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공모전참가작 체포된 삼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드라마

제니아.
작품등록일 :
2019.05.01 23:59
최근연재일 :
2019.11.18 09:48
연재수 :
49 회
조회수 :
4,996
추천수 :
2
글자수 :
420,735

작성
19.07.30 23:25
조회
100
추천
0
글자
16쪽

10. 무대 위의 밤 (2) : 당신을 찾아서 - 1

DUMMY

10. 무대 위의 밤 (2) : 당신을 찾아서 - 1



“젠.”


백작은 어딘지 모르게 슬픈 눈빛으로 연주를 바라보며, 그녀를 가만히 불러보았다. 이윽고 연주의 두 눈에는 눈물이 그득하게 차올랐다.


“차라리 당신이··· 기억나지 않았더라면.”


연주는 백작 쪽으로 손을 뻗다가 이내 내렸다. 서로 다른 존재였기에, 그의 몸에 손을 가까이 가져가도 직접 닿지 않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그건 아니야.”


백작은 서글픈 미소를 띠며, 목이 멘 어조로 말했다. 연주는 눈물로 젖은 뺨을 쓱 닦아냈다. 그러다가는 문득 몽롱한 표정을 띠었다. 이내 그녀는 힘을 잃고 녹음 계기판 위에 스르륵 무너지듯 엎어졌다.


축 늘어진 육체에서, 반투명한 유체가 빠져 나왔다. 검은 머리에 백옥 같은 피부, 짙은 쌍꺼풀을 지닌 크고 검은 눈, 좁고 높게 날선 코와 얄팍한 입술은, 연주의 얼굴 생김새와 약간 달랐다.


연주의 육체는 대한민국 사람의 특징을 일부 담아 살구색 섞인 피부색을 띠고 있었다. 또한, 코가 다소 낮고 그 끝이 둥글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서 나온 유체는 300년 전에 존재했던 제노비아가 그대로 성장했을 법한 모습이었다.


혼구슬의 기억에 따라 그 안에 비친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설화는, 참담한 기색을 띠며 이를 악물었다. 혼구슬이 어떠한 경로로 생판 낯선 나라였을 한반도에 환생했는지, 설화로서는 당장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저승에 있는 업경으로 들여다보거나, 직접 조사해서 알아봐야만 가능했다.


‘그 피렌체의 귀족 여자아이 때와는 조금 다르지만.’


설화는 착잡한 시선으로 연주의 유체를 보며 속으로 되뇌었다. 분명, 그 당시의 연주는 남의 몸을 빌어서 억지로 연명하는 생명은 아니었을 터였다. 날 때부터 지금의 몸으로 정해졌고, 그대로 성장한 것은 분명했었다.


‘허나, 넌··· 여기서도 너를 부정당하고 놓아버렸었구나.’


설화는 눈물을 꾹 참으려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이미 차오르는 눈물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조가비 받침대 위로, 핏줄기가 일부 섞인 눈물이 여러 방울 후두둑 떨어졌다. 지극히 정상적인 경로로 점지되고 별다른 탈 없이 태어난 몸이었건만, 연주의 육체와 영혼은 그녀의 세상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고 있었다.


‘이 마지막 생에서 처음 만난, 그 악랄한 아이들 때문이었느냐?’


설화는 핏빛 광경 속에서 보았던 여학생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며, 속으로 몸서리를 쳤다.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어떤 계기로 한순간에 돌변하게 되자, 여학생들의 우두머리로 보여던 인진은 순식간에 연주에 대한 증오와 질투심에 휩싸였었다. 그리고 자기 편이 되어줄 여학생들을 끌어들여 연주에게 지속적으로 보복했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과는 같은 세상에 한시라도 더 있기 싫었던 거냐?’


여학생들의 행동을 모두 지시하며 연주를 만신창이로 만들던 인진의 모습은, 대한민국 사람들의 미인 기준으로 볼 때는 꽤 예쁘장한 쪽에 속하는 편이었다. 광기 어린 눈빛과 살기등등한 어조만 아니었다면, 그야말로 몇백 년 전 사람들이 지극히 드물게 부르던 ‘재녀(才女)’ 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았을 법했다.


‘그것도 멀쩡하고 꽤 곱게 생긴 년이었던데, 그냥 그대로 잘 자랐다면 별 탈 없었을 것을.’


집단 폭력을 행사하기 이전, 중학교 교실에서 반장으로 처음 나왔던 인진의 모습은 그야말로 단정하게 교복을 갖춰 입은 모범생 그 자체였었다. 눈 코 입 전부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별반 특별한 구석은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복숭앗빛 얼굴에 짙은 눈썹과 눈망울이 또릿또릿하여 조만간 미인으로 자랄 분위기를 은은하게 풍기고 있었다.


그러나, 연주를 놀이터에 끌고 와서 고문하던 순간, 인진에게서 은은한 소녀의 아름다움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 어떤 중죄인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이글거리는 눈빛과, 고통스러워하는 연주를 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냉담한 기색은 오히려 차분해서 더욱 소름이 돋았을 정도였다.


‘거의 죽을 만큼 맞았어도··· 넌 이렇게 무사히 살아서 컸었구나.’


설화는 혼구슬 속에 비추어진 연주의 육체와, 유체 이탈한 영혼을 번갈아가며 들여다보았다. 지금 서 있는 놀이터에서 고문당했던 여학생 연주와, 극단 녹음실에 있는 연주의 모습에서는 대략 10년 정도의 세월이 흘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 사내는, 어째서 저리도 옛날 모습으로?’


문득, 설화는 백작이 300년 전 모습 그대로의 영혼으로 와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흠칫했다. 혼구슬에게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혼구슬은 대답할 수 없는 상태였다. 놀이터에서의 충격이 다시 재현되는 바람에 고통스러워했다가, 생전에 백작을 만났던 기억에 도달하고 나서야 겨우 폭주를 멈추며 자신을 다독이고 있는 듯했다.


“나한테 저 몸은··· 큰 의미가 없어요.”


연주는 기절한 자신의 육체를 돌아보며 섬뜩하게 뇌까렸다.


“그나마, 당신하고 날 이어주고, 이렇게 둘만 있을 곳으로 끄는 마차··· 라면 모를까.”


연주는 말을 마치고 다시 백작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이제 똑같이 반투명한 영혼이 되어, 극단 녹음실 안에서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설화는 눈을 아프도록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한때는 같은 날에 생을 마감했던 두 개의 존재가, 서로의 몸을 버려 가면서까지 은밀한 곳에서 잠시나마 함께 하길 원하는 듯했다.


연주는 백작의 한 손을 자신의 목 아래 쇄골로 잡아끌어 얹었다. 백작은 손과 손이 닿는 감촉과, 그녀의 목과 가슴에 닿는 손바닥의 느낌을 알았다는 듯, 입술을 미묘하게 바르르 떨었다. 그는 그녀의 목에서 가슴까지 옷섶을 내리다가, 그대로 허리를 확 당겨서 그녀를 안아버렸다.


연주는 그대로 백작이 하는 대로 자신을 내맡겼다가, 그에게 안긴 채 두 손으로 그의 망토를 끌러냈다. 그의 망토는 그대로 바닥에 훌훌 떨어졌다. 천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조차 나지 않은 채, 망토는 바닥에 약간 뜬 형태로 덩그라니 놓였다.


백작은 연주의 까만 머리카락을 두어 번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러다가는 그녀의 왼쪽 이마 옆면에서부터 귓불 위쪽까지 조심스럽게 여러 번 입술을 대고 점찍듯이 하나하나 키스로 애무했다. 처음에는 아무 소리 나지 않고 살짝 입술이 닿는 정도였다가, 관자놀이까지 왔을 때는 살짝 혀를 내밀기도 했다.


연주는 백작의 입술과 혀가 스치는 애무를 받으며, 이에 화답하듯 그의 뒤통수 아래와 등허리를 각각 잡았다. 그의 혀를 느끼며 머리를 바르르 떨고 고개를 꼬다가, 그의 몸을 감싼 갑주를 하나하나 벗겨냈다. 갑주 아래에서 사슬 갑옷이 살짝 나타났다. 그녀는 사슬 갑옷 표면의 차가운 감촉을 느끼고 손놀림을 잠시 멈추었다.


백작은 어느덧 그녀의 옷자락을 내려서 하얀 어깨를 드러나게 하고는,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입술로 서서히 탐하고 있었다. 그러는 그의 속눈썹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는 자신을 만지던 그녀의 움직임이 멎은 것을 알고, 잠시 그녀의 목덜미에서 입술을 떼며 말을 꺼냈다.


“내가 - ”


아마도 나머지는 그가 벗겠다는 듯했다. 연주는 아무 대답 없이 그의 양 뺨을 두 손으로 각각 잡고, 자신 쪽으로 숙여지게 확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그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로 사정없이 틀어막아 버렸다.


“흡.”


백작의 눈이 잠시 커졌다. 연주는 입술로 계속 그의 입술을 격하게 탐하면서, 한 손은 그의 등 뒤 갑주를 익숙한 솜씨로 하나하나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는 멍하니 있다가, 그녀의 등으로 손을 가져갔다. 하얀 카디건은, 이미 그가 그녀를 처음 안을 때부터 바닥에 약간 붕 뜨듯 널브러져 있었다. 이제는 까만 민소매 옷만 남아있었다.


민소매 옷 뒤에는 지퍼가 달려 있었다. 그는 지퍼 손잡이를 잡아서 쭉 내렸다. 그러자 그녀가 한쪽 팔을 고리에서 싹 뺐다. 팔을 빼며 그녀의 몸이 뒤로 젖혀지는 순간, 그는 그녀의 등을 받치고 얼굴을 그녀의 가슴에 푹 파묻으며 자세를 낮추었다. 그녀는 나머지 팔도 고리에서 빼며, 민소매 옷을 완전히 던져버렸다.


그녀는 그의 왼쪽 목덜미로 엎어지다시피 얼굴을 푹 파묻었다. 두 사람은 바닥에 무릎을 어정쩡하게 꿇은 상태로, 상반신을 다 벗은 채 서로를 어루만졌다. 문득, 백작은 그녀의 봉긋한 가슴에 입을 대다가, 잠시 얼굴을 살짝 떼고 이를 악물었다. 그의 두 다리 사이 중심부가, 갑주 속에 따로 감싼 주머니 안에서 금방이라도 터질 듯 일어서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백작은 자신도 모르게, 연주의 허리춤 한쪽을 움켜잡았다. 굵직한 고무줄이라, 바로 끌어내리면 벗겨질 방식이었다. 그러나 그는 불과 손톱만큼 내리다가 멈칫했다. 연주의 허리도 동시에 굳어졌다. 연주는 백작의 손을 살짝 쳐냈다. 그러는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직은··· 안 돼요.”


연주는 어깨를 가늘게 떨며, 간신히 내뱉었다.


“안 될 것··· 같아요.”


백작은 그녀의 어조에서 소리 없는 흐느낌을 느끼고, 그녀가 하는 대로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는, 두 손을 힘없이 늘어뜨린 채 망연자실하게 있었다.


“그 날의 내 몸은 저기 있어도··· 여기 있는 내가 그 날을 기억하니까.”


백작의 얼굴이 분노로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처음 맞이하는 감정은 분명 아니었다. 연주는 그의 무릎 위로 온몸을 던지다시피 했다. 그녀는 그의 허리띠와 검집을 끌러내고, 서둘러 갑주 사이의 주머니를 찾아냈다. 그리고 주머니 속에서도 이미 사선으로 치솟다시피 했던 그의 것을 밖으로 끄집어냈다.


“시간이 지나도, 뭔가 닿는 것 자체는··· 너무도.”


연주는 그의 것을 두어 번 소중히 어루만지다가, 뺨에 가져다댔다. 그는 그녀의 손길을 느끼며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였다. 분노한 기색은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정수리와 옆얼굴을 내려다보는 그의 표정에는, 분노 대신 슬픈 쾌감과 미안함이 뒤섞여 있었다.


“힘들지.”


그는 뜨거운 숨결과 함께 힘겹게 말했다. 그리고는 연주의 머리로 손을 가져갔다. 머리를 쓸어주는 것 말고는,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는 그의 손등 위와 연주의 머리카락 곳곳으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당신이라 해도, 여기가 그곳이 아니라 해도.”


연주는 그의 것에서 묻어나오는 액체를 보고 손으로 쓱 훔쳐내며 말했다.


“어디서든 누군가 위에서 날 내려다보며 덮치거나··· 거길 찌른다는 것 자체를, 정말 못 견디겠더라고요.”


백작은 불긋불긋해진 자신의 것을 착잡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가장 마주보고 싶은 상대가, 마치 부하나 그 외의 아랫사람인 것처럼 자신에게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에게는 더욱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그저 두 다리 사이의 것만 자극받아 의미 없는 분출만 하는 것은, 300년 전 그가 인간이었을 때도 낯설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일들은 주변의 군인들이 욕구풀이용으로 종군한 여자들에게 요구하는 방식의 일부일 뿐이었다. 적어도, 그의 오래된 기억 속에서는 그랬었다.


“근데··· 이런 방식은 어디서 배웠어?”


백작은 새빨개진 얼굴을 옆으로 돌린 채, 짐짓 유리 칸막이를 보는 척하며 물었다. 연주는 그의 것을 혀로 살짝 핥았다가 잘 갈무리해서 주머니에 다시 넣고 묶었다. 그리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의 옆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 날부터 날 그동안 나 모르게 쭉 지켜봤으면, 다 알았을 텐데.”


연주는 말하던 끝에, 옅은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러다가는 그의 얼굴을 다시 정면으로 향하도록, 두 손으로 잡고 확 돌렸다. 그녀는 당황한 그를 마주했다가, 그의 옆구리를 잡고 모로 쓰러뜨렸다. 이내, 두 사람은 모로 누운 채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다.


“여기선 그걸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 아니라도, 학교마다 따로 배우는 시간도 있고요.”


“그래도, 이렇게까지 하는 얘기는··· 없었잖아. 당신한테 내가 처음인 건 당연히 알지만.”


“침실 장면 들어간 영화랑 드라마는 아주 널려 있잖아요? 그리고··· 내 인생 전부를 통틀어, 300년 전 당신을 처음 만났던 그 때도, 보고 들은 게 있었으니까요.”


연주는 슬픔이 섞인 미소를 애써 지어보이며 덧붙였다.


“근데 무엇보다도, 지금의 당신을 어떻게든 즐겁게 해줄 수 있는 게 뭔지··· 그것만을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방법을 선택했을 뿐이에요.”


“이제 당신은 나를, 내 주변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데.”


백작은 연주의 왼쪽 뺨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다소 목이 멘 어조로 말했다.


“또 다시··· 두려운 게 생겨버렸고,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니.”


연주는 그의 목과 가슴 사이 움푹한 쇄골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는 가슴 한복판을 얼굴로 부비다가 심장 부근에 한쪽 귀를 대었다. 만약에 두 사람이 살아있는 육체였다면, 그의 심장이 격하게 뛰는 소리도 들렸을 터였다.


“날 위해··· 다음 생애를 포기한 당신께, 뭘 더 해 달라 할 수 있겠어요?”


설화는 혼구슬 속에서 비추어지는 연주의 표정을 들여다보다가, 연주가 한 말을 듣고 숨을 삼켰다. 백작이 어째서 오래 전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연주의 곁에 있게 되었는지, 그제야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1994년, 5월 저녁.


연주는 모래밭에서 간신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하복 치마의 지퍼가 내려져 있어서, 그녀가 몸을 일으키는 순간 어깨와 머리에 묻어 있던 거친 흙가루들이 후두둑 그 틈으로 들어갔다. 바닥에서 엉덩이를 떼고, 무릎을 짚으며 다리를 펴려는 순간, 치마가 훌러덩 흘러내렸다.


모래밭 둘레의 블록 귀퉁이에서, 갑옷을 입고 망토를 두른 흑발 남자가 반투명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백작이었다. 백작은 막 일어나려던 연주의 치마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고는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입을 틀어막은 채, 질끈 감은 백작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젠.”


입을 가린 백작의 손 틈으로, 꽉 막힌 소리가 흘러나왔다. 연주는 이상하다는 듯 움찔했다가, 참담한 기색으로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치마를 살살 털면서 허리춤까지 다시 끌어올리고, 지퍼와 후크를 채웠다.


백작은 손을 내린 뒤, 연주 쪽으로 조심스럽게 몇 발짝 다가갔다. 연주는 흙탕물과 핏방울로 여기저기 범벅된 셔츠를 보다가, 치마의 허리춤이 가려지게 바이어스 단을 펴서 내렸다. 그러나,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목석처럼 굳어졌다.


옷매무새는 어느 정도 바로잡았지만, 연주에게는 학교 관련 소지품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연주는 그런 사실도 자각하지 못하고, 그녀가 왜 그곳에 있게 되었는지도 까맣게 잊은 듯했다. 백작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는 연주의 오른쪽 옆으로 더 바짝 다가가 보았다.


“괜찮아?”


백작은 300년 전에 제노비아를 대했을 때처럼, 그리고 근 200년 전에 델핀느를 대했을 때처럼 말을 걸어보았다. 그러나, 지금의 연주에게 들릴 것이라고 크게 기대할 수는 없었다. 어느덧 저녁 시간이라서인지, 놀이터에는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동네 치안을 담당하는 이들이 사람을 찾아다니는 듯한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제발, 지금 한 번만이라도 내 마음이 너한테 닿기를. 널 구할 수만 있다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체포된 삼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체포된 삼신] 완결 후기입니다. 19.09.02 68 0 -
공지 [체포된 삼신] 완결 일정 최종 공지입니다. 19.08.05 85 0 -
공지 [체포된 삼신] 연재 일정 관련 공지입니다. 19.07.17 81 0 -
49 외전 [아스트라이아] 2 - (2) 19.11.18 13 0 13쪽
48 외전 [아스트라이아] 2 - (1) 19.11.18 12 0 14쪽
47 외전 [아스트라이아] 1 - (2) 19.11.12 14 0 12쪽
46 외전 [아스트라이아] 1 - (1) 19.11.12 20 0 14쪽
45 외전 [아스트라이아] - 프롤로그 19.11.06 28 0 13쪽
44 에필로그 : 영원한 잠 19.08.07 72 1 25쪽
43 13. 체포된 삼신 [完] 19.08.07 88 0 48쪽
42 12. 거래는 성사되었다 (2) : 사라진 혼구슬 19.08.06 88 0 39쪽
41 11. 거래는 성사되었다 (1) : 피로 물든 밤 19.08.06 88 0 31쪽
40 10. 무대 위의 밤 (2) : 당신을 찾아서 - 4 19.08.05 93 0 27쪽
39 10. 무대 위의 밤 (2) : 당신을 찾아서 - 3 19.08.05 99 0 26쪽
38 10. 무대 위의 밤 (2) : 당신을 찾아서 - 2 19.07.30 81 0 19쪽
» 10. 무대 위의 밤 (2) : 당신을 찾아서 - 1 19.07.30 101 0 16쪽
36 9. 무대 위의 밤 (1) : 내가 기억하는 세상 (下) 19.07.18 99 0 22쪽
35 9. 무대 위의 밤 (1) : 내가 기억하는 세상 (上) 19.07.18 113 0 19쪽
34 8. 살아있는 이유 (2) : 세 번째 죽음 (下) 19.07.13 94 0 21쪽
33 8. 살아있는 이유 (2) : 세 번째 죽음 (上) 19.07.13 105 0 21쪽
32 7. 살아있는 이유 (1) : 어둠 속의 목소리 (下) 19.07.10 97 0 12쪽
31 7. 살아있는 이유 (1) : 어둠 속의 목소리 (上) 19.07.10 95 0 17쪽
30 6. 당신이 어떤 이름이라 해도 (2) : 델핀느의 이야기 (下) 19.07.09 99 0 19쪽
29 6. 당신이 어떤 이름이라 해도 (2) : 델핀느의 이야기 (上) 19.07.09 88 0 16쪽
28 6. 당신이 어떤 이름이라 해도 (1) : 앙투안의 이야기 (下) 19.07.06 94 0 14쪽
27 6. 당신이 어떤 이름이라 해도 (1) : 앙투안의 이야기 (上) 19.07.06 84 0 15쪽
26 5. 6월의 열기 (2) 19.07.02 90 0 18쪽
25 5. 6월의 열기 (1) 19.06.27 99 0 21쪽
24 4. 천 년 전과 천 년 후 (2) : 부정한 죽음 (下) 19.06.22 108 0 21쪽
23 4. 천 년 전과 천 년 후 (2) : 부정한 죽음 (上) 19.06.22 96 0 15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제니아.'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