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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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3w
작품등록일 :
2019.05.03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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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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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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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43장.

DUMMY

주춤.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일섬의 눈빛에 진사풍이 저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이..이 자식, 뭐지? 살짝 풀린 것 같으면서도 결연하다, 저런 눈빛은 본적이 없어. 사공이라도 익힌 건가?'


"너무 긴장 하지 마. 오랜만에 좋은 물건을 봤더니 살짝 호감이 생긴 것뿐이니깐. 츄릅.“


일섬이 흘러내리는 침을 닦아내며 진사풍에게 다가가자 진사풍의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사공이라면, 시간을 줘서는 곤란해 질수도 있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친다!'


"하압"


알 수 없는 위기를 느낀 진사풍이 곧바로 내공이 담긴 금천삭을 찔러 넣었다. 그러나 일섬이 놀라운 반응속도를 보이며 몸을 틀어 피해내더니 오히려 오른손으로 진사풍의 얼굴을 잡아갔다.


"헙"


진사풍이 창을 회수함과 동시에 몸을 뒤로 빼내며 따라붙는 일섬을 향해 일장을 날리자 일섬도 뒤로 빠지지 않고 주먹을 마주 질렀다.


쾅!,쾅!,쾅!


순식간에 수십여 합의 공방이 오고갔다. 진사풍은 계속 공격을 하며 거리를 벌리려했고, 일섬은 그 공격을 전부 쳐내면서 조금씩 거리를 좁혀왔다.


"그만 좀 떨어져라!"


진사풍이 질렸다는 듯 소리치더니 일장을 크게 휘둘러 일섬과의 거리를 벌리고는 곧장 내공을 끌어올리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심상치 않은 기운이 금천삭에 몰려들었다. 진사풍의 절기, 사혈용탄이었다.


“죽어라!!”


"오, 이건 쫌 위험하지. 그럼 나는 멸풍권!"


일섬도 얼른 내공을 끌어올려 주먹을 내뻗었다. 그러자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강기가 나선형의 회오리를 만들며 사혈용탄에 부딪쳐갔다.


"멍청한 놈 !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하지 않았나!"


진사풍의 외침과 함께 금천삭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더욱 강해지며 멸풍권의 회오리를 그대로 찢어버리려 할 때,


"아, 말 안했구나. 이번 건 십이성이야."


일섬이 싱긋 웃더니 쥐고 있던 주먹을 활짝 폈다.


팟!


그 순간 회오리를 이루고 있던 강기들이 수백갈래로 풀어지고는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며 진사풍을 감싸는 형태로 쏘아져 들어왔다.


“뭐..뭐야!!”


진사풍 기겁하며 금천삭을 크게 돌려 사혈용탄의 기운을 쏟아내며 강기다발을 막아냈다.


펑, 펑, 펑. 펑.


사혈용탄과 충돌한 멸풍권의 강기덩어리들이 터져나갔다. 하지만 금천삭으로 쏘아낸 사혈용탄의 기운으로도, 진사풍의 신묘한 창술로도, 수백발의 강기를 전부 막아내지는 못했다.


퍽, 퍽, 퍽.


"크윽"


간신히 몸을 뒤로 날린 진사풍의 몸 골이 처참했다. 어깨, 팔 다리, 몸통 등, 강기가 뚫고 지나간 곳에서 쉬지 않고 피가 흘러나와 온몸을 뻘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십이성이라니!! 그런 것도 있습니까, 형님?"


어느새 몸을 일으켜 구경을 하고 있던 나극이 깜짝 놀라며 옆에 있던 혈사에게 물었다.

하지만 놀라기는 혈사도 마찬가지였다. 십이성이라니...


"나도 들어보기만 했지 실제로 보기는 처음이네."


"있긴 있다는 말이군요."


"보통 하나의 무공을 온전히 십성까지 펼쳐내려면 최소한 무천의 경지에 올라야 하지. 하지만 무천의 경지에 오른 이들조차 신공이라 불리 우는 무공을 십성까지 펼쳐내는 데는 오랜 수련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들었네. 그런데, 무천의 벽을 깬 이들 중에서도 극천의 경지에 다다른 이들이라면 가능하다 하더군. 본래 신공이 가진 능력 이상의 것을 끌어내는 게 말이야. 그것을 십이성이라 하지. 혹시나 했지만, 역시 투귀님은 극천의 고수였단 말인가..?"


“극천?”


“그래. 무천의 경지에도 차이가 있다네. 처음 벽을 넘어선 자들이 입천(入天), 입천의 경지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이들이 중천(中天). 그리고 무천의 경지의 끝에 다다른 이들을 극천(極天)이라고 하지.”


“젠장, 저 인간 진짜 괴물이었구만.”


혈사의 설명에 나극이 고개를 흔들며 예전 일섬에게 대들었던 과거를 회상하더니 이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 할 만할 거야. 요혈은 피했으니깐.”


“미친.. 극천의 고수였나?”


“아니.”


일섬의 대답에 진사풍의 입가로 미소가 그려졌다. 만족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는 손에 꼭 쥐고 있는 금천삭을 봤다. 이놈만 있으면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무사의 자존심도 저버린 체 이곳 초원까지 달려왔다. 일이 잘 풀려 금천삭을 손에 넣기는 했지만, 돌아가는 길에 목숨을 잃게 생겼으니, 역시 세상일이란 게 전부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대로 순순히 죽어줄 수는 없지.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날들이 너무 억울해서 말이야.”


“그래. 살면서 해온 짓들이 개 같아서 그렇지, 무천의 고수라면 그 정도 근성은 있어야지. 그러니 끝까지 발악해봐.”


“안 그래도 그럴 참이었다. 큭”


말을 하고는 금천삭에 내공을 불어넣던 진사풍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무래도 이번이 마지막이겠군. 그래도 이 녀석과 함께라면 팔 하나는 가져갈 수 있겠지.’


몸 상태를 확인한 진사풍의 두 눈에 결연한 의지가 떠올랐다.


“아무래도 마지막은 애들 힘 좀 빌려야겠다. 꼴이 이래서 말이지.”


진사풍의 말에 이미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고 대기하고 있던 황전풍운단 무사들의 눈에도 진사풍의 눈에 있는 것과 같은 것이 그려졌다. 비장함과 결연함 이라는.


“와, 저 눈들 좀 봐라. 이거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가 악당인줄 알겠어.”


“네놈도 결코 영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이없어 하는 일섬에게 진사풍이 뼈를 때리는 말을 하자 일섬이 머리를 긁적이며 바로 수긍했다.


“뭐, 그런가? 너네 같은 놈들한테 들으니 기분이 더럽기는 한데, 그렇다고 강하게 반박은 못하겠네.”


일섬이 말을 하며 앞을 쳐다봤지만 더 이상의 반응은 없었다. 금천삭에 내공을 불어넣는 진사풍의 뒤로 황전풍운단 무사들도 말없이 내공을 끌어 올렸다. 이제는 말이 아닌 보여줄 때가 된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듯, 황전풍운단의 방식으로.


“오, 그게 단호한 결의라는 거야?"


꽈악.


다시 한 번 일섬의 말이 이어졌지만 황전풍운단의 무사들은 그저 칼을 든 손에 힘을 주며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그 모습에 일섬이 피식 웃더니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좋아. 근데 그 정도로 나한테서 팔 하나라도 가져갈 수 있겠어?”


“죽여!”


일섬의 말이 끝나자마자 황전풍운단의 무사들이 소리를 지르며 몸을 날렸다. 그러나 동시에,


‘슈악’


퍽! 퍽!.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가장 앞 선에서 달려 나가던 두 명의 무사가 그대로 쓰러졌다.


“뭐야! 어디서 날아온 거야?”


깜짝 놀란 무사들이 주위를 살필 때 건너편 구릉위에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혈사가 몸을 드러냈다.


“대장전에 조무래기들이 끼어들어서야 쓰나.”


그러면서 다시 활시위를 놓자.


슈악!


“크악!”


“컥!”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어김없이 두 명의 무사가 땅으로 꼬꾸라졌다.


“짜식, 일 잘 하네. 데려가서 부하로 써먹어야겠어.”


일섬이 만족의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옮기자 진사풍의 얼굴에는 썩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이런, 내가 또 말을 안했구나. 나도 쫄다구 있다고. 뭐, 좋게 생각해. 이런 게 싸움 아니겠어?”


“이노옴!!!”


격노한 진사풍이 그대로 일섬에게 창을 찔러 넣었다.


“거 새끼, 지가 먼저 개 때처럼 덤비려고 했으면서.”


한숨을 쉬는 일섬의 오른손으로 다시 한 번 멸풍권의 기운이 몰려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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