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주인공들의 모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긴나라
작품등록일 :
2019.05.04 02:29
최근연재일 :
2019.05.24 06: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15
추천수 :
0
글자수 :
94,829

작성
19.05.06 06:00
조회
7
추천
0
글자
9쪽

아르헬의 이야기7

DUMMY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아르헬은 크라테스의 밑에서 열심히 공부했다.


“있는 것은 존재하는 것이고,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이 비존재하게 될 수는 없는 곳이고, 비존재하는 것이 존재하게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세상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 비존재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니, 세상에는 오직 존재하는 것만이 존재한다. 알겠느냐?”

“네.”

“너는 지난 일 년 동안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 배웠다. 적어도 내가 아는 바 중에서는 말이다.”


크라테스의 만족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심정이 표정으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마지막 강의를 마친 뒤, 아르헬을 앉혀 놓고 말했다.


“이제 나는 너를 가르칠 것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


그 말을 듣는 아르헬은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드디어!’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1년 전 아리엔이 했던 말을 시작으로 아르헬은 죽도록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래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서 현재의 자유를 포기하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 결과 드디어 크라테스의 입에서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말았다.

끝을 맞이할 때가 온 것이다.


‘그래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


아르헬은 지난 일 년 간 크라테스 밑에서 공부하면서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졌다.

지식의 폭도 넓어졌으며, 자신이 모르던 더 많은 세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시리우스 왕국에서도 손꼽히는 석학으로 불리는 크라테스가 더 이상 가르칠게 없다는 말을 했으니, 그 배움의 폭과 넓이가 얼마나 깊고 넓겠는가!

배우면 배울수록 배움에는 끝이 없으며, 세상은 아는 것 그 이상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아르헬이었다.

하지만.


‘분명히 배울게 없으면 공부를 안 해도 된다고 그랬지?’


배움의 이로움을 깨달았을 지언정, 아르헬은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원래의 목적을 잃지 않았다.

자유!

더 이상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를 되찾아 그토록 원하는 휴식을 마음껏 누리며 마음의 안정을 취하고 싶었다.

지난 1년간 어째서 그토록 미친 듯이 공부를 했던가.

모두 다 그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였던 것을.

아르헬은 웃으면서 자신의 스승에게 작별을 고하려고 했다.


“스승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래. 아르헬. 앞으로도 더 학문에 정진하여 좋은 학자가 되도록 하여라.”

“네... 네?”


그런데 크라테스에 입에서 나오는 뜬금없는 소리에 아르헬은 당황하여 대답했다.


“스승님. 죄송합니다. 저는 이제 오늘을 끝으로 학문에 대한 뜻을 거두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뭣!?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러자 크라테스가 진심으로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너는 십 년에 한번, 아니! 백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다! 그런데 학문을 포기하겠다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냔 말이다!”


그러자 아르헬은 뭔가 이야기가 잘못되어간다는 것을 느꼈다.


‘뭐야, 배울 거 없으면 이제 안 해도 된다매?’


아르헬은 몰랐다.

1년전 그날 아리엔이 했던 말은 그냥 그 상황을 넘기기 위해서 했던 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당연하겠지만, 아리엔은 아르헬이 이토록 빠른 시간 안에 크라테스로부터 모든 지식을 쫙쫙 빨아들여서 더 이상 배울게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사정이 그러하니 아리엔은 크라테스와 사전에 이야기를 하고 자시고 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크라테스는 여전히 얼굴이 시뻘개져서 열렬한 기세로 아르헬을 설득하고 있었다.


“내가 이미 내 스승에게 편지를 보내 놓았다. 너는 그분에게 가서 학문을 갈고 닦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네? 스승님의 스승님이 누군데요?”

“대현자 히포크레스 님이시다.”

“네?!”


아르헬도 히포크레스라는 이름을 듣고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든 학문의 아버지, 대륙의 스승 히포크레스라니!

여태까지 배운 것이 결국 모두 다 히포크레스의 학문이 아니었던가.

히포크레스는 어느 나라의 왕족이 찾아와도, 거부가 금은보화를 바리바리 싸들고 찾아와도 자신의 기준에 미달한다 싶으면 가차 없이 내쫓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 학문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아르헬은 그런 것을 원치 않았다.


“스승님. 저는 공부를 이제 그만하고 싶은데요.”

“뭣이?!”


아르헬은 간곡하게 거절했으나 크라테스가 쉽사리 그 거절을 받아 들일 리가 없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1년만에 빨아들여 밑천까지 드러내게 만든 수재요, 천재가 바로 눈 앞에 있는데 쉽사리 포기할 리 만무하다.

심지어 몇 년 만에 스승에게 편지를 써서 이 아이를 맡아 달라고 부탁까지 해놨는데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런 크라테스 앞에서 아르헬이 무슨 말을 한들 먹힐 리가 있겠는가!

무슨 말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으리라.

이대로라면 정말로 집을 떠나서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가야 할 지도 모른다.

일 년 간 얼마나 열심히 했는데!

이제는 일 년이 문제가 아니라 평생 평온한 일상을 빼앗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아르헬은 자기도 모르게 울음을 터트렸다.


“으아아앙!!”


아르헬이 온 집안이 떠내려갈 듯한 울음을 터트리자 집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아르헬과 크라테스가 있는 곳으로 모여들었다.

크라테스는 아르헬이 울자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자신의 앞에서는 한없이 어른스럽게 행동하던 천재였기에 이런 모습을 보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아, 아르헬. 어찌 우는 것이냐. 제발 울음을 그치거라.”


하지만 아르헬은 울음을 멈추지 않았고, 마침내 아리엔까지 이 자리에 와버렸다.

아르헬은 아리엔이 보이자 울면서 안겼다.


“으아아앙! 엄마~!”


당황스러워하는 아리엔은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영문을 몰라했으나, 울면서 횡설수설하는 아르헬의 말과 이어지는 크라테스의 설명에 의해 사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


“으흑... 나 공부 안 해도 된다면서~ 흐끅! 나 여기 있을거야~ 흐꾹!”

“휴... 선생님. 아무래도 아르헬을 보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레베스 후작 영애! 아르헬은 반드시 그곳에 가야만 합니다!”

“사실은...”


아리엔은 아르헬이 자신이 했던 말 때문에 일 년 간 군말 없이 공부했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때 당시에는 그냥 상황 상 했던 말이었지만, 아이가 그 말을 이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여 버렸으니 어떻게 모른 척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아르헬은 아직 너무 어렸다.


“아르헬은 아직 여덟 살이에요. 아무리 똑똑하고 영리하다고 한들 부모 곁을 떠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라는 뜻이죠.”

“하아!”


크라테스는 이 현실이 한탄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대현자의 가르침을 받는 것은 누구에게나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되었기에 아이의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던 것이 이런 결과를 낳게 될 줄은 몰랐다.

설마 대현자의 가르침을 받을 기회를 거부할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게다가 천륜이라니!

부모 자식 사이의 인연인 천륜을 이야기하는데 그 앞에서 어찌 막무가내로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자식을 부모와 원치 않는 생이별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크라테스는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레베스 후작 영애. 스승님께는 제가 다시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선생님.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그동안 아르헬을 가르칠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크라테스는 그렇게 커즈 상단을 떠났다.

종종 아르헬을 보러 와도 되겠냐는 말에 확답을 얻고 말이다.


“스승님, 다음에 또 뵈어요!”

“그래. 종종 놀라오마.”


크라테스는 비록 아르헬을 스승에게 데려가지 못하게 되었지만 아직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아르헬은 아직 어리고 앞으로 시간이 있으니 기회를 노려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우선 아르헬에게 밑천까지 털린 자신의 학문의 깊이를 더 넓힐 필요가 있었다.

크라테스는 자신의 스승이 거처하고 있는 비처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사정이 이러하게 되었다는 것을 설명해야 하기도 했다.


‘아르헬! 내가 너에게 꼭 공부의 즐거움을 깨닫게 하리라!’


그렇게 크라테스가 떠나고 아르헬은 그토록 원하던 자유의 시간을 되찾았다.

이제는 공부하라고 뭐라 할 사람도 없었다.

시리우스에서 손꼽히는 석학인 크라테스가 더 이상 가르칠게 없다는데, 대체 누가 아르헬에게 공부를 해라 마라 한단 말인가?


“헤헤. 이제 놀아야지”


아르헬은 1년간의 고된 공부 끝에 마침내 자유를 얻었다.

아르헬은 나무 그늘 밑에 돗자리를 펴고 그 위에 멋들어지게 늘어져 누웠다.

베개는 공부를 끝마친 두꺼운 책이었다.


“하나면 하나지~둘이겠느냐~ 둘이면 둘이지~ 셋이겠느냐~.


아르헬은 그렇게 지난 일 년 간 배웠던 것들을 운율에 맞춰 노래가락을 만들어 흥얼거렸다.

과자를 주워먹으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그 얼굴에는 아무런 근심 걱정 없는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인공들의 모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라이의 이야기8 19.05.24 1 0 8쪽
24 라이의 이야기7 19.05.22 5 0 7쪽
23 라이의 이야기6 19.05.20 4 0 7쪽
22 라이의 이야기5 19.05.17 5 0 7쪽
21 라이의 이야기4 19.05.15 8 0 7쪽
20 라이의 이야기3 19.05.13 5 0 7쪽
19 라이의 이야기2 19.05.12 8 0 11쪽
18 라이의 이야기1 19.05.12 6 0 13쪽
17 아르헬의 이야기17 19.05.11 7 0 15쪽
16 아르헬의 이야기16 19.05.11 3 0 8쪽
15 아르헬의 이야기15 19.05.10 6 0 8쪽
14 아르헬의 이야기14 19.05.10 6 0 8쪽
13 아르헬의 이야기13 19.05.09 10 0 8쪽
12 아르헬의 이야기12 19.05.09 6 0 8쪽
11 아르헬의 이야기11 19.05.08 9 0 10쪽
10 아르헬의 이야기10 19.05.08 6 0 9쪽
9 아르헬의 이야기9 19.05.07 6 0 10쪽
8 아르헬의 이야기8 19.05.07 7 0 8쪽
» 아르헬의 이야기7 19.05.06 8 0 9쪽
6 아르헬의 이야기6 19.05.06 10 0 7쪽
5 아르헬의 이야기5 19.05.05 8 0 7쪽
4 아르헬의 이야기4 19.05.05 13 0 7쪽
3 아르헬의 이야기3 19.05.04 12 0 10쪽
2 아르헬의 이야기2 19.05.04 14 0 7쪽
1 아르헬의 이야기1 19.05.04 43 0 7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긴나라'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