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주인공들의 모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긴나라
작품등록일 :
2019.05.04 02:29
최근연재일 :
2019.05.24 06: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14
추천수 :
0
글자수 :
94,829

작성
19.05.09 06:00
조회
9
추천
0
글자
8쪽

아르헬의 이야기13

DUMMY

아르헬의 시야는 온통 새하얬다.

주변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고 그 끝이 어디인지 보이지도 않을 만큼 넓은 순백의 공간.

아르헬은 그 끝없이 펼쳐진 순백의 공간의 한가운데에 서서 가만히 있었다.


어느 순간 순백의 저편에서 일곱명의 남녀가 나타나더니 아르헬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 같이 조각으로 빚어놓은 것만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으며, 지금은 입지 않는 과거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이윽고 가까이 다가온 그들은 아르헬을 응시하며 말을 걸었다.

하지만 아르헬은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에 그들이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뻐끔뻐끔거리는 입모양을 보고 추측 할 수는 있었다.


깨...어... 나...라...

깨어...나라...

깨어나라!


“핫!”


눈을 뜬 아르헬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꿈이었던 것이다.


“헉, 헉.”


얼마전부터 계속해서 같은 내용의 꿈을 꾸게된 아르헬은 이번에도 그 꿈을 꾸고 말았다.

별다른 내용도 없이 익숙한 꿈인데도 불구하고 이 꿈만 꾸었다하면 깨어난 뒤 이렇게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대체 뭐지?”


똑같은 장소, 그곳에 한결같은 복장으로 똑같이 나타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입모양이 말하고 있는 내용.

깨어나라.


“대체 뭘 깨어나라는 거야?”


아르헬은 침대에서 일어난 뒤 커튼을 열어 젖혀 창밖을 내다보았다.

짹. 짹.

창 밖에 보이는 나무에서 새가 지저귀고 있었고, 갓 솟아 오르기 시작한 밝은 햇살이 방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날이 밝은 것이다.


“꿈이 나보고 일어나라고 깨워주는 건가?”


아르헬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꿈만 꾸었다하면 항상 이즈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꽤나 자주 나오는 꿈인지라, 덕분에 이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주 습관이 되어버렸다.

잠이 깨어버린 아르헬은 하품을 하면서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다시 잠을 청하더라도 일단 배는 채우고 보자는 생각이었다.


“끄으응.”


아르헬은 햇살을 보며 기지개를 폈다.

아침의 햇살은 너무나 따뜻하여 당장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마냥 뜨겁지만은 않았으며,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이 그 열기를 식히며 시원하게 만들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따뜻함과 선선함이 공존하는 날씨와 계절이다.

아르헬의 18번째 생일이 바로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뜻이었다.


“오빠!”


안가에서 나와 상단아린이 아르헬을 발견하더니 깡충깡충 뛰어왔다.

이제 8살이 된 아린은 잠도 없는지 일찍부터 일어나서 상단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린아!”


아르헬은 10살차이나는 동생이 아직도 귀엽기 짝이 없었다.

자신에게 달려와 폴짝 안기는 아린을 안아 든 아르헬은 상단의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은 뭐가 나올까?”


안가에서 아리엔이 차려주는 밥은 순 풀떼기 뿐이라 맛이 없지만, 상단 식당의 밥은 힘을 쓰는 인부들을 위한 것들이라 그런지 고기가 한가득이었다.

때문에 아르헬은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밥을 안 먹고 상단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맛있는 고기 반찬을 먹을 생각에 부풀어 있는 아르헬을 불러세우는 목소리가 있었다.


“아르헬!”

“윽!”


식당 앞에서 아리엔이 아르헬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아리엔은 절대 타협의 여지는 없다는 어조로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식당 밥을 먹게 놔둘 수는 없다. 당장 돌아가!”

“하지만 엄마! 엄마가 주는 밥을 너무 맛이 없단 말이야. 온통 풀밭이라서 먹을게 없어. 난 고기가 먹고 싶어!”

“네 몸을 보고 그런 소리를 해!”

“내 몸이 뭐 어때서?”

“지금 아주 돼지가 되었잖니?”


그랬다.

아르헬은 언제부터인가 끝없는 식탐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배가 산만큼 솟아오르고 온몸에 살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명실상부한 비만이 되어있던 것이다.

아리엔이 준비한 풀로 가득한 식단은 살이 오를대로 오른 아르헬이 더 이상 살이 찌지 못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오빠가 돼지야?”


자신의 품에 꼭 안겨서 이 대화를 듣고 있던 아린이 천진난만하게 묻자 아르헬은 할 말이 없었다.

살쪘다는 말에 대해 반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끼니를 풀만 먹는 생활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만이었기에 침묵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렇게 입이 삐쭉 튀어나와서 묵묵부답으로 뚱해있는 아르헬을 보고 아리엔이 말했다.


“그건 그렇고 아르헬. 할아버지네 갔다 와야겠다.”

“어? 거긴 왜?”

“왜긴 왜니? 이제 너도 조금 있으면 성년이잖니. 그 전에 인사 한번 갔다 와야지.”


라움에는 성년이 되기 전 주변 친척들에게 인사를 다니는 전통이 있었다.

그리고 라움과 시리우스 왕국은 본래 하나의 제국이었던 지라 시리우스 왕국에도 똑같은 전통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시지 않겠니?”

“끙.”


아르헬은 아리엔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건 귀찮다거나 힘들다거나 하는 핑계로 도저히 뺄 수 없는, 이 집에서 살려면 무조건 따라야 할 절대적인 명령이며 조건인 것이다.

그리고 가만 생각해보니 어차피 집에 있어도 먹고 싶은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하니, 오히려 조금 번거롭더라도 시리우스 왕국까지 가는게 장기적으로 볼 때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베스 후작이라면 분명 자기 편을 들어줄 테니까.


“그럼... 언제 가야 하죠?”

“오늘 시리우스 왕국으로 가는 상행이 있단다. 거기에 끼어서 가렴.”

“오늘이요? 이렇게 갑자기?”


아르헬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사람들이 싣고 나르고 옮기는 저 짐이 바로 오늘 시리우스 왕국으로 떠나는 짐들이었단 말인가.


“오빠 오늘 할아버지 집에 가는 거야?”


아린이 이들 모자의 대화를 듣다가 신난 표정으로 말했다.

몇 해 전에 온 가족이 다함께 레베스 후작이 있는 시리우스 왕국의 수도로 놀러 갔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아린이 하도 신나가지고 있었던 터라 아르헬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는데, 아린은 그때의 즐거웠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지금 신나가지고 있던 것이다.


“나도 갈래! 나도!”


아린이 방방 뛰면서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졸라 댔다.

아르헬과는 달리 아린은 밖에 싸돌아다니면서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아리엔은 아린이 따라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안 돼! 너는 집에 있어야지.”

“왜~? 나도 갈래~!”

“안 돼! 뚝!”


아린이 울면서 떼를 쓰려고 하자 아리엔은 단호하게 소리치며 아린이 떼쓰는 것을 막았다.

아리엔은 울먹이는 아린을 안아들고는 집 안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아르헬을 보고 말했다.


“알았지? 조금 있다가 출발할 테니까 준비하렴.”


그러고는 훌쩍거리는 아린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아린이 따라가면 안되지.’


아리엔이 이번에 아르헬을 시리우스 왕국으로 보내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곧 성년이 되는 만큼 시리우스 왕국에서 제 짝을 찾아오기를 바랬던 것이다.

아리엔의 생각에 아르헬은 원체 밖에 나돌아 다니기를 좋아하지 않으니 살면서 여자를 만날 일이 있을 턱이 없었다.

게다가 아르헬은 라움 내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좋은 배경을 가지고 있으니, 행여나 나쁜 마음을 먹은 누군가가 아르헬의 조건만 보고 달려들 가능성도 농후했다.

때문에 아리엔은 아르헬이 라움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짝을 찾아오기를 바랬던 것이다.

시리우스 왕국에서도 레베스 후작이라는 배경이 있기는 하지만 후계에서 먼 외손자인지라 아무래도 덜하지 않겠는가.

그게 아니더라도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아르헬이 이제 세상 구경도 좀 하고 다녔으면 하는게 아리엔의 바램이었다.


‘아린이가 따라갔다가는 아린이 보느라 다른 사람들하고 어울리지 못할라. 그러면 안 돼지.’


“오빠. 갔다가 선물 사와!”


아르헬이 떠날 때가 되자 그새 울음을 그친 아린이 나와서 손을 흔들며 아르헬을 배웅했다.

그렇게 아리엔의 속내도 모른 채, 아르헬은 라움을 떠나 시리우스 왕국의 수도 바할라를 향해 떠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인공들의 모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라이의 이야기8 19.05.24 1 0 8쪽
24 라이의 이야기7 19.05.22 5 0 7쪽
23 라이의 이야기6 19.05.20 4 0 7쪽
22 라이의 이야기5 19.05.17 5 0 7쪽
21 라이의 이야기4 19.05.15 8 0 7쪽
20 라이의 이야기3 19.05.13 5 0 7쪽
19 라이의 이야기2 19.05.12 8 0 11쪽
18 라이의 이야기1 19.05.12 6 0 13쪽
17 아르헬의 이야기17 19.05.11 7 0 15쪽
16 아르헬의 이야기16 19.05.11 3 0 8쪽
15 아르헬의 이야기15 19.05.10 6 0 8쪽
14 아르헬의 이야기14 19.05.10 6 0 8쪽
» 아르헬의 이야기13 19.05.09 10 0 8쪽
12 아르헬의 이야기12 19.05.09 6 0 8쪽
11 아르헬의 이야기11 19.05.08 9 0 10쪽
10 아르헬의 이야기10 19.05.08 6 0 9쪽
9 아르헬의 이야기9 19.05.07 6 0 10쪽
8 아르헬의 이야기8 19.05.07 7 0 8쪽
7 아르헬의 이야기7 19.05.06 7 0 9쪽
6 아르헬의 이야기6 19.05.06 10 0 7쪽
5 아르헬의 이야기5 19.05.05 8 0 7쪽
4 아르헬의 이야기4 19.05.05 13 0 7쪽
3 아르헬의 이야기3 19.05.04 12 0 10쪽
2 아르헬의 이야기2 19.05.04 14 0 7쪽
1 아르헬의 이야기1 19.05.04 43 0 7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긴나라'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