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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공모전참가작 체포된 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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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아.
작품등록일 :
2019.05.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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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Vanishing

DUMMY

- 프롤로그 : Vanishing -



2013년 11월 28일, 대한민국.


인진은 주변을 살피다가,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옷장 문을 열었다. 빼곡하게 걸린 옷들 아래에는, 차곡차곡 개어진 옷들이 4단으로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옷들 아래에는 서랍장이 3단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녀는 가장 왼쪽 열의 서랍을 열었다. 여성용 속옷들을 들어내자, 나뭇결무늬가 그려진 바닥이 나타났다. 그것은 무늬 포인트지를 붙인 얇은 나무판이었다. 판을 들자, 바닥 밑에서는 납작하게 눌린 신문지 뭉치가 나타났다. 신문지 뭉치 속에는 핏자국이 군데군데 말라붙은 식칼과 각종 usb, 그리고 공기계가 된 휴대폰 기기가 두어 개 들어있었다.


인진은 첫 번째 서랍에서 꺼낸 신문지 뭉치를 침대 위에 올려두었다. 이어서, 두 번째 서랍을 열고는,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안에 있던 속옷과 양말 등을 들어냈다. 바닥판을 들고, 그 밑에 비밀스럽게 숨겨놓은 투명 클리어 파일을 끄집어냈다. 파일에는 각종 계약서와 공증받은 각서들이 끼워져 있었다.


그렇게 옷장에서 꺼낸 모든 물건들을, 그녀는 침대 위에 늘어놓았다. 옷들을 다시 서랍 속에 원래대로 놓고는,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한동안, 그녀는 파일 속 서류들을 들여다보았다.


“이젠 안심해도 되겠지···”


인진은 나직하게 뇌까린 뒤, 손을 아랫배로 잠시 가져갔다. 약간 봉긋한 배를 만지는 동안, 그녀의 입가에는 묘한 승리의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배에서 손을 뗀 다음, 침대 발치에 둔 은색 쓰레기통의 뚜껑을 열었다.


파일에서 서류를 꺼내 들고는 쓰레기통 위로 가져갔다. 그리고 라이터의 불을 당겼다. 그러다가 문득 밀려드는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인진의 손에서 라이터가 떨어졌다. 라이터 심지 끝에 잠시 일어났던 불꽃이 순식간에 꺼져버렸다. 인진은 배를 잡고 고통에 몸부림쳤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와중에도, 그녀의 한 쪽 손은 필사적으로 침대 위의 물건들을 잡으려고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다.


“허윽··· 헉··· 안 돼, 안 돼!”


마치, 빠져 나가려는 무언가를 막으려는 것처럼, 인진은 두 다리를 한껏 오므린 채로 무릎으로 기었다. 한편으로는 침대 위의 물건들을 다시 닥치는 대로 움켜쥔 채, 옷장 앞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무릎걸음 세 발짝도 못 가서, 그녀의 몸부림은 허망하게 끝났다. 바닥에 엎어진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내가··· 어떻게!”


온몸이 쪼개지는 듯한 고통 때문에, 인진은 말을 제대로 잇지도 못하고 헐떡였다.


“저걸··· 어떻게든··· 다··· 시··· ”


그러나 인진의 몸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았다. 손에 쥐고 있던 서류 뭉치들과, 신문지는 침대 건너편에 나동그라졌다. 잡으려고 한껏 손을 뻗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피가 군데군데 묻어난 채로 부들부들 떨리던 인진의 손끝은, 꾸깃꾸깃한 신문지에서 언뜻 드러난 칼날 바로 한 뼘 앞까지만 이르다가 멈추어버렸다.



2013년 12월 21일, 저승 대별궁 어전.


환생부 전체 삼신들과, 염라대왕이 들어와서 자리 잡았다. 염라대왕은 귀왕대와 차사들을 대동한 채, 건너편에 시립하고 있던 환생부 일행들 쪽을 쏘아보았다.


“나 이거야 원. 이래 가지곤 살아있다고도, 죽었다고도 할 수 없지 않소?”


염라대왕은 싸늘하고도 준엄하게 되뇌었다. 옆에 있던 수석 차사가 말했다.


“애초에 명부에 오르지 못한 생령이라 우리 소관도 아니었는데. 일이 이상하게 됐습니다. 대왕님.”


“과연, 대별왕 폐하께선 뭐라고 하실지 모르겠군요.”


염라대왕은 곁눈질로 수석 차사를 보다가, 말하던 끝에 다시 환생부 일행들 쪽을 주시했다. 그의 살벌한 시선을 받은 수석 삼신은 움찔했다가, 그에 맞서듯 굳은 표정을 띠고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응수했다.


“그건 저도 궁금합니다.”


“하급자들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시킨 건지 문책 받을 각오는, 당연히 되어있겠지요?”


수석 삼신은 옅게 한숨을 내쉬었다가, 대답하지 못하고 이만 악물었다. 첫 번째 인생을 맞이하는 인간의 혼구슬들은, 갓 입문한 애기삼신들이 수습 과정의 일환으로 관리하게 되어 있었다. 그 이후의 등급 및 과정들도 상당 부분 세분화되어 있었기에, 책임을 묻자면 그 범위부터가 방대해질 상황이었다.


“훈육 담당은 저 또한 별도로 다스리겠습니다만··· ”


수석 삼신은 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수석 차사가 말을 꺼냈다.


“그 아이를 그 집으로 보내자고 최종 결정한 건 분명 당신입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자리잡을 때까지 보는 게 기본 소임 아니었습니까?”


“멋대로 그런 식으로 환생 명령을 내린 건 염라대왕과 당신 아니요?”


“우린 규율에 따라 결정할 뿐입니다! 그리고 각 인간혼들의 운명을 매번 보다가 명부일자가 되면 사전에 대기했다가 데려올 뿐이고요. 그런데, 이도 저도 아닌 사태를 만든 건 바로 - ”


그 때, 입구에서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별왕 폐하 듭시오!”


수석 삼신과 수석 차사는 이를 악물고 서로를 보았다. 그러다가 대별왕이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리자, 그들은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염라대왕은 그들을 마뜩찮게 보다가, 그들과 마찬가지로 대별왕을 맞이하는 예를 취했다.


대별왕은 옥좌에 앉은 뒤, 모두에게 예를 거두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곧바로 명령을 내렸다.


“전(前) 환생부 중급 삼신 설화를 당장 들라 하시오.”


명령을 듣고, 수석 삼신은 수치스럽다는 듯 눈을 내리깔았다. 염라대왕은 착잡하게 보다가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대별왕을 잠시 보다가 고개를 조아렸다. 곧이어, 인간 기준에서 20대 후반 정도 외모로 보이는 여인이 병사들에게 붙잡혀 왔다. 반 년 전에 중급 삼신으로 승급했던 설화였다.


“그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왜 여기 왔는지는 알고 있나?”


대별왕의 오른쪽에 있던 수석 판관이 설화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설화는 자신의 소매를 잠시 내려다보았다. 하얗고 풍성한 비단 소맷자락에는, 중급 삼신을 뜻한 삼색 끝동이 누벼져 있었다. 그리고, 이제 그 끝동은 이승에서도, 저승에서도 영원히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내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예.”


설화의 표정은 지극히 평온했다. 수석 판관은 보고서를 내려다보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애써 삭였다가, 다시 설화를 향해 물었다.


“그대는 특별 관리 대상이었던 인간혼 ‘연주’ 의 다섯 번째 환생을 맡았으나, 무단으로 소멸시켰다. 그 연유가 무엇인가?”


설화는 침묵했다. 수석 판관은 대별왕의 반응을 조심스레 살폈다가, 다시 준엄한 어조로 계속 말했다.


“지금 네가 얼마나 엄청난 죄를 지었는지는 알고는 있나? 바른 대로 고하지 못할까?”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처분을 내리시든 달게 받을 것입니다.”


묵묵히 듣던 대별왕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수석 판관은 더욱 거세게 일갈했다.


“죄인을 자처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절대로!”


“그럼, 제가 어떻게 하길 바라십니까?”


환생부 일원들 틈에서 보던 수석 삼신이 숨을 삼켰다. 그가 기억하던 설화는, 말없고 조용히 소임을 다하던 초보자였다. 아주 까마득한 옛날에 단 한 번 인간으로 살았다는 내력은 남아있었지만, 수백 년 동안은 애기삼신에서 중급 삼신까지의 과정만을 충실하게 수행했었다.


그렇기에, 설화가 누군가에게 반박은커녕 사소한 반문이라도 던진다는 것은, 모두에게는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던 일이었다.


“살기를 바란다 해서 다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죽길 바란다 해서 죽게 두지도 않는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설화는 수석 사자 쪽을 잠시 보았다가, 말을 이었다.


“전 최대한··· 모두가 살고 싶은 대로 살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까마득한 옛날, 모든 죄업이 사라졌기에 선택하라고 명하셨을 때, 여기에 남길 원했습니다.”


저승 차사들이 잠깐 술렁였다. 설화가 인간혼이었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라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누가 그녀를 처음 저승으로 인도했는지는 까마득한 일이었다. 이를 묻는 말소리가 한동안 오갔다.


“죄가 되지 않는 선에서, 못 다한 인연을 최대한 잇게 도와주고, 소망을 이루게 삶을 주는 것이 소임이라 여겼습니다. 제 결정 또한, 인간혼의 소망을 이루게 도와준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수석 삼신이 새파랗게 질려서 외쳤다.


“혼구슬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개별적인 소망 같은 것은 애초에 의미가 없단 말이다. 넌 그저 위에서 정해주는 대로 이승에 배치하고, 때가 되면 잘 나오게 모체를 도우면 그뿐이었던 것을! 대체 무슨 짓을 더 했던 게냐?”


건너편에서 지켜보던 염라대왕은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설화는 잠시 실소했다가, 곧 정색하고 말했다.


“무슨 짓이라고요? 애초에 그 아이가 왜 저승에서 특별 관리 대상이었는지는, 스승님과 염라께서 더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전 그저, 그 아이의 말을 들어주었을 뿐입니다.”


“이제 보니 넌 처음부터 삼신으로서의 금기를 완전히 깼구나!”


“살아있는 혼이 갖고 있는 하나의 인생, 하나의 의지를 무시하지 않는 것도 삼신의 금기였습니까?”


“세상에 사연 없는 혼이 어디 있다더냐? 그리고 그걸 일일이 다 간섭하면 세상이 어찌 되겠느냐?”


“그런 핑계로 일일이 함구령을 내리고 묶어두면 뭐가 달라집니까? 원하지 않는 인생을 억지로 부여하고, 그 안에서 헤매는 인간들은!”


“그건 네 소관이 아니다!”


“세상에 왜 죄가 돌고 돈다고 생각하십니까? 결국 덮어두고, 무시하다가, 터지면 적당히 무마하려고 다른 생명을 이용하는, 저승에서부터 시작됐던 이 엉터리 같은 일을, 이승에서도 인간들이 그대로 대를 이어 반복하는 게 아닙니까?”


대별왕이 돌연 명령했다.


“그만들 하라!”


“폐하!”


모두가 대별왕을 올려다보며 일제히 외쳤다. 대별왕은 옥좌 팔걸이 옆의 화병을 잠시 바라보았다. 오래 전, 아우 소별왕과 경합을 벌일 때 심었던 꽃을 심었던 화병이었다. 그 당시 벌레 먹고 시들었던 꽃 대신, 지금은 꽃 여러 송이가 반쯤 피어나고 있었다.


하늘과 땅을 새로이 고르기 위해 수억 개의 해와 달을 지우고, 꼭 필요한 만큼 하나씩 남겨두었었다. 그 날의 일로 유일무이해진 해와 달은, 언제나 새로이 뜨고 졌다. 인생의 첫 햇빛을 주는 것이 삼신들의 일이라면, 인생을 마감하는 달빛 그늘을 주는 것이 차사들의 일인 듯했다. 그렇게 믿고, 수만 년을 통치해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만 년 이후 처음으로, 중급 삼신 설화는 그 세월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는 듯했다. 대별왕은 생각을 정리한 뒤에, 선언했다.


“내가 직접 심문하겠다.”


“안 됩니다! 금기를 깬 것도 모자라 - ”


대별왕은 준엄하게 한 손을 쳐들었다. 그러자 실내가 일시에 조용해졌다.


“좋다. 말해 보아라.”


대별왕은 설화에게 손짓하며 명령했다. 설화는 예를 갖추는 의미로 한 번 머리를 조아린 뒤에 고개를 들었다. 대별왕은 그녀를 보고 물었다.


“혼구슬이 어디에 갈지는 처음부터 알고 한 일이었나?”


“그렇습니다. 폐하.”


설화는 대답한 뒤, 주변을 쓱 둘러보았다. 환생관 삼신들은 설화와 눈이 마주치자, 탐탁치 않는 눈빛을 띠고는 얼른 고개를 돌려버렸다. 저승 차사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모두··· 그 아이가 원해서였습니다.”


설화는 그렇게 덧붙이며 대답을 마쳤다. 대별왕은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 표정이 싹 굳어졌다. 그는 활활 타오르는 눈빛으로 삼신들 쪽을 보았다가, 다시 설화를 쏘아보았다.


“혼마다 환생을 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물며, 천명을 받은 곳에 그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점지하는 것이 네 소임이거늘!”


대별왕은 일갈한 뒤에 말을 이었다.


“그 혼구슬이 왜 관리 대상이었는지, 그리고 왜 말을 받아주는 게 금기였는지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나?”


“흔히들 그럽니다.”


설화는 삼신들과 차사들을 쓱 본 뒤, 대별왕을 향해 계속 말했다.


“처음 태어나는 인생이 아닌 이상, 전생의 업보로 받을 후생을 피하려 들거나, 아니면 미처 다 이루지 못한 미련 때문에 거부하는 혼들이 있으니, 애초부터 그런 자들에겐 벽을 치라 하였지요. 그리고··· 하나의 예외가 생기면, 너도나도 달려든다 했지요.”


“그래서?”


“폐하께서는 그 아이에 대해서 어디까지 아시나이까? 아마도··· 그저, 네 번의 환생을 반복한 인간, 그게 다일 것이옵니다. 굳이 하나 더하자면, 인간이면서도 신에 가까운··· 그런 통찰력 때문에, 저승의 힘으로 묶어둔 특별 관리 대상이라 할 수 있겠지요.”


이번에는 대별왕의 얼굴이 싹 굳어졌다. 대별왕은 염라대왕과 수석 삼신을 각각 싸늘하게 일별했다. 저승 전체의 통치자였던 그로서는, 환생부의 내밀한 기록까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 듯했다. 설화는 회한에 찬 기색으로 잠시 먼 곳을 보다가, 덧붙였다.


“폐하. 그 아이는, 인간으로서는 모든 걸 알았기에 결코 행복해질 수도 없었던··· 그런 아이였습니다. 금기를 어겼다는 죄로 어떠한 처벌을 내리시든 달게 받겠사오나, 제가 그 아이한테 들었던 일만큼은 고하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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