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시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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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쫑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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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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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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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시대 2 (49)

DUMMY

“에휴~~~”

엘리야가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빨리 보스 잡고 끝내죠. 자 누가 탱을 할겁니까?”

“내가 하겠네.”

이삐 가족의 ‘삼식이’였다. 직업이 기사였으니 당연히 탱을 삼식이가 하는 게 맞았다. 다만, 삼식이는 전문 탱이 아니었는데 그의 방패는 공격형 기사의 방패로 크기가 작았다.

“버프를 주면 바로 시작하지.”

엘리야는 이삐가족 사람들과 말을 섞기 싫어 곧바로 버프와 축복을 내렸다. 삼식이는 기사의 능력향상 함성류를 사용하자마자 곧바로 앞으로 돌진했다.


보스방 안에는 마녀 자하로바가 방 한가운데 팔다리를 비롯해 몸을 꺾은 이상한 자세로 공중에 떠 있었는데 삼식이가 달려오자 가느다랗고 기다란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자 삼식이가 달려오는 방향으로 길게 화염이 치솟았다. 삼식이가 화염을 피해 옆으로 비키자 이번엔 삼식이의 앞에 거대한 화염의 벽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삼식이는 달리는 속도를 줄이지 않고 화염벽을 뚫고 달렸다. 불로는 삼식이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한 자하로바는 다른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러자 이번엔 삼식이의 몸에 서리가 내려앉더니 서리가 얼음이 되고 삼식이의 몸이 순식간에 얼음에 뒤덮여버렸다. 삼식이의 속도가 눈에 띄게 줄더니 거의 슬로우모션처럼 느려졌다. 하지만 삼식이는 앞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는 얼지 않아서 아주 천천히 자하로바 쪽으로 다가갔다. 그래도 10m는 더 떨어진 상황. 자하로바가 이 광경을 보고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심지가 굳은 인간을 만나게 되었군. 내가 충분히 이뻐해 주지. 호호호호호···.”

자하로박 몸을 풀며 새롭게 자세를 잡았다. 두 손을 맞잡고 주문을 외우려는 찰나.

“윽.”

자하로바의 주문이 끊기고 신음을 터뜨렸다. 자하로바의 가슴엔 창 같은 화살이 한 발 박혀 있었다. 화살이 날아가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는데, 아무도 소리를 듣지 못했는데 창 같은 화살이 자하로바의 가슴에 박혀 있었다. 자하로바도 당황해하는 순간. 자하로바의 다리 쪽에 흐릿한 그림자 하나가 지나갔다. 이삐가 어느새 은신하고 자하로바에게 접근해 단검을 휘둘렀는데 자하로바의 아킬레스건을 잘라버리고 사라져 버렸다. 엘리야가 삼식이의 몸에서 얼음을 제거해주자 마치 총알처럼 튀어나가 자하로바에게 칼을 찔렀다. 그러나 자하로바가 오른손으로 삼식이의 칼을 잡았고 삼식이가 칼을 잡아당기자 자하로바의 팔이 앞으로 뻗어졌다. 순간···.

“끄윽···.”

자하로바의 팔이 잘리며 피를 뿜었다. 전사인 칼제비가 자하로바의 팔을 자르고 배와 가슴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자하로바는 보스몹 답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새로운 주문을 외웠다. 주문이 완성되자 자하로바의 몸이 팦콘 터지듯 속에서 무언가가 솟아오르며 처음의 몸을 찢어발겼다. 이삐가족 일행들이 일단 뒤로 물러섰는데 낡은 자하로바의 몸을 찢고 나온 것은 인간의 모습을 한 장수풍뎅이였다. 딱 봐도 단단해 보였다.


“이런 변신하기 전에 죽였어야 했는데.”

이삐가족 사람들의 아쉬움을 알기라도 한 듯 자하로바가 말했다.

“너희들이 토벌대보다는 낫군. 재밌겠어. 자 신나게 놀아볼까?”

자하로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까와 마찬가지로 가슴에 창 같은 화살이 꽂혔다. 그런데 화살이 자하로바의 가슴에 박히지 않고 그냥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이삐가족 암살궁 한방원킬의 화살이 변신한 자하로바의 외피를 뚫지 못한 것이다. 이를 보고 이삐가족 길드원들 모두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이거 위험하겠는걸···.”

변신한 자하로바는 쇠처럼 단단한 몸으로 어떤 공격도 모두 막아 냈다. 삼식이도, 칼제비도, 한방원킬도 공격이 먹히지 않자 이삐가 길드창으로 말했다. 엘리야 일행들은 듣지 못하게.

“일단 뒤로 빠져서 쟤네들을 제물로 써요. 상황을 지켜볼게요.”


이삐가족 길드원들이 자하로바와 싸우는 사이 엘리야를 제외한 다른 일행들은 뒤쪽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다. 허접, 저렙인 자신들이 끼어드는 게 오히려 방해일 거라고 느꼈다. 그런데 자하로바가 변신한 이후 이삐가족 길드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공격을 피하기만 했다. 삼식이가 어글을 먹고 있어 자하로바가 삼식이를 쫓았는데 간간이 한방원킬이 화살을 날리는 것을 제외하고 삼식이는 보스방 전체를 돌며 자하로바를 끌고 다녔다. 엘리야가 그런 삼식이 만을 대상으로 단독 힐을 해줘서 삼식이는 자하로바를 끌고 다녔지만, 생명력이 가득 차 있었다.


“어, 어···.”

삼식이가 자하로바를 끌고 엘리야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그리고 그 근처에서 광역 스킬로 자하로바를 도발했다. 자하로바도 이에 반응해 쫓느라 제대로 공격을 못 하다가 삼식이가 있는 쪽으로 뇌전을 퍼부었다.

“꽈꽈콰콰광.”

천둥, 벼락이 삼식이를 중심으로 그 일대에 내리쳤다. 엘리야 일행들이 그 영향권 안에 있다가 그야말로 날벼락 맞은 꼴이 되었다.

“야 이 병신들아, 자하로바가 그쪽으로 가는데 가만히 서서 뭐 하는 거야? 도망치든지 싸우든지 해야 할 거 아냐?”

이삐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제야, 엘리야 일행들이 공격태세를 갖추고 자하로바를 공격했다. 아서는 궁수였으니 일단 거리를 벌리며 활을 쏘았고 해밀턴 역시 마법사였기에 자하로바와 거리를 벌렸다.

무쏘의뿔만 자리에 남아있다가 일단 공격을 시도했다. 고렙인 삼식이나 칼제비도 먹히지 않는 공격이 무쏘의뿔의 공격에 멀힐 턱이 없었다. 무쏘의뿔은 몇 번 공격도 못 하고 자하로바가 휘두른 팔에 맞아 멀리 날아갔다. 이미 반피가 날아간 상황. 엘리야가 회복을 시도하자 이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탱을 지켜야지 그런 허접은 죽게 놔둬.”


삼식이가 혼자 자하로바와 싸우고 있었다. 삼식이에게 써야 하는 힐을 무쏘의뿔에게 쓰는 바람에 엘리야는 힐 타임을 놓쳤다. 그런데 엘리야는 미안한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무 말 없이 보조 힐 스킬들로 삼식이의 생명력을 채워주다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외쳤다.

“다들 공격을 집중해 주세요.”

엘리야는 삼식이 말고 한방원킬, 칼제비, 쥰메이, 이삐가 공격에 소극적인 것을 보고 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엘리야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공격은 산발적으로 이어졌고 얼마 뒤. 자하로바가 분노가 폭발하며 폭주 스킬을 썼다. 일부 보스몹 중에는 유저들이 장시간 일정 수준의 피를 깎지 못하면 보스몹이 폭주해 공격자들을 몰살시키는 때도 있었다. 이 보스몹의 폭주 스킬은 순간적으로 공격력과 방어력을 끌어올리는 것인데 자하로바가 폭주 스킬을 사용하는 타이밍에 삼식이가 공격을 멈추고 어글을 풀어버렸다. 어글을 잡는 스킬도 어글을 푸는 스킬도 갖고 있던 삼식이가 어글을 풀자 계속 공격하고 있던 아서와 해밀턴을 자하로바가 인식하고 이들에게 폭주 스킬을 썼다. ‘번쩍’ 섬광이 방안을 가득 메웠다. 빛이 먼저 터지고 곧이어 대폭발이 일어났다. 순식간의 벌어진 일로 모두가 얼떨떨해하는 사이 자하로바의 손에 아서와 해밀턴의 목이 잡혀 있었다.

“크흐흐흐흐”

대폭발로 생명력 대부분이 소모된 이들은 자하로바가 목을 부러뜨리는 것만으로 죽어버렸다.

무쏘의뿔은 폭발 때 이미 죽었고, 이삐가족 일행들은 상급 물약을 먹으며 체력을 회복시켰다.

자하로바의 폭주 스킬이 끝남과 동시에 이삐가 소리쳤다.

“엘리야, 우리 모두에게 축복을 걸어.”

엘리야는 그제야 그들의 속셈을 깨달았다.

자하로바의 폭주 스킬로 자신의 일행들을 죽이고 폭주 스킬을 사용한 직후 느슨해진 자하로바를 상대하려고 했던 것이다. 힐러는 일행이 죽으면 부활을 해줘야 했지만, 전투가 진행 중이라 부활보다는 남아있는 일행들을 보조해 줘야 했다. 엘리야는 이를 악물고 이삐 가족에게 축복과 버프를 주었다.


“엘리야는 삼식이와 칼제비한테만 힐을 줘.”

자연술사인 쥰메이는 이삐를 전담해 생명력을 채웠다. 자연술사는 사제와 달리 힐량이 적었는데 이삐 혼자에게만 힐을 한다면 할만했다. 이삐는 쥰메이의 힐을 받으며 자하로바와 맞붙었다. 은신으로 몰래 뒤치기나 하는 암살자인 이삐가 근접 딜러처럼 싸웠는데 삼식이와 칼제비가 합세해 3명의 근딜이 자하로바와 싸우게 된 것이다. 거기에 한방원킬이 강력한 화살로 자하로바를 괴롭혔다. 몸에 박히지는 않았지만, 그 충격은 무시할 수 없었다. 그리고 쥰메이 역시 마법사보다 마법은 약하고 힐러보다 힐량은 적어도 렙과 장비가 받쳐주자 무시할 수 없는 데미지가 들어갔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자하로바의 생명력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나쁜 놈들···.’

엘리야는 속마음과 다르게 열심히 힐러의 역할을 다했다.

“다 빠져.”

이삐의 한마디에 삼식이와 칼제비가 공격하다 말고 빠졌다. 그 뒤를 이어···.

“휘유유우우우우...”

자하로바의 주변에 강력한 폭풍설이 불어쳤다.

엘리야는 이제 곧 자하로바를 끝낼 때가 됐음을 느꼈다. 이미 이삐가족 길드와 팟으로 사냥을 해본 경험이 있었는데 이 폭풍설은 자연술사인 쥰메이가 일으킨 것이었다. 자연술사는 자연재해 급 기상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데 자신의 거의 모든 능력을 쏟아부어야 했다. 아마도 이번 이 스킬로 쥰메이는 더 이상 자하로바와 싸울 힘을 잃게 될 터였다.

“퍼버버버버···.”

지하 던전에서 눈 폭풍이 일어난 것이다. 눈과 얼음덩이, 심지어 자갈들까지 섞여 있는 바람이 자하로바를 휘감았다. 대략 1분간 자하로바를 괴롭힌 폭풍설이 사라지고 자하로바가 한숨 돌리는 사이 자하로바의 머리 위의 공간이 열리며 지름 1m 크기의 유성이 자하로바를 직격했다.

“이럴 수가···.”

엘리야는 지하 던전에 유성을 소환하는 것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말도 안 돼···.’

폭풍설에 유성까지 소환한 쥰메이가 핏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로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다. 그의 얼굴엔 자신의 임무를 완성한 기쁨이 가득 차 있었다.


유성 소환은 9서클의 마법사가 사용하는 스킬이었다. 사실상 유저가 사용할 수 없는 스킬로 알려져 있는데 고작 127렙의 유저가 작지만, 유성을 소환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엘리야는 생각했다.


자하로바는 쥰메이의 폭풍설과 유성을 맞고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피를 어느 정도 빼놓은 상태에서 필살기를 날린 것인데 자하로바가 죽지 않고 버티자 쥰메이를 제외한 이삐가족 전부가 개떼같이 달려들어 총공세를 펼쳤다. 결국, 자하로바가 죽었고 자하로바가 죽었을 때 엘리야는 쥰메이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시켰다. 그리고 죽어서 누워있는 자신의 일행들을 하나씩 부활했다.

어쨌든 이삐가족에 의해서 자하로바가 죽었고 엘리야의 일행들은 당시 죽어 있어 경험치는 못 얻었지만, 자하로바가 죽으면서 떨군 템을 분배하는 데 있어 일정 지분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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