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시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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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쫑이아빠
작품등록일 :
2019.04.2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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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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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시대 2 (100)

DUMMY

젠라츠가 어느새 주신 리온델의 구슬을 꺼내 들었던 것이다.

“저 저······.”

주신 리온델의 구슬을 가장 잘, 빨리 알아본 것은 세크메트였다. 세크메트가 젠라츠의 손에 들려진 주신 리온델의 구슬을 보고 절망할 때. 젠라츠의 주문이 완성되었다. 젠라츠가 구슬을 쥔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주신 리온델의 구슬에서 사방으로 빛줄기를 뿜었다. 모두가 이 광경을 보며 동상처럼 굳어 버린 순간.

“쨍.”

주신 리온델의 구슬이 맑은소리를 내며 터져 버렸다. 산산이 조각난 주신 리온델의 구슬은 젠라츠의 손 위에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조각 하나하나가 반짝반짝 빛을 내며 젠라츠의 손위에서 벗어났고 한동안 주변을 흩날리다 사라졌다.


“푸우우하하하하하하하하······.”

세크메트의 웃음소리가 채찍처럼 젠라츠를 휘갈기자 인상을 구기던 젠라츠의 입에서 저절로 한숨이 터져 나왔다.


주신 리온델의 구슬.

삼 주신 중 하나인 리온델의 성물로 알려진 구슬로 소유자가 원하는 것을 다 이루어주는 능력이 있었다. 세크메트가 남편인 헤임달 팟원으로 퀘스트를 통해 얻은 아이템인데 이 구슬은 오직 세크메트만 사용할 수 있었다. 게다가 구슬은 개인의 사리사욕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이것을 젠라츠가 세크메트에게서 강탈했다. 젠라츠는 자신이 삼 주신의 자식이니 당연히 구슬의 제약을 벗어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세크메트가 아닌 젠라츠가 자신의 위기를 벗어나고자 구슬의 힘을 사용함으로써 조건 불충족으로 구슬이 깨져 소멸해 버린 것이다.

세크메트는 자신이 빼앗긴 구슬이 소멸해 버리자 통쾌하기 그지없었다. 세크메트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며 젠라츠를 향해 공격 주문을 외웠다.


암흑 사제인 세크메트는 대마왕 크라르의 후계자나 다름없어 주변의 희생에 비례해 강력한 위력의 스킬들이 많았다. 그런데 무쏘의뿔이 마족 병사들의 희생을 금지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고민이 되었다. 젠라츠를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젠라츠를 죽이면 어르신도 이해해 주시겠지.’

고민 끝에 세크메트가 새로운 주문을 봉인 해제했다. 암흑력이 가득한 현 전장은 마족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분노를 승화시키는데 최적의 조건이었다. 세크메트의 긴 주문이 외워졌다. 암흑력의 거인들이 완벽하게 젠라츠를 차단했고 사방 적군은 하나도 없었다. 대마왕 헬사곤의 크라르의 강력한 스킬은 긴 주문을 외워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이 단점마저 단점이 되지 않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긴 스킬 주문을 완성할 수 있는 상황. 하늘을 가득 뒤덮은 태양의 표면이 내뿜는 열기가 신경 쓰인다면 신경 쓰일 뿐.

세크메트의 시선이 젠라츠에 향한 체 주문의 끝자락을 외우고 있을 때.

젠라츠의 머리 위쪽 하늘이 아까보다 훨씬 더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그 느낌을 인식한 순간 하늘 가득 태양의 표면이 지상 위에 내려앉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지도 못하고 세크메트는 죽음으로 인한 회색 화면을 보았다.


세크메트는 얼른 접속종료를 하고 머신 안에서 게임 방송 화면을 세 개 띄웠다. 실시간으로 각 방송사에서 중계되고 있는 전장의 모습은 우다르바의 필살기로 지상이 태양의 표면이 되어 그곳에 있던 모든 것들이 소멸하여 마치 태양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현 상태에서 유일하게 건재한 것은 백색 거성과 이그드라실 연결 다리.

타타노드가 죽었지만, 그의 유작이라 할 수 있는 백색 거성은 신성력을 잃어버렸음에도 태양의 표면에서 영향을 받지 않고 존재했다.


“아······.”

세크메트의 장탄식이 터져 나왔다.



“어째서?”

우다르바가 태양의 표면을 아무렇지 않게 걷고 있는 무쏘의뿔을 보며 말했다.

“화염을 다루는 데 있어 너만 잘하는 거 아니다.”

무쏘의뿔이 주변을 둘러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 손해가 막심하군.”

셀 수 없이 많은 마족 병사들이 소멸하였다. 신들이 퇴각하고 있지만 이겼다고 말하기엔 피해가 엄청났다.

“너를 죽여 조금이라도 균형을 맞춰야겠다.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라.”

무쏘의뿔이 말을 마치자마자 은신을 했다. 용암 병사들이 우다르바를 포위한 체 세찬 공격을 했는데 크기 차이로 인해 용암 병사들의 공격은 주로 아래쪽에 집중됐다. 용암 병사들은 물리 공격에 대한 면역. 그리고 화염 피해에 대한 면역으로 우다르바를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마법 공격을 써야 했다. 그런데 우다르바는 태양의 신으로 화염 공격이 장기인데 그게 이들에겐 피해를 주지 못했다.


단번에 수백 발의 화염탄을 자신의 주변에 생성해 용암 병사들에게 쏘았다.

“펑 펑 펑 펑···.”

화염탄의 관통력과 폭발로 인해 용암 병사들의 사지가 날아갔지만, 이들의 몸은 그 즉시 재생되었다. 태양의 표면. 화염의 기운이 용암 병사들의 재생을 가속했다. 우다르바의 강력한 화염력이 용암 병사들에게 오히려 힘을 주는 상황.


“꿍.”

우다르바가 휘청거렸다.

용암 병사들에게 신경 쓰느라 무쏘의뿔을 놓쳤는데 은신해 접근한 무쏘의뿔이 용암 병사들에 섞여 우다르바를 공격했다. 백 명의 용암 병사들보다 더 센 데미지가 우다르바의 생명력을 빼앗았다.

“쿵 쿵 쿵 쿵···.”

용암 병사들의 잔 공격, 무쏘의뿔의 큰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우다르바가 무쏘의뿔을 찾았으나 무쏘의뿔은 한 번의 공격과 한 번의 은신을 반복했다. 위아래는 물론 전후좌우 사방에서 은신과 텔레포트를 사용한 무쏘의뿔의 공격이 우다르바를 괴롭혔다. 화염 공격이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우다르바는 어려움에 빠졌다. 자신의 주변으로 열풍을 일으켜 용암 병사들을 날려버리기도 했지만, 이들은 특별한 피해 없이 멀리 날아갔다가 이내 다시 달려들었다. 수십 미터의 불길을 일으켰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태양의 표면 힘을 빌려 화룡을 소환해 보기도 했지만, 용암 병사들은 화룡의 공격을 무시하고 모두 우다르바에게 달려들었다. 우다르바의 공격은 용암 병사들에게 먹히지 않는데 용암 병사들의 공격은 우다르바에게 먹힌다는 것이 우다르바의 심각한 문제.


‘안 되겠군.’

우다르바가 도망칠 생각을 할 때. 멀리서 마법 공격과 화살 공격이 퍼부어졌다.

“응?”

태양의 표면 한곳에 화염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공터 속에 유저들이 모여 자신을 공격하는 게 보였다.


“감히 나에게 대적하느냐?”

루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태양의 표면을 중화시키는데 전력을 쏟았다. 태양신의 사제가 태양신에게 덤비다니···. 우다르바는 화가 내며 유저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우다르바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3천 명의 유저들중엔 마법사들도 많았고 고르키나 콩코노메 같은 흑마법사도 섞여 있었다. 이들의 집중 공격에 우다르바는 속수무책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용암 병사들이, 먼 곳에서 유저들의 공격이 괴롭혔다.

우다르바는 고렙의 흑마법사들이 펼친 저주가 중첩되며 더는 움직이지 못하자 새로운 스킬을 사용했다. 태양의 표면이 빠르게 한곳으로 뭉쳤다. 둥글게 둥글게 굴러다니며 지상에 펼쳐진 들끓는 태양의 표면을 흡수하며 커졌는데 지름 수백 미터의 거대한 태양의 구체. 태양이 만들어졌다. 이 태양을 우다르바가 공처럼 굴렸다. 자신이 움직일 수 없자 태양의 표면을 뭉쳐 태양으로 만들어 이를 유저들이 있는 곳으로 보내자 유저들이 한데 뭉쳐 있다가 모두 빠르게 흩어졌다. 유저들이 공격 역시 분산되며 우다르바가 한숨 돌리려는 순간. 또다시 무쏘의뿔의 공격이 터졌다.


태양의 표면이 걷히자 하닐 씨앗을 증식시켜 도망치지 못하게 우다르바의 두 발을 붙잡았고 얼굴 앞에서 독연막탄을 터트렸다. 신들을 상대로 긴 시간 상태 이상에 빠뜨릴 순 없지만 잠시라도 신을 묶어 맘 놓고 필살기를 쓸 시간은 되었다.

“다 덤벼.”

무쏘의뿔이 상급 마왕들에게 명령했다. 상급 마왕들은 유저들과 함께 있으며 태양의 표면을 피했는데 우다르바가 이를 걷어내자 이제 공격할 기회가 되었다. 유저들 틈에 상급 마왕 4놈이 있는 것을 알았다면 우다르바는 태양의 표면을 걷어내어 태양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상급 마왕들은 유저들 틈에서 최대한 많은 유저들이 피할 수 있도록 인간과 같은 크기로 있었는데 이를 우다르바가 몰랐다.


마왕 4놈이 유저들의 무리를 이탈해 우다르바에게 달려드는 순간 몸이 커졌다. 우다르바와 비슷한 크기의 4놈 마왕이 상태 이상에 빠져 꼼짝 못 하는 우다르바의 몸을 찢었다.

야수 같은 마왕들은 옷을 찢고 살을 뜯고 뼈를 부러뜨리고 사지를 잘랐다. 순식간이었다. 그리고 우다르바의 목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절묘한 순간에 무쏘의뿔의 분신 연합기가 작렬했다. 우다르바의 죽음과 동시에 몸이 해체되어 사방에 뿌려졌다.

천계와 마계의 전쟁 중에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은 태양의 신 우다르바였다.


무쏘의뿔에게 충성맹세를 한 4놈의 마왕들은 마치 보약이라도 먹듯 우다르바의 피와 살을 섭취했다. 그 사이에서 무쏘의뿔이 바닥에 떨어진 우다르바의 아이템을 주웠다.

“음······.”


무쏘의뿔이 천천히 유저들이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더 싸울 수 있지?”

유저들은 하나같이 우다르바의 끔찍한 최후에 얼어서 말을 잊고 있었다.

“예.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았죠.”

헤임달이 무쏘의뿔의 말에 대답하며 이그드라실 연결 다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들과 일부 천사장들 그리고 극적으로 살아남은 일부 천족 병사들이 연결 다리를 오르고 있었다.

“그럼 끝까지 가 보자.”


무쏘의뿔이 선봉에 서기 위해 유저들 사이를 뚫고 가다가 앞집 꼬맹이 루를 보자 가방에서 반지 하나를 꺼내 건네줬다.

“이건 네가 주인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반지를 받아든 루는 몽크보다 더 크게 입이 찢어졌다.


태양의 신 ‘우다르바의 반지’···.

우다르바가 죽으며 떨군 아이템이었는데 당연히 우다르바의 스킬과 관련이 있는 옵션들로 가득한 유니크 반지였다. 당연히 우다르바의 사제인 루가 주인으로 제격이기는 했지만 다른 누가 착용했어도 신의 유니크 반지의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이 붙어 있었다.

특히 루는 우다르바의 사제로서 우다르바의 반지를 착용하며 모든 스킬이 강화되는 효과를 보았다. 그리고 반지에 붙어 있는 새로운 스킬까지 얻게 되었다. 패자의시대 아이템 중엔 아주 낮은 확률로 불규칙적으로 스킬이 붙는 경우가 있었다. 귀한 아이템일수록 스킬이 옵션으로 붙는 확률이 높았고. 우다르바의 반지처럼 특정 대상의 이름이 붙는 아이템은 그 대상의 스킬이 아이템에 붙어 있는 게 일반적이다. 루는 우다르바의 스킬과 함께 우다르바의 사제로서 능력 상승까지 얻어 로또복권에 맞은 것과 다름없었다.


루는 자신의 인생에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느꼈다. 앞집 노인이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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