤나 벌었다고 꺼드럭거리던 놈들이 어느 날부턴가 안보이면 기분 더럽다고...”


박달자는 살찐 엉덩이를 씰룩대며 포탈 너머로 사라졌고,

장사꾼들은 떠오르는 친구라도 있는 건지... 씁쓸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에이. 저 양반. 쓸데없는 소리나 하고 말이야! 자, 자. 다들 정신 차리자고. 안 죽으면 되잖아. 안 죽으면! 화이팅! 새끼들 먹일 분유값 벌어야지!”



잠시 후, 이강혁은 팀원 둘에게 헬스장 주변을 살펴보라고 지시했고

독고는 준에게 검을 한 자루 빌렸다. 토끼 그림이 그려진 칼집에서 검을 꺼내 휘두르던 독고가 “어휴 이건 또 뭐야.”라고 짜증냈다. 칼의 한쪽 면에 알록달록한 글씨로 -채식주의자-라고 쓰여 있었다.


“야, 이년아. 이게 뭐야. 너 똘아이야? 누가 장비에 이딴 장난질을 해.”


“괜찮아. 나의 아이덴티티니까.”


“미친... 딴 무기 없어? 네가 허리에 차고 있는 그 검에도 이런 짓 해놨냐?”


“당근이지. 이건 당근 먹는 토끼 그림도 그려놨어. 이거 쓸래?”


“하아... 니들도 진짜 답 없다. 그러니까 '열등반'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는 거야. 니들 선생은 검에 이딴 짓하는 학생을 내버려 두냐?”


준이 화들짝 놀라 독고의 입을 틀어막았다.


“양아오빠, 바보야? 학교 얘기 하지마! 우리가 뭣 때문에 불법포탈 이용하는데! 으씨- 진짜! 눈치 없기는!”


그때 사람들 사이에서 무언가 펑. 펑.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홍과장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지만.. 옅은 냉기와 열기가 바람처럼 사람들 사이를 스쳐 다니며, “킥킥. 뭐 더 이상한 거 없나?” 라던가 “터트리자. 터트리자!” 따위의 가느다란 목소리가 공기 중에서 들렸다.

정령들이었다.


거울을 보며 셔츠 깃을 매만지던 홍과장이 “아참, 그렇지.”라고 중얼대고는 주머니 속에서 라이터를 꺼내, 바닥에 버렸다.


펑.


라이터뿐 아니라 준의 전동 마스카라, 어떤 사람의 핸드폰, 소형 후레쉬 따위가 각각의 호주머니나 가방에서 픽픽 터지며 망가졌다.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정령.

아공간 내부의 정령들은 순환하는 바람처럼 대기를 떠돌며, ‘그들의 세계’에 이질적이거나, 해악이 되는 것들을 파괴한다.


어느 정도의 기준은 있지만, 디테일한 표준은 없다.

정령들의 숫자만큼이나 불호와 기호가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정령이 화기류나 폭탄류, 전자기기에 민감히 반응하지만, 이상하게 특정 메이커의 권총이나, 특정 메이커의 mp3플레이어, 핸드폰은 건드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식품류만 발견하면 짓뭉개는 놈들이 있는가 하면, 초콜릿이나 술에는 관대한 녀석도 있다. 난데없이 입고 있는 옷이 발기발기 찢어지는 일은 흔한 편에 속한다.


그래서 아공간 안에서 생활하려면

가급적 아공간 내부 물질로 생산된 물건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현계의 물건을 들고 들어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공간 세계’에 해악을 미치는 물건이 아닌 경우... 순전히 정령 마음대로 어느 날, 어느 시간만큼은 허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척 지구’에는 중급 이상의 정령과 계약을 맺은 각성자가 있어서,

그 안까지만 무사히 가지고 들어가면... 5탑 개척지구에 한해서, 전동 칫솔이나 카메라 정도는 무리 없이 사용할 수도 있다. 물론 개척지구에 따라 계약을 맺은 정령의 성향이 다르니, 사용할 수 있는 물건도 다르다. 참고로 제 1탑 개척지구에서는 S사와 K사, H사의 차를 타는 게 가능하다.

B사는 들어가는 즉시 폭발한다.

이유는 아무도 모르고, 그 일을 행하는 정령도 말해주지 않는다.




“혹시 누구 성냥 가진 거 있을까요?”


홍과장이 일반인 무리로 다가서며 묻자, 한명이 호주머니에서 꺼내줬다. ‘긴 코 드워프’의 웃는 얼굴이 그려진 이계 생산품이었다.


“고맙습니다. 깜빡 잊고 준비를 못했는데, 이 성냥을 제가 좀 살 수 있을까요?


“그까짓 걸 뭘 돈 받고 팔겠어. 그거 가지쇼.”


“아, 감사합니다.”


홍과장이 고개를 숙이자, 50대 약초꾼이 씩 웃더니 구깃구깃한 담배갑을 건넸다.


“절반 정도 남았는데, 이거 피워 볼라우? 내가 5탑 근처에서 농사짓는데.. 거기서 재배한 담배잎으로 제조한 거요.”


“아, 이 귀한 걸...”


홍과장은 피던 담배를 끄고, 약초꾼이 준 말랑말랑한 담배를 코에 가져다댔다. 이게 얼마 만에 이계 담배인지... 불을 붙여 붉은 연기에 혀를 푹 담그자, 차원이 다른 매콤한 풍미가 파도처럼 입안을 채웠다.


“어때 젊은이. 맛이 좀 괜찮은가?”


“좋습니다. 이렇게 매운 건 처음 피워보는데, 판매처 좀 알 수 있을까요?”


홍과장이 약초꾼과 대화하는 사이, 사람들이 하나 둘 통유리 근처로 모여들었다. 막 이 곳에 도착했을 때는 어둑어둑해서 날이 좀 흐린 줄 알았는데.. 짙게 썬팅 된, 통유리 가까이 다가서자, 하늘 가득 두루미가 보였다.


길쭉한 목을 쭉 뺀 회색의 ‘식인 조류’들이 하늘을 유영하며 먹잇감을 찾고 있었다. 대략 송아지 정도의 크기. 날개 짓은 바깥세계의 두루미와 비슷하게 고고했지만, 이마에 툭 불거져 나온 혈안만큼은 꿈에서도 보고 싶지 않을 만큼 괴기했다.

눈알의 크기가 아영이 머리만 했다.


“박달자씨 말이 맞았네. 세상에.. 저게 다 두루미야?”


일반인들이 기를 차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강혁 일행은 준과 함께 주변 지형을 손가락질하며 전략을 짰다. 독고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검을 휘두르다가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는지, 허리춤에 검을 찬 채 한숨을 쉬며 홍과장에게로 다가왔다.


“아재, 어쩔 작정이세요? 진짜 혼자 움직일 생각이세요?”


“그래요.”


“저 마물들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세요.”


“나는 밤에 움직일 거니까 상관없어요. 혼자가 편해요.”


독고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강혁이 다가왔다. 은은히 빛나는 새하얀 검과, 투구 안면의 십자가. 철커덕 철커덕 쇳소리를 내며 다가온 이강혁이 물었다.


“15분 후에 출발할 예정인데, 두 분 생각은 변함 없으신 건가요?”


부드러운 목소리.

홍과장이 별 대답하지 않자, 독고가 “변함없어.” 라고 짧게 대꾸했다. 독고는 홍과장에게만 깍듯할 뿐, 다른 사람에게는 여전히 싸가지가 없다.


“두 분. 겉모습과는 다르게 고위 각성자이신 모양인데, 힘이 있으면 약한자를 돕는 게, 현시대 각성자들의 의무가 아닐까요?”


“군바리 새끼들 논리네. 당신이야말로 길드에 소속된 인간이 할 말은 아니지 않나? 의무 어쩌고 그런 소리하려면 입대하시지...“


독고가 비아냥 거렸으나,

이강혁은 당황하지 않았다.


“꼭 군에 속해야만 정의를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저희 ‘소금 인형’은 아직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베스킬 라빈즈’. 그 분의 뜻을 이어받아 세계 구원을 모토로 창설된...”


뜬금없는 ‘베스킬 라빈즈’라는 이명에 독고가 화들짝 놀라서 홍과장을 쳐다봤다. 홍과장도 좀 놀라서 켁켁 기침을 했다. ‘베스킬 라빈즈 57’은 희선의 이명이다. 홍과장은 독고에게 그 이명에 대해 내색하지 말라고 손을 저었다.

독고가 고개를 까딱거렸다.


“미친, 존나 소름 돋네. 세계구원? 낄낄. 그딴 오글대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굉장한데 너?”


독고가 낄낄 거리며 말햇으나,

이강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잠언은 오글거리죠. 진리는 단순한 법이에요.”


“뭔 헛소리야. 너 머리 빙빙? 이상한 사람?”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저는 빛의 속성을 가진 각성자입니다. 최소한의 예의를 부탁드립니다.”


그 말과 동시에, 그의 투구와 갑옷이 황금빛으로 발광했다. 잡화점에서 박달자는 그 빛을 보고 자신의 고집을 꺾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보통 각성자가 지닌 마력은 개별이 지닌 성향에 따라 한쪽으로 굳어지게 되는데,


마력이 빛의 성향을 띄는 각성자는 정의롭고 선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리고 빛의 속성자들은 레벨이 어느 경지에 이르면 24시간 신체가 발광한다.


물론, 홍과장 눈앞에 풋내기는 자가발전으로 장비를 빛나게 하는 거지만...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의 경우에는 발광하는 사람을 보면, 마치 신의 대리자라도 만난 양 호들갑을 떨거나, 경건한 태도로 고개를 숙인다.


“몰라. 우리는 따로 움직일거니까. 가봐.”


“안타깝지만 물러나죠. 저도 생명의 숭고한 가치를 모르는 자들에게 두 번이나 부탁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그때, 몇 걸음 떨어져서 대화를 듣고 있던, 준이 끼어들었다.


“양아오빠 그냥 같이 가자. 전술진형 짜봤는데 안정적으로 이동하려면 한두명이 더 필요해.”


“됐어. 난 이 아재랑 움직일거야.”


“오빠 진짜 너무하네. 돈이 그렇게 좋아? 친동생이라고. 친동생. 그리고 나는 친구 오빠라서 목숨 같은 검도 빌려줬는데. 너무하는 거 아냐.”


각성자에게 개인 장비가 어떤 의미인지 아는 독고는 대꾸하지 못했고,

홍과장은 다 핀 담배를 비벼 끄며, 저 멀리 정도석 옆에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다람쥐를 봤다. 가면 안으로 눈이 깜빡거리는 게, 너무 다람쥐 같아서 재밌었다.

홍과장이 말했다.


“좋아요. 합류할게요.”


독고는 뜨악한 표정이었지만,

홍과장은 무덤덤하게 이강혁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디로 갈 예정이죠?”


“참된 결단에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도로 반대편까지 이동한 뒤에, 건물을 옮겨 다니며 구성역까지 갈 예정에 있습니다."


“알겠어요. 그러면 전철역까지 동행하는 걸로 하죠. 저는 전위 계열이고 레벨은 대충 17? 아니, 18정도 됩니다. 무기는 숏 나이프. 제 역할과 포지션은 그쪽 분이 주는 대로 맞죠.”


이강혁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제 팀원들에게 돌아갔고,

독고가 홍과장에게 툴툴거렸다.


“아재, 뭐야. 내 말에는 꿈적도 안하더니,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건데.”


“저 아가씨가 독고씨에게 너무 부탁하기에, 마음이 변했어요.”


홍과장이 준을 지칭하며 말하자, 준이 “헐. 역시 성매매남! 이런 식으로 은근슬쩍 나에게 검은 손길을 뻗으시는 건가?”라는 알 수 없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홍과장이 진짜 마음을 바꾼 이유는 당연히 독고 때문. 생각해보니 독고가 아공간에 따라 들어온 이유에는 동생에 대한 걱정도 섞여 있을 텐데... 너무 배려가 없었나 싶었다.


물론 홍과장이 보기에, 저 소금 어쩌구하는 이강혁의 팀원들은 우수했다.

실력을 보지는 못했어도 갖춘 장비와 분위기로 보아, 여기 있는 일반인들을 개척지구까지 호위하는데 무리 없어보였다. 또한 정도석과 준도 ‘벨’의 학생이니.. 수준이 보통은 넘을 것이다.


그러니까 홍과장은 단순히 독고로부터 아영이를 떼어 놓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바꿨다. 어차피 두루미 숫자를 보아하니 밤이나 되어야 움직일 수 있을 것 같고, 이 근처에는 유사 LSD23에 필요한 약초도 없다.

그러니 적당히 어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이다.


‘뭐 좋은 담배도 얻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담배에 불을 붙이는데,

준이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말했다.


“아저씨. 혹여나 말하는데, 나한테 흑심 품지 마요. 아저씨 같은 사람은 질색이니까.”


“나도 아가씨 같은 사람 별로에요.”


준이 황당하다는 듯 홍과장을 응시했고,

독고가 낄낄 거렸다.


“헐! 방금 저 찔러보셨잖아요. 제가 그 정도 눈치도 없을 줄 아세요? 저랑...”


“아, 그렇게 느꼈다면 미안해요. 아니에요.”


홍과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저 멀리 가버렸고,

독고가 이힛힛, 이힛힛. 거리며 준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 년아, 저 아재 그런 사람 아냐. 그리고 성매매남은 또 뭔 소리야. 저 아재 좋은 사람이야. 임마.”


“됐거든. 아영이한테 다 들었어. 서큐버스 만나러 간댔어.”


“뭐? 정말?”


“그래.”


준은 저 멀리로 가서, 창밖을 보며 담배를 피우는 홍과장을 쳐다보며 “흥.”하는 소리를 냈다. 사실 준은 아까 잡화점에서 약 20분 정도 홍과장이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홍과장이 백팩에서 꺼내든 해괴한 투구를 장착할 때였다. 아티팩트가 워낙 낡고 신기해서 구경하는데, 안면부에 기묘한 문구가, 준의 눈길을 확 끌었다.


-내가 사랑하는 아저X씨.-


누군가 정성스레 각인한 문장.

다른 사람들은 그걸 보고 웃었지만, 준은 감동했다.

누가 봐도 연인이 써준 문장! 저런 창피한 가면을 쓰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쿨하게 행동하는 남자라니... 준은 '저 뚱뚱한 남자가 어떤 여자에게는 큰 사랑을 받는 남편이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흠 뚱뚱한 로맨티스트라. 나름 멋진데?”]라고 중얼댔다.


그래서 아영이에게, 아까 저 아저씨랑 무슨 대화를 한거냐고 물어봤다.

[“응? 어디 가는거냐고 물어봤는데, 서큐버스 언니들 만나러 간대. 친구가 있대.”]

충격. 준은 다시 홍과장이 싫어졌다. 서큐버스랑 친구? 아니다. 성매매남이 분명했다. 로맨틱은 얼어죽을...



“자, 그럼 10분 후에 출발할게요. 각성자분들은 장비 점검해주시고. 일반인 분들은 돌아갈 건지, 함께 하실건지 최종 결정내리세요.”


이강혁이 온몸으로 황금빛을 뿜어내며 말했다.




* *



15분 후. 그들은 건물의 1층으로 이동했다.

망설이던 장사꾼 두 명이 현계로 돌아갔고, 네 명은 이강혁에게 감사 인사를 하며 배낭줄을 꽉 움켜쥐었다. 50대 약초꾼은 지팡이 대신,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홍과장은 15분 동안 건물 내부의 음식점을 돌아다니며, 쓸 만한 칼을 찾았다. 횟집에서 녹슨 사시미 칼 두 자루와, 단단한 스테인리스 식칼을 찾아 등판에 꽂았다. 그리고 운 좋게 세탁소 구석에서 낡은 부츠 한 켤레를 찾았다.


일반 구두는 아니었고 이계에서 만들어진 발목 부츠였는데, 앞날이 뾰족하고 신었을 때 발목을 단단히 조여서, 편했다.


기능은 없지만 겉가죽이 악어류 마물의 가죽인지.. 정성들여 닦자 광택이 끝내줬다. 무엇보다 색깔이 갈색인 게 마음에 들었다. 탁. 탁. 계단을 내딛는 발걸음이 기분 좋았다.



“자, 출발할게요. 나가자마자 진형 갖추시고, 제 지시에 따라 움직이시면 됩니다.”


이강혁이 1층 분식집 문을 열고 나서자, 그의 팀원들이 뒤를 따르며 발도했다.


“전위 자리 잡으시고! 원격사들은 실드 전개하세요!”


홍과장은 풀숲이 우거진 도로로 나서며, 손가락에 살짝 피를 내어, 투구에 발랐다.

우웅- 눈 앞으로 튀어나온 무형 원반을 본 아영이가 “어? 진짜 메뚜기다.”하고 말했다.


치열하게 우는 매미도 없고

바람은 적당히 시원했다.


홍과장은 풀숲을 헤치고 나아가, 제 위치에 섰다.

부담 없는 싸움.

홍과장은 “꼭 가을 같네.” 라고 중얼거리며 쇄도해오는 두루미 부리에 사시미 칼을 쑤셔 박았다. 저 멀리 독고가 오만상을 찌푸린 채 -채식주의자-라고 쓰인 알록달록한 검을 휘둘렀다.

그 모양새가 참 재밌었다.




‘별 일 없겠지.’











그러나 5분 후, 두 명의 각성자가 무언가에게 먹힌다.

준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다치고,

홍과장은 에로스를 팔에 박은 채, 당근 먹는 토끼 그림이 그려진 검을 그러잡는다.

회귀후로 무엇하나 잘 풀리는 일이 없다.











.


작가의말

오늘도 올리고 수정할게요.

시간이 없어서 늘 이리 되어 버리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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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셋 중에 하나쯤은.. +62 19.06.25 8,843 446 10쪽
53 장례식 + 또 하나의 나이프 +48 19.06.22 9,453 539 22쪽
52 [은아와 보미] + [(죽음의 의사)를 묻는 미래의 X이프)] +70 19.06.20 10,078 451 18쪽
51 죽음의 의사 +38 19.06.19 11,140 444 14쪽
50 자기가 무척 재미있는 사람인 줄 아는 아저씨들 (옛 친구들) +46 19.06.16 12,023 539 16쪽
49 [이곳은 신용인] X [그가 증명했다] +89 19.06.14 12,677 552 19쪽
48 별 것 없는 휴식. +80 19.06.12 13,172 551 17쪽
47 스마일. +142 19.06.10 13,712 646 17쪽
46 +74 19.06.08 14,078 646 13쪽
45 여왕 강림. +137 19.06.06 15,482 739 17쪽
44 비즈니스, businessman. +52 19.06.04 16,553 615 16쪽
43 전위 계열의 클래스 중 하나 :머슬 비스트 +48 19.06.02 18,644 706 19쪽
» 별 일 없겠지. +74 19.05.30 19,733 707 17쪽
41 우리를 반기소서. +35 19.05.29 20,470 7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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