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시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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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쫑이아빠
작품등록일 :
2019.04.2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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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시대 2 (106)

DUMMY

“쩡 쩡 쩡······.”

“퍼퍼펑 펑 펑······.”

우돌타를 에워싸고 있는 추격대가 공격을 퍼부었다. 흑마법사들의 저주가 바닥에 깔리며 우돌타를 약화 시켰고 그 위로 8천 명의 유저들의 공격이 퍼부어졌다.

사도 연합이 힐러가 많은 구조라면, 추격대는 최강의 두 흑마법사가 전투의 밑그림을 그렸다.

아직 죽지 않은 사도 연합 유저들까지 우돌타 근처에 있다가 저주에 걸리며 아무것도 못 하게 되었고 추격대의 공격은 그런 사도 연합 유저들을 버리고 우돌타에게 집중되었다.


이미, 사도 연합과 싸움에서 당할 만큼 당한 우돌타였다. 더 강한 공격이 퍼부어지자 정신을 못 차렸다. 추격대가 우돌타를 에워싸고 공격하는 가운데 몇 명의 사람들이 우돌타를 향해 뛰어들었다. 무쏘의뿔과 그 일행들. 어글은 아직 살아 있는 사도 연합의 일부 유저들이 먹고 있었고 추격대는 포위한 체 공격 스킬을 쏟아붓는 상황.

샤도임이 우돌타를 향해 뛰어들어가며 아랫배 쪽으로 급속 동결 화살을 적중시켰다. 우돌타의 배가 지름 50여 미터 크기로 얼어버렸고 그곳의 가운데를 무쏘의뿔이 순간이동 후 강렬한 일격을 날렸다. 뒤이어 암살자 5인방의 연합기와 무쏘의뿔의 분신 연합기가 연속으로 이어지자 우돌타의 얼어붙은 배가 폭발하듯 터져버리며 피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쿵”

우돌타의 거대한 몸이 바닥에 떨어지듯 주저앉았다. 무쏘의뿔과 암살자 5인방의 연합기에 죽은 우돌타의 시체 위로 끊임없이 추격대의 공격이 쏟아지고 있었는데 유저들은 자신들의 공격으로 우돌타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모두의 안내창에 새로운 메시지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천계에서 처음으로 보스몹을 죽이며 얻는 여러 가지 효과와 보상과 여러 안내 메시지였다.


8천 명의 마계 추격대가 880렙의 보스 몹을 패자의시대 게임 최초로 죽인 것에 대해 환호하고 흥분하고 있을 때 혼자 빠르게 이동하는 유저가 있었다. 7999명이 신경을 안 쓰는 것에 이삐가 달려들었다.


“그만.”

무쏘의뿔의 외침과 함께 단검을 꺼내 들고 달려들던 이삐의 앞으로 얼음 장벽이 생겼다. 이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상대는 샤도임 뿐이었다. 샤도임의 얼음 화살이 만든 얼음 장벽.

“쳇.”

이삐가 얼음 장벽 앞에서 멈춰 서며 고개를 돌려 무쏘의뿔을 노려봤다.

무쏘의뿔 옆에서 샤도임이 활의 시위를 당긴 체 이삐를 겨누고 있었다.


추격대가 우돌타를 에워싸고 있었기 때문에 우돌타의 시체와 거리가 먼 반면. 무쏘의뿔 일행은 우돌타를 직접 공격한 터라 시체 옆에 있었다. 다들 무슨 일인지 몰라 당황하는 사이 무쏘의뿔의 말이 모두에게 들려왔다.

“내가 보는 앞에서 엘리야 님을 죽이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

“쟤는 적이야.”


무쏘의뿔이 이삐를 무시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똑똑히. 다 들을 수 있도록 큰 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순간 이후로 누구든 내 눈앞에서 엘리야 님을 죽이는 것은 내가 용납하지 않겠다. 나하고 싸우고 싶은 사람만 원하는 대로 해.”

다들 뭐가 뭔지 몰랐다. 다만, 엘리야는 사도 연합 소속의 힐러였고 모두의 적이었다. 전쟁 상황에서 특정 누군가만 죽이지 않는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됐다. 하지만 반박하는 이가 없었다.

무쏘의뿔이 워낙 강경하게 말한 데다,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누구도 무쏘의뿔과 싸우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유를 물어볼 수도 없었다.


“엘리야 같은 고렙 힐러가 전장을 활보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모르지 않을 텐데?”

“그건 내가 책임진다. 그에 따른 손해가 있다면 내가 보상한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냐?”

이삐와 무쏘의뿔간에 눈싸움이 벌어졌다.


“...............”

“....................”


무쏘의뿔의 말이 억지스럽다는 것을 알지만 반박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삐가 먼저 입을 뗐다.

“네가 한 말을 꼭 책임지길 바라.”

이삐가 이 말과 함께 몸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이삐의 오른팔이 휘둘려지며 단검이 엘리야의 얼굴을 베었다.

무쏘의뿔이 순간 움찔했지만 이삐는 등을 보인 채 자기 일행들 쪽으로 향했다.

무쏘의뿔은 화가 났지만, 등 돌린 대상을 공격할 수는 없었다.


엘리야가 얼굴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말했다. 유저가 입은 상처는 완벽히 치유되기 때문에 얼굴에 칼 맞았다고 흉터가 생기진 않는다.

“무쏘님, 굳이 그럴 필요는 없는데요.”

무쏘의뿔은 아무 말 없이 엘리야를 바라보았다. 보고 있으니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낀 무쏘의뿔이 서둘러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내가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무쏘의뿔 본인도 엘리야를 죽이지 말라는 게 얼마나 억지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한 말에 후회는 하지 않았다. 패자의시대 초기에 무쏘의뿔은 엘리야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했고 억지를 부릴 정도로 엘리야에게 보상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엘리야 님에게 내가 손을 댈 수는 없어. 또한, 누구도 손을 대는 걸 봐줄 수도 없고······.’


무쏘의뿔이 자리를 뜨자 추격대의 유저들이 몰려들었다. 우돌타의 시체 쪽에는 사도 연합 소속의 유저들이 열댓 명 있었다. 사실상 이들은 포로가 된 것이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엘리야님.”

“여전하시군요.”

“반가워요.”


추격대의 고렙들 중 상당수가 엘리야와 같이 사냥한 경험이 있었다. 모두 엘리야가 적이란 것에 아쉬워하고 있었다. 적으로 만났지만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했다. 서로가 내색할 수 없었지만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마음속으론 반가움이 있었다.


그리고 이를 멀찍이 떨어져 이삐가 보고 있었다.

‘눈앞에서 죽이지 말라고 했지. 안 보이는 데서 꼭 죽여주겠어···.’



모두가 우돌타에 신경을 쓸 때 이삐는 우돌타를 상대로 힐탱을 하고 있던 엘리야를 보고 있었다.

엘리야···.

패자의시대 초창기 때부터 이삐는 엘리야와 알고 지냈다. 가장 뛰어난, 가장 잘나가는 힐러였던 엘리야는 모든 모험 파티가 최우선으로 모시려고 애썼던 최고의 힐러였고 이삐팟이 앞서 나갈수록 뛰어난 힐러가 필요했다. 그래서 종종 엘리야를 모셔야 했던···. 그 외에도 중요 퀘스트에 대형 공격대가 결성될 경우 이삐팟이 초청됐는데 그곳엔 항상 엘리야도 있었다. 그리고 엘리야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성품이 좋아 모두에게 사랑받고 존경받았다. 그런 엘리야가 이삐는 늘 마음에 안 들었다. 질투···.


이삐는 엘리야가 토르 편에 서서 적이 된 것을 얼마나 다행으로 생각했는지 모른다.

언제고 전장에서 만날 것이고 잘난 엘리야를 꼭 죽이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힐탱을 서고 있던 엘리야를 보고 모두가 우돌타를 잡은 것에 대해 기뻐할 때 이삐는 엘리야를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 무쏘의뿔이 이를 눈치채고 말리는 바람에 엿 됐지만······.



우돌타의 시체를 처리하고 추격대의 간부들이 모였다. 사도 연합의 유저들이 거의 다 죽었기 때문에 이들이 부활하려면 현실 시간으로 12시간이 지나야 했다. 이들을 쫓는 추격대로서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적들이 부활지를 먼저 확인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12시간이 지나야 하니 그동안 저희도 좀 쉬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합시다. 그런데 포로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건지···.”

“풀어줘야겠지요. 그래야 적들의 본진을 찾아갈 테니까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무쏘의뿔은 아무 말 없이 회의를 지켜보기만 했다. 평소에도 회의를 주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엘리야에 대한 여운 때문에 말할 기분이 아니었다. 엘리야는 무쏘의뿔이 수십 년간 게임하는 동안 만난 유저들 중 조건 없이 자신에게 가장 잘 대해준 사람이었다.

최고야 김태호가 현실에서 부담스러울 만큼 잘해준다면 엘리야는 패자의시대 초기에 아무것도 아닌 자신에게 잘해준 사람이라 잊을 수 없었고 어떤 식으로든 보답해도 아깝지 않다고 느꼈다.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유저가 죽게 되면 일단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안전지역에서 부활했다. 그곳이 마을일 수도 있고 마을과 먼 사냥터라면 인근에 부활지가 있어서 그곳에서 부활했다. 그런데 사도 연합은 신의 지시를 받아 퀘스트를 수행중이었기 때문에 사도 연합의 유저들이 죽었을 때 인근 안전지역에서 부활하는 반면. 마계 추격대는 천계의 침략자라 이들은 죽게 되면 처음으로 천계에 발을 디딘 이그드라실 연결 다리 쪽 안전지역에서 부활하게 돼 있었다. 한마디로 천계의 적인 추격대는 천계의 안전지역을 이용할 수 없는 것이 게임사의 설정이었다.

따라서, 추격대의 유저가 죽으면 그 유저는 그냥 마계로 내려가야 했다. 본대가 있는 이 긴긴 거리를 다시 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사도 연합은 우돌타에게 몰살당했지만, 이쪽 안전지역에서 모두 부활할 것이고 그 위치를 모르는 추격대는 포로들을 풀어줘 사도 연합 본대와 만나도록 한 것이다. 추격대는 이곳에서 사냥하기 위해 온 것도 아니고 퀘스트 수행 중인 것도 아니니 사도 연합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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