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시대 2 (118)
신들은 자신의 손에 더러운 버림받은 천족들의 피를 묻히기 싫어 천사병들을 시켜 아름다운 천족들을 지휘해 버림받은 천족들을 모두 죽이게 하는데. 그 시체가 천계의 대지를 뒤덮고 그 피가 천계의 모든 시내와 강을 물들였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 대학살의 날에 일부 버림받은 천족들이 도망쳤고 천계의 변방인 노르위를 지나 오라몬 산맥을 넘게 된 것이다. 이때 살아남은 버림받은 천족들은 오라몬 산맥을 넘어 천사병들과 천족들의 추격을 피하기는 했지만 오라몬 산맥 너머의 황무지를 떠돌며 거대 몬스터들에게 죽어 나가며 떠돌아다닌 지 천년.
삼주신중 하나인 ‘카스톨’이 버림받은 천족들을 불쌍히 여겨 선물을 하나 주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카스톨의 눈’으로 불리는 성물이었다.
카스톨의 눈은 차원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엿볼 수 있는 물건으로 이 카스톨의 눈을 통해 버림받은 천족들이 황무지에 있는 거대 몬스터들과 잡몹들을 피해 다니게 되면서 비로소 안전해졌고 종족 모두가 정착할 수 있는 곳을 찾아낸 곳이 바로 떼세로 산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떼세로 산은 포악한 ‘메르세비아’라는 흑용이 사는 곳이었고 이 메르세비아 때문에 떼세로 산에 거대 몬스터나 잡몹들이 없었던 것으로. 그래서 황무지의 거대 몬스터의 피해를 벗어나 정착할 수 있었는데. 그 대신 메르세비아에게 주기적으로 제물을 바쳐야 했다.
메르세비아 입장에선 떼세로 산에 사는 모든 몹들을 다 잡아먹어 굶어야 했는데 버림받은 천족들이 주기적으로 제물을 바치니 이들이 살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으로. 버림받은 천족들이 메르세비아에게 바친 제물은 바로 나이든 동족 어르신들이었다. 젊은 동족을 위해 나이든 어르신들이 자진해서 메르세비아의 제물로 바쳐진 지 오랜 세월······.
전통이 되어버린 이를 모든 버림받은 천족들이 늘 가슴 아파하며 대책을 생각했고 그 방법으로 거대 몬스터들을 사냥해 메르세비아에게 바치게 된다. 그런데 거대 몬스터를 사냥하다가 죽는 버림받은 천족의 수가 나이든 어르신들을 제물로 바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자 이들은 수 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거대 몬스터들을 길들이기에 이르고 지금은 거대 몬스터들을 길들이고 번식시켜 메르세비아에게 제물로 바쳐 메르세비아와 버림받은 천족간에 상부상조하는 관계로 이어진다.
한편, 천계의 신들은 버림받은 천족들이 떼세로 산에서 도시를 세우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며 번영을 누리자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토벌대를 보내 버림받은 천족의 씨를 말리려고 시도하는데 이때 토벌대의 지휘를 맡은 자가 대천사 ‘아일시온’이었다.
대천사 아일시온이 대 부대를 이끌고 버림받은 천족을 토벌하기 위해 노르위 지역을 지나 오라몬 산맥에 다다랐을 때 지친 천사병들과 천족들을 위해 은총을 내린 것이 얼마 전 토르가 이끄는 사도 연합이 오라몬 산맥의 협곡을 지나며 받은 그 은총이었던 것이다.
대천사 아일시온이 이끄는 토벌대는 버림받은 천족을 죽이기 위해 황무지를 지나는 동안 길목에서 마주치는 거대 몬스터들과 수없이 싸워야 했고 떼세로 산에 도착하기도 전에 대부분이 전멸.
이후 수차례 토벌대를 꾸렸지만, 황무지의 거대 몬스터들과 마주치며 번번이 실패하자 결국 신들이 직접 나서기에 이른다.
대천사나 천사장들이 지휘하는 토벌대를 보낼 때보다는 전투력의 상승으로 최소의 전력 손실을 겪으며 떼세로 산에 이르게 됐는데 이때 떼세로산 입구에서 마주친 것이 바로 ‘메르세비아’.
두 명의 신이 이끌던 토벌대는 메르세비아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패하고 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카스톨의 눈을 버림받은 천족들이 가지고 있어 토벌대의 이동 경로를 미리 알고 있던 버림받은 천족들이 길들인 거대 몬스터들로 자신들을 막아낸 것도 알게 되고 메르세비아까지 조종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 토벌대를 이끈 신이 바로 ‘우도벨’.
우도벨은 나흐라에서 열린 신들의 회합 때 최소한 3명 이상의 신과 대규모의 천사병과 천족들을 동원하면 메르세비아는 물론 버림받은 천족들 모두를 처리하고 카스톨의 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버림받은 천족을 대학살 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던 많은 신의 반대로 지금까지 떼세로 산에 사는 버림받은 천족을 죽이기 위한 토벌대를 금지하게 된다.
버림받은 천족의 모든 역사를 아는 돌코미가 도나토에게 이를 다 설명해 주지는 않았지만, 과거의 일들. 역사가 떠오르지 목이 멘 것이고 돌코미가 도나토에게 얘기한 내용은 버림받은 천족들이 못났다는 이유로 노예 생활을 하고 대학살을 당해야만 했다는 내용. 그래서 버림받은 천족들은 모두 뼈에 사무치도록 신들과 천사들은 물론 아름다운 천족들까지 깊은 원한 관계에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들은 기형아들이었군.’
도나토의 눈에 버림받은 천족 수비대원들의 모습이 똑바로 들어왔다.
하나같이 모습이 달랐다. 팔다리의 개수는 물론 눈, 코, 입의 위치, 신장의 차이는 물론 덩치도 다 달랐다. 외형만 보고 몹으로 생각했는데. 그래서, 레어의 가디언으로 생각했는데 이들은 몹이 아닌 천족이었던 것이다.
이들도 처음부터 버림받은 천족은 아니었고 원래 다 같은 천족이었으나 신들이 자신의 외형을 닮은 천족들을 이뻐하며 아름다운 천족으로 불렀고 상대적으로 신들의 외형과 벗어난 천족들은 버림받은 천족으로 불리게 됐던 것이다.
“주신 카스톨의 성물은 누구에게도 줄 수 없소. 우리가 목숨을 바쳐 지키는 것이오.”
돌코미의 말이 떨어지자 수천의 수비대원들이 무기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 동굴 벽 쪽에서도 갑자기 수많은 병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은 메르세비아의 레어로 가는 길의 관문 같은 곳으로 적들을 막기 위해 준비된 전장이었다. 홀 안에 있는 병사들이 수천. 그리고 홀 안의 벽 쪽은 평상시엔 막아놓은 수많은 구멍이 있었고 그 구멍 안에 최소한 한 명 이상의 버림받은 천족의 병사들. 원거리형 병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를 당신들이 알고 있는 천족들과 천사병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도나토가 돌코미의 말 한마디 하나에 신경을 집중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도나토는 신중한 성격이었다.
‘마법사들도 있군···.’
버림받은 천족들은 황무지에서 수많은 세월을 보내며 거대 몬스터들과 싸웠고 단련되었다. 항상 목숨을 지키기 위해 긴장하고 싸워야 했던 탓에 처음엔 같은 천족이었지만 아름다운 천족들에 비해 전투력이 비교할 수 없었다. 지금도 항상 훈련을 거르지 않는 것이 이들이었다.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아름다운 천족들과 달리 이들은 생존을 위해 꾸준히 단련해 왔던 것이다.
도나토가 무기를 세웠다.
뻔히 지는 싸움이었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유저들은 불사신이었으니까. 게임에서 한 번 더 죽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엔피씨들한테 항복하고 도망치는 게 쪽팔리지···.
“가자.”
도나토의 외침과 함께 50인의 사도 연합 공격대원들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동시에 동굴의 벽 쪽에서 화살과 마법이 쏟아졌다. 홀 안의 수비대와 칼을 마주치기도 전에 도나토가 이끄는 사도 연합 50인 공격대원들이 모두 몰살당했다.
메르세비아는 정예 천사병들의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300명의 정예 천사병들은 마치 메르세비아의 약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처럼 얼굴, 머리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깊진 않지만, 비늘을 가르고 살이 베어지자 피가 흘렀고 20여 분이 다 돼가는 시점에서 메르세비아의 머리 쪽은 완전 피 칠갑을 한 상태였다. 상체를 세운 탓에 머리에서 흐른 피가 아래로 흘러내려 무척 괴기스러웠다.
정예 천사병들을 떨쳐내기 힘들다고 판단한 메르세비아가 갑자기 세운 머리를 바닥으로 내리고 옆으로 구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방법은 몸통 위에 올라온 사도 연합 유저들은 물론 얼굴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던 정예 천사병들을 떨쳐내는 데 효과가 있었다. 뜻하지 않은 메르세비아의 이번 행동에 몸통 위에 올라가 있던 사도 연합 유저들이 모두 바닥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메르세비아가 구르는 방향으로 떨어진 유저들의 경우 거대한 메르세비아의 몸통에 깔려 즉사해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원거리 공격을 퍼붓던 유저들 역시 메르세비아가 데굴데굴 구르자 피하기 바빴고 일부는 역시 몸통에 깔려버렸다.
정예 천사병들은 메르세비아가 바닥을 구르자 공격을 멈추고 기회를 보는 사이 메르세비아가 그 틈을 타 분노의 브레스를 뿜었다.
“푸우우우우······.”
정예 천사병들이 공중 곡예를 하듯 메르세비아의 브레스를 피하는 사이······.
“끼이이이이 찌이이이이이······.”
메르세비아의 음파 공격이 떼세로 산에 메아리쳤다. 평소보다 더 크고 센 공격이었다. 공중에 떠 있던 300의 정예 천사병들이 모두 움직임을 멈추고 바닥으로 추락했고. 때를 맞춰 메르세비아가 다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이번은 지난 수차례 싸웠던 때보다 더 상체를 꼿꼿하게 세우며 몸을 부풀렸다.
“챠라라라라라라······.”
메르세비아의 몸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비늘이 파르르 떨면서 금속성을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살아 있는 사도 연합 유저들의 눈에 이 광경은 절망이었다.
“두 번째 페이즈로 넘어간 거야?”
울부짖듯 누군가 외쳤다.
메르세비아는 매끄러운 비늘로 뒤덮인 뱀 형태였는데 비늘이 모두 일어서자 털이 곤두선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메르세비아의 눈빛이 바뀌었는데 불타는 시뻘건 화염 덩어리 같았다.
보통 게임에서 보스몹들은 어느 정도 피가 빠지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변신하는 때도 있었다. 다만 메르세비아가 너무나 강해서 유저들은 메르세비아가 다음 페이즈로 넘어갈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의 메르세비아는 2단계로 넘어간 상태로 어떻게 보면 사도 연합의 공격이 메르세비아를 제대로 공략했다는 이야기도 됐지만, 한편으론 메르세비아를 제대로 화나게 만들어 살아남기 힘들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메르세비아가 입을 벌렸다.
“흐으읍······.”
진공청소기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음파 공격으로 상태 이상 상태에 빠진 정예 천사병들이 1차로 메르세비아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때마침 20분의 시간이 지나 정예 천사병들이 역 소환되어 사라지는 바람에 메르세비아의 뱃속을 구경하지 못했지만 아주 더러운 경험을 할 뻔했다.
곧이어 메르세비아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주변의 사도 연합 유저들을 대상으로 빨아들였다.
음파 공격으로 꼼짝할 수 없는 사도 연합 유저들이 아무 저항 없이 메르세비아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도 연합의 메르세비아 공략이 또 한 번 실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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