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용사님! 마왕님! 시작은 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황곰
작품등록일 :
2019.05.07 00:18
최근연재일 :
2019.06.09 14:0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1,199
추천수 :
7
글자수 :
140,716

작성
19.05.11 19:38
조회
36
추천
0
글자
12쪽

어쩌다보니 새로운 방향으로

DUMMY

리빙 아머, 땅땅이.

마왕 오로가 어린 나이에 소환 마법을 배워 처음으로 소환한 소환수다.

평범한 리빙 아머.

당시 같이 학교를 다니던 아이들은 마족임에도 고작 색만 어두운 리빙 아머를 소환한 오로를 놀리기에 바빴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진.


고작 리빙 아머 한 기.

그 리빙 아머가 학교 선생님이 소환한 용종을 베어버렸다.

용종은 신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등급의 소환수로, 재능이 없는 일반 사람들은 소환하는 것이 불가능한 개체였다.

검은 리빙 아머가 용을 간단히 베어버리는 비상식적인 광경에 감명을 받은 다른 학생들이 리빙 아머에게 이름을 붙여 주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이후 오로가 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드래곤 슬레이어 땅땅이는 단 한번의 패배도 하지 않았으며, 싸움의 경험치를 쌓아가며 더욱 강해졌다고 한다.


지금 그 땅땅이가 상대를 향해 마력을 듬뿍 담은 대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진하고 거대한 마력.

마법을 사용하는 소환수는 많다.

하지만 리빙 아머가 검에 마력을 담다니, 비상식도 정도가 있어야지.


“진짜 해도 너무하네!”


이미 피하기엔 늦었다.

타르쿠니스가 방패에 마력을 집중했다.

대검과 방패가 부딪히고 충격파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뒤에 서 있던 병사들이 날아가고 먼지가 피어 올랐다.


이가 갈렸다.

몸을 지탱하던 무릎이 굽혀졌다.

너무 힘을 많이 준 탓일까? 악 다문 입 사이로 치아 몇 개가 흔들리며 피가 턱을 타고 흘렀다.

단 일격.

이 정도로 강력할 것이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그 일격을 받아낸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뼈 마디마디가 삐걱거리고, 마력으로 강화된 두꺼운 방패도 너덜거렸다.


“괴물..녀석”


반칙이다.

이런 괴물이 누군가가 소환한 소환수라니.

그렇다면 그 본인은 얼마나 강하다는 것인가?

불합리.


자신이 약자였던 적이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항상 강자였다.

태어나기를 강자로 태어나 지금까지 강자로서 군림하며 약자를 지배했다.

그런데 이런 꼴이라니.

고작 하급 소환수 하나에 무릎을 꿇고 피를 흘리는 이 모습을 보면 지옥에 있던 아버지가 올라와 꾸짖을 것이다.


“약···하다.”


방패에 대검을 박은 채 그대로 휘둘렀다.

방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방패를 붙잡은 팔에 힘을 줬다.

그대로 들어 올려지는 몸.

그 묵직하고 거대한 근육 덩어리 몸이 방패와 함께 공중에 떴다.


그대로 다시 내려찍는다.

어깨가 탈골 되며 안면이 대지에 쳐 박힌다.


타르쿠니스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하마터면 방패를 놓칠뻔했다.

어깨가 탈골 되고 힘을 줄 수 없다고 하지만 방패를 놓치면 끝이다.

다시 저 대검을 휘두르게 놔둔다면 승산이 없다.


죽음이 확실했다.


땅땅이가 성가신 벌레를 쫓듯 대검에서 빠지지 않는 방패를 빼내기 위해 타르쿠니스를 매단 채로 계속해서 휘둘렀다.

몇 번이고 지면에 몸이 충돌하고, 그럴 때마다 날아가려는 정신을 붙잡았다.

성가셨다.

대검이 끼워진 방패에 마력을 계속 불어넣어 빠지지 않게 하고 있었다.


“짜..증..나”


“아..”


땅땅이가 갑자기 손에서 대검을 놓았다.


“세트.. 아니었나.”


“멍..청..이”


바닥에 떨어진 대검과 엎드려있는 타르쿠니스.

대검에서 손을 땐 땅땅이가 주먹을 휘둘렀다.

말 그대로 철권.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거대한 힘이 엄습했다.


척추에 주먹이 내려 꽂히고.

타르쿠니스의 눈이 하얗게 뒤집어 까졌다.

등이 접힌 채, 입에서 피를 토했다.


단 일격에 의식을 잃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주인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소환수는 멈추지 않는다.

상대방의 마력이 완전히 끊기기 전까지 주먹을 내려치고 또 내려쳤다.


마침내 모든 마력이 빠져나가고 남자의 몸이 껍데기만 남자 공격이 멈추었다.

살아남은 병사 몇몇.

경악만이 남은 전장.

괴물은 다시 자신의 무기를 집어 들었다.

끼워진 방패를 던져버리고 주인의 적들에게 죽음을 선물하기 위해 앞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다음!”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초원 지역.

노예들이 반듯이 줄을 서 무언가를 건네 받고 있었다.

물과 음식.


세이가 허공에 손을 집어 넣고 먹을 것과 물을 꺼내 한 명씩 전달해주고 있었다.

노예들은 마셔도 마셔도 계속 나오는 신비한 물 주머니와 손을 넣고 휘적거리면 음식이 계속해서 나오는 신비한 음식 상자를 받았다.


“물은 계속해서 나오지만, 음식은 1주일 분량 정도 밖에 안됩니다!”


세이의 비상식량이다.

공간 마법 술식을 구축한 음식 상자와 물의 마법으로 생성하는 물을 생성하는 주머니.

전쟁터에 고립된다고 해도 상당 기간을 버티게 해주는 아주 고마운 친구다.

대신 공간에서 꺼낸 후부터 보존이 힘들기에 음식은 말린 과일, 육포, 비스킷이 전부다.


노예들은 음식과 물을 받아 들자마자 신기해하며 맛을 보았다.


음식을 받은 노예들은 옆에 선 오로에게 옷과 간단한 무기를 건네 받았다.

대놓고 광고하며 노예라고 밖을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다.

노예 상인에게 다시 잡혀갈 수도 있었다.

이 정도가 그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호의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노예 아저씨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왔다.

다른 노예들도 이를 따라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왔다.


“괜찮아요.”


세이가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다지 별일 아니라는 듯.


음식과 옷, 무기를 제공 받고, 무엇보다 자유를 베풀어줬다.

그 과정이 어떠했든 자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

이들이 열망하고 또 포기했던 것이 자유다.


“성함을 알 수 있겠습니까?”


은인의 이름을 기억하고 싶다.

혹시라도 나중에 자신이 도움을 줄 일이 생긴다면 반드시 이 은혜를 갚고 싶었다.

다른 노예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어떤 마법인지 얼굴을 제대로 인식할 수가 없다.

노이즈가 낀 것 마냥.


“괜찮다. 우리는 어디 가서 이름을 밝힐만한 인물들이 못 되느니라.”


관대했다.

이런 거대한 선행을 베풀고도 별일 아니라는 듯한 행동.

진정한 영웅이 아니면 어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겠는가.


이미 충분한 호의를 건네 받았다.

노예들은 오랜만에 느끼는 자유를 만끽하며 하나 하나 흩어져 사라져갔다.

마지막으로 노예 아저씨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자를 떠났다.


“오랜만에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마음이 후련하구나!”


마왕님이 하고 싶은 일은 생각보다 선한 일이었다.

본인은 왕이었고 다른 모든 백성의 위에 있는 자였다.

많은 귀족들이 백성들을 하찮게 보고 이용했다고는 해도 일반 백성과 노예는 달랐다.

그들은 도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사실 그들이 한 일은 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노예 시장이 큰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지만, 다시 생겨날 것이다.

그 일은 돈이 되니까.

돈은 힘이요. 강한 힘은 생존에 유리했다.


힘 하면 가장 유명한 종족이 바로 마족이다.

강한 힘을 유난히 신봉하던 마족들에게 있어 노예는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인간 측에서 보면 팔레온이 그런 국가였던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하지?”


세이가 물었다.


“응? 이제 진짜 모험자 생활을 이어나가면 될 일이 아니냐?”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몰랐다.

한 바탕 뒤집어 놓는 바람에 다시 루타르 공국으로 돌아가는 건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갈 수 있는 나라들은 차고 넘쳤다.

도대체 무엇을 걱정하는 건지..


“아···”


세이의 등 뒤에서 무언가 작은 것이 걸어 나왔다.

하얗고 하얀 작은 여자아이.


“어째서 아직까지 여기 있는 것이냐..”


송이였다.

처음으로 구한 설원족 여자아이.

송이가 아직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아무도··· 데려가 주지 않아요.”


송이가 울먹이며 말했다.


“흔히 있는 일이지, 설원족은 너무 눈에 띄니까.”


대륙을 자기 의지로 돌아다니는 설원족은 극 소수다.

그들 대부분이 북방 설원에서 생활하며 폐쇄적인 생활을 보낸다

노예로 사냥 당하는 설원족이 아닌 이상, 아주 젊고 호기심 넘치는 설원족 젊은이가 부족을 떠나 대륙을 모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설원족을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버려진 건가.”


불쌍한 아이.

노예들에게마저 외면 당했다.

설원족을 데리고 다니는 일은 그만큼 위험한 일이다.

그들은 항상 인신매매의 표적이 되고는 한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위험.

노예들은 그런 송이를 버리고 자기들끼리 무리를 지어 떠나 버렸다.


“어떻게 하죠?”


작은 아이는 겁에 질렸다.

납치 당하고, 인간 만도 못한 생활을 이어나가며 누군가에게 팔릴 날만 기다렸다.

대부분이 너무 비싸다며 자신을 구매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자신을 볼 때의 눈을 아직도 기억한다.

탐욕에 물든 그 더러운 눈들을.


처음으로 구원 받았다고 생각했다.

같은 노예들과 증오스러운 적들을 상대했다.

하지만 그들도 자신의 생존이 먼저였다.

걸어 다니는 금덩이와 같은 송이를 데리고 다니기는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이해는 가지만 서러웠다.


“어쩔 수 없지.”


먼저 입을 연 것은 다름아닌 세이였다.


“그대 설원족의 말을 할 줄 아는가?”


오로는 깜짝 놀랐다.

이에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오로를 바라보는 세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송이를 번쩍 들어 두 얼굴을 나란히 가져다 댄다.


“아..”


같은 하얀 눈에 하얀 머리칼.

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건지.


“그대 설원족이었구나.”


“진짜 바본가.”


용사라는 그 이름과 역할이 너무 거대했다.

그래서인지 용사의 인종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 명확한 특징을 가진 그 외양에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다.

용사는 설원족이었다.


“데려다 줄게.”


오로보다도 더 능숙한 설원족의 말.

송이가 깜짝 놀라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노예 상인한테요?”


겁을 먹고 오들오들 떨어댔다.


“얘도 이상하네, 당연히 집이지.”


“집..”


얼마 만에 들어보는 단어인지.

돌아가리라는 희망을 버린 날부터 생각도 나지 않았던 그 단어.

집이란 말을 여기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감..사합니다.”


작고 마른 아이가 흐느꼈다.

한창 부모의 품에 있어야 할 나이에 온갖 모진 눈길과 대우에 시달리던, 아이의 마음속 아픔이 터져 나왔다.

어린 아이가 감당할 일들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송이를 안타까운 눈으로 내려다 봤다.

한 없이 그 자리에 서서 눈물 흘리는 아이를 세이가 안아주었다.


“그럼 다음 목적지는 북방 설원이구나.”


이제 목적지가 정해졌다.

기나긴 여행길이 될 테지만 그것도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겠지.

어차피 그들에게 목적은 없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기 위해, 남들이 부러워할 모든 것을 벗어 던졌다.


“다시 돌아가는 건 질색이지만..”


세이가 송이를 안아 들어올리며 말했다.

고향으로 돌아가다니.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 인건 세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둘 모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더 높은, 더 강한 권력에 군림했던 시절에도 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작은 아이 하나도 집까지 데려다 주지 못했던 시절이 있었다.

앞으로 어떤 여정이 펼쳐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최소한 그 여정들의 시작과 끝 모두 두 사람이 결정한 일로 시작되고 끝날 것이다.


“이번엔 제대로 마차를 타고 가자고.”


“소환수를 타고 가는 것이 제일 효율적이지 않겠느냐?”


송이를 안아 들고 두 사람이 초원 너머로 사라진다.

효율만을 강조하며 소환을 하려던 오로를 저지하고, 느긋한 여행의 재미를 몇 시간이나 설파하고 나서야 세이는 그 말을 멈추었다.

송이도 공용어를 알아듣지 못하면서도 귀가 아프다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재수없는 망아지를 보기 싫은 것도 큰 지분을 차지했지만.

어쨌든 그들의 모험은 이렇게 이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용사님! 마왕님! 시작은 모험가로부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최근 연재에대해) 19.06.05 15 0 -
26 뭔가 새로운 녀석이 나왔습니다 19.06.09 6 0 11쪽
25 별에 별 녀석들이 다 있습니다. 19.06.08 10 0 12쪽
24 일을 해야만 합니다 19.06.07 12 0 12쪽
23 돌아왔습니다. 19.06.06 33 0 8쪽
22 뒤흔들리다 19.06.05 13 0 12쪽
21 껄끄럽지만 그래도 해야합니다 19.05.23 14 0 17쪽
20 쉽지 않겠구나 19.05.22 21 0 14쪽
19 어머니, 어머니 나의 어머니 19.05.21 23 0 13쪽
18 오랜만이다! 19.05.19 25 0 14쪽
17 진짜 정없다. 19.05.15 33 0 14쪽
16 이게 뭐냐? 19.05.14 29 0 12쪽
15 잘못된 엮임. 19.05.14 29 0 16쪽
14 조금 다른 이야기 19.05.12 35 1 12쪽
» 어쩌다보니 새로운 방향으로 19.05.11 37 0 12쪽
12 아니 해도 너무하네.. 19.05.09 36 0 14쪽
11 좀 흔들어 줬더니 보스가 나온답니다. 19.05.08 40 0 10쪽
10 열 받은 마왕님을 말릴 겨를도 없었습니다. 19.05.07 47 0 12쪽
9 아니, 그거에 그렇게 삐져버리나. +2 19.05.07 57 0 7쪽
8 쌔다, 쌨다. 좀 많이 쌨다. 19.05.07 44 0 14쪽
7 뜻밖의 인물과 뜻밖의 장소에서 19.05.07 46 0 14쪽
6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생각지도 못한 사람 19.05.07 59 0 16쪽
5 뜻밖의 선행이 불행을 낳았습니다. 19.05.07 66 0 7쪽
4 돈은 더러운 돈이 제맛! +2 19.05.07 99 1 15쪽
3 역시나 했는데, 아닌 줄 알았지만 맞았습니다. 19.05.07 104 1 11쪽
2 요즘 모험가를 물로 보지마! 19.05.07 129 2 8쪽
1 시작은 끝으로부터! 19.05.07 151 2 6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황곰'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