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시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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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쫑이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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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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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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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시대 2 (132)

DUMMY

무쏘의뿔의 시선에 이리오스가 잡혀 있었다. 이리오스는 천천히 데리디아 쪽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분신 나무들이 늘어나면서 네발 엘프들의 열매를 더 많이 맺었다.

‘데리디아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1시간을 기다려 달하는 얘기는 뭔가 준비할 게 있다는 것 아닌가? 무쏘의뿔은 데리디아가 어떻게 나올지 무척 궁금했다.


긴장된 시간이 지나고. 삐삐가 데리디아의 말을 전했다.


“아빠, 거대 나무가 낙엽을 떨어뜨리면 스킬을 사용해 낙엽의 크기를 키우래.”

“알았다.”

무쏘의뿔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거대 나무의 낙엽을 키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궁금하기는 했다.

생명이 숲의 뼈대나 다름없는 거대 나무들은 크기와 비교하면 잎이 많지 않았다. 잎의 크기는 사람보다 더 커서 잎사귀 아래에 있으면 햇빛은 물론 비를 피할 수 있을 정도로 파라솔 같다는 생각을 한 무쏘의뿔이었다.


무쏘의뿔이 하늘을 올려 보니 하늘 가득 커다란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면적이 넓다 보니 천천히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거대 나무의 낙엽이 지상과 가까워지자 무쏘의뿔이 하늘을 향해 식물의 친구 스킬을 사용했다. 낙엽의 수가 워낙 많다 보니 기존의 크기보다 3배 정도로 키우는 게 고작이었다. 그것도 스킬의 적용 범위가 50m 정도였다. 원래 식물의 친구 스킬은 넓은 면적에 사용하는 것보다는 특정 대상에 사용했을 때 효과가 좋았다.


무쏘의뿔은 텔레포트를 연속으로 사용하며 식물의 친구 스킬을 사용해 거대 나무의 낙엽을 키웠다. 이 모습을 이리오스가 보고 있었지만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낙엽을 크게 해봤자 낙엽은 낙엽.

“엘프의 스승인 네 놈이 데리디아의 조력자였었던 거냐?”

이리오스는 처음으로 무쏘의뿔을 본 것이다.

“난 엘프의 스승이기도 하지만 마계의 대장군이기도 해.”

“그렇군.”

이리오스는 무쏘의뿔이 키우는 낙엽이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의 스킬을 사용하는 게 꼴 보기 싫었다. 그래서 무쏘의뿔의 식물의 친구 스킬로 키운 거대 나무의 낙엽들을 원 상태로 돌리기 위해 신호를 했다. 이리오스는 단 한 번으로 수차례 사용한 무쏘의뿔의 스킬을 모두 취소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하늘에서 빛의 가루들이 눈처럼 쏟아져 내렸다. 거대 나무의 잎사귀에 가려 하늘이 보이지 않아 몰랐는데 낙엽들이 바닥과 가까워지며, 일부는 바닥에 내려앉으며 하늘이 드러나자 그 위로 쏟아지는 빛 가루들이 보였다. 빛 가루들이 거대 나무의 낙엽에 내렸다.


“음···.”

이리오스가 무쏘의뿔의 스킬을 취소했는데 스킬이 먹히지 않았다. 이리오스의 눈에도 눈처럼 내리는 빛 가루들이 보였고 생명의 숲 전체에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바람이 불었다.

미풍이 숲의 나무들을 스치며 흐르듯 불었다. 빛 가루들이 바람에 날려 옆으로 날았고 바닥에 떨어진 낙엽들이 모두 떠올랐다. 낙엽들이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다. 그리고 바람을 따라 움직였다. 무쏘의뿔은 끊임없이 식물의 친구 스킬을 난사하며 돌아다니고 있는 상황. 낙엽들이 날아오르자 무쏘의뿔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한 정신력을 아끼기 위해 텔레포트를 사용하지 않고 날아오른 낙엽들을 밟고 뛰어다니며 식물의 친구 스킬만 사용했다. 자신의 정신력을 다 소모할 때까지 사용할 생각이었다.

무쏘의뿔은 낙엽이 바람을 타고 날아오른 게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떠오른 낙엽들은 각자의 의지대로 움직였다. 전후좌우. 위아래로···.

낙엽들이 모두 의식을 가진 생명체였고 이리오스의 식물의 친구 스킬 취소가 먹히지 않았다. 낙엽들이 바람을 타고 날며 주변에 걸리는 모든 것을 베었다.


첫 번째로 네발 엘프들이 의식을 가진 낙엽들에 의해 도륙되었다. 이리오스의 명대로 움직이는 네발 엘프들은 낙엽들과 싸움에 속수무책이었다. 낙엽들은 하나하나가 납작한 칼과 같아서 네발 엘프들을

닿는 순간 절단되었다. 그리고 낙엽들은 이리오스의 분신 나무들 역시 베어버렸다. 한 번에 베어버리지 못했지만, 숲을 가득 메운 낙엽들이 흐르는 물처럼 데리디아가 일으킨 바람을 따라 흐르며 걸리는 모든 것을 베어버렸다. 한 번에 안 되면 두 번, 두 번에 안 되면 세 번······.


이리오스의 분신 나무들이 쓰러져 나갔다.

식물의 가장 큰 적은 불과 금속이다. 무쏘의뿔이 불로 이리오스와 싸웠지만, 효과가 없었고 데리디아가 거대 나무의 잎사귀에 생명력을 부여함으로써 낙엽들이 칼날이 되어 다 잘라 버렸다. 이리오스가 사용하는 스킬들은 대부분이 식물을 이용하는 것이라 상극처럼 속수무책.


무쏘의뿔이 이 광경을 지켜보다 조용히 은신했다.

천하의 무쏘의뿔도 혼자서는 중급 마왕 이상은 잡기 힘들다. 지금처럼 살아 있는 낙엽들이 협공하는 상황은 이리오스를 잡을 기회였다. 이리오가 사방팔방에서 공격해 오는 낙엽들을 막기 버거워하면서도 데리디아가 있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낙엽들은 이리오스가 데리디아에게 접근을 하지 못하게 목숨을 내던져 막으려 애썼다. 낙엽의 수는 많았다. 이리오스의 주변으로 수백 수천 가닥의 채찍 같은 나무뿌리들이 휘둘러지며 이리오스를 낙엽들로부터 보호했다.


“꿍”

이리오스가 휘청거렸다. 은신한 무쏘의뿔이 이리오스의 나무뿌리의 보호막을 피해 안쪽으로 들어가 이리오스에게 일격을 날렸다. 이리오스가 휘청거린 순간 뿌리의 보호막에 틈이 생겼고 그 짧은 순간에 수백 개의 낙엽이 그 틈으로 들어와 자폭하듯 이리오스에게 몸을 던졌다.

이리오스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무쏘의뿔의 공격이 연이어 터졌다. 이리오스가 낙엽에 집중하면 무쏘의뿔이 괴롭히고 무쏘의뿔을 상대하면 낙엽이 공격하는 상황에서 난처했다. 결국, 이리오스는 데미지가 높은 무쏘의뿔의 공격을 막는 데 주력했다.

무쏘의뿔은 플래시처럼 번쩍거리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리오스에게 연속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왼손에 채찍을 잡고 사방으로 휘둘렀다. 이리오스 주변의 나무뿌리 보호막을 해결하지 못하면 힘들다고 판단한 무쏘의뿔이 나무뿌리들을 모두 태우기 위해 불을 냈다. 금세 불이 옮아 붙은 수천 가닥의 나무뿌리들이 다 같이 마치 춤을 추듯 흐느적거렸고 그럴수록 불길과 연기가 더 크게 솟아올랐다. 불길은 생명의 숲의 일반 나무들로까지 번지며 대형 산불이 되어가는 가운데 이리오스의 주변에서 낙엽들을 막아 내던 나무뿌리들의 위력이 약해지자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낙엽들이 이리오스를 덮쳤다.


이리오스가 사방에서 덮쳐 오는 낙엽들을 보며 주문을 외웠다. 아주 짙은 녹색의 연기가 이리오스의 몸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며 퍼졌다. 그와 동시에 낙엽들이 덮쳤고 짙은 녹색의 연기와 닿았다.

녹색 연기가 입을 벌린 채 모든 것을 삼키는 것처럼 낙엽들이 사라져갔다. 정확히는 녹색 연기에 닿는 낙엽들이 증발하듯 사라진 것이다. 이리오스의 주변 모든 곳에서 낙엽들이 밀어닥쳤는데 녹색 연기를 통과하지 못한 체 증발하듯 사라져갔다.


무쏘의뿔은 이리오스의 몸 주변에서 검은색을 띤 짙은 녹색의 연기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빠졌다. 이미 많은 나무뿌리가 타서 없어지며 공간이 많이 생겼고 기회를 노리던 낙엽들이 총공세를 펼쳤던 탓이기도 했는데 낙엽들이 녹색 연기에 닿는 즉시 증발해 버리는 것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무쏘의뿔이 조심스럽게 녹색 연기 안으로 발을 들였다.

이리오스를 잡기 위해서는 결국 녹색 연기를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무쏘의뿔의 안내 창에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절대적인 독..........

=............분노한 이리오스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모든 신경을 집중해 발휘하는 히든스킬........

=.........이리오스가 양분을 빨아들이듯 식물들의 독성을 흡수해 작은 독입자로 변환시킨......

=.........극강의 독성으로 모든 대상을 녹이고 증발시키는 면역과 해독을 거부한 완전한 극독....


무쏘의뿔은 독과 화염에 완전한 면역을 가지고 있었다. 독을 다루는 데 있어 최고 등급의 숙련도를 올린 독 마스터였고 불의 땅의 수호자인 ‘메제크’로부터 받은 호칭으로 화염 속성에 대한 완전한 면역을 얻은 상태였다.

그런 무쏘의뿔이었지만 이리오스의 절대적인 독은 넘어 설 수 없었다.

무쏘의뿔의 창에 이리오스의 독안개를 3분간 버틸 수 있다는 경고가 떴다. 경고에 놀란 무쏘의뿔이 뒤로 완전히 빠졌다. 자신이 3분 안에 이리오스를 잡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무쏘의뿔과 다르게 낙엽들은 전혀 망설이거나 주저함 없이 처음 그대로 밀어붙였다. 녹색 안개에 닿는 순간 소멸해 버림에도 낙엽들은 개의치 않는 듯 보였다. 무쏘의뿔이 볼 때는 모든 낙엽이 다 소멸하는 것이 시간문제로 보였다. 너무나 무모해 보이는 자살 돌격.

이 방법밖에 없는 건 아니라는 아쉬움을 느끼는 무쏘의뿔의 시선에 갑자기 무언가 커다란 흰 그림자가 지나가더니 녹색의 독 안개를 뚫고 들어갔다.

“크으흐...헉....”

녹색 독안개에 가려져 있던 이리오스의 비명이 밖으로 전해졌다.


이리오스가 공격받자 독 안개가 걷혔다.


이리오스의 전신을 움켜쥐고 있는 거대한 흰색의 손이 보였다. 아니, 손처럼 보였다. 때를 놓치지 않고 무쏘의뿔이 텔레포트를 사용해 이리오스의 복부에 폭검 스킬을 터트렸다. 기회를 보며 아껴두었던 한방이 적중함과 동시에 분신 연합기를 통해 제 2격을 적중시켰다.

“퍼억···.”

뭔가 느낌이 달랐다.

이리오스의 몸통이 두 동강이 나며 무너져 내렸다.


‘놓쳤군.’

이리오스의 시체가 바닥에 나뒹굴었지만 무쏘의뿔의 안내창에 이리오스를 죽인 것에 대한 어떠한 메시지도 떠오르지 않았다.


바닥에 쓰러져있는 이리오스의 시체 위로 거대한 흰색의 나뭇가지가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데리디아는 이리오스와 낙엽들, 무쏘의뿔의 전투를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생명의 숲은 데리디아가 만들고 가꾼 곳으로 완전한 지배하에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생명의 숲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싸움이 어려워지자 직접 나선 것으로 지상에 수십 그루 형태의 나무 모습을 한 데리디아가 그중 한 그루를 급격하게 증식시켜 나뭇가지로 이리오스를 감싸 쥐었고 단순히 감싸 쥔 것을 넘어 이리오스를 꽉 옥죄었었다. 무쏘의뿔의 공격이 아니었어도 데리디아는 이리오스를 강하게 옥죄어 몸을 터트렸을 터였다. 사실상 이리오스가 데리디아한테 붙잡힌 순간 이리오스는 빠져나갈 수 없는 상태였고 이를 안 이리오스가 자신의 육체를 버리고 도망쳐 버린 것이다.


게임에서 서로 다른 두종류의 스킬을 동시에 쓰거나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이리오스는 자신의 필살기를 펼쳤던 것이고 데리디아가 그 타이밍에 공격함으로써 이리오스를 물리칠 수 있었다.


‘데리디아에게 이런 능력도 있었던 거야?’

무쏘의뿔이 혼잣말을 하는데 삐삐가 말했다.

“아빠, 데리디아가 고맙대.”

“내가 뭘···.”

무쏘의뿔은 이리오스와 싸우며 혼자일 때의 부족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삐삐야, 데리디아한테 숲의 복구는 나중에 하면 안 되냐고 물어봐 줘.”

“데리디아가 복구는 신경 쓰지 말래.”

“그럼 나는 바빠서 이만 간다고 전해.”

무쏘의뿔은 밧소뎀이 걱정됐다.


“아빠, 잠깐만.”

삐삐가 바닥에 누워있는 거대한 흰색의 나뭇가지 쪽으로 날아가더니 작은 나뭇가지 세 개를 꺾은 뒤 돌아왔다.

“이거 데리디아의 선물.”


주는 선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일단 선물을 챙긴 뒤 데리디아 쪽으로 몸을 돌려 고개를 숙였다. 데리디아가 마계에 있다는 것만으로 사실 마계는 데리디아를 지켜야 했다.

무쏘의뿔은 언제고 또다시 데리다아가 공격을 받는다면 다시 올 것을 다짐했다. 그때는 혼자가 아닌 자신의 식구들을 데리고 와서 이번처럼 난처함 없이 잘 싸울 생각을 했다.


무쏘의뿔이 생명의 숲을 뒤로하고 빠르게 달렸다. 발이 빠르다고 하는 궁수들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랜드 마스터인 무쏘의뿔 역시 달리는 속도는 아주 빨랐다. 불타고 폐허가 된 생명의 숲은 가로지르며 달리는 동안 마음이 왠지 착잡했다. 생명의 숲을 벗어나며 무쏘의뿔은 우루두루를 불렀다.

정신으로 이어져 있는 우루두루가 혹시 알아듣고 날아올지 모른다는 희망이 있었다. 현재 우루두루는 백색거성 근처에 있었는데 백색거성은 생명의 숲과는 정 반대 방향. 쥴레도르까지 뛰어가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무쏘의뿔은 속도를 높였다. 자신이 도착할 때까지 밧소뎀에게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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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패자의시대 2 (53) 19.07.09 167 9 12쪽
52 패자의시대 2 (52) 19.07.08 193 8 11쪽
51 패자의시대 2 (51) +1 19.07.06 199 8 13쪽
50 패자의시대 2 (50) 19.07.05 201 8 13쪽
49 패자의시대 2 (49) 19.07.04 185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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