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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욘즈
작품등록일 :
2019.04.23 18:53
최근연재일 :
2019.09.0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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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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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소설 속에 들어가기 앞서(1)

DUMMY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새하얀 천장이었다.


‘내 방 천장이 저렇게 하얬던가?’


평소와 다른 너무나 새하얀 천장 벽에 위화감이 엄습했다. 게다가 바닥은 또 왜 이렇게 딱딱한 거야?


그런 생각으로 손을 갖다 대자, 딱딱한 대리석 촉감이 느껴졌다. 익숙한 내 침대가 아니었다.


“어?”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고 깨달은 나는 퍼뜩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여긴 어디야?”


사방이 온통 새하얬고, 그 어떤 구조물도 없어 크기마저 가늠할 수 없는 묘한 공간이었다.


-툭.


놀란 내가 주춤하는 사이 발밑에 뭔가가 걸리적거렸다.


“헉!”


나는 또 한 번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 기묘한 공간엔 나 혼자가 아닌 수많은 사람이 널브러져 있었다. 족히 100여 명은 되어 보이는 숫자···.


잠깐, 100명?


그제야 잠들기 직전 상황이 떠올랐다. 문피아 대표인 금왕의 쪽지.


[이 쪽지는 선택받은 100명에게만 발송된 쪽지입니다.]


“서, 설마!?”


그 순간, 눈앞에 반투명의 홀로그램 글자가 아른거렸다.


[축하합니다!]

[최초로 눈을 뜨셨습니다!]

[최초 보상 특전이 주어집니다!]

[이레귤러 스킬, ‘이 세계를 관통하는 주시자의 전언’을 획득하였습니다!]


우웃! 나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이, 이건···?”


생전 처음 보지만 너무나 낯익은 현상.


눈앞의 홀로그램 글자는 웹 소설에선 지겨우리 만치 숱하게 보아왔던 ‘상태창’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럼, 금왕이 보냈던 그 쪽지가 정말 사실이었다는 뜻이야?”


금왕의 쪽지 내용이 파노라마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 쪽지는 선택받은 100명에게만 발송된 쪽지입니다.]

[어느 쪽에도 편중되지 않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엄선했습니다.]

[작가 지망생, 기성 작가, 독자, 웹소설 매니지먼트 관계자, 심지어 악플러까지 다양한 분들에게 쪽지를 발송했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제가 제작하는 ‘영웅의 탑’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 됩니다.]

[그럼 부디 최고의 소설을 써주십시오.]

[목숨을 걸고.]


“시발! 웃기지 마!”


나는 무의식적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따지듯 욕지기를 내뱉었지만, 당연히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가 없었다. 대신, 널브러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으, 머리야.”

“도, 도대체 여긴 어디지?”

“꿈인가?”

“시발! 당신들 누구야!?”

“꺄악!”

“뭐, 뭐야!?”


그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다짜고짜 욕지기를 내뱉는 사람도 있었고, 비명을 내지르는 사람도 있었다.


나 역시 그들보다 조금 일찍 깨어났던 것일 뿐, 답답한 건 마찬가지였기에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호, 혹시 지금 여기 계신 분들 전부 금왕에게 쪽지를 받은 겁니까?”


누군가의 질문에, 큰 술렁임이 일었다.


“맞아요!”

“받았습니다.”

“저도 받았어요!”

“당연히 사칭 쪽지인 줄 알았는데···.”

“그 쪽지 내용이 사실이었다고?”


아무래도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은 금왕에게 쪽지를 받은 모양이었다.


“......”


무서운 정적이 감돌았다.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생생한 오감, 다들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 분명했다.


‘꿈이 아닌, 현실이다.’


-끼리릭, 끼리릭.


숨이 막힐 것 같은 정적을 깨부수듯, 소름 돋는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를 포함한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저 멀리서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끼리릭. 끼리릭.


“전부 깨어나신 것 같군요.”


마침내 우리에게 다다른 것은 휠체어를 타고 있는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누구지? 아무리 떠올려봐도 생전 처음 보는 낯선 얼굴. 그러나 몇몇은 그의 얼굴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 금왕!?”

“마, 맞아! 기사에서 본 적 있어!”

“당신이 금왕이지?!”

“정말이네? 금왕이잖아!”


그 말에 반사적으로 휠체어 탄 남자의 얼굴을 주시했다. 저 사람이 금왕...?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금왕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저를 알아봐 주시는 분이 계시다니 영광이네요.”


그는 인자한 말투로 얘기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거칠었다.


“인사는 집어치우고!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

“우릴 어디로 끌고 온 거야?”

“당장 원래대로 돌려놓지 못해!”


원성이 빗발치자 금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첫 번째 경고입니다. 저는 예의 없는 사람을 아주 싫어합니다. 예의를 갖추도록 하세요.”


기가 찰 노릇이었다. 다짜고짜, 영문도 모른 채 이런 일에 휘말리게 했으면서 예의를 갖추라니.

당장이라도 따지고 들고 싶었지만, 나를 포함한 그 누구도 나설 수 없었다. 그가 뿜어내는 위압감은 모두의 입을 다물게 하기 충분했다.


그러한 반응이 마음에 든 듯 금왕은 다시 미소를 띤 얼굴로 변했다.


“좋습니다. 과연 문피아에서 엄선한 사람들인 만큼 판단이 빠르시군요.”


금왕이 계속해서 설명했다.


“미리 쪽지를 통해 공지를 해드렸으니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겠지요?”


그때, 젊은 여자가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그, 그럼···. 저희가 보았던 그 쪽지의 내용이 정말 사실이라는 뜻입니까?”

“맞습니다. 사실입니다.”

“그럼 이곳이 정말로 소설 속이라는 말입니까?”

“정확히 소설로 들어가기 직전, 차원의 경계쯤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곳에서 간단한 사전 준비를 마친 뒤, 여러분은 본격적으로 소설 속 세계로 진입하시게 될 겁니다.”


금왕이 어깨를 으쓱했다.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설정쯤은 여러분들에겐 충분히 익숙하실 텐데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요즘에야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설정은 넘쳐나니까. 하지만 눈으로 보는 것과 몸소 체험한다는 것은 아예 다른 의미였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여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손을 들었다. 교복을 입고 있는 남학생이었다.


“좀 전에 금왕이라고 소개하지 않았나요?”

“아, 아니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

“하하하.”


별안간 금왕이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합니다. 농담이에요. 무슨 의미인지 압니다. 도대체 뭐 하는 놈이길래 이런 일을 꾸밀 수 있는 건지 궁금하신 거죠?”


남학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혹시 ‘신’ 같은 그런 겁니까?”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닙니다. 그저 특별한 힘을 얻게 된 인간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스스로 대답한 그 말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금왕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닌가? ‘소설의 신’ 정도는 되려나?”

“......”


능청스러운 금왕의 태도와 달리 우리 모두의 낯빛은 더욱 어두워져 갔다. 소설의 신이라니, 그딴 신이 존재한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사실이었다.


“슬슬 본론에 들어가도 될까요?”

“.....”


금왕은 우리 주변에 내려앉은 무거운 침묵을 제멋대로 해석했다.


“그럼 동의하는 거로 알고, 여러분이 들어가게 될 소설, ‘영웅의 탑’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그곳은 여러분이 살던 지구와 아주 흡사하며 배경 또한 특별할 것은 없습니다. 현시대와 게이트, 마물 따위가 어우러진 뻔하디뻔한 헌터물이죠.”


이어지는 금왕의 설명은 이러했다.


소설, ‘영웅의 탑’ 에 등장하는 지구는 마왕 ‘조이라크’의 출현으로 인해 멸망의 기로에 서 있다.


이에 오랫동안 지구를 지켜보고 있던 위대한 존재는 본인의 희생을 대가로 영웅의 자질을 갖춘 100명의 인간을 ‘영웅의 탑’으로 강제소환했다.


선별된 인원들은 영웅의 탑을 오르며 영웅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평가받는다.


그리고 영웅의 탑 정상까지 도달한 진정한 영웅들은 지구로 귀환해 마왕 ‘조이라크’로부터 인류를 구원해야 한다.


설명을 끝마친 금왕은 주먹을 불끈 쥐며 앞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마왕 조이라크를 처치하는 단 한 명만이 ‘영웅의 탑’의 주인공이자, 저작권자가 되는 겁니다!”

“......”


열의에 가득 찼던 금왕은 아무런 반응도 없는 좌중을 보며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해댔다.


“큼. 다들 아무런 반응이 없네요. 배경설명이 어려웠나요?”


아니, 어렵진 않다. 웹소설에선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세계관이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도대체 이따위 일을 꾸미는 이유가 뭐야!?”

“쪽지를 통해 이미 말씀드렸을 텐데요.”


금왕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재미있는 소설을 만들기 위해섭니다. 권위가 쇠퇴한 문피아 공모전의 부흥을 위한 일이기도 하고요.”


금왕이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떠들었다.


“여러분 모두가 제작에 참여한 ‘영웅의 탑’은 유례없는 명작이 될 것이며, 이번에 열리는 제5회 문피아 공모전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칠 것입니다! ”


이런 씹···! 그런 말 같지도 않은 대답을 듣고 싶은 게 아니잖아! 내가 뭐라 말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단 한 명의 주인공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나머지 인원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 질문자를 쳐다보던 금왕의 눈이 동그래졌다.


“호오, 이게 누구십니까. ‘고려한’님 이군요. 오랜만에 뵙네요. 작년 공모전 수상 때 봤으니 1년 만인가요?”


고려한!?


그 말에 반응하듯 나 역시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봤다.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30대 중반의 남자.


‘저게 그 유명한 고려한이라고?’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여기저기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헐, 대박!”

“진짜 고려한인가봐!”

“와! 정말이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잊은 건지, 대부분이 눈을 반짝거렸다. 하지만 그러한 반응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됐다.


고려한이 누구던가. 작년 공모전에서 ‘재벌집 개망나니 장남’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초특급 신인 작가.


그런 고려한에게 많은 시선이 쏟아졌지만, 그의 시선은 금왕에게만 향해있었다.


“과연, 공모전 수상자답게 예리한 질문을 하시네요. 안 그래도 그 부분에 대해 지금 막 설명을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래서 답변은?”

“다들 아시다시피 소설 속 주인공은 단 한 명입니다. 소설이 완결되면 주인공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은 독자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 마련이죠.”

“그렇다는 건···.”

“맞습니다. 주인공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소멸합니다.”

“소멸한다는 건, 죽는다는 뜻입니까?”

“그렇죠.”

“그럼 주인공이 되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영웅의 탑’의 주인공으로 선정된 인원은 우리가 살던 ‘원래의 지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너무나 태연한 두 사람의 대화에 잠시 넋을 잃고 있던 사람들은 그제야 서서히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웃기지 마!”

“한 명 빼고는 다 죽는다고?!”

“누가 이딴 데서 죽을 것 같아!?”

“누구 마음대로 이딴 짓을 벌이는 거야!?”

“워, 워”


금왕은 양손을 까닥거리며 사람들을 자제시켰다.


“진정하세요. 사실 주인공이 되는 것 말고도 원래의 지구로 귀환할 방법은 존재합니다. 씬스틸러라고 아시죠? 비록 주인공이 되진 못했지만, 극 중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는 인기 조연에게도 지구로 돌아갈 혜택이 주어집니다.”


그러나 금왕의 설명에도 사람들의 원성은 잦아지지 않았다.


“개소리 집어치워!”

“주인공이 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저작권 따위 필요 없으니까, 당장 집으로 돌려보내 줘!”

“이런 짓을 벌이고도 무사할 거 같아?”

“지금쯤이면 내가 사라진 걸 알아챈 가족들이 경찰에 신고했을 거야!”


금왕은 여유롭게 대답했다.


“그런 사소한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곳과 우리가 살던 지구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갑니다. 이곳에서 1000년이 흘러도 지구의 시간으론 찰나 정도의 순간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현재 지구의 시간은 거의 멈춰있다고 봐도 무관한 거죠.”


짝! 금왕이 양 손바닥을 소리 나게 맞대었다.


“그러니 여러분은 아무런 부담 없이 그저 최고의 소설을 만드는 데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주인공과 저작권의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말이죠. 게다가 만약 ‘영웅의 탑’의 제5회 문피아 공모전에서 우승하면 1억에 달하는 상금도 챙길 수 있지 않습니까? 이건 큰 기회입니다.”


“개 같은 소리 하지 마!”


수염이 덥수룩한 덩치 큰 젊은 남자가 소리쳤다.


“소설? 문피아? 공모전? 상금? 좆까는 소리!”

“이런, 이런. 제가 분명 예의 없는 사람은 싫어한다고 했을 텐데요.”


금왕의 자제 요구에도 이성을 잃은 남자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애초에 난 작가 지망생도 아니야! 그저 난 가능성 있는 신인 작가를 컨택하는 매니지먼트사 직원이란 말이야!”


그는 상당히 흥분한 듯, 시뻘게진 얼굴로 열변을 토해냈다.


“누가 이딴 회사 공모전에 응모하고 싶대? 막말로, 문피아 따윈 한물갔다고! 요즘엔 까까오 소설이나 네이번 소설이 훨씬 더 수준 높아! 이런 개 같은 짓을 벌인다고 문피아가 더 잘 나갈 것 같아!?”

“뭐, 뭐라고?”


그 순간, 금왕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 금왕은 눈에 보일 정도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창백했던 그의 얼굴은 서서히 붉어졌다.


“무, 문피아가 한물갔다고?”


분노.


금왕은 명백히 분노하고 있었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기운 탓에 모두가 뒷걸음질 쳤다. 금왕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남자를 가리켰다.


“거, 건방진···!”


그러자 별안간 남자의 몸이 허공으로 불쑥 떠올랐다.


“뭐, 뭐야!? 커, 커헉!”


공중에서 버둥대던 남자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었다. 마치 누군가가 목을 조르는 것처럼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커, 커헉! 사, 살려줘!”


남자는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내지르며 계속해서 허공에서 버둥댔다.


“잘 들어라. 문피아의 역사는 네까짓 놈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길다. 웹 소설의 대중화를 위해 나와 동료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는지 네까짓 놈은 감히 상상도 못 할 거다.”


금왕의 눈동자엔 선명한 핏발이 서 있었다.


“근데. 감히. 너 따위가. 그따위 소리를 지껄여?”


“커헉! 죄, 죄송. 사, 살려 주···.”


남자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필사적으로 사죄했지만, 금왕의 분노는 멎지 않았다.


-퍼엉!


잠시 후,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남자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꺄악!”

“뭐, 뭐야!”


머리가 사라진 남자의 몸은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철퍼덕!


꽤 높은 곳에서 추락한 남자의 사지는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려있었다. 큭, 끔찍한 광경에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끔 감았다.


“후.”


길게 한숨을 내뱉은 금왕은 그제야 어느 정도 분노가 가라앉았는지 다시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이런, 제가 잠시 흥분했군요. 여러분에게 문피아를 경배하란 말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대들의 하찮은 상식과 잣대로 문피아의 역사에 대해 함부로 지껄였다간 이 오만한 남자처럼 ‘낙오.’입니다.”


생전 처음 목격한 한 인간의 끔찍한 죽음.


나도 모르게 온몸이 떨려왔다. 힐끔, 시체 쪽을 쳐다봤다. 그의 목에선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씨, 씨발···.’


이것으로 일말의 희망도 사라졌다. 나에게 닥친 이 상황은 결코 허구나, 상상 따위가 아니다.


틀림없는 ‘현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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