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로맨틱서바이벌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완결

강이브
그림/삽화
강이브
작품등록일 :
2019.04.29 20:55
최근연재일 :
2019.05.21 17:45
연재수 :
89 회
조회수 :
3,894
추천수 :
3
글자수 :
322,253

작성
19.05.10 22:07
조회
33
추천
0
글자
9쪽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DUMMY

기준은 멀어지는 윤아를 바라보다가 짧은 탄식과 함께 시선을 떨구었다.


조금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면 더욱 멀어지는 그녀가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안타까웠다.


‘후, 여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면 뭐하나, 정작 가장 읽고 싶은 민윤아의 마음은 읽지 못하는데......’


그 사이 기준 앞에 앉은 민정은 아침을 거르고 왔는지 배가 고프다는 생각을 계속 떠올리고 있었다.


‘아, 방구가 너무 뀌고 싶다. 소리 안나게 조용히 뀔까? 아, 아니야. 3일째 변비라 냄새가 엄청 구릴 텐데......’


기준은 곤란한 표정으로 엉덩이를 들썩이는 민정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방귀를 뀌더라도 모른 척 해줘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우웅.


“콜록콜록. 아 목이 좀 따갑네요. 공기가 안 좋나?”


결국 민정은 헛기침을 하며 슬쩍 방귀를 뀌었다. 코끝으로 고약한 냄새가 흘러들어 왔지만 기준은 잠시 숨을 참고 버텼다.


“공기 좋은데요? 매우 자연 친화적인 환경이잖아요.”


“하핫, 그, 그렇죠. 저만 그렇게 느꼈나 봐요.”


꼬르르륵.


방귀 소리 다음으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헉! 꼬르륵 소리 났어. 들었을까? 아니다. 표정 보니까 못 들은 것 같아. 하아,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배고프다고 뭐 먹으러 가자면 좀 창피하려나......’


기준은 시끄러움 때문에 피곤해진 귀를 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윽! 모른 척 하기엔 마음의 소리가 너무 요란하군. 그래 뭐, 난 매너남이니.’


묵묵히 그녀의 마음을 듣고 있던 기준은 육지를 향해 노를 저으며 말했다.


“민정씨, 제가 아침을 거르고 왔는데, 브런치 드시러 가실래요?”


민정은 반가움과 감동이 교차하는 얼굴로 대답했다.


“좋아요! 저도 마침 배가 고...... 아니 기준씨가 출출하시다면 어서 가요.”



.

.

.



엔티크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브런치 카페.


그곳에서 서로를 반갑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또 마주치고 말았다.


하필이면 윤아와 수호도 카페에 도착해 차를 마시고 있던 중이었다.


기준이 팔짱을 낀 도도한 자세로 의자에 앉은 수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저택 부지에 카페만도 서너 개는 되는 것 같던데, 굳이 이곳인가?”


수호는 태연하게 커피를 마시며 중얼거렸다.


“이 저택 부지에 카페만도 서너 개는 되지만 이곳이 가장 전망이 좋죠.”


“다 마셨으면 일어나시지? 카페 분위기 흐리지 말고.”


“여기 분위기가 별로인가요? 흐음, 방금까지는 아주 좋았는데 아쉽네요. 그쪽이야말로 드실 맘 없으면 앉지 않으셔도 됩니다만?”


“어째서 내가 당신 말을 들어야 하지? 쳇! 나도 앉을 거야!”


기준은 보란 듯이 수호의 옆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등지고 앉은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도 다시 이글거리는 신경 전선을 형성하였다.


윤아는 남은 커피를 꿀꺽 원샷하고 잔을 내려놓았다.


“수호야. 다 마셨어? 난 다 마셨는데.”


이만 일어나자는 말이었다.


내내 윤아에게 시선이 머물러 있던 수호는 싱긋 미소를 그려내었다. 이어서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윤아의 입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싫어. 난 더 있을 거야.”


윤아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어색하게 웃자 수호가 말을 이었다.


“일부러 피하지는 말자. 난 불편하지 않아.”


기울었던 몸을 뒤로 젖힌 수호는 머그잔을 들어 올리고 진한 아메리카노에 입술을 적셨다. 느리고 여유로운 몸짓으로.


윤아는 때에 어울리지 않게 고집을 부리는 수호가 살짝 얄미울 지경이었다.


기준은 브런치 메뉴가 도착하자 아직도 떠나지 않은 수호와 윤아를 힐끔거리며 칼질을 했다.


뭉툭한 베이컨이 기준의 신경질적인 칼질을 타고 아작아작 썰려나갔다.


불편하고 어색한 분위기의 두 커플 앞에 진행자 김송주가 나타나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마침 여기들 모여 계시군요! 여러분 앞에 커플 미션 게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력자 카드가 걸린 이번 게임의 종목은 낚시!”


낚시라는 단어에 수호와 윤아의 얼굴에서 닮은 웃음이 피어났다. 마침 오후에는 낚시 데이트를 하자는 계획을 세워두었으니까.



.

.

.



두 커플의 낚시 대결!


해가 저물기 전까지 채운 어망의 무게로 승자를 가리는 대결이었다.


수호와 윤아는 강가에 나란히 앉아 낚시 바늘에 미끼를 끼우고 강물에 찌를 던졌다.


그들이 계획했던 역동적인 플라이 낚시는 아니지만, 잔잔한 수면을 응시하며 기다리는 낚시도 제법 매력이 있었다.


더구나 수호는 윤아와 여유로운 마음으로 같은 공기를 공유하는 것이 오랜만이라 마음이 뭉클하게 들떠 있었다.


‘누군가 그랬던가, 낚시는 시간을 낚는 일이라고...... 그러나 그 시간조차 영원히 낚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5분, 10분이 지나도록 물고기는 잡히지 않았지만, 수호는 윤아와 나란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꼈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러나 2시간이 넘도록 고기가 올라오지 않자 여유로운 마음은 점점 초조함으로 출렁이기 시작했다.


건너편에 자리 잡은 기준과 민정 커플로 인해 그 출렁임은 불안의 파도로 번져나갔다.


“오호! 대어다! 기준씨가 낚은 거 이번에도 대어군요! 오오 이 놀라운 황금손!”


“민정씨 것도 보시죠. 무언가 걸린 것 같은데?”


“어머! 제 낚시대에 또 고기가 걸려 있어요? 낚시는 초보인데, 정말 신기해요.”


낚시 초보라고 하면서 미끼 끼우는 일에도 두려운 기색을 보이던 민정은 꽤 여러 마리의 물고기를 낚아 올렸다.


기준의 귓가에 민정의 속마음이 들려왔다.


‘훗, 늙은 회장님들 따라다니며 비위 맞추느라 낚시 실력은 수준급이지! 그래도 미끼 끼우는 일은 징그러운 척 해야지. 여자의 내숭은 연애의 필수 조건이니까. 민윤아야 두고 보렴! 이딴 고기들 100마리 낚아도 관심 없어! 내가 최종적으로 낚을 목표물은 서기준이란다!’


민정의 눈동자에서 화르륵 타오르는 애정과 승부욕에 기준은 움찔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솔직한 여자의 마음이란 가끔은 심히 부담스러운 것!


사랑에 빠지면 탈락하는 로맨틱 서바이벌에서 이번 데이트 상대자인 민정은 이미 기준에게 백기를 들어버린 상황이었다.


기준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이번 주 데이트 결과를 확인하면 민정은 확실히 탈락하겠군. 저쪽에서는 윤아를 좋아하는 수호가 탈락할 것이고.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남는 사람은 민윤아와 나. 그러나 만약 윤아가 수호에게 마음이 기울 경우, 두 사람은 모두 탈락. 그럼 나 혼자 최후의 우승자가 된다.’


최후의 1인은 기준이 처음 서바이벌에 참가할 때의 목표였다. 그러나 지금은 우승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지수와의 내기보다, 상금 보다, 연애에 통달한 사랑전문가의 모습을 모두에게 인정받는 것 보다...... 그 보다 중요해진 것은 민윤아의 마음을 얻는 일!


아마 서바이벌이 끝나면 윤아는 기준의 얼굴조차 보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그럼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멀어질 수도 있다. 한번 닫혀버린 마음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기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서바이벌 내에서 그녀의 마음을 확실하게 붙들어야하는데......’


기준은 건너편에서 수호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윤아를 바라보았다.


거리가 멀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리지는 않았지만, 간간히 터지는 그녀의 웃음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이 따끔거렸다.


기준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윤아의 마음이 수호에게 기울지 않기를 바랄 수밖에......


그때 수호가 팽팽하게 당겨진 낚시대를 들어올렸다.


“으윽! 세다!”


“꺅! 수호야, 당겨 당겨! 우와 완전 커! 크다!”


수호의 건장한 팔뚝보다도 훨씬 큰 물고기가 잡혀 올라왔다. 윤아는 얼굴빛이 환해지며 깡충깡충 뛰며 좋아했다.


“어머, 저쪽에서 대어를 낚았나 봐요. 기준씨! 우리도 어서 분발해요!”


민정이 찌릿 눈을 흘기며 기준을 독촉했다.


누군가는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진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이미 아주 늦은 때가 되기도 한다.


이번 낚시 대결에서 수호는 전자였고 기준은 후자였다.


어느새 강물 위로 대결 마감 시각을 알리는 석양이 드리우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맨틱서바이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9 로맨틱한 인생 19.05.21 54 0 10쪽
88 최후의 우승자 19.05.21 34 0 9쪽
87 사랑의 언어 19.05.21 34 0 8쪽
86 눈물 젖은 키스 19.05.21 39 0 11쪽
85 사랑했던 그 사람 19.05.21 33 0 9쪽
84 고요한 슬픔의 밤 19.05.20 32 0 9쪽
83 혼자 자기 싫어 19.05.20 36 0 9쪽
82 악마의 편집 19.05.20 32 0 11쪽
81 하늘 위의 이벤트 19.05.20 33 0 8쪽
80 여자의 질투 19.05.11 46 0 9쪽
79 뜨거운 욕조 안에서 19.05.11 63 0 7쪽
78 거부할 수 없는 악마 19.05.10 42 0 8쪽
77 그의 약혼녀 19.05.10 38 0 7쪽
76 위험한 조력자 19.05.10 38 0 7쪽
75 우승하고 싶은 이유 19.05.10 39 0 9쪽
»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 19.05.10 34 0 9쪽
73 못 했던거 하자 19.05.10 41 0 7쪽
72 미세한 차이 19.05.10 37 0 7쪽
71 위기이자 기회 19.05.10 33 0 7쪽
70 새로운 참가자 19.05.10 41 0 7쪽
69 끝낼 순 없어 19.05.10 25 0 7쪽
68 눈 뒤집힌 남자 19.05.10 25 0 8쪽
67 내가 지켜 19.05.10 30 0 8쪽
66 나쁜 남자일까? 19.05.10 27 0 11쪽
65 마음을 빼앗아봐 19.05.10 34 0 9쪽
64 도발적인 호스트 19.05.10 25 0 8쪽
63 또 다른 관계 19.05.10 25 0 8쪽
62 말이야 방구야? 19.05.10 30 0 10쪽
61 몸이라도 갖겠어 19.05.10 37 0 7쪽
60 오늘밤은 내꺼야 19.05.10 36 0 8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강이브'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