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시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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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쫑이아빠
작품등록일 :
2019.04.2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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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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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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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시대 2 (110)

DUMMY

사도 연합이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에 이제는 돌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평지가 많았는데 작은 언덕은 물론 큰 돌산. 나무가 자라지 않는 산들과 커다란 기암괴석들이 있는 지역으로 들어섰다. 몹들을 피해 다니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었다.

“이곳은 습격하기 좋은 지형인데요?”

“라면왕아 그쪽은 어떻니?”

“엄청난 대협곡이 펼쳐져 있는데요. 어떻게 더 들어가 볼까요?”

“그래. 최대한 들어가서 지도를 작성해놔. 이근방에서 한번 부딪혀야겠다.”


천계 사냥터의 지형이 바뀌고 있었다. 사도 연합은 이곳 대협곡의 입구쯤 되어 보이는 곳에서 일단 쉬었다. 엘리야 파티가 오기까지 대략 하루 정도. 본진이 쉬고 있는 동안에도 2개의 정찰대 파티는 협곡 안쪽의 돌아다니면서 지도를 작성했다. 몹들을 피해 최대한 넓은 곳의 정보를 입수하는 게 이들의 목적이었다. 거의 실시간으로 정찰대에서 보내온 정보들이 본진의 탐험가 유저에 의해 지도로 만들어졌다.



엘리야 파티가 협곡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천계도 마계와 다르지 않네요. 화염 지대가 없다뿐이지···.”

“혹시 모르죠. 화염 지대가 나올지.”

“그럴 수도 있겠네요.”

엘리야 파티를 뒤따르던 추격대가 천계에서 처음 마주치는 대협곡에 모두 감탄을 쏟아냈다. 마계도 이런 규모의 협곡은 구경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왠지, 점점 중심에 가까워지는 기분이 드는군요.”


추격대 유저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앞쪽의 정찰대로부터 연락이 왔다.

“협곡 안쪽은 길이 여러 갈래로 나눠집니다. 미리 정찰하기는 어렵겠는데요?”

“그럼 본진 쪽으로 오세요. 엘리야님을 쫓겠습니다.”

협곡은 여러 갈래의 길로 나누어졌기 때문에 앞선 정찰이 어려웠다. 평지에선 엘리야 파티보다 더 앞서서 정찰을 할 수 있었는데 협곡 안에서는 어느 길로 엘리야 팟이 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협곡을 벗어나기 전까지 엘리야 팟을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엘리야 파티는 토르로부터 길 안내를 듣고 갔기 때문에 가는 동안 내내 몹과 마주치지 않았다.


협곡은 워낙 커서 길도 넓었다. 좌우로 끝이 안 보이는 절벽이었고 그 사이로 걸었는데 갈수록 길이 좁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한 20명이 나란히 서서 지나갈 수 있는 넓이였다. 수차례 굽이굽이 돌아가며 걷고 있는데 앞쪽에 엘리야 파티가 등을 돌리고 서서 이쪽을 마주보고 있었다. 엘리야 파티가 서 있는 곳은 꽤 넓은 공터였다.


“쟤들이 왜?”

협곡의 길이 넓어서 20명이 한 줄로 서서 걸었지만, 총인원이 8천에 달하다 보니 꼬리가 길었다. 전방에 있는 유저들이 멈추자 추격대 전체가 멈추게 되었다. 뒤쪽의 유저들은 앞쪽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른 채 멈추었다.


“함정이었군.”

“개 썅년···.”

“그러게 죽였어야 했다니까요.”

“어쨌든 토르 패거리와 만나지 않았습니까?”


함정이란 것을 알았지만 추격대는 당황하거나 하지 않았다. 원래 이들은 사도 연합을 뒤쫓고 있었고.

이제 만난 것이니까.

앞쪽의 엘리야가 파티원들에게 버프를 돌리는 모습이 보였다. 전투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협곡처럼 좁고 긴 길에선 숫자가 많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8천 대 3천의 전투.


엘리야 팟원들이 각종 도핑까지 완료하자마자 다시 돌아서 뛰었다.

“어?”

추격대와 맞싸울 줄 알았는데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다. 추격대가 잠시 머뭇거리는 순간 앞쪽에서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야 팟이 서 있던 공터는 굽어진 길의 바로 앞쪽이었다. 굽어진 길 뒤쪽에서 전투가 벌어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추격대의 뒤쪽에서 유저들이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도 연합이 공격해 옵니다.”


앞뒤로 사도 연합이 협공해 들어올 줄 알았는데 뒤쪽에서만 치고 들어왔고 앞쪽은 싸우는 소리만 들려왔다. 추격대 지휘부가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협곡을 따라 괴성이 메아리쳐 들려왔다.

“크어어어 쿠우우우어어어어어······.”

“뭐지?”


“쿵 쿵 쿵 쿵···.”

무언가의 발소리. 협곡 전체가 흔들리는 진동과 함께 위쪽에서 진동으로 인해 바윗덩어리들이 쏟아져 내렸다.


무쏘의뿔이 고르키와 콩코노메에게 지시했다.

“너희 둘이 이곳을 지켜. 최대한 시간을 끌어라.”

그리고 모두에게 말했다.

“후방의 적들을 뚫고 안전한 곳으로 갑니다.”

뒤쪽의 추격대원들은 아직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앞쪽의 간부들 역시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있을 때 무쏘의뿔은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엔피씨 팟을 이끌고 뒤쪽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

협곡의 굽어진 길을 돌아 거대한 물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순프라’···.

천계의 ‘어스로스’협곡에 사는 890렙의 거대 바위 몬스터로. 가만히 있으면 협곡 일부와 같아서 구분이 안 되었다. 소마 대륙의 고위 마법사나 드래곤들이 부리는 바위 골렘과 비슷하나 그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이런. 젠장···.”

“씨팔, 890렙이야···.”

천계의 사냥터에 와서 연일 새로운 최고렙 보스 몬스터들을 접하고 있었다.

무쏘의뿔이 이미 뒤쪽으로 향했기 때문에 앞쪽에 있던 유저들이 순프라를 보자마자 뒤돌아 도망치듯 후퇴했다. 순프라는 아래쪽에서 볼 때 얼굴이 안 보일 정도로 컸다.


“쿠루루루루루루 쿠루룽···.”

순프라가 협곡에 바글바글한 인간들을 보고 거대한 팔을 들어 협곡의 벽을 짚었다. 그러자 협곡의 벽이 일자로 수백 미터가량 폭발을 일으키며 바위들이 쏟아져 내렸다. 추격대 유저들은 이 바윗덩어리들을 피하려고 날뛰는 사이 쏟아진 바위들로 인해 협곡의 길이 막혀 버렸다. 전의를 상실한 추격대원들은 크든 작든 상처를 입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뒤쪽으로 도망치기 위해 애썼다. 이건 도저히 싸울 상대가 아니란 생각이었다. 협곡의 길이 절대 좁지 않았는데 순프라의 큰 덩치가 길을 완전히 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엘리야 팟원들이 순프라를 피해 역시 추격대원들이 도망친 길로 뛰고 있었다.


마계 추격대보다 한참 앞서갔던 사도 연합은 이 어스로스 협곡을 정찰하면서 거대 몬스터인 순프라를 발견했다. 그리고 순프라를 이용해 추격대를 처리할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얼마 전 우돌타에게 당했던 것에 대한 복수. 길이 여러 갈래인 어스로스 협곡의 특징을 이용해 엘리야 팟을 순프라가 있는 곳으로 향하게 했고 엘리야 팟이 순프라를 도발해 뒤를 쫓던 추격대를 치게 한 것이다. 사실 어글을 엘리야가 먹고 있었지만, 엘리야가 도망치는 길과 8천 명의 유저들은 모두 한길에 길게 늘어서 있어 순프라의 광역 공격에 추격대까지 피해를 봤던 것이다.


엘리야는 길이 바윗덩어리들로 막혀 바위를 오르며 잠깐 뒤를 돌아봤다. 순프라의 추가 공격이 없었기 때문인데. 순프라가 자신의 아래쪽으로 거대한 주먹을 내리찍는 게 보였다. 순프라의 아래쪽에는 두 명의 흑마법사가 있었는데 한 명은 두 팔을 들고 있었고 한 명은 두 손을 모아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대단하군···.’

최고의 힐러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엘리야였지만 고르키와 콩코노메를 보니 명함도 내밀지 못할 수준이란 생각이 들었다. 토르가 순프라를 깨워 어글을 먹고 추격대를 치라는 지시를 받았을 때 엘리야는 망설였었다. 적을 잡기 위해 미끼가 되는 건 이해가 갔지만. 미끼가 된다는 것이 좋은 경험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순프라의 어글을 먹는다면 백 퍼센트 자신은 죽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추격대의 두 흑마법사가 어글을 빼앗아 버리자 엘리야는 살 수 있는 가망이 생겼다.

사도 연합은 추격대의 뒤쪽을 공략 중이었고 앞쪽은 거대 몬스터 순프라를 두 흑마법사가 막고 있는 상황. 엘리야가 본진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적인 8천의 추격대를 뚫고 가야 했는데 사실상 불가능했다. 다른 팟원들은 그래도 살아보려고 본진이 있는 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어차피 죽는 거지만 순프라에게 죽는 것보다 추격대와 싸우다 죽는 쪽을 선택한듯했다. 그러나 엘리야는 걸음을 멈추고 섰다. 그리고 넓적한 바위에 앉았다. 뒤쪽으로는 길을 막고 있는 바윗덩어리들이 있었고 앞쪽으로는 거대 몬스터 순프라를 상대로 두 명의 흑마법사가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쿵 쿵 쿵···.”

순프라의 두 다리는 검게 물들어있었다. 두 흑마법사의 저주에 다리가 묶인 순프라가 두 팔을 내리치며 두 흑마법사를 공격하고 있었는데 이를 마법 보호막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오호···.”

앉아서 구경하고 있던 엘리야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순프라와 두 흑마법사가 싸우고 있는 쪽으로 걸어가며 주문을 외웠다. 엘리야가 팔을 펼치자 따뜻한 기운의 바람이 앞쪽으로 퍼져나갔다.

엘리야의 회복 스킬이 두 흑마법사의 활력과 정신을 채웠다. 암흑력을 사용하는 흑마법사였지만 활력이나 정신력은 모두 공통이었다. 두 흑마법사는 아직 생명력이 빠지지 않았기 때문에 피가 차진 않았지만, 활력과 정신력이 채워지자 더 힘을 쓰기 시작했다. 엘리야는 두 흑마법사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그 둘에게 필요한 버프를 주고 회복시켰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 순프라를 향해 각종 디버프 스킬을 사용했다.


‘재미있군···.’

890렙의 거대 몬스터를 두 명의 흑마법사와 한 명의 힐러가 막아내고 있었다. 이기지도 못하지만 지지도 않는 싸움. 엘리야는 즐거웠다. 모처럼 만에 느끼는 재미였다. 패자의시대를 처음 할 때 느꼈던, 모든 게 신기하고 새로웠던···. 사람들과 함께 사냥하고 퀘스트하고 모험하는 게 즐거웠던 그때의 그 기분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늑대 한 마리 잡을 힘도 없고 아무 맛 없는 빵을 먹으며 끼니를 때우고 노숙을 하며 동료들과 퀘스트 여행을 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랬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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