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들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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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나라
작품등록일 :
2019.05.04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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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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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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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헬의 이야기9

DUMMY

‘녀석. 엄청 좋아하는구나.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에 이렇게 해줄 것을. 껄껄껄!’


사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아서 그렇지, 자신은 이런 일 쯤은 식은 죽 먹기로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으니 손자가 얼마나 자신을 대단하게 여길까.


“할아버지, 이거 어떻게 한 거에요?”

“껄껄껄! 이건 마나라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본래 사람의 도약력으로는 아무리 단련한다고 한들 제자리에서 아무리 높이 뛰어 올라보았자 2미터를 넘지 못하지만, 이 마나라는 것을 이용한다면 육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방금 이 할애비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나도 그거 가르쳐줘요!”


아르헬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하자 레베스 후작이 속으로 내심 기뻐했다.

아르헬은 하루 종일 자거나 뒹굴 거리기만 좋아하지 다른 것에는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좋아하다니.

저런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 아르헬. 당장 배우러 가자꾸나.”


레베스 후작이 아르헬을 안아 든 채 다시 나무 밑으로 내려갔다.

나무 아래 아르헬을 내려놓은 레베스 후작의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를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제 어미도 포기했던 것을 자신이 해낸 것이다.


‘이런 날이 드디어 찾아오는구나. 하하하!’


본래 레베스 후작가는 검을 다루는 무가(武家)였고, 레베스 후작 또한 왕국에서 이름 높은 무인이었다.

때문에 레베스 후작은 아르헬이 태어날 때부터 집안의 검술을 가르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르헬이 워낙에 몸을 움직이고 쓰는 것을 싫어하던 터라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본인이 먼저 배우겠다고 하다니!

아르헬이 자발적으로 뭔가를 배워보겠다는 것은 아마 이번이 최초일 것이다.

감개무량하여 흐뭇하게 웃고 있는 레베스 후작의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마나 심법을 익히고 검술을 배우는, 몸을 비비고 땀을 흘리면서 서로에 대한 애정이 깊어지는 조손지간의 다정한 모습.

그 모습을 상상하자 입이 귀에 닿을 듯 찢어졌다.


“흐흐흐으억!”


하마터면 웃다가 정말로 입이 찢어질 뻔했다.


“이런, 늙으면 조심해야지.”


레베스 후작은 떨어질 뻔한 턱을 쓰다듬으면서 요리조리 마사지 하며 생각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한다. 애를 본격적으로 가르치려면 내가 계속 붙어서 봐줘야 할 텐데. 그렇다고 애를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마음 같아서는 확 데려가서 가르치고 싶었으나 아리엔이 무서워서 그럴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불과 일 년 전에 크라테스가 아르헬을 데려가려다가 그 난리를 쳤다는 소식은 전해들어서 알고 있었다.

게다가 왕국의 일도 문제였다.

때문에 일단은 이번에 있는 동안에 마나 심법만 가르쳐놓고 나중에 기회를 봐서 몸을 단련시킬 계획을 세웠다.


“크흠. 네가 이번에 배울 것은 우리 집안 가전 무술의 원천이 되는 마나 심법이다.”

“네.”

“본래 마나라는 것은 대기 중에 분포되어 있는 것이다. 이 마나를 통하여 인간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힘을 발휘할 수 있지. 마나를 통해 육체를 강화하거나, 또는 마법을 사용하거나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이 마나를 몸에 축적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바로 마나 심법이다.”

“네!”


마나 심법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에 아르헬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레베스 후작은 아르헬이 그저 기특하고 대견하기만 했다.


“자, 그러면 우선 네가 마나를 느낄 수 있는지 없는지부터 알아보아야 한다. 앉아서 내가 하라는 대로 호흡을 해 보거라.”


마나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는 선천적인 것이다.

때문에 선천적으로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좋은 스승이 붙는다 하더라도 답이 없다.

하지만 레베스 후작은 자신의 손자를 믿었다.


‘누구 손자인데. 내 핏줄을 물려받았으니 당연히 우리 집안의 재능도 가지고 있겠지.’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나를 느끼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빠르다고 한들 최소 일주일은 있어봐야 할 것이고, 오래 걸린다면 3개월은 걸릴 것이다.

그 이상을 넘어간다면 영 재능이 없다고 봐야한다.


‘아르헬은 얼마나 걸릴까. 그나저나 이번에 얼마나 머무를 수 있지? 조금 늦게 돌아간다고 말해야 하나.’


레베스 후작은 일정을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르헬에게서 신경을 놓치지 않았다.

아르헬은 눈을 꼭 감고 마나를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마나라는 것이 느껴진다면 대체 어떤 느낌인가요?”

“음, 그건 말로 설명하기 참 애매한 느낌이지. 숨을 쉬면서 뭔가 이질적이면서도 거부감이 들지 않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밀려들어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게 아마 마나일거다.”

“으음.”


아르헬의 눈썹이 약간 꿈틀거렸다.


“그러면, 마나를 느낀 다음에 아까 할아버지가 한 것처럼 뛰어서 나무 위로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요?”

“응? 하하하! 기지도 못하면서 나는 것을 생각하고 있구나. 우선 마나를 느끼는 것이 첫 번째고, 지속적으로 마나 심법을 수련해 체내에 마나를 축적시키는 것이 두 번째다. 그리고 그 축적된 마나를 마치 자기 신체의 일부처럼 자유롭게 운용할 줄 알아야 비로소 네가 원하는 것이 가능해진단다.”

“흐음. 그렇군요.”


그러고는 다시 눈을 꼭 감았다.


‘껄껄. 정말 제대로 해 볼 모양인가 보구나. 듣자하니 대현자께 보내려다가 말았다지? 영특한 아이니 이것도 잘 할 거야. 그래, 열심히 해 보거라. 내가 왕국에 돌아가지 않는 한이 있더라도 계속 꼭 너를 가르치리라. ···그런데 지금 자고 있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레베스 후작은 아르헬이 대견하고 기특하여 입가에 미소가 떠날 줄을 몰랐다.

어째 눈을 감고 호흡을 하고 있는 아르헬의 모습이 마치 자는 사람처럼 평온해 보였지만 레베스 후작은 애써 못본채 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해야 손자를 더 잘 가르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뿐이었다.


*


레베스 후작의 기대대로 아르헬의 마나를 느끼는 자질은 뭔가 남달랐다.

아르헬은 불과 하루도 채 되지 않아서 마나를 느끼게 되었으며, 마나 심법을 배워 마나의 축적을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 째가 되던 날, 마나의 운용에 성공하며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것에 성공했다.


“와아!”


마나의 축적량이 워낙에 적은 탓에 레베스 후작처럼 한달음에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은 힘들었다.

하지만 아르헬은 그 적은 마나를 가지고 강화한 근력의 힘을 이용해 나무에 달라붙어 조금씩 기어 올라가 목표로 하던 두꺼운 나뭇가지 위에 올라갈 수 있었다.

아르헬이 나무 위에서 환호하는 모습을 보는 레베스 후작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내 손주다! 천재야! 우리 집안에 세상에 둘도 없는 천재가 태어난 거야!”


레베스 후작은 아르헬의 재능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앞으로 탄생할 천재 무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즐거워했다.


‘나도 마나를 느끼는데 닷새나 걸렸는데 이 아이는 하루 만에 그걸 성공했지. 게다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마나를 이용하는 법을 터득했다. 이러할진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대단한 모습을 보일까?’


레베스 후작은 아르헬이 대륙을 질타하는 대륙 제일의 무인이 되는 상상을 하면서 다짐했다.


“내 기필코 이 아이를 최고의 무인으로 키우고 말리라!”


하지만 레베스 후작은 몰랐다.

아르헬이 어떤 아이인지 말이다.


*


보름 뒤.

레베스 후작이 시리우스 왕국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왔다.


“너무 오래 계셨던거 아니에요?”

“그러게 말이다...”


레베스 후작은 돌아갈 채비를 하며 한숨을 푹 쉬었다.


나무 위에 올라가는 것에 성공한 아르헬은 그 후로는 어찌 된 일인지 수련을 하러 나가자고 해도 나가지 않으려 하고, 억지로 데리고 나가면 하는 척만 하지 제대로 하지 않으려 했다.

이래서야 무예를 가르치는 것은 고사하고 마나 심법조차 가르치지 못하게 생겼다.

하지만 레베스 후작은 자신의 손자를 포기하지 않았다.

하기 싫다고 하면 강제로 앉혀놓고서라도 가르쳤다.


하지만 아무리 사랑의 힘이 강하다고 한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였다.

아르헬은 여전히 마나심법을 수련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였으며, 급기야는 자신을 귀찮게 하는 레베스 후작을 피해 도망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상태로 가다가 영영 손자가 자신을 피해다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친 레베스 후작은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때마침 빨리 돌아오라는 왕의 명령이 있었기에 이렇게 짐 싸들고 왕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강제로 하면 된다매!”


아리엔은 아르헬에게 책을 읽히고 공부를 시켰을 때 굉장히 강압적으로 나갔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만약 그러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레베스 후작은 그 말만 믿고 따라했다가 이제 손주의 미움까지 받게 생겼다며 아리엔을 원망했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억지로 시킨다 한들 그게 과연 아르헬에게 도움이 될까? 물론 도움이야 되겠지만, 그 녀석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울 거야. 암, 그렇고말고. 잘나든 못나든 내 새끼가 행복한 게 우선인거지. 그럼, 그럼.... 하! 그래도 안타깝구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언제고 내 기회를 노려봐야지.”


*


레베스 후작이 떠난 뒤.

아르헬은 집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그러다가 휙하고 뛰어올라 벽을 몇 번 박차더니 지붕 위에 올라섰다.

아르헬은 지붕위에 멋들어지게 누울 자리를 깐 뒤 그대로 드러누웠다.


“아, 여기 좋다. 나무 위에는 누울 자리가 없던데, 여기가 정말 좋은 자리네.”


당초 나무 위에 올라가 누워있기 위해 익혔던 마나였지만 나무 위는 누워서 뒹굴 거리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꼭 나무 위가 아니어도 된다.

마나를 몸에 쌓으며 그것을 다루는 법을 익혔기 때문에, 높은 곳이라도 상관없이 다른 좋은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지붕 위에서 적당하고 편안한 곳에 자리를 잡은 아르헬은 눈을 감고 따사로운 햇살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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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르헬의 이야기6 19.05.06 21 0 7쪽
5 아르헬의 이야기5 19.05.05 4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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