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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종족전쟁: 종의 전쟁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민敏
작품등록일 :
2019.05.0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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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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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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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34화. 32기 레두체 (22)

DUMMY

“아 배불러. 오랜만에 잘 먹었다.”


불러오는 포만감에 얼굴 한가득 만족감을 드러내며 요란다가 볼록하게 튀어나온 자신의 배를 문질러댔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옆에 앉아있던 린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둘만 보자니 무슨 일이야, 린?”

“앞으로 덕근이와 어떻게 할 생각이야?”


굳은 얼굴로 진지하게 덕근과의 관계를 물어오는 린에게 요란다가 기겁을 하며 대답했다.


“에!!? 설마 나보고 덕근이 거길 봤다고 책임지라는 거야? 난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고!? 그리고 얼핏 본 건 나뿐만이 아니잖아? 그렇게 따지자면 너도 덕근이를 책임져야 하는 거 아냐?”

“···장난치지 말고.”

“어, 그래. 그런데 뭘 어떻게 할 거냐는 거야? 이미 말했잖아. 덕근이가 잘못한 게 없다면 난 덕근이 편에 서겠다고.”

“언제까지? 평생 그렇게 덕근이의 편이 돼주겠다는 거야?”

“글쎄···,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같은 반의 친구로서, 동기로서, 덕근이가 20살이 되기 전까지는 버팀목이 돼 줬으면 하는데?”

“딱, 성주님이 선언하신 그때까지구나.”


린의 대답을 비아냥이라 지레짐작한 요란다가 뻘쭘해 하며 말했다.


“원치는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난 네 말대로 후계자가 돼 버렸고, 가문에 미칠 영향을 생각할 수밖에 없어. 성주님이 선언한 그 시간 동안이 내 능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내 가문의 이익이 최대한 침해받지 않는 선에서 내가 덕근이의 버팀목이 돼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시간이야.”

“오해하지 마. 비아냥거리는 것도, 네 선택을 어리석다 타박하는 것도 아니야. 오히려 너라는 사람에게 새삼 감탄하는 중이야. 공과 사의 가장 이상적인 경계에서 문제를 처리하려는 너의 모습이. 물론 그 경계라는 것이 내 기준이긴 하지만.”


생각지 못한 린의 칭찬이 훅 들어오자, 요란다가 볼을 긁적거렸다.


“너한테 칭찬을 받다니 너무 어색한데?”

“아직 좀 이른 것 같은데?”

“응?”

“사실 네가 아까 우리를 시험했듯이, 나도 지금 내가 정한 시험문제를 가지고 너를 시험했었어.”


칭찬 후, 이어 들어온 기습펀치에 요란다가 볼을 부풀렸다.

그러다 이내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 린의 시험문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글쎄, 너한테 칭찬받았다는 것만 빼면 특별할 만한 건 없었던 것 같은데?”

“맞아, 특별한 건 없었어. 평소처럼 너와 내가 있었고, 너와 내가 대화를 나누었지. 다만 이제껏 두지 않았던 너와 나의 대화에 의미라는 걸 더했을 뿐이야.”


검지를 펴 들어 올린 린이 요란다와 린 자신을 번갈아 가리켰다.

그리고 다시 요란다를 가리키며 말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너와 나의 미래라는 의미를 두고, 지금의 너를 엿봤지.”

“너와 나의 미래가 뭔데?”

“지도자와 조언자.”

“지도자와 조언자?”

“그래. 지도자와 조언자. 너, 지도자. 나, 조언자.”

“넌 디스트로이어고 난 바자즈인데?”

“그건 지금의 얘기고. 미래의 난 아니야. 네가 날 받아준다면 바자즈가 되겠고, 아니라면 난 또 다른 누군가의 조언자가 돼 있겠지.”

“너, 그거 설마 디스트로이어를 나오겠다는 소리야?”


기겁하는 요란다와 달리 린은 담담했다.


“맞아.”

“···도대체 왜? 난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데?”

“넌 내가 아니니까. 너는 내가 아니고, 바자즈는 디스트로이어가 아니니, 넌 당연히 내가 이해가 안 되겠지.”


린의 말에 요란다는 놀람과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린의 입장에서 디스트로이어의 일원이 돼 봤다.


“···늦둥이라는 신분이 걸리는 거야?”

“그래. 이미 5대들에게 배정될 등급에로우의 배분도 끝난 상태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나란 존재는 디스트로이어의 골치였어. 거기에 더해 너도 알다시피 난 착한 애가 아니야. 오히려 욕심이 많은 편이지.”

“알지. 아주 잘 알고 있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왔던 요란다의 화답에, 잠시 멈칫거리며 요란다를 째려보던 린이 다시금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내가 너처럼 압도적인 자질이 있었다면 또 모르겠지만, 난 애매했어. 5대들에게 배정될 에로우들을 다시 배분해 나까지 끼워주기에는 3능이라는 자질은 부족했고, 안 주기에는 3능이라는 자질이 아쉬웠지.”

“수아나 내가 아니었다면 린, 너의 자질도 최고의 자질이나 마찬가지야.”


갑작스러운 요란다의 위로에 린이 피식거렸다.


“뭐야 욜, 지금 나 위로해 주는 거야?”

“히히.”

“별로 위로는 안 됐지만, 네 성의는 받아줄게.”

“야!”

“발끈하지 마, 욜. 너도 알고 있잖아. 예전과는 달리, 3능이 정도의 그릇은 매 기수 마다는 아니지만, 많을 때는 서너 명씩도 한꺼번에 나올 정도로 그렇게 희귀하지 않다는 거.”

“···”

“나한테 운이 없었던 건, 하필이면 우리 디스트로이어의 5대들 중에 그런 3능이가 두 명씩이나 있었다는 거야.”

“아···”

“그리고 결국, 이런저런 대립 끝에 그 두 명에게 가문의 등급에로우를 집중하기로 했다는 거지.”

“그걸 알고 삐졌구나?”

“···그래 삐졌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얼마 전까지는 분명 그것 때문에 많이 분해했었지만, 지금은 이해하고 있어. 어차피 그들한테 가문이 지원해줄 수 있는 등급에로우도 한정돼 있잖아. 단숨에 상급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잘해봐야 육색 정도에서 끝날 텐데, 그걸 또 3등분으로 나눈다면 이도 저도 아닌 게 돼버릴 테니까.”


린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요란다가 손을 들어 잠시 린의 말을 막았다.


“린, 혹시나 해서 먼저 말하는데, 내가 가문의 현황에 관해 관심이 없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는 않지만, 하나 확실한 건, 우리 가문 역시 등급에로우의 수량이 여유롭지는 않을 거라는 거야.”

“뭔 걱정을 하고 있는지는 알겠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야, 욜. 내가 원하는 건 바자즈 가문의 지원이 아니라 바로 너니까.”


동그래진 눈으로 요란다가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키며 재차 확인을 요했다.

이에 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욜. 나한테 중요한 건 요란다라는 인물의 조언자가 되는 것이지, 네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네가 요란다 바자즈이든, 그냥 요란다이든 상관없다는 소리야. 물론 있으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말이지.”


씩 웃으며 마지막 한마디를 더 보탠 후, 린은 가만히 요란다의 반응을 기다렸다.

그리고 요란다는 그런 린의 요구에 충실히 반응해, 한동안 말없이 린의 말을 곱씹었다.

그러다 깨닫게 된 사실에 전율했다.


“···린, 네가 진짜로 바자즈를 상관하지 않는다면, 현재보다는 미래에 집중한다는 뜻일 거야. 그런데 네가 어떤 미래를 보고 있길래 날 선택한다는 건지는 솔직히 좀 알기가 무서울 정도네, 강력한 집단보다 강력한 개인을 원한다는 건, 그만큼 네가 생각하고 있는 변화의 폭과 크기가 크다는 뜻일 테니까.”


걱정과 염려, 그리고 두려움이 내재된 요란다의 목소리를 통해, 린은 요란다가 정확히 자신의 생각을 읽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역시 욜.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 줄 알았어. 네가 짐작하고 있듯이 난 근본적인 변화를 원해. 인공적으로 조성한 ‘유적지’나, ‘둠느’나 ‘스터픈’이 지배하고 있는 ‘둠’에서 얻는 등급에로우로는 지금처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너 ‘유적지’, 아니 ‘둠느’나 ‘스터픈’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거야?”

“그래. 최근에 다 알게 됐어. 내가 궁금한 건 잘 못 참고, 생각보다 쿤차는 날 이뻐라 하거든. 아무튼 그래서 난 140년 전 멈추었던 안티크로르드들과의 종족전쟁을 다시 일으킬 생각이야.”


생각했던 최악의 가정이 린의 입을 통해 튀어나오자, 요란다는 일단 모르쇠로 일관했다.


“뭐야? 전쟁이라니. 전쟁이 장난도 아니고. 거기에 우린 12살, 10살이라고. 설사 우리가 애들이 아니라 쳐도 뭔 힘이 있어서 전쟁을 일으켜?”

“···장난 아닌 거 알잖아. 난 진심이야 욜. 지금이야 꼬맹이에 불과하다지만 넌 대 바자즈 가문의 후계자야. 그리고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지. 너도, 나도 언젠가 어른이 돼 있을 거야. 너와 내가 움직일 때도 바로 그때이고. 설마 내가 지금 전쟁을 일으키자는 것 같아? 난 미친년이 아니야 욜. 그것도 아니면, 설마 내 능력이 못 미더운 거야?”

“그런 말이 아니잖아. 10살 꼬맹이가 전쟁을 말해대는데 그 능력을 의심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난? 내가 바자즈의 후계자 자리에 앉아있다지만, 난 아직 내 마음조차 결정하지 못했는걸?”

“···네가 니 작은할아버지 때문에 입장이 곤란한 것은 알지만 바자즈를 위해서라도 빨리 결정하는 게 나을 거야. 포기를 하든, 제대로 된 후계자로서 바자즈를 최고로 만들든.”

“···”

“그리고 중요한 건, 아까도 말했다시피 난 네가 바자즈건 바자즈가 아니건 상관이 없다는 거야. 네 마음이 중요한 거지. 바로 나랑 같이 지금의 불합리한 세상을 바꿀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가.”

“···”


모르쇠로 일관하려다 처참하게 깨져버린 요란다가 방법을 바꿔 정공법으로 나가기로 했다.


“린, 네가 느끼고 있을 감정을 나도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어. 이전과 달리 지금은 유적지와 둠에서만 얻는 등급에로우로 성장을 하다 보니, 3능이로 시작해도 상급은커녕 중급에도 오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전쟁을 일으키자는 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 아닐까?”


하지만 요란다의 생각보다 린의 반론은 강하고 날카로웠다.


“맞아. 이기적이야.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괜한 하급 진인들의 핑계를 대며 전쟁을 멈추었던 분들만큼이나 이기적이고,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점령된 자원지의 수복을 미뤘던 분들만큼이나 이기적이야. 하지만 틀린 점도 분명해. 내 생각은 이기적이지만 대의와 맞닿아 있으니까. 설마, 욜 너도 외성출신들의 목숨쯤이야 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 그건 아니야. 은연중 우월감은 가지고 있었지만, 목숨쯤이야 라는 생각은 이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안 해.”

“그러면 그들이 원하는 걸 들어주어야 하지 않나? 너도 알고 있잖아. 이 상태로라면 외성의 거주자들은 계속해서 인구가 감소 될 수밖에 없다는 걸. 그 수가 결코 전쟁으로 사라지는 수보다 적지는 않을걸?”

“···”

“설마 몰랐다고 변명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네가 바보가 아닌 건 나도 알고 세상이 알아. 아니면, 지금도 네가 어리다는 핑계로, 마음을 굳히지 못했다는 이유로, 이러한 부조리에서 고개를 돌려 외면하려는 거야? 이렇게 내가 그 부조리를 네 코앞에다 들이밀고 있는데도?”


린의 추궁에 요란다는 침묵했고, 그런 요란다를 채근하듯 린의 공세는 한층 더 거세졌다.


“욜, 외성 사람들에게 전쟁과 지금 같은 현상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분명 답은 정해져 있을걸? 네가 생각해도 그럴 것 같지 않아? 아니면 내성 사람들의 목숨이 전쟁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가정에 겁을 먹어버린 거야?”


린의 공세가 이어질수록 요란다의 고개는 땅을 향해 처박혔고, 결국 린의 마지막 질문에도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


린 역시 요란다의 침묵에 동참했고, 한동안 둘의 사이엔 적막만이 흘렀다.

그러다 요란다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맞아. 무서워 린. 전쟁으로 내 주위 사람들의 목숨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가정을 하니까 이렇게 닭살이 돋을 정도로 무서워.”


두 팔에 돋은 닭살을 쓸어내며 요란다가 몸을 부르르 하고 떨어댔다.


“그리고 더는 나이 어림을 핑계로, 작은할아버지를 핑계로, 이런 문제에서 도망을 칠 수도 없다는 사실이 무서워, 린.”


덜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려는 듯 요란다가 두 팔로 자신의 몸을 꼭 부여잡았다.


“그래도, 린. 아무리 그래도 전쟁이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너란 사람이, 이제는 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전쟁으로 사라질 수도 있는 사람은 내 주위의 사람뿐만이 아니잖아? 넌 아무렇지도 않은 거야? 넌 괜찮은 거야?”


요란다의 질문에 린이 씁쓸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부담스러우면 솔직히 말해도 상관없어, 욜. ‘딴 사람을 알아보라고.’”


잘게 떨리던 요란다의 눈빛이 린의 말에 혼란 대신 의문으로 물들어 갔다.


“너무 쉽게 함께하려던 사람을 바꾸려는 거 아냐? 그렇게 쉬운 거야? 내가 만약 다른 사람한테 이런 사실을 말하면 어쩌려고?”

“이런 분위기에서도 갑자기 딴소리를 해대는 너란 사람의 파악은 이미 평소에도 해두었으니까. 그러니까 이제 네 확실한 대답이나 들려주겠니?”


요란다의 눈앞으로 손바닥을 들어 올린 린이 더 이상의 쓸데없는 사족을 거부했다.

이에 요란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그동안 궁리하고 또 궁리해 얻은 자신의 답과 결심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우선 고맙다는 말부터 할게, 린. 덕분에 내가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또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게 된 것 같아. 그런데 미안하지만 내가 결정한 길엔 전쟁은 없어. 미안해 린. 전쟁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


요란다의 확고한 거부 의사에 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완전한 노가 아닌, 제한적 수용이야. 전면적인 전쟁은 불가하지만, 어미나무나 리자레의 확보를 위한 국지전은 재개하겠다는 거야.”


흔들거리던 린의 눈동자가 제자리를 찾아갔다.


“전쟁이 불가한 이유는?”

“네가 알지 모르겠지만, 가주님께 들은 적이 있어. 안티크로르드들 중 군림체라 불리는 괴물 같은 이들이 있다고. 그리고 그들의 왕들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그들을 자극할 수도 있는 전면적인 전쟁은 불가해. 가능성 없는 전쟁에 모든 것을 걸 수는 없으니까.”


제자리를 찾은 린의 눈동자가 요란다의 두 눈을 직시했다.


“그런데도 헌팅을 재개하겠다는 이유는?”

“군림체들을 자극할 만한 확률이 전면적인 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내려가니까. 실제 이전에도 그랬었고. 그리고 이게 네가 말한 대로 대의니까. 하나하나의 의에 같은 무게를 부과한다면, 외성 사람들의 의를 대의라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그러니 난 더 많은 사람이 원하는 대의를 따라 움직일 거야.”


요란다의 대답에 피식하고 메마른 웃음을 지어 보인 린이 말했다.


“···그래. 어쩌면 네가 말한 방법이 최선일 수도 있겠네.”

“당연하지. 욕심 많고 이기적이지만 대의로써 설득한다면 들어줄 것 같은 린아. 이게 네가 공과 사를 운운하며 원했던 진짜 의미이자, 시험이었을 테니까. 그러니 그런 어색한 표정 연기는 그만두시지?”


자신이 지었던 메마른 웃음을 그대로 따라 짓고 있는 요란다의 모습에, 린의 얼굴은 썩어갔다.



***



“그런데 린, 내가 언제부터 눈치를 챘는지 궁금하지 않아?”

“별로.”

“에이 궁금하잖아?”

“뭐야 한번 속여먹었다고 기고만장해 있는 거야? 설마 내가 아직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언제부터인데?”

“고개를 처박으시고 고심을 연기하시던 그때부터였겠지.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말한 건, 네 나름 남긴 첫 번째 힌트였겠고. 너나 내가 그런 거 같다 이질적이다 뭐다 할 순둥이들은 아니잖아. 물론, 네 연기에 속아 넘어간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좀 웃기지만.”

“역시 똑똑해.”

“누구? 나?”

“알면서 괜히 물어보긴. 당연히, 이렇게 똑똑한 널 속인 나 요란다님을 말하는 거지.”

“···했던 말을 물리고 싶은데?”

“무슨 소리! 이 요란다님의 마음에 불을 지펴놓고 이제 와 발을 빼겠다니 절대 불가. 낙장불입.”

“···”

“그리고, 린, 중간에 장난을 치긴 했지만, 내가 했던 말들은 진심이야. 네가 숨겨놓은 힌트에 말을 맞춘 게 아니라, 진짜로 그렇게 느낀 내 결심이고 다짐이야. 그러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줘.”

“됐어. 오해든 말든 상관없어. 네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했지만, 정작 네 관심병으로 다져진 연기력을 과소평가하고 진짜로 속은 내 잘못이고, 마지막 네가 남긴 너의 헛소리까지 너의 엉뚱함으로 잘못 판단한 내 능력 부족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어차피 아니라면 그때 바이바이하면 끝이야.”

“와! 이 냉정한 것.”

“냉정하긴, 어차피 네가 힌트를 알아내 거기에 맞춰 말을 하거나, 힌트도 못 알아내고 무작정 전쟁이 싫다거나, 전쟁을 하자고 했어도 바이바이 하려고 했어. 그러니 이건 그런 경우의 수의 연장에 지나지 않아.”

“그러니 앞으로 조심하라는 소리?”

“그래. 변하지 말고, 만에 하나 거짓이라도 들키지 말라는 거야. 이기적인 캐릭터는 나 혼자로도 족하니까.”

“거짓은 아니니까, 변하지만 않으면 되겠네. 오케이! 접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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