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시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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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쫑이아빠
작품등록일 :
2019.04.2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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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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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시대 2 (64)

DUMMY

이윽고 준비가 다 갖춰지자 이시엔이 허리 깊이까지 호수 속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제가 신호를 하면 쉬흐바를 공격하세요.”

호수 속에서 이시엔은 쉬흐바를 부르는 노래를 불렀다. 슬픈 운율의 이 노래는 퀘스트를 받은 이시엔만 사용할 수 있는 노래로 물의 정령들이 보름달 아래 거울 같은 호수를 유영하며 부르는 노래로 알려져 있었다. 이 노래를 들은 사람들은 혼을 빼앗기고 자신도 모르게 노랫소리에 이끌려 물속으로 걸어 들어가 익사하게 만드는 노래로 알려져 있었다. 잔잔한 호숫가에 울려 퍼지는 이시엔의 노래가 모두의 마음을 쥐어짜는 듯했다. 이시엔의 노래가 길어지자 정말로 유저들은 마음이 심란해지며 정신이 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러다가 쉬흐바를 보기도 전에 우리가 물에 빠져 죽겠는걸.”

유저들은 다들 정신 차리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얼마후.

실제로 바람이 부는 것은 아닌데 바람 소리가 나며 무언가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날며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쉬흐바?”

누군가의 외침에 유저들이 전투태세를 갖췄다. 이시엔은 여전히 노래를 부르는데 정신없었다.

유저들은 공격대장인 이시엔의 지시가 없었기 때문에 공격태세만 갖추고 있었는데 쉬흐바는 절반은 사람의 얼굴을 한 말의 형상 나머지 반은 물고기의 형상으로 풍성하고 긴 머릿결 같은 갈기를 휘날리고 있었다. 쉬흐바는 이시엔의 주변을 배회하며 유저들이 있는 호수가 쪽으로 왔다가 이시엔이 있는 호수 쪽으로 갔다가 호수 위를 달리기도 했다가 마치 이시엔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듯했다. 쉬흐바는 유저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시엔이 노래를 계속 부르면서 쉬흐바가 공격대원들 쪽으로 가는 순간 손을 흔들었다. 그것이 신호가 되어 호숫가로 나온 쉬흐바를 유저들이 속박 스킬로 구속하며 육지 안쪽으로 던졌다.

쉬흐바는 높이 10m 정도에 길이가 수십 미터에 달했지만 탱팟의 유저들이 속박 스킬을 걸자 그 큰 몸이 호수 밖으로 끌려 왔다. 이시엔의 노래는 쉬흐바를 부르는 효과도 있지만 쉬흐바의 정신을 흐리게 하는 기능도 있었다. 유저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쉬흐바가 깨어나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쳤지만, 선수를 빼앗긴 쉬흐바는 유저들을 떨쳐내지 못했다. 물의 정령인 쉬흐바는 아무래도 물속이나 물 위에서 싸울 때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유저들 입장에선 쉬흐바와 물이 아닌 땅 위에서 싸워야 유리했다. 육지로 올라온 마법몹 쉬흐바. 상대적으로 낮은 방어력을 이시엔 공격대의 딜러들이 공격을 퍼부어 찢었다. 화려한 스킬들의 향연 속에서 쉬흐바의 울음소리가 치마레 호수에 울려 퍼졌다. 유저들은 쪽수로 밀어붙이니 이런 보스몹도 잡는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순조롭고 일방적으로 쉬흐바의 체력을 깎아 나갔다. 그리고 쉬흐바의 피를 반쯤 깎았을 때.

“꺼이이 꺼어어어 끄으으으으···.”

이상하고 요상한 소리를 내며 쉬흐바가 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구속된 쉬흐바.

그런데 쉬흐바의 눈빛이 바뀌고 풍성하고 긴 머릿결 같은 갈기가 제멋대로 출렁거리더니 쉬흐바가 꼬리지느러미를 빠르고 세차게 바닥에 두드렸다.

“탁 탁 탁···.”

뒤쪽의 유저들을 공격하는 듯한 이 행동에 뒤쪽에 있던 딜러들이 옆으로 피했는데 쉬흐바의 앞쪽에 있던 유저들의 눈에 쉬흐바의 뒤쪽으로 호숫물이 통째로 일어서는 것 같은 광경을 보고 놀라 잠시 공격을 멈추고 말았다. 거대한 해일이 덮쳐오고 있었던 것이다.


“다들 피해.”

호수쪽에 있던 이시엔이 해일을 제일 먼저 보고 공격대원들에게 피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호수와 전투를 벌이는 유저들간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순식간에 해일이 덮쳤고 유저들은 물론 주변 숲까지 집어삼켰다. 마치 호수가 물을 토해낸 것처럼 모든 호숫물이 해일이 되어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유저들이 호숫물에 잠기고 휩쓸리며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때 구속 스킬에 풀린 쉬흐바가 육지를 뒤덮고 있는 호숫물을 타고 다니며 유저들을 공격했다.

잔뜩 화가 난 쉬흐바는 지름 3m가 넘는 물 폭탄을 유저들에게 날렸다. 호수 밖이 호수가 되었고 물의 정령이 물속에서 물을 다루었다. 헤엄치기 바쁜 유저들은 수비고 공격이고 제대로 몸도 가누지 못한 상태에서 쉬흐바가 던지는 물 폭탄과 물줄기를 창처럼 가늘게 뽑아 던진 창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시엔은 쉬흐바의 뒤쪽에서 이 광경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쉬흐바를 잡아 없애라는 퀘스트를 처음 받아 5인 팟으로 도전했다가 실패. 10인 팟으로 도전했다가 또 실패. 30인 팟으로 도전했다 실패. 50인 공격대로 도전했다가 또 실패. 그리고 100인 공격대로 도전한 지금 앞의 실패와 다르지 않은 실패를 직감했다. 이시엔은 쉬흐바가 펼치는 지금의 공격은 그동안 쉬흐바를 사냥하며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다. 너무나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 이시엔은 좌절했다.

‘적의 능력에 따라 쉬흐바의 공격력도 달라지는 것이었던가······.’


시간이 흐르자 물이 빠졌다. 유저들은 발이 닿지 않는 호숫물의 격류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발이 땅에 닿자 공격은 둘째치고라도 방어는 할 수 있어 버텼다.

“힐 줘.”

여기저기서 떨어진 생명력을 보충해 달라는 주문이 터져 나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힐러들은 마법으로 격류에 영향을 덜 받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쉬흐바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음이었고 상당수 탱과 딜러들이 죽어 나가고 딸피에 이르렀지만, 반격을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살아남은 탱들이 힐러들의 집중 힐을 받으며 쉬흐바의 공격을 버티는 사이 남은 힐러들이 공격대원들의 피를 채워주며 죽은 유저들의 부활을 시도했다.


이삐는 고급 회복약을 마시며 외쳤다.

“힐”

세크메트는 이삐와 같은 팟이었지만 다른 팟원들에게 힐을 해주고 있었다.

“야이 미친년아. 같은 팟원에게 힐을 줘야지.”

“니 피는 많아서 내가 힐 주면 오버 힐 돼.”

“개년.”

이삐가족에 자연술사 쥰메이가 회복 스킬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사제 직업의 힐러들에 비해 턱없는 힐량을 보였다. 자연술사는 마스터가 됐을 때 환골탈태하는 대표적인 직업 중의 하나였다.


세크메트는 팟원들의 회복은 물론 같은 공격대인 다른 팟원들에 대해서도 힐을 주었다. 그리고 간간이 공격까지 시도했다.

“야, 넌 공격하지 말고 힐이나 해.”

“힐 스킬 딜인데 놀고 있으리? 주둥이 닥치고 공격이나 해.”

“이래서 전투 사제는 힐러로 쓰는 게 아닌 거야.”

이삐가 세크메트와 말싸움하는 사이 쉬흐바의 물로 된 창에 맞아 나가떨어졌다.

“야?”

세크메트는 자리까지 옮기며 이삐를 쌩깠다.

“이런 썅.”

비싼 고급 체력 회복약을 물 마시듯 마시며 이삐가 쉬흐바에게 달려들었다. 그 뒤로도 계속 이삐는 세크메트의 힐을 받지 못했다. 사제들은 회복 스킬 외에도 각종 정화 스킬이나 능력 강화 스킬들이 있었는데 세크메트는 이삐만 뺐다. 누가 봐도 고의로 하는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전투 중에 뭐라고 따질 새가 없었다. 그만큼 쉬흐바와의 싸움은 격렬했다. 수없이 죽어 나갔고 부활시켰다. 탱팟이 무너지며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엘리야가 힐탱으로 버티고 다른 힐러들이 탱들을 부활시켜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쉬흐바의 생명력이 바닥을 드러냈다.

“폭주를 조심하세요.”

쉬흐바와의 싸움에 너무 긴 시간이 흘러 보스몹들의 특징인 ‘폭주’를 경계했다.


“이렇게 달이 좋은 날 휴바라마를 만나러 가야 한다니···. 인간들이여 고생했다.”

지금껏 단 한마디도 하지 않던 쉬흐바가 갑자기 몸을 세우며 말했다. 그리고 말이 끝나자 수천 개에 달하는 쉬흐바의 물고기 비늘이 떨어져 나가더니 쉬흐바의 주변을 돌았다. 이 비늘이 쉬흐바의 갑옷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비늘이 모두 떨어져 나가자 보기에도 연약해 보이는 마치 발가벗은 모습의 쉬흐바가 애절한 눈으로 호수를 비추고 있는 달을 올려다봤다.


“모두 조심해.”

누군가가 비명처럼 외쳤다.

그와 동시에 쉬흐바의 몸에서 빛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고 빛과 함께 쉬흐바의 비늘들이 사방으로 쏘아졌다. 눈치 빠른 힐러 몇이 때를 맞춰 마법 보호막을 크게 펼쳤다. 그 중엔 세크메트도 있었는데 세크메트는 토르와 헤임달을 비롯한 다른 팟원들을 보호막으로 감쌌다. 쉬흐바의 비늘은 유저들은 물론, 나무와 바위까지 자르며 땅속 깊이 박혔다. 살아남은 유저들은 힐러들이 마법 보호막으로 막아준 이들밖에 없었다. 그 수가 10여 명.


쉬흐바는 죽지 않았지만, 모두의 창에 퀘스트 완료 메시지가 떴다. 물의 정령 쉬흐바는 정령계로 역 소환된 것이다. 그리고 죽은 90명의 공격대원을 모두 부활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삐는 회색창을 보며 누워있었는데 아무도 자신을 부활해주지 않자 미쳐 돌아버린 지경이었다. 세크메트가 자신의 시체 주변을 왔다 갔다 했는데 다른 유저들은 부활해주고 자신은 부활을 안 해주자 더 참을 수 없었다. 만약 아무도 부활을 안 해줘서 부활 제한시간이 20분이 지나 자동 부활이 되면 접속 종료가 되어 12시간 접속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20분의 부활 제한시간이 다 되어 쥰메이가 부활해주자 이삐는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주변을 뛰어다니며 세크메트를 찾았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철수한 상태였다. 물론 세크메트도···.

“이삐야 다 갔다.”

칼제비가 이삐를 자제시키기 위해 말했다.


세크메트는 이삐 가족을 초반에 부활하면 이삐가 난리 칠 것을 알고 일부러 유저들에게 얘기해 이삐 가족을 가장 나중에 부활하도록 부탁하고 가버렸다. 그 뒤로 이삐는 두 번 다시 세크메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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