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쉬렉
작품등록일 :
2019.04.21 10:45
최근연재일 :
2020.05.14 09:32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2,814
추천수 :
9
글자수 :
255,461

작성
19.05.01 20:31
조회
43
추천
1
글자
12쪽

날아가는 거 전문인 검사와 형사

DUMMY

누적된 피곤으로 고단해 보이는 문성열 검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성공 후 계명한 이름입니다. 집안을 먹여 살린 소년 가장이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환경 속에서 동생 ‘나장수’가 엘리트 먹물일 수 있었던 건, 나 회장의 뒷바라지 덕이었습니다. 애초에 공부엔 뜻도 없었지만, 일찌감치 공부를 때려치우고 집안 가장 노릇을 하며 동생 뒷바라지를 한 거고요.”


“먹물 동생이 장 검사와 고교 동창입니까?”


“과는 달랐지만 대학 동문이기도 합니다.”


“그럼.. 삼일 건설, 임 회장과 나장해의 관계는요?”


“고등학교 선후배 사입니다. 부산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만나 그때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됐습니다. 그 지역 정치권과 유명인사들은 주로 나 회장 업소에서 은밀하게 회동하는 거로 보입니다.”


“차명계좌들을 추적하면 연루자들 윤곽이 드러나겠네.”


“네. 분명히 드러나는 인물이 있을 겁니다.”


“삼일 건설 계열사들을 털어보면 본사 자금을 빼돌린 정황도 포착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조민이 파고 있으니까 그것도 조만간 파악될 겁니다. 그럼 서둘러 시작합시다. 차명계좌부터 텁시다.”


“네. 그럼 이만.”


“참..”

“네?”


“아닙니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말씀.. 하시려다가..”


“강보람이 많이 걱정하던데 얼굴 봤지요?”


“네. 어제.”


“걔가 그러더라고요. 꼭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냐고. 이번 기획수사에 파견 수사관으로 홍 형사 끌어들인 사람, 납니다. 알다시피 수사 본격적으로 개시하면 그 끝이 어디를 향하는지 우리도 예측할 수 없지. 다 같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거, 홍 형사도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날아가는 거 문 검사님만 전문 아닙니다. 그거.. 저도 전문입니다. 풋. 이미 알고 계시잖아요. 검사님이 사건 수사 맡으실 때마다 자주 하시는 말씀 알고 있습니다. ‘다 같이 죽는 거야..’ 훗. 윗선에서 날리면 시원하게 날아줄 각오 돼 있습니다. 이번 수사지휘 문 검사님이 하신다고 해서 기꺼운 마음으로 파견됐습니다. 다 같이 한 번 죽어보자구요. 우리만 죽지 말고 저쪽도 다 같이..”


“그 말 들으니 나중에 강보람에게 원망듣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한 가지 여쭤봐도 됩니까?”


“뭡니까?”


“보람이와는 무슨 관계셨지요?”


“함께 편하고 행복하게 고기 먹던 사입니다. 1년 반전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 나를 지방으로 날렸던 사건 수사, 홍 형사도 알고 있을 겁니다. 지방으로 내려간 이후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얼마 전 홍 형사 문제로 다시 만났고요.”


“보람이가 24년 지기 절친 외에 유일하게 믿는 분이 문 검사님입니다. 질투 나더라고요. 저보다 검사님을 더 신뢰하는 것 같아서..”


피식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하아.. 강보람. 어쩌다가 또 나 같은 놈을 만난 거야. 네 인생 폭망하지 말라고 비켜줬더니.. 저놈은 나보다 더한 똥망인데.. 어쩌다 저런 놈이 눈에 들어찬 거냐. 임마..”


그의 말은 옳았다.


폭망 피하려다 난 똥망을 당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검찰, 경찰 할 것 없이 주변에서는 하필 자폭단 두 놈을 왜 한방에 몰아 넣어놨냐며 다들 결과가 무섭다고들 했다.


전직 내 남자, MOON은 요즘 그가 무엇을 들쑤시고 다니는지 낌새를 눈치챈 주변인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아야 했다.


“특수부 검사가 ‘나장해’ 덮치겠다고 나서다가 날라간 거 잊었어! 왜 또 쑤시고 다니는 거야.”


현 내 남자인 ‘홍은하’도 전화에 시달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어디 두고 봅시다. 누가 먼저 날라가나..”


대부분 다짜고짜 욕과 위협이 날아오는 전화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협박 전화에 멈출 수컷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거칠 것 없이 질주했다. 마치 아우토반을 페라리로 내달리듯.


거침없이 질주하는 두 남자의 행보를 내 정보통 조민을 통해 간간이 접할 수가 있었다.


“이번에는 달라요. 어쨌든 수사가 매듭지어질 거예요.”


“파장이 일파만파 커질 사건이라면서요?”


“여론 때문에 중간에 덮을 수 있는 수사가 아니에요.”


조민은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내겐 그리 간단치가 않았다. 일이 잘 못 되면 내 전직, 현직 남자들이 한꺼번에 먼지가 되는 문제였다.


“솔직히 말해줘요.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 거죠?”


“나를 포함, 두 분 모두 보람씨가 이번 수사에 엮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나설 생각하지 마요.”


“결정적인 순간에 내 도움이 절실해질 때가 올 거예요. 당신이 아무리 날고뛰는 컴 천재여도.”


대체 그가 왜 사이버 수사대에 지원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의 이력과 경력은 그냥 우수한 인재 수준을 넘어서는 조건이었다.


그는 억대 연봉이 보장되는 벤처기업에서 서로 모셔가려는 인재였다. MOON과 별무리의 뜨거운 피 속에 흐르는 신기루와 같은 정의감이 그의 몸속에도 박혀 있는 것일까?


그도 가끔 별무리와 비슷한 말을 하곤 한다.


“경찰 우습게 보지 말라!”


별무리는 경찰 자존심을 건드리는 상황에 극도로 분노하곤 했다. 검사마저도 그의 똘끼가 무섭다고 할 정도로.


조민도 사이버 수사관들의 실력이 크래커들의 수준과 동등해야 직성이 풀리는 자존심을 갖고 있었다.


그는 사이버 수사관들도 그들과 맞짱 뜰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정의구현을 이룰 수 있다고 여기는 돈키호테 중 한 명이었다.


실제로 그와 함께 근무하는 사이버 수사대 소속 직원들은 벤처기업에서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실력자들이다.


그들은 수갑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컴퓨터만큼은 웬만한 블랙 해커들에게 밀리지 않는다는 실력과 자부심을 장착한 인재들이다.


나, 조민, 희준이 사이에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동지의식이 싹트고 있었다. 우리 셋 모두는 화이트 해커들이었고 정겨운 같은 아파트 이웃이었다.


셋 모두 컴퓨터 괴물이었으니 가끔 만나 술 한잔할 때도 당근 사이버 세상 얘기뿐이었다.


“두 남자.. 수사가 벽에 부딪혀 진전이 안 되는 상황에서도 내게 도움 같은 거 요청 안 할거예요. 그땐 조민씨가 상황 알려주세요. 저도 바보 아니에요. 제 앞가림하면서 도움 드릴 거예요. 꼭 얘기해 줘요. 제 서포트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요.”


그는 대답 대신 큰 숨을 내쉬었다.


“보람씨에게 위험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판단이 서면 SOS 할게요.”


그의 SOS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게 감지됐다.


‘나장해’ 주변의 차명계좌를 추적하던 수사팀은 한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나장해’의 먹물 동생 ‘나장수’의 고교 동창 검사라는 정황을 포착했고 증거도 확보했다.


그러나 그건 태풍의 시발점일 뿐이었다. 그에게서 흘러나간 수표로 주식 투자를 한 또 다른 검사가 레이다에 걸려들었다.


왕거미가 쳐놓은 거미줄의 규모는 예측 불가 상태였다.


마침내 수사의 칼끝도 위를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의 끝이 얼마나 높은 건지, 귀착지가 어딘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했던가..


수사팀은 수사 도중 예기치 않은 커다란 떡고물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태풍의 규모를 메가톤급으로 키워버릴 줄은 당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태풍이 슈퍼 태풍이 되기 전날 밤.


디링


‘10분 후면 도착. 맥주 사 간다.’


별무리 얼굴 구경 한지도 1주일이 넘었다. 어떤 몰골로 나타날지는 200% 예측이 가능하다.


그나마 곱상한 얼굴이 떡 진 머리를 어느 정도는 카바 해주니 봐 줄 만한 거지..

당췌 외모에 신경은 일도 안 쓰는 내 남자. 사실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쓴 거겠지.


그는 지금 수사에 미쳐있었다. 미쳤다는 단어 외에 달리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오빠, 나랑 수사 얘기하는 거 싫겠지만 수사팀이 확보하려는 삼진 건설 페이퍼 컴퍼니로 추정되는 계열사 서류들.. 이미 짜 맞추기 한 페이퍼 컴퍼니 서류들일 거예요. 가짜가 아닌 진짜를 찾아야 해요.”


“아.. 조민, 이 짜식. 수사 정보를 질질 흘리고 다니네.”


“조민이 얘기해 준 거 아닌데.”


“뭐? 그럼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긴 내가 바보가 아니니깐 알지.”


“무슨 소리야? 알아듣게 얘기해봐.”


“싫어요. 나도 고객 정보 유출할 수는 없어요. 이건만 알려 줄게요. 우리 회사가 삼진 건설 사내 컴퓨터 프로그램 깔았고 커스터마이징 했어요. 물론 시스템 관리까지 하고 있고. 또 물론 삼진 건설 계열사 프로그램도 함께. 비록 페이퍼 컴퍼니지만.”


“하아.. 강보람.”


그가 나를 꽤 오랜 시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너, 위험해지는 거 원하지 않아. 수사는 경찰이! 컴퓨터 박사는 컴퓨터 관련 업무만 열심히. 넌 네 업무만 하고 살아. 남의 영역까지 오지랖 떨지 말고. 나중에 크게 후회 할 일 생긴다. 자꾸 남의 영역 기웃거리다가.”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도움 줄 수 있어요.”


“그만. 자꾸 그러면 수사 끝날 때까지 너 안 만난다. 오지라퍼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넌 네 인생 살아. 나 만난 거 후회하지 않게.”


“뭡니까.. 지금 안 만난다는 거로 협박하는 겁니까?”


흥. 매일 보고 싶다고 톡 한 건 자기면서 누가 누굴 안 만난다고 협박을 해.


어떻게 열혈 검사와 경찰 입에선 토시 하나 다르지 않은 똑같은 말이 튀어나올까?


2년 전쯤 저 소리는 열렬 검사에게서도 들어봤던 이야기다.


“너까지 속 썩이지 말고 너 만날 때만이라도 사건 잊고 맘 편히 맥주 좀 마시자.”


그래. 안 그래도 고달픈 남자. 나까지 거들며 괴롭히면 넘 불쌍타.


“요즘엔 직접 튀김도 하나 봐?”


“시간 날 때 해봤는데 기름이 깔끔하고 바로 해서 먹으니까 맛있어서 가아~끔 해 먹어요. 푸훗. 맛있죠? 튀겨서 바로 먹으니까?”


“정말 맛있다. 조민은 이웃이라 종종 이런 거 얻어먹나?”


“조민씨도 바쁜가 봐요. 눈 밑에 다크서클 작렬이던데.”


“바쁘지 그놈도. 아직 큰 고비가 남아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요즘은 강보람 좋아하는 초콜렛 사다 줄 시간도 없네.”


그 말과 함께 오른뺨에 그의 체온이 느껴졌다.


따뜻한 그의 손길이 뺨 위에 느껴지며 자연스레 두 눈도 스르르 감겼다.


뺨에 전해지던 그의 체온이 입술에도 전해지던 순간.


디리링


그리고 기막힌 타이밍. 어째서 핸드폰 벨은 지금 이 순간 꼭 울려야 했을까?


쪽 쪽


아쉬움에 별무리가 뽀뽀를 두 번 하며 핸드폰을 들었다.


“타이밍 한번 죽인다. 그치, 보람아? 어떤 놈이 이렇게 굿 타이밍을 콕 찝었을까?”


그도 여전히 아쉬운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냐? 뭐! 그래 알았어. 금방 그쪽으로 갈게.”


“왜 그래요?”


“알면 다친다고 했지?”


“잘난 척은..”


“그래 요것까지만 가르쳐 줄게. 계열사로 위장한 페이퍼 컴퍼니 위치 파악했데. 압수수색 할 거야.”


“참.. 말 안 듣네. 거기 있는 자료들 뻥이라니까요. 조작한 서류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어떻게 알고 있겠어?! 내가 그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되는 계열사 데이터가 있는 프로그램 관리자니까 알지.


본사 시스템을 관리하며 같은 장소에서 페이퍼 컴퍼니로 의심되는 계열사 자료가 있는 시스템을 관리했다.


“계열사로 위장한 사무실에서 컴퓨터나 문서 자료들 찾았다고 너무 좋아하지 말아요. 다 가짤테니까..”


“너 정말 확실하게 뭔가 알고 있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사라진 내 남자의 흔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휴우... 안타깝습니다... 20.05.14 30 0 1쪽
56 3부_56 얻어걸린 달콤한 첩보 20.05.14 16 0 9쪽
55 3부_55 세상을 설계하는 자 19.07.14 37 0 10쪽
54 3부_54 설계자 A와의 악연 19.07.14 38 0 10쪽
53 3부_53 새로운 얼굴마담의 비상 19.06.29 48 0 11쪽
52 3부_52 던져진 주사위 19.06.29 45 0 9쪽
51 3부_ 51 주먹들의 기습 19.06.23 40 0 10쪽
50 3부_50 처절하게 날아간 전 남자 19.06.23 38 0 14쪽
49 3부_49 엿 같은 세상 19.06.09 39 0 11쪽
48 3부_48 틀어쥔 정보의 위력 19.06.06 59 0 9쪽
47 3부_47 싹 쓸어버리겠어 19.06.05 48 0 10쪽
46 3부_46 발칙한 이상을 꿈꾸는 형키호테 19.06.04 43 0 12쪽
45 3부_45 이이제이 以夷制夷 19.06.03 56 0 8쪽
44 3부_44 검은 옷의 마녀 19.05.30 34 0 10쪽
43 2부_43 아군과 적군의 모호해진 경계 19.05.29 46 0 9쪽
42 2부_42 홍은하란 마법 19.05.28 92 0 9쪽
41 2부_41 괴한은 놈이 아닌 년 19.05.27 31 0 9쪽
40 2부_40 삼파전의 승자 19.05.26 34 0 10쪽
39 2부_39 베일 속 황금 날개 19.05.25 39 0 9쪽
38 2부_38 안개 속 사건 전개 19.05.24 36 0 9쪽
37 2부_37 그가 나쁜 놈들을 응징하는 방법 19.05.22 57 0 10쪽
36 2부_36 내 남자의 마지막 선택지는 말콤 엑스 19.05.21 59 0 9쪽
35 2부_35 숨 막히는 재회 19.05.19 61 0 7쪽
34 2부_34 분노로는 전복되지 않는 세상 19.05.19 38 0 9쪽
33 2부_33 오인 타살 19.05.18 39 1 12쪽
32 2부_32 자살을 당하다 19.05.16 37 0 9쪽
31 2부_31 어둠의 포식자들 19.05.15 42 0 9쪽
30 1부_30 마침내, 클럽 메두사에 입성 19.05.14 39 0 10쪽
29 1부_29 두 여인의 운명적인 첫 만남 19.05.13 33 0 10쪽
28 1부_28 마음을 읽는 자 19.05.12 40 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