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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주인공들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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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나라
작품등록일 :
2019.05.04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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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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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의 이야기1

DUMMY

아르비온 제국의 명망 높은 레베스 백작가의 외동딸인 아리엔은 눈앞의 광경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성벽 너머, 아직 동이 채 트지 않은 새벽녘의 대지를 뒤덮고 있는 군대는 분명 제국의 군대였다.

멀리 휘날리고 있는 깃발을 보아하니 황제 직속으로 운용되고 있는 군단 중 하나가 통째로 온 것 같았다.


[죄인은 명을 받들어라!]


그들은 마치 전쟁이라도 벌이려는 듯 만만의 준비를 마치고 있는 상태였다.

대지를 뒤덮은 대규모의 병사들은 평소 엄격한 규율에 따라 훈련이 되어 있는 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대열을 맞추고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지휘관,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무인이자 장군인 그레이 후작이 대군의 앞에서 긴 두루마리를 펼쳐 들고 그 내용을 읽고 있었다.

그 소리는 마나의 힘으로 증폭되어 성벽 안까지 생생하게 울려퍼졌다.


[죄인 크리스토퍼 레베스 백작은 감히 제국을 등지고 암중에 악마와 결탁하여 제국 전역에 혼란을 일으킨 뒤 반란을 일으키려고 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지고하신 황제 폐하께서는 이에 죄인 레베스 백작을 포박하고 수도로 압송하여 사건의 전후를 면밀히 파악한 뒤, 이에 관련된 자들을 가려내 엄중히 처벌하라고 명하셨으니, 죄인은 허튼 저항을 하지 말고 순순히 내려오도록 하라!]


“이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누가 악마와 결탁했다고?

반란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아리엔은 그레이 후작의 입에서 나온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정리할 시간을 세 시간 주겠다! 세 시간 이내에 나오지 않는다면, 성벽을 부수고 강제로 끌어내리겠다!]


“성벽을 부수겠다니?!”


그레이 후작의 말에 놀란 아리엔이 긴 드레스를 휘날리며 뛰어가서 성벽에 매달려 외쳤다.


“그레이 후작님! 저는 레베스 백작가의 여식인 아리엔이라고 합니다!”

[말하거라.]

“제 아버지인 레베스 백작께서 반란을 일으키려 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희 레베스 백작가는 수대에 걸쳐서 황제폐하와 제국에 대대로 충성을 바쳐왔습니다. 후작님께서도 저희 백작가의 충성심을 알고 계실거라 믿습니다. 이는 무언가 오해가 있었던 것이 틀림 없습니다!”

[정말 오해가 있었다면 면밀한 조사를 통해 추후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가려질 터! 지금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야 하는 것은 폐하의 명령이니, 백작가의 여식이여. 그대도 제국의 신하라면 응당 폐하의 명령에 따라야 할 것이다!]


아리엔이 말로 설득해보려 했으나 그레이 후작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말한 세 시간 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레베스 백작이 나오기를 기다릴 기세였다.


‘아빠가 악마와 결탁했다고? 그리고 반란을 일으키려고 했다고? 그럴 리가 없어. 그럴리가... 우선 만나서 얘기를 나눠봐야겠어.’


그레이 후작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없던 아리엔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근처에서 레베스 백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리엔은 일단 레베스 백작을 찾기 위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라이! 너는 저리로... 그래, 너는 저쪽으로 가서 찾아보거라.”


백작가의 가신들은 모두 흩어져서 레베스 백작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백작가의 저택은 물론이고 성내, 성벽까지 싹 흩었음에도 불구하고 레베스 백작을 찾을 수 없었다.


“아가씨! 아무리 찾아도 백작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럴 수가... 대체 아빠는 어디에...”


아리엔은 절망했다.

밖에는 대군이 성벽을 부수기 위해 대기하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레베스 백작의 모습 또한 보이지 않는다니!

아리엔은 자신의 아비인 레베스 백작의 결백함을 굳게 믿고 있었으나, 일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도 나타나지 않는 레베스 백작의 모습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아빠는 분명 나타나실 거야. 그레이 후작을 설득하여 오해를 풀고 돌려 보낼 거야. 분명히...”


아리엔은 애써 고개를 저으며 불안감을 지우려 했다.

이 기가 막힌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잔인했다.

여전히 레베스 백작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시간은 멈추지 않고 쏜살같이 흘러갔다.

마침내 그레이 장군이 약속했던 시간이 다가왔다.


[포격하라!]


그레이 장군은 더 이상 기다려줄 생각이 없는 듯, 시간이 되자마자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줄지어 기다리고 있던 투석기로부터 불꽃을 휘감은 거대하고 단단한 바위들이 성벽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했다.


쾅-!

콰콰쾅-!


일격에 성벽의 한 부분이 흘러내렸으며, 뒤이어 날아오는 후속타에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쿵! 쿵! 쿵!


묵중하고 단단한 파성퇴를 달고 있는 충차가 달려가 성문을 두드려 대고 있었다.

무너져 내린 성벽은 사다리만 대면 금방 올라갈 수 있을 만큼 낮아졌으며, 견고하던 성문은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니, 성 안에 있던 레베스 백작가의 사람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혼바백산해졌다.


“진짜 전쟁이라도 벌일 작정인 것인가?”

“두고만 보실 겁니까? 저희도 대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멍청하긴! 제국의 군대에 대항해 싸웠다가는 정말 반란군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모르는가?”

“그 말은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밖에 더 됩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레베스 백작님! 어디 계신 겁니까?!”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리엔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아가씨. 이리로...”


아리엔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레베스 백작가의 오랜 가신인 집사 데마논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데마논의 보살핌을 받아왔던 아리엔은 그의 얼굴을 보자 새삼 세상 무너질 듯한 감정이 터져 나올 듯 했다.


“할아범!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울지 마십쇼, 아가씨. 지금이 울 때입니까?”

“아니, 난 울려고 그런 게 아니라...”

“이리로 오십쇼. 라이, 너도 따라오너라.”

“예, 집사님.”

“할아범. 이 판국에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데마논은 아리엔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묵묵히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잠시 후 그들이 도착한 곳은 레베스 백작의 집무실이었다.


쾅! 콰쾅!


밖은 여전히 소란스러웠다.

공성 무기가 성벽을 부수고 성문을 두드리고 있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아리엔은 그런 와중에 데마논이 자신을 이런 곳에 데리고 온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할아범. 왜 이곳에 온 거야? 나는 돌아 가야겠어. 아빠가 안 계시니 나라도 밖에 나가서...”

“아가씨께서 나가서 대체 뭘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나는 레베스 백작가의 여식으로서...”

“여식으로서 뭘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책임을 지기 위해 백작님을 대신해 저들에게 잡혀가기라도 하겠다는 생각이십니까?”

“뭐?”


아리엔은 평소와 다른 데마논의 말투에 당황했다.

어머니를 일찍 여윈 아리엔을 친할아버지처럼 돌보면서 언제나 허허하고 대하던 데마논이 지금은 단호하고 날카로운 말투로 자신을 대하고 있었다.

데마논의 축 처진 눈에서 이전에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눈빛이 번뜩였다.


“애시당초 저들은 레베스 백작님을 노리고 쳐들어온 것입니다. 아가씨께서 백작님을 대신해서 잡혀가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오히려 일을 복잡하게 만들 뿐이죠.”

“그, 그러면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 나라도 나가서 사람들을 통솔해야지, 지금 안 그래도 혼란에 빠져 있을 텐데...”

“밖의 사람들에게는 성문이 열리고 병사들이 성벽을 넘어오고나면 저항할 생각 따위 절대 하지 말고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일러두었습니다. 어차피 저들의 목적은 레베스 백작님이니까요. 그러니 아가씨께서도 저들에게 잡혀가겠다는 허튼 생각은 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대체 아빠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어디서 뭘 하고 계신 거야? 폐하께서는 어째서 아빠를 잡아 들이라 하는 것이고? 아빠를 잡아 들이기 위해서 저 대규모 병력이 동원된 것을 어떻게 설명할 거야?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 할아범은 알고 있지? 대답해!”


아리엔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이 상황에 대한 설명을 반드시 듣고 말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데마논은 그 모습을 보면서 한숨을 푹 쉬고는 말을 이어갔다.


“아가씨. 아가씨께서는 백작님께서 정말 제국을 배반하고 반란을 일으킬 분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건...”


아리엔은 데마논의 질문에 내심 찔리는 바가 있는지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말꼬리를 흐렸다.

데마논은 그런 아리엔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던 듯 다 이해한다는 눈빛을 하며 아르헬을 다독였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그런 마음을 가졌을 수도 있다는 것, 이해합니다. 백작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니 불안하실 테죠. 혹시 저들의 말이 사실인건 아닌가 싶기도 할테구요. 하지만 아가씨. 이것 만큼은 믿어주셔야 합니다. 백작님께서는 절대로 악마와 결탁하지도, 제국을 배신해 반란을 일으키려 하지도 않으셨습니다...”

“말 돌리지 말고 내 질문에 제대로 답 해! 대체 아빠는 어디 계신거야? 그리고 대체 아빠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저들이 아빠를 찾는 거냐고?!”

“후...”


데마논은 집요하게 물어보는 아리엔을 보면서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아가씨께서도 이제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니... 말씀드리지요. 수도에는 백작님에게 우호적인 자들도 많지만 반대로 적대시하는 자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 적대적인 자들이 승리한 것이죠. 그들은 백작님을 노리고 있으며, 때문에 이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백작님께서는... 그들의 행동을 미리 예측하셨기 때문에 피신하신 상태입니다. 그리고 백작님께서는 아가씨를 안전한 곳으로 대피 시키라 명하셨습니다. 분명 저들은 백작님께서 이곳에 없다는 것을 안 이상 아가씨를 노릴 수 밖에 없으니까요.”

“...그래. 아빠가 정치적으로 밀려나셨고 반역의 죄를 뒤집어 썼다는 것 까지는 받아들이겠어. 하지만, 하지만 아빠가 반역의 죄를 뒤집어 썼다면, 그렇다면 백작가의 나머지 가솔들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물론이고 그들 또한 백작가의 사람인 이상 반역의 죄로부터 벗어나지 못할 게 뻔한 거잖아? 아빠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그들을 내버려두고 혼자 도망갔다고? 그리고 할아범은 그런 그들을 내버려두고 나만 도망가라는 소리야?! 어떻게 할아범이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억!!”


탁!


“백작가의 가솔들과 영주민들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모두 무사할 것입니다...”


격해져서 얼굴을 붉히고 소리치던 아리엔의 목 뒤를 후려친 데마논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백발이 성성하고 허리가 굽어있는 노인의 움직임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의식을 잃고 쓰러지려는 아리엔을 받쳐 든 것은 조용히 뒤에 서있던 라이였다.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라이의 모습에 데마논이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거라. 이야기를 모두 들었으니 너도 상황을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이제 저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데마논은 라이의 얼굴을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레베스 백작의 책상 서랍을 열어 손을 넣더니 그곳에 작게 돌출되어 있는 레버를 잡아당겼다.


쿠구궁


책상 밑의 바닥이 스르륵 벌어지면서 그 안에 숨겨져 있던 공간이 드러났는데 그곳에는 어둡고 긴 통로 이어져 있었다.

숨겨져 있던 비밀의 통로를 보고 흠칫해하는 라이를 보며 데마논이 말했다.


“이 통로는 성 밖으로 이어져 있다. 그리고 그곳으로 나가면 곧장 위대한 산맥이 보일 것이다.”

“최종 목적지는 어디입니까?”

“위대한 산맥 너머에는 시리우스 왕국이라는 곳이 있고 그 너머에는 라움이라는 자유도시가 있다. 그곳에 있는 커즈 상단가를 찾아가거라.”

“알겠습니다. 집사님께서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알아서 할 터이니 너는 괜한 일로 머리가 복잡해 질 필요 없다. 오직 한 가지, 아가씨만 생각하거라. 너는 아가씨의 종복으로서 항상 아가씨를 위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목숨이라도 바쳐야 한다.”

“집사님의 가르침은 항상 새겨듣고 있습니다.”

“그래. 언제 또 보게 될지 모르겠구나... 반드시 아가씨를 지키거라.”


라이는 데마논에게 목례로 간단히 인사한 뒤, 아리엔을 들쳐 메고는 책상 밑의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데마논은 다시 레버를 잡아당겨 비밀 통로를 닫았다.

순간, 데마논의 눈이 번뜩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끝났구나. 이제 앞으로의 일은 내 소관이 아니지.”


백작의 집무실에 혼자 남게 된 데마논은 중얼거리더니 이내 집무실의 문을 열고 어디론가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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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르헬의 이야기6 19.05.06 10 0 7쪽
5 아르헬의 이야기5 19.05.05 8 0 7쪽
4 아르헬의 이야기4 19.05.05 13 0 7쪽
3 아르헬의 이야기3 19.05.04 12 0 10쪽
2 아르헬의 이야기2 19.05.04 14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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