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자의시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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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쫑이아빠
작품등록일 :
2019.04.28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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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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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의시대 2 (147)

DUMMY

“이봐 아저씨들 사냥 안 갈 거야?”

이삐는 간부가 아니었지만, 간부들과 신입들만 남은 이 자리에서 어떤 얘기가 오고 가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럼 고르키님과 콩코노메님 부탁드립니다.”

사방 바위 천지인 이곳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유저들이 걸어서 이동하는 건 너무 힘들었다. 올 때처럼 마법으로 공중을 걸어가길 원한 것이다.

콩코노메가 바위 위로 옅은 불투명한 긴 카펫 같은 길을 만들었다. 지평선 끝까지 이어진 이 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수백 명의 유저들이 이 길을 따라 길게 늘어서 갔다.


“이봐, 메르세비아 꺼내면 안 돼?”

이삐가 최고야에게 묻자 최고야가 얼굴을 구기며 천천히 대답했다.

“으···. 내 숙련도가 낮아 함부로 꺼낼 수 없다.”

“어쨌든 꺼낼 수는 있는 거잖아?”

“뭐···. 그렇긴 하지.”

“너 우리가 이그드라실 연결 다리에서 니가 꺼낸 메르세비아를 타고 이동했었잖아? 우리 다 태우고 이동하면 안 돼?”

최고야가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의 유저들이 모두 최고야를 쳐다보고 있었다.


메르세비아는 최고야가 하루에 20분 동안만 소환할 수 있었다. 이는 최고야의 렙과 숙련도, 장비와 연관이 있었는데 장비는 최고 수준으로 맞춘다고 해도 렙과 숙련도는 돈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메르세비아를 불러내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의 제한이 걸린 것이었다. 최고야는 아직도 조련사의 마스터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로 지금은 마스터를 달성하기 위해 부족한 일부 스킬의 숙련도를 올리는데 열을 올리는 중이었다. 마스터는 모든 스킬의 70%를 만숙으로 올려야 달성할 수 있었다. 참고로 그랜드마스터의 경우는 모든 스킬의 100%를 달성해야 했고. 그런데 대부분의 유저들의 경우 전투 관련 스킬들은 만숙을 달성하는 게 당연했지만, 비전투 관련 스킬. 생활형 스킬의 경우 만숙을 달성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지금 최고야는 비전투 스킬들의 숙련도가 만숙이 되지 못해 마스터 달성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메르세비아는 최고야가 조련사의 마스터가 되고 마스터의 끝자락에 도달해야 소환 제한이 풀릴 정도로 높은 수준의 대상이라 지금 수준의 최고야에겐 메르세비아를 소환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무리가 되었다. 그래서 평상시 소환을 하지 않은 것이다.


“흠흠···. 그럼 한번 해 볼까요?”

최고야는 메르세비아 목각 인형과 함께 물약 전용 가방을 열었다. 소환시간 내내 최고야는 정신 물약을 쉬지 않고 마셔대야 메르세비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때마침 최고야의 몸을 따스한 바람이 감쌌다. 힐러 계열의 유저들이 사정을 알고 최고야에게 각종 버프를 주고 있었다.


‘으흡···.’

최고야는 감동에 목이 메었다. 모든 유저들이 자신을 보고, 자신에게 기대했다. 마법사 직업군의 유저들까지 가세해 각종 버프를 돌렸다. 현실에선 최고의 부자였지만 게임에선 하찮은 조련사···.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존재감이 없던, 마스터 염력가 개쫑이에게 묻어서 생활했는데 이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었다.


메르세비아의 목각 인형에서 빛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하늘에 거대한 동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눈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의 크기. 푸르스름한 오라를 두르고 있는 메르세비아는 머리에 조련사 최고야의 문장이 떠올라 있었다. 이 문장으로 누구의 조련물인지 알 수 있었는데 메르세비아가 워낙 크다 보니 머리 위의 문장 역시 엄청난 크기로 빛나고 있었다.


매번 볼 때마다 놀라운 이 광경. 유저들이 말을 잇지 못하고 감탄하고 있는 사이. 메르세비아가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와 바닥에서 몸을 꿈틀거렸다.

“쿠쿠구구구···.”

메르세비아의 무게와 몸놀림으로 바위들이 가루가 되며 메르세비아가 바닥으로 어느 정도 들어갔고 유저들이 쉽게 등위로 올라탈 수 있는 높이가 되었다. 유저들이 모두 등위로 올라서자 등위에 유저들을 태운 메르세비아가 천천히 하늘로 떠올랐다. 등 위에 올라타고 있는 유저들에 비해 최고야는 메르세비아의 머리 위에 서서 물약을 쉴 새 없이 들이키며 메르세비아를 조정했다. 어쨌든 대단해 보였고 멋있어 보였다.


메르세비아가 한번 몸을 펼쳤을 뿐인데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주변의 풍경이 바뀌었다. 빠르다는 우루두루와 완전히 다른 속도감이었다. 가만히 떠 있는 것 같은데 아래쪽의 모습이 격류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우와···.”

감탄할 겨를도 없이 메르세비아가 하강을 시작했다. 그리고 유저들을 모두 바닥에 내려놓은 뒤 메르세비아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크게 울었다.

“캬아아아오오오오오···.”

긴 울음이 함께 메르세비아가 사라졌다. 작은 목각 인형에 갇혀 있는 것이 싫은 모양이었다.


‘미안해, 내가 열심히 숙련도 올려서 널 자유롭게 풀어줄게.’


우루두루가 낮게 날며 화염과 독액을 바닥에 토해냈다. 엘롱가투스 십여 마리가 이를 피해 대지를 울리며 내달렸고 멀지 않은 곳에서 또 한 무리의 엘롱가투스들이 몰려왔다. 엘롱가투스의 무리가 점점 늘어나면서 대지는 지진이 난 것처럼 흔들렸고 엘롱가투스들의 발굽에 어지간한 바위들은 쪼개지고 부서지며 다져졌다. 아마 다음에 이곳에 사냥하러 오는 유저들은 좀 더 편한 길이 될 것이다.


엘롱가투스들이 죽으러 가는 것을 모른 체 옆 동네 이웃 동네 놈들이 서로 엉켜 한 방향으로 달렸다. 그리고 암흑 기운의 지대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모두 멈춰버렸다. 엘롱가투스들이 죽음을 예견한 듯 공포에 울부짖으며 발버둥 쳤지만,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육체에서 영혼이 강제로 빠져나갔다.

깔끔하고 깨끗하게 엘롱가투스의 시체들이 밭을 이루었고 죽음의 수확자들처럼 마족 흑마법사들이 몰려와 시체의 보존처리를 위한 의식을 치렀다. 그리고 시체를 보존처리 함으로써 부활의 제1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무쏘의뿔이 엘롱가투스 시체들로 가득한 곳으로 걸어가 둘러보더니 말했다.

“그만 엘롱가투스 사냥 공격대는 해산하는 게 좋겠네. 재생성 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지금까지 잡은 놈들도 부활시키는데 꽤 시간이 걸릴 듯하네.”

“네,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런데 어르신은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무쏘의뿔은 유저들이 마계로 지원 오면서 딱히 사냥하지 않았다. 사냥을 안 해도 전쟁을 통해 충분히 렙업을 하는 데다 사냥할 시간에 스킬 숙련도를 올리는 데 더 집중한 탓이다.

무쏘의뿔이 주변에 있는 자신의 엔피씨들을 둘러봤다.


‘얘네들도 렙업을 더 시켜야겠지?’

자고로 게임은 장비 못지않게 렙도 중요했다. 정말 최상급 장비가 아니라면 렙발을 무시 못 하는 게 게임이다.


“모처럼 만에 사냥터에 왔으니 인근 사냥터나 돌아봐야겠네.”

“그럼 공격대를 구성해야겠네요?”

“아닐세. 그냥 우리 애들하고···.”

무쏘의뿔이 이삐팟쪽을 돌아보았다.


헤임달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무쏘의뿔과 그의 엔피씨들. 그리고 이삐팟이라면 1000인 공격대보다 더 사냥을 잘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9서클의 대흑마법사가 두 명이나 있으니···.


우루두루가 날개를 퍼덕이자 거대한 몸이 빠르게 떠올랐다. 많은 유저들이 멀어져가는 무쏘의뿔 일행들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봤다. 패자의시대 최강의 사냥팟이었다. 기존의 유저들 팟과는 차원이 다른.





53. 죄와 벌.



하늘 아래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숲. 인근에 산도 없는데 숲은 울창했고 잘 가꿔져 있었다. 계획적으로 만든 숲처럼 일정한 간격과 다양한 수종. 꽃나무는 물론 과일나무까지 숲을 이루는데 한자리를 차지했다.


우도벨이 숲이 시작되는 지점에 다다르자 날개를 접고 바닥에 내려앉았다. 곧이어 그 뒤를 따르던 수백의 정예 천사병들과 페가수스를 탄 3백 명의 유저들이 내려앉았다. 얼마 전까지 플루마가 이끈 동해의별 기사단이 이제는 페가수스 기사단으로 불렸다. 그리고 우도벨로부터 페가수스를 받은 뒤 이들은 우도벨을 호위했다.


“부르기 전까지 너희들은 이곳에서 기다려라.”

우도벨이 숲의 입구에서 수행원들을 떼 놓고 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른 분위기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밖에서 볼 때는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울창한 계획된 숲이었는데 안쪽의 숲은 그냥 잘 가꿔진 정원 같았다. 산책하듯 정원을 가로질러 나서자 화려하게 꾸며진 마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우도벨이 아무 말 없이 마차 안으로 올라탔고 곧바로 마차가 움직였다. 잘 닦여진 길을 따라 마차가 달렸고 주변으로 넓은 잔디밭에 작은 숲과 듬성듬성 큰 나무들이 서 있었다. 끝이 안 보이는 길을 따라 지루하게 달리던 마차가 멈췄을 때 우도벨이 한숨을 쉬며 마차에서 내렸다.


이리오스의 신전.

다른 신전들과 달리 지상에 세워진 이 신전은 돌과 나무와 넝쿨 식물이 어우러진 형태였다. 이리오스의 신전이 다른 신전들과 또 다른 점은 신전을 지키는 천사병들이 단 한 명도 없었고 신전에서 일하는 천족들 역시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엘프들이 신전의 잡일을 했다. 신전을 지키는 경비는 따로 없었다.


집사로 보이는 엘프의 안내로 우도벨이 도착한 곳은 커다란 방이었다. 숲 향이 진동하는 이 방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햇빛이 바닥과 벽 일부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마치 햇빛 잘 들어오는 큰 나무들의 숲속의 공터에 온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한쪽 벽 쪽으로 그늘진 곳의 침대에 이리오스가 걸터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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