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시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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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쫑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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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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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시대 2 (77)

DUMMY

29. 이리오스의 연결 다리.



소마대륙 북쪽을 가로지르는 파카누 산맥. 최근에 개척되기 시작한 곳으로 고렙들의 사냥터였다. 이곳엔 엘프 마을도 있었고, 마계로 가기 위한 차원의 문도, 그리고 드래곤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기도 했다. 유저들이 레벨이 오를수록 파카누 산맥과 그 인근의 도시들은 유저들로 북적대고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높은 산. 오늘처럼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은 파카누 산맥 안쪽의 높은 산들을 보며 이 산맥이 얼마나 넓고 크고 높고 험한지 잘 보여주었다. 유저들이 산맥 남쪽을 중심으로 점점 활동 영역을 넓혔지만, 이곳 안쪽까지는 거의 진출을 하지 못했다.


“이곳은 확실히 조용하군.”

“흥. 하지만 멀지 않았어···. 내 앞마당까지 인간들이 돌아다닌다면 엄청나게 짜증 날 거 같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내가 아는 피에로스가 맞나?”

“네가 아는 피에로스가 맞아. 하지만 인간들을 얕잡아 볼 수 없는 세상이 되었어. 멀지 않아 우리를 위협하게 될 거야.”

“후후후···. 어디를 가나 인간이 위험하군.”

“그러는 너도 인간을 막으려고 나선 거 아니야?”


로브를 입고 챙이 넓은 모자를 깊게 눌러쓴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손가락으로 모자를 살짝 올리자 모자 밑으로 맑은 두 눈이 드러났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성별을 알 수 없는 중성적인 얼굴로 예쁘다는 말과 잘생겼다는 말이 다 어울리는 얼굴이었다.

“피에로스 넌 쓸데없이 예리하군.”

“하하하.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어쨌든 고마워. 이렇게 내 부탁을 들어줘서.”

“내 친구 이리오스. 내가 뭐 또 도와줄 건 없나?”

“내게 너무 친절해서 부담스러운걸.”

“하하하하.”


‘이리오스’와 ‘피에로스’가 파카누 산맥 안쪽의 높은 산에서 바깥쪽, 남쪽을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리오스’는 천계의 대자연의 신. ‘피에로스’는 에이션트 드래곤이었다.


“나중에 또 보지. 그때는 네가 내 손님이 되는 거야.”

이리오스가 모자를 고쳐 쓰고 가려고 하는 순간 피에로스가 이리오스의 뒤에서 한마디 했다.

“곧 고르키 척살단이 마계로 넘어갈 거야. 필요하다면 그들과 접촉해봐.”

“하, 콧대 높은 드래곤들이 신들과 편을 먹는다고?”

“불리할 때는 뭐라도 해야지.”

“우리가 질 것처럼 얘기하는군.”

“사실, 네가 참전할 줄은 몰랐어. 그래서 너희가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 하하하.”


“척살단은 누가 이끌고 있지?”

“카르카스.”

“그럼 협상은 틀렸어. 척살단 놈들 마왕한테 사냥당하지나 않기를 비는 게 순서겠군.”

“크크크크크···. 근데 카르카스 말고 또 누가 가는 줄 알아?”

“뭐 허접떼기 드래곤들이겠지.”

“마모시트.”

“응?”

“맞아.”

“근데 왜 카르카스가 척살단 단장을 맡은 거지?”

“젋은 카르카스에게 단장을 맡기고 나이든 자신은 뒤로 빠진 거지.”

“놀랍군. 마모시트가 움직일 줄이야.”

“나도 마모시트가 지원하길래 놀랐어. 근데 고르키에게 가장 원한이 많은 드래곤이 또한 마모시트야.”

이리오스가 피에로스의 말을 듣고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번 시도나 해볼까?”

“가는 길에 엘프 마을에 들를 건가?”

“아니. 내가 온 것과 가는 것을 아무도 몰라야 해.”

“엘프들이 요즘 인간들과 가깝게 지낸다는데?”

“상관없어. 엘프들은 언제든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알아서 하라고 해.”

“매정하군.”

“걔네들은 내 실험의 산물일 뿐이야. 이용할 때가 온다면 이용하는 것이고 안 그러면 내버려 두는 거지. 어차피 내 통제를 벗어날 수 없으니까.”


“건투를 빈다.”

이리오스가 미소로 답을 대신하고 산에서 내려갔다. 갈 길이 멀었다. 험준한 산을 몇 개나 넘어야 하는지 모른다.

‘마모시트라···.’


‘마모시트’.

현존하는 가장 나이가 많은 드래곤이었다. 젊었을 때는 성질 포악한 드래곤으로 유명했는데 나이 들어 조금 느슨해졌다. 아주 옛날 고르키가 파카누 산맥 ‘몬노산’의 ‘우슬라’국을 상대로 한 계략으로 마모시트의 어린 새끼를 납치해 의식의 제물로 사용해 마모시트의 화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때 열 받은 마모시트가 몬노산을 브레스로 날려버렸고 몬노산에 있던 우슬라 국이 멸망해 버렸다. 때마침 외국에 용병으로 파병 나간 덕에 살아남은 우슬라 국의 용사들이 그일 이후 현 암살자 직업 길드 ‘붉은초승달’을 만들었다. 나중에 전후 사정을 알게 된 마모시트가 멸망해버린 우슬라 국의 용사들에게 사과하는 의미로 우슬라 국이 있던 몬노산이 있던 곳을 누구한테도 침략받을 수 없는 이공간으로 옮겨줘 붉은초승달의 본단인 몬노산을 가기 위해 마법스크롤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또한, 최근에 마모시트의 자식인 ‘아가시지’ 역시 고르키를 잡으려다 고르키가 속해 있던 대양의바람 길드의 토르에게 죽임을 당해 사실상 고르키에게 자식을 두 명이나 잃어버려 고령에도 불구하고 고르키를 잡기 위한 드래곤 척살단에 들어간 것이다.

마모시트는 나이가 많은 만큼 경험이 풍부했고 현존하는 드래곤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최강자이기도 했다.


이리오스는 발걸음을 빨리했다. 자신이 하려고 하는 일은 아무도 몰라야 했기 때문에 조용하고 은밀하게 이동했다. 이리오스는 차원을 관리하는 드래곤 친구. 피에로스의 도움으로 천계에서 인간계로 내려온 것이고 지금은 마계로 가는 차원의 문이 있는 오인트 제국 비판텐 시로 향하는 중이었다. 그곳에서 마계로 넘어가 우다르바와 한 약속을 지켜야 했다.


이리오스가 비판텐 시에 도착했을 때 사람 많고 발전된 도시를 보고 무척 놀랐다.

나무와 꽃. 숲에 사는 이리오스. 게다가 천계는 인간계의 도시 같은 것이 없었다. 정확히는 도시라는 개념이 인간들의 기준과 달랐다. 신들은 주로 공중섬에 살았고 천족들은 넓은 지역에 소규모 마을 위주로 살았는데 마을들 간 거리가 아주 가까운 곳도 있었고 또는 먼 곳도 있었다. 게다가 마을 단위로 생활하다 보니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일 자체가 드물었다. 그런데 비판텐 시는···. 다양한 크고 작은 건물들. 상점들과 활기찬 시민들···.

이리오스가 말로만 듣던 것을 실제로 보니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이리오스는 비판테 시를 둘러보는데 반나절을 보냈다. 오인트 제국의 수도인 비판텐 시는 파카누 산맥의 개발과 마계로 가는 차원의 문 덕에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대표적이 도시였다. 이를 이리오스는 알지 못한 체 소마 대륙의 도시들이 다 비판텐 시 같은 것으로 오해했다.

‘마족보다 인간들이 더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이리오스가 고개를 저으며 차원의문을 넘었다. 차원의문 앞에는 마계로 사냥 여행을 떠나는 유저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오인트 제국이 국왕인 퍼펙트 길드 멘솔러브는 차원의문을 넘나드는 데 있어 많은 부분 절차를 간소화했고 이용료도 대폭 낮췄다. 과거엔 이용료를 비싸게 받아 차원의문에 대한 지분이 있는 길드들이 서로 나눠 가졌지만, 당시 지분이 있는 길드들 대부분이 정의 연합에서 배신하고 대양의바람 길드로 붙었다가 전쟁에서 지고 길드가 해체되면서 지분도 날아가 버려 지금은 까치산호랭이 길드와 이익을 나누었는데 두 길드 다 형식적인 이용료만 받고 패자의시대 모든 유저들이 원하는 대로 마계로 넘어가 사냥할 수 있도록 한 상태였다.


이런 내막을 모르는 이리오스는 인간계에서 마계로 넘어가는데 인간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을 보고 내심 충격을 받았다. 차원을 넘는다는 게 원래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계든 천계든 다른 차원을 가기 위해서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그런데 인간의 도시에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는 문이 24시간 상시 개방된 모습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천계에선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이 있다고 해도 아주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게 상식이었다.


‘음···.’

이리오스가 차원의문을 넘자 마계의 땅이 내려다보였다. 인간계 쪽에서 마계 쪽으로 열린 차원의 문은 마계의 언덕 위에 있었다. 입구 앞에는 작은 마을처럼 건물들이 있었고 도심의 시장에 버금가는 유저들로 가득했다.

“파티 구합니다. 490렙 기사 파티 구합니다.”

“450렙 힐러 파티 구해요. 렙 낮아도 힐량 높아요.”

마계 사냥터에서 같이 사냥할 동료를 구하는 외침이 시장의 호객행위처럼 사방에서 들려왔다.

이리오스는 이런 낯선 광경을 뒤로하고 조용히 갈 길을 갔다. 아디베흐 산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가야 한다는 것은 고생문이 열렸다는 얘기와 같았다.



천계의 노르위 지역.

숲과 강과 호수가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곳. 노르위 지역 주변으로 흰머리를 자랑하는 높은 산들이 둘러쳐져 있고 그 산들의 눈과 얼음이 녹아 아래쪽에 수많은 구불구불한 강과 호수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곳으로 며칠 전부터 이곳에 무장한 병사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병사들은 각기 다른 깃발 아래 모여 자리를 잡았는데 그 수가 이쪽 지평선에서 저쪽 지평선에 이르는 노르위 지역을 메워나가고 있었다.


“붕우웅 부우웅 붕웅웅···.”

바람 가득한 관악기 소리가 천지를 뒤덮자 저 멀리 하늘 끝에서 천사병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노르위 지역의 한쪽 자리를 차지하며 내려왔다. 걸어서 오는 병사들과 말이나 마차를 타고 오는 병사. 하늘을 날아서 오는 천사병들까지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이들은 모두 노르위 지역에 모인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강과 호수를 제외하고 모든 노르위 지역의 땅은 무장한 다양한 병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모여들었다. 이 많은 병사가 알아서 야영했다. 무언가 기다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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