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주인공들의 모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긴나라
작품등록일 :
2019.05.04 02:29
최근연재일 :
2019.05.24 06: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07
추천수 :
0
글자수 :
94,829

작성
19.05.12 06:00
조회
7
추천
0
글자
11쪽

라이의 이야기2

DUMMY

라이는 레베스 백작령 내에 있는 어느 작은 마을 출신이었다.

가난한 소작농의 자식으로 태어난 라이는 제 아비에 의해 백작가의 저택으로 들려졌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형편이었던 라이의 아비는 그래도 백작가의 일꾼이라면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어린 라이를 그렇게 백작가로 보냈다.

그 뒤 얼마 있지 않아 라이의 아비는 죽었고, 갈 곳 없게 된 라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백작가의 일꾼이자 종이 되었다.


라이는 감정을 죽이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도록 교육받았다.

철저하게 백작가의 도구로서 키워졌다.

그런 라이의 머릿속에는 오직 아리엔을 지키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라이는 아리엔을 업고 긴 통로를 전력으로 질주해서 빠져나왔다.

최대한 빠르게 아리엔을 데려가기 위함이다.

맑은 공기를 마주하게 된 라이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위대한 산맥!

위대한 산맥은 제국의 동북부로부터 시작해서 동남부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 산맥을 말한다.

위대한 산맥은 과연 ‘위대한’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가 붙을 만 했다.

마치 대륙에 있는 산이란 산은 죄다 그곳에 모여있는 것처럼 크고 작은 산 수십 수백 개가 한데 모여서 길고 두꺼운 띠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위대한 산맥의 이름이 위대한 산맥인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천신교 때문이었다.


천신교의 신화에 따르자면, 그들의 주신인 천신이 처음 이 세상에 내려왔던 곳이 바로 이곳 위대한 산맥이었다고 전해진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교로 채택하고 있는 천신교의 영향력은 대륙에 널리 퍼져있었으며, 그들의 신화 속 이야기일 지언정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위대한 산맥은 말 그대로 ‘위대한’ 산맥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던 것이다.


위대한 산맥은 제국과 아르비온 왕국 사이의 국경 지역이기도 했다.

양국은 이 위대한 산맥을 완충지대로 삼기로 했고, 이곳에서의 군사적 움직임을 절대로 하지 않기로 약조한 바가 있었다.

제국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예 산맥 지역에 봉금령을 내렸으며, 이를 어길시 엄벌을 내리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반역죄로 몰리고 있는 지금, 아리엔과 라이는 봉금령 따위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봉금령이 반가웠다.

그 말은 곧 군사들 또한 산맥에 진입한 자신들을 잡으러 올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라이! 얼마나 가면 도착할까?”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위대한 산맥은 여러 개의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지금 저희가 있는 곳은 위대한 산맥의 초입부이니 아마 꽤 오랫동안 이동해야 할 겁니다.”


라이의 대답을 들은 아리엔이 끙 소리를 내며 한숨을 쉬었다.


“너무 힘들어...”


등산을 하기에는 거추장거리는 드레스를 입고 있던 터였다.

거기에 신발은 굽이 높은 구두였으니 제대로 산을 오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라이는 자신의 신발을 벗어서 아리엔에게 건내주려 했지만 신발 크기가 맞지 않아 그것도 힘들었다.

결국 라이는 아리엔을 등에 업고 산을 오르기로 했다.


“업히십시오, 아가씨.”

“뭐?”


무릎을 굽히고 등을 보이고 있는 라이를 보면서 아리엔은 멈칫 했다.

알거 다 알만큼 큰 처자가 다른 남자 등에 함부로 업힐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망설임은 다리의 통증 앞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아리엔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라이의 등에 업혔다.

라이의 등은 아리엔의 생각보다 더 넓었다.

아리엔은 넓은 등판 위에 기대면서 생각했다.


‘언제 이렇게 컸대?’


라이는 어릴 적부터 백작가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그 모습을 아리엔도 봐왔던 터였다.

한때는 어머니를 잃고 실의에 빠진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또래인 라이를 곁에 붙였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라이와는 꽤나 가깝게 지냈지만 언제부터인지 멀어졌다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신분 고하라는 것을 알아가고, 또 남녀가 자라면서 일어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금 가문의 멸문이라는 일을 거치면서 또다시 이렇게 가까이 있게 된 것이다.


“올라가겠습니다.”


아리엔을 업은 라이가 성큼성큼 걸어서 산을 타고 올라갔다.

라이가 한걸음 한걸음 움직일 때마다 아리엔은 얇은 드레스 너머로 허벅지 부근에서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 라이의 손길이 느껴졌다.

경사가 진 오르막길을 오를 때면 그 손이 가끔씩 미끄러져 자신의 둔부를 건드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리엔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라이의 목을 감싼 팔에 힘을 줘 더 꽉 매달렸다.

그러다 문득, 하체 쪽의 접촉만 생각하던 아리엔의 생각이 상체에 미쳤다.

이렇게 몸을 딱 밀착해서 붙어있으니, 자신의 굴곡진 몸의 윤곽이 라이에게 고스란히 느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참.’


아리엔은 부끄러운 생각에 내려 달라 할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라이의 등에 고개를 파묻었다.

자신의 등 뒤에서 아리엔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라이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


‘집사님께서는 분명 라움의 커즈 상단으로 가라고 하셨다. 그 말을 따르기 위해서 일단 위대한 산맥 안으로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이게 과연 말이 되는 일이기는 한 것일까?’


위대한 산맥은 위험한 곳.

일단 데마논 집사의 말에 따라 이곳으로 오기는 했지만, 지금 이 위대한 산맥을 넘어가는 선택이 맞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그 중 가장 이해할 수 없던 것은 자신의 몸 안에서 충만하게 느껴지고 있는 이 마나의 흐름이었다.


‘이상해도 너무 이상해. 왜 이렇게 힘이 넘치지?’


이상하게도 이곳 위대한 산맥에 다다르고부터 몸이 이상해졌다.

긴 통로를 전력으로 질주하느라 바닥난 마나가 모두 채워져 있는 것은 물론, 마나의 그릇까지 넓어져 있었다.


마나는 곧 자연의 기운이다.

인간은 자연의 기운을 이용해 마법을 부리거나 신체, 무기를 강화해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 중 무인들은 자연의 기운을 체내에 축적하여 사용하는데, 그 축적되는 저장소를 마나의 그릇, 즉 마나홀이라 부른다.

마나홀은 초기에는 콩알보다 작지만, 축적을 반복하면서 그 그릇이 점점 넓어진다.


타고난 건지, 라이는 좀처럼 넓어지지 않는 그릇으로 인해 더 높은 경지를 목표로 한 수련을 포기했었다.

그런데 그러던 것이 지금, 좀처럼 커지지 않던 마나의 그릇이 확연할 정도로 크게 늘어나 있던 것이다.


‘대체 어째서?’


원인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반갑기 그지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자신의 등에 업혀 있는 아리엔이 가볍다 하더라도 그 무게감 정도는 느껴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지금같이 산을 오르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몸 속에 마나가 넘칠 것만 같은 지금이라면 아리엔을 업고서 하루 종일이라도 뛰어 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라이는 마나로 신체 능력을 강화시켜서 힘차게 산을 타고 올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걷던 중, 등 뒤에서 아리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이. 나 목 말라...”


살짝 갈라진 음성의 아리엔의 목소리에 라이는 속도를 줄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해가 서쪽 하늘로 뉘역뉘역 떨어져 가고 있었다.

새벽부터 있었던 기나긴 일들이 끝나고 어느새 하루가 저물어가고 있던 것이다.


‘그나저나 이제야 말씀하시다니... 오래 참으셨구나.’


아리엔은 마법도 검도 아무것도 익히지 않은 그야말로 평범한 소녀였다.

그런 아리엔이 자신을 멈춰 세우고 갈증을 호소했다는 것은, 이제는 정말 쉬어야 할 때라는 뜻이었다.

동쪽이라는 방향 만을 바라보고 무작정 산을 타고 있던 라이는 오늘은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물을 찾아보겠습니다”


라이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에 물이 있을 만한 곳을 찾아야 했다.

산에 흐르고 있는 물줄기 소리를 찾아서 움직였다.

어두운 와중에 얼핏 얼핏 작은 짐승들의 흔적이 보였다.

짐승이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이 필요하니 이 근처에 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라이는 한참을 산을 헤맨 끝에 작은 물줄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가씨.”

“물이야?”


힘들어서 라이의 등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아리엔이 고개를 들었다.

졸졸 흐르고 있는 물줄기를 본 아리엔은 잠시간 멈칫했다.

언제나 커다란 저택에서 누군가 가져다주는 깨끗한 물만 마시던 아리엔에게서 있어서 이런 자연 상태 그대로의 물을 마신다는 것은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리엔은 자신의 상황을 잊지 않았으며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내려줘.”


라이의 등에서 내려온 아리엔이 다리를 쭉 피며 장시간 업혀있느라 굳어있던 근육을 풀고 있었다.

라이는 순간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컵 대용으로 쓸 만한 것을 찾아봤지만 산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

대신 주먹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돌덩이가 눈에 들어왔다.

라이는 그 돌을 주워들었다.


위잉-


라이의 손가락에 푸른 마나의 기운이 어렸다.

마나가 어린 손가락이 돌의 겉을 흩는 순간 돌의 표면이 맨질맨질하게 깎아져내려갔다.


위잉-

위잉-


라이의 손이 움직일 때마다 돌의 형태가 점차 컵의 형태로 변해갔다.

컵의 표면을 맨질맨질하게 만든 라이는 흐르는 물에 컵을 한 차례 씻은 뒤 물을 담아서 아리엔에게 건냈다.


“여기있습니다.”

“어머나!”


눈앞에서 컵이 만들어지는 광경을 지켜보며 놀라워하던 아리엔은 컵을 받아 들고는 또다시 감탄했다.

이렇게 반질반질하고 매끄러운 컵이라니.

마치 집에서 쓰던 컵 같았다.


흐르릅-


아리엔이 물을 마시는 사이, 라이는 신경을 곤두세워 주변의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


‘느껴진다. 느껴져.’


아무리 생각해도 몸의 상태가 너무나 좋았다.

좋은 정도가 아니라 이전보다 더욱 확연하게 발전해 있었다.

그것은 양적인 면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도 그러했다.

돌로 컵을 만들어내는 것은 어마어마한 집중력과 마나 컨트롤 능력을 요구로 하는 것이었는데 이렇게 해낸 것이다.

이 정도 상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바스락.

바스락.


근처의 수풀 뒤쪽에서 알짱거리고 있는 무언가의 움직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라이는 순간적으로 고속으로 움직여 그 움직임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인간의 모습을 처음 보는 듯 구경하고 있던 작은 짐승들이 몇 있었다.

라이는 검을 휘둘러 그것들이 도망가기 전에 모두 베었다.


“라이?”


라이가 짐승들의 시체를 수습하고 있을 때 아리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없이 갈증을 해소하고 뒤를 돌아보니 라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예, 아가씨.”


라이가 수풀 뒤에서 나타났다.

아리엔은 라이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봤다.

그의 손에는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토끼가 축 늘어져 있었다.


“라이. 그건 뭐야?”


아리엔이 흠칫하면서 물었다.

라이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오늘 저희가 먹을 겁니다.”


먹을 것을 구했으니 이제 잘 곳만 구하면 된다.

라이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산에서의 해는 평지에서보다 더 일찍 떨어졌고, 금세 어둠이 드리워지고 있었다.

라이는 다시 아리엔을 등에 업고 밤을 보낼 장소를 찾아 떠났다.


위대한 산맥에서의 첫날 밤이 시작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인공들의 모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5 라이의 이야기8 19.05.24 1 0 8쪽
24 라이의 이야기7 19.05.22 5 0 7쪽
23 라이의 이야기6 19.05.20 3 0 7쪽
22 라이의 이야기5 19.05.17 5 0 7쪽
21 라이의 이야기4 19.05.15 8 0 7쪽
20 라이의 이야기3 19.05.13 5 0 7쪽
» 라이의 이야기2 19.05.12 8 0 11쪽
18 라이의 이야기1 19.05.12 5 0 13쪽
17 아르헬의 이야기17 19.05.11 6 0 15쪽
16 아르헬의 이야기16 19.05.11 3 0 8쪽
15 아르헬의 이야기15 19.05.10 6 0 8쪽
14 아르헬의 이야기14 19.05.10 6 0 8쪽
13 아르헬의 이야기13 19.05.09 9 0 8쪽
12 아르헬의 이야기12 19.05.09 6 0 8쪽
11 아르헬의 이야기11 19.05.08 9 0 10쪽
10 아르헬의 이야기10 19.05.08 6 0 9쪽
9 아르헬의 이야기9 19.05.07 6 0 10쪽
8 아르헬의 이야기8 19.05.07 7 0 8쪽
7 아르헬의 이야기7 19.05.06 7 0 9쪽
6 아르헬의 이야기6 19.05.06 10 0 7쪽
5 아르헬의 이야기5 19.05.05 8 0 7쪽
4 아르헬의 이야기4 19.05.05 13 0 7쪽
3 아르헬의 이야기3 19.05.04 12 0 10쪽
2 아르헬의 이야기2 19.05.04 14 0 7쪽
1 아르헬의 이야기1 19.05.04 40 0 7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긴나라'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