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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강이브
그림/삽화
강이브
작품등록일 :
2019.04.29 20:55
최근연재일 :
2019.05.21 17:45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3,848
추천수 :
3
글자수 :
322,253

작성
19.05.10 13:35
조회
29
추천
0
글자
8쪽

내가 지켜

DUMMY

야외 테이블에는 기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남기고 간 빈 술잔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을 뿐.


달빛이 내려앉은 윤아의 눈동자에 찰나의 서운함이 비쳤다.


그 시각 기준은 이미 BAR 실내에 발을 들여 놓았다. 야외 테이블과 이어진 외부 통로를 통해서 건너간 것이다.


기준과 윤아는 서로의 시선이 애달프게 두리번거리고 있었지만 맞닿지 않았다.


그리 넓지도 않은 BAR에서 조차 허무하리만큼 쉽게 엇갈리는, 그들의 만남이란 원할 때는 어긋나고 피하고 싶을 때는 다가오는 얄미운 소나기 같은 것이었다.


대기와 술을 마시고 있을 윤아가 은근히 신경 쓰여 들어왔지만, 텅 빈 실내에는 술잔을 닦는 바텐더와 구석진 테이블에 앉아있는 대기의 모습만 보였다.


“윤아씨는 어디 갔죠?”


기준이 묵직하게 묻는 목소리에 대기는 까닭 없이 화들짝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급하게 뒤를 돌아보는 대기의 손에서 백색의 가루가 후드득 떨어졌다.


“하하, 제가 감기 기운이 있어서 말이죠. 감기약 좀.”


묻지도 않은 말에 식은땀을 흘리며 대답하는 대기의 모습이 어쩐지 수상했다.


하지만 그가 감기약을 삼키건 분필가루를 삼키건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어째서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궁금했을 뿐.


“화장실 다녀왔어요. 저희 쪽엔 무슨 일이죠?”


윤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기준의 방문이 반가운건지 불쾌한 것인지 파악하기 힘든 애매모호한 목소리였다.


“마주치고 인사도 안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뭐, 두 분의 데이트에 방해가 되었다면 아임 쏘리.”


“맞습니다. 방해 된 거. 인사 마치셨음 이만 가보시죠?”


대기가 윤아를 끌어당겨 앉히며 기준에게 불쾌한 눈치를 주었다.


기준은 짧은 헛기침을 했다. 윤아가 동석이라도 권하길 기대하며.


그녀는 말없이 술잔에 입술을 가져다 댈 뿐이었다. 기준에게 눈길을 거두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만약 기준이 윤아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면, 그 자리에 앉아 그녀와 술잔을 기울였을 것이다. 대기는 그들의 들러리가 된 것이 불쾌하여 사라지고, 오직 기준과 윤아 둘만의 오붓한 술자리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기준은 윤아의 마음을 읽지 못했기에 그녀의 진심을 알지 못한 채.


“알겠습니다. 즐거운 데이트 하시죠.”


싸늘한 모습으로 자리를 떠났다. 윤아를 대기의 곁에 남겨두고.


기준이 BAR에서 사라지자 윤아가 술을 비우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나는 왜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할까? 그가 나쁜 남자라고 한들 그를 원한다면.. 왜 솔직하게 붙잡아 두지 못하는가......’


윤아는 혼자서 끙끙대는 자신의 모습이 속상했다. 차라리 나쁜 여자라도 되고 싶었다.


아무리 여러 번 잔을 비웠어도 아직 주량은 채워지지 않았는데, 벌써 눈앞이 흐려졌다.


‘왜 이러지..... 몸이 꽤 피곤했었나?’


자꾸만 기울어지는 어깨......


대기가 옆으로 자리를 옮겨 윤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많이 마셨지? 이만 쉬어. 내가 방에 데려다줄게.”


어떤 의도를 품고 있어서인지 그의 입가에 히죽거리는 웃음이 걸려있었다. 잔뜩 올라온 술기운에 그 웃음마저 뿌옇게 흐려 보였다.


“네. 가야겠어요.”


겨우 몸을 일으켰지만 금방 비틀거렸다. 대기가 얼른 어깨를 감아올려 윤아를 부축했다.



.

.

.



대기에게 몸을 기댄 윤아는 겨우 자신의 방 앞에 도착했다. 정신을 거의 놓아버린 상태였다.


“헉헉, 윤아씨 이제 방이야. 걱정 말고 푹 쉬어.”


힘들게 윤아를 부축해 온 대기는 윤아의 옷 주머니를 뒤져 열쇠를 찾아냈고 문을 열었다.


대기는 방에 들어서자 윤아를 부축하던 다정한 모습에서 돌변하여 그녀를 거칠게 침대에 내던졌다.


“후.. 아 졸LA 무섭네. 몸이 근육 덩어리야 뭐야?”


침대에 쓰러진 윤아는 잠시 깨어나서 잠꼬대인지 술주정인지 모를 외계어를 중얼거렸다.


“아라라라라아이. 아라라리요.”


“벌써 깼어? 아이, 씨!”


“......”


땀을 닦을 새도 없이 침대로 뛰어 올라간 대기는 다시 정신을 놓은 윤아를 확인하고 안도했다.


“아휴, 공사 다 끝내고 개업식 못 치르는 줄 알았네.”


대기는 윤아의 방안을 흐뭇한 표정으로 둘러보았다.


종일 기다려온 그녀와 나의 둘만의 시간.


방에는 방송 제작진도 저택 곳곳에 매달려있는 촬영용 카메라도 보이지 않는다. 그가 의도했던 여기까지 착착 잘도 이끌어 왔다.


대기는 눈을 감은 윤아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소름끼치도록 느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게 연애 수업을 들으러 오는 찌질이들에게 난 이런 말을 해. 연애의 목적은 뻔하다고. 어떻게 하면 빨리 침대에 가서 뒹굴 수 있을까? 남녀관계는 그거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어때, 너도 이 말에 동의해?”


“......”


“침묵은 강한 긍정이나 다름없지. 그럼 지금부터 내가 진짜 사랑이 뭔지 가르쳐줄게.”


그의 손은 윤아가 입은 블라우스의 단추를 서서히 끌어 내렸다. 잠결에도 이상한 기분을 느낀 윤아가 가늘게 저항의 신음을 흘렸다.


“저항해도 소용없을 거야. 아까 니가 마신 술엔 네 기운을 빼놓을 최음제 성분과 섞인 수면제가 잔뜩 들어있으니까. 푸하하핫”


대기는 추악한 웃음을 흘렸다. 의지대로 몸을 일으킬 수는 없었지만 윤아의 정신은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


그를 밀어내고 싶었지만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였구나.....’


술에 더해진 이상한 약 기운 때문에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다. 겨우 도와달라고 비명을 짜내었지만 그것은 마음의 소리에 불과했다.


‘도와줘...... 누군가 날 도와줘요!’



.

.

.



그 외침이 어떻게 울려 퍼질 수 있었을까?


우지끈 방문이 부서지면서 기준이 뛰어 들어왔다.


상의가 반쯤 벗겨져 있는 윤아의 몸에 올라가 있는 대기의 모습을 본 순간, 단 한마디의 말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기준은 얼굴에 잔뜩 화를 머금은 얼굴로 주먹부터 날렸다.


얼굴에 피가 터지도록 대기를 흠씬 두들겨 준 다음, 침대에 올라가 겁에 질려있는 윤아를 끌어안았다. 윤아도 기준의 품에 안겨 가늘게 눈을 뜨고 안도했다.


‘하...... 당신이 어떻게 여길.’


기준에게는 고마웠고 대기를 향해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형사 일을 하며 여러 여성피해자들을 만났지만 자신이 이런 상황에 처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쁜 새끼......’


그동안 저런 놈들에게 당했을 여자들을 떠올리니 더욱 화가 났다. 바닥에 쓰러진 대기를 바라보며 침이라도 뱉고 싶었다. 그러나 그대로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있었다. 기준의 품에 안겨있었기에.



.

.

.




기준은 정신을 잃은 윤아를 살피고 또 살폈다.


BAR에서 대기가 백색 가루약을 가지고 있던 것이 자꾸만 신경에 거슬렸다. 누군가 짧은 전파 신호를 보내듯 그 장면이 맴돌았다.


그래서 다시 BAR로 돌아갔다.


대기가 윤아를 부축하고 걸어가는 광경을 멀리서 목격하자 불안한 마음은 확실해졌다. 있는 힘을 다해 윤아에게 달려갔다.


어떠한 강렬한 확신으로 윤아가 위험하다는 강한 신호를 느꼈다. 도착하자마자 방문부터 부수었고 대기를 그녀에게서 떼어놓았다.


“저 새끼가 감히 내 여자에게!”


그 순간 깨달았다. 그 어떤 혼란이 닥쳐도 단 한 톨의 의심할 여지없이 민윤아는 자신의 여자라는 것을.


기준은 정신을 잃은 윤아를 안고 방을 나와 응급 처치가 가능한 의무실을 향해 달렸다. 대기가 어떠한 성분의 약을 먹였을지 모르는 상태라 걱정되었다.


달리기에 속도를 실은 기준의 가슴은 방망이질 치며 외쳤다.


‘넌 내 여자야. 내가 지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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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새로운 참가자 19.05.10 39 0 7쪽
69 끝낼 순 없어 19.05.10 25 0 7쪽
68 눈 뒤집힌 남자 19.05.10 25 0 8쪽
» 내가 지켜 19.05.10 30 0 8쪽
66 나쁜 남자일까? 19.05.10 27 0 11쪽
65 마음을 빼앗아봐 19.05.10 32 0 9쪽
64 도발적인 호스트 19.05.10 25 0 8쪽
63 또 다른 관계 19.05.10 25 0 8쪽
62 말이야 방구야? 19.05.10 30 0 10쪽
61 몸이라도 갖겠어 19.05.10 35 0 7쪽
60 오늘밤은 내꺼야 19.05.10 34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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