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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님! 마왕님! 시작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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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곰
작품등록일 :
2019.05.07 00:18
최근연재일 :
2019.06.0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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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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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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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인간의 채취는 은근 독하다.

특히 청결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러했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더더욱 그러했다.


비좁고 어두운 방안.

모두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옷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누더기를 걸친 사람들이 가득했다.

하나같이 씻지 못해 몸에서는 악취가 풍겨왔으며 깡마른 몸을 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두 세 사람 정도 들어가면 알맞은 방에, 사람들이 열 명 이상 서로 겹친 채 누워있다.


방문이 열렸다.

빛이 들어오자 다른 사람들이 빛을 피해 구석으로 도망쳤다.

빛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문이 열릴 때마다 생기는 일이 무서웠던 거지.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한 손에 굵은 몽둥이를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한 손엔 종이가 있었는데, 종이에는 글들이 대충 휘갈겨져 써 있었다.


남자. 붉은 머리. 날카로운 인상. 키 큼.


이런 식.

남자는 종이를 대충 훑어보곤 한 아이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붉은 머리를 한 소년이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소년은 다른 말은 할 생각도 못했다.

그저 멍하니 죽어버린 눈 위로 눈물을 흘려대며 목숨을 구걸할 뿐이었다.

남자가 소년을 끌고 나가려다 잠깐 멈춰 얼굴을 구겨 웃음을 짓는다.


“죽으러 가는 거 아니야.”


얼마 남지도, 있어도 저항 할만한 힘이 되지 않는 소년이 발버둥쳤다.

머리채를 잡힌 채 느릿하게 발을 구르는 행위.

그 행위가 반항의 전부였다.


어둠보다 무서운 빛을 향해 소년이 끌려들어갔다.

소년은 눈물을 흘리며 다른 사람들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이를 잡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단 한 사람.

이 소녀를 제외하곤 말이다.


“뭐야?”


이상하게 뒤쪽이 묵직했다.

못 먹어 마른 소년과 소녀들은 가볍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그 무게가 조금, 아주 조금 더 묵직하게 변했다.


남자가 뒤를 돌아봤다.

소년이 뻗은 손을 검은 머리의 소녀가 잡아 끌어 당기고 있었다.

안간 힘을 쓰며 낑낑대는 그녀를 다른 사람들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곧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다.

그들에게 심어진 공포가 곧 현실이 될 것이다.


남자가 몽둥이를 휘둘렀다.

이에 얻어 맞은 소녀가 너무나 쉽게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


“벌레 같은 것들이.”


머리에 피를 흘리며 소녀가 움직이지 않았다.

죽으면 안 되는데.

일단 지금 일이 바쁘니 나중에 와서 확인해보자.

남자가 다시 몸을 돌려 소년의 머리채를 잡아 끌었다.


“어?”


다시 묵직해진 소년의 머리채.

설마 하며 뒤를 돌아본 남자는 머리에 피를 흘리며 소년을 잡아 끌고 있는 소녀를 발견한다.

슬슬 짜증이 났다.

빨리 이 소년을 데리고 가지 않으면 상사에게 혼난다.


“좀 꺼지라고!”


힘과 감정을 담아 몽둥이를 휘둘렀다.

죽을 수도 있다.

죽어도 상사에게 혼나겠지만, 일을 그르치는 것보다는 덜 혼난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차라리 그게 나았다.


큰 알이 깨지는 소리 같았다.

다시 가볍게 날아가 벽에 쳐 박힌 소녀.

팔과 다리를 늘어뜨린 것을 보아, 최소 기절.

남자는 아마 죽었으리라 판단한다.


다시 머리채를 잡아 끌자 아주 가볍게 이끌려왔다.

서두르자.


“응?”


나무 바닥을 작은 말이 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약간의 무게감이 들었다 바로 사라졌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위로 느껴지는 사라졌던 무게감.


시큼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늘어뜨린 머리카락이 시야에 들어왔다.

먼지와 땀에 뭉쳐있었지만 아주 검디 검은 머리카락이었다.

관리를 잘 해주면 아름다운 머리가 될 것 같았다.


“끄아아악!”


질긴 고기를 씹고 있었다.

남자의 어깨에 올라탄 소녀가 남자의 귀를 씹어 뜯어버렸다.

몇 번을 더 씹더니 맛없는 음식을 먹은 아이마냥 바닥에 귀를 뱉어버렸다.

원래 남자의 귀였던 그것은 침과 피에 뒤섞여 바닥에 볼품없이 버려진다.


잠깐 귀를 붙잡고 고통을 호소하던 남자의 눈이 분노에 물들었다.


죽인다.


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몽둥이를 찾는다.

머리를 으깨버리겠다 다짐한다.

어?

몽둥이가 없다.

이상했다. 바로 옆에 떨어뜨렸는데.


“아···”


저기 있었구나.

소녀의 웃는 얼굴과 함께 남자의 머리 위로 굵은 몽둥이가 떨어진다.





“아니 이 녀석이 왜 이렇게 안 와.”


남자가 불안해했다.

고급스러운 밤색 목재로 이루어진 책상에 불안해 하는 남자와 다른 남자가 한 명 더 앉아있다.

불안해 하는 남자도 상당히 고급스러운 양복을 입고 있지만, 다른 남자도 이에 못지 않은 딱 보아도 고급품이라는 것이 티가 나는 옷을 입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직접 갔다 와도 괜찮겠습니까?”


이 사람은 바쁜 손님이다.

돈은 항상 그 자리에서 주시고, 상품에 대한 불평도 일절 하지 않는 단골 손님.

이런 고객을 잘 관리해야 사업이 성공하는 법이다.

불안해 하는 남자가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굳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네만.”


손님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마침 방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남자는 일 처리가 느려터진 직원을 나무라기 위해 문 앞으로 나아갔다.


“넌 이번 일이 끝나면 해고야! 알겠나··· 뭐야?”


직원이 아니었다.

웬 소녀가 들어왔다.

이름은 몰라도 이 소녀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자기가 파는 주력 상품.

노예였다.


“이 자식, 일을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남자가 밖의 다른 직원들을 부르려고 했다.

소녀가 휘두르는 몽둥이에 턱을 맞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예상외로 빠르게 휘둘러지는 몽둥이를 미쳐 알아채지 못한 남자가 뒤로 나자빠졌다.

입안에서 피가 가득 흐르는걸 보니 혀를 크게 씹은 모양이었다.

소녀가 그런 남자 위에 올라타 다시 몽둥이를 휘두르려 했다.


“많이 거칠구나.”


어느새 두 사람에게 다가온 손님이 휘둘러지는 몽둥이를 붙잡으며 말했다.

길게 늘어뜨린 앞 머리 사이로 소녀의 눈동자가 보였다.

죽은 눈동자를 지닌 다른 노예들과는 다른 생기를 잃지 않은 날카로운 눈동자.

몸에는 힘이 그다지 없어 보였지만, 머리는 그렇지 않아 보였다.

지금 이 아이 굉장히 냉정한 상태다.


이제 부상을 어느 정도 회복이 된 건지 노예 상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걸린 검을 뽑아 왔다.

마냥 장식용만은 아니었는지 분노하며 그 검을 소녀를 향해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그만.”


손님의 말에 상인이 얼어 붙는다.

아니 상인뿐만 아니라 소녀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지금 이 앞의 남자가 외친 말 한마디에 몸이 옴짝달싹 하지 않는다.

상인은 몸을 떨어대며 숨도 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선 채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어이쿠, 실수할 뻔 했구나.”


남자가 기세를 거두자 상인이 자리에서 쓰러졌다.

조금만 기세를 거두는 게 늦었더라면 사인은 사망했을 것이다.

남자는 소녀를 바라봤다.


“이거 물건이구만.”


남자가 빙그레 웃었다.

소녀는 왜 남자가 웃는지 몰랐다.

뭐 상관 없었다.

그 동안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던 저 남자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어 벌인 일이었다.

이제 죽든 고문당하든 이상한 곳에 팔려가든 상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앞의 남자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히려 웃는 얼굴로 품 안을 뒤지며 무언가 짤랑 거리는 것이 가득 들어간 주머니를 찾아 기절한 상인의 가슴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남자는 소녀의 손을 잡고 방 문을 나섰다.


죽는 것 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을 하며 소녀도 남자를 따라 나섰다.






“제발 돌아가 주십쇼!”


눈을 감은 건지 뜬 건지 헷갈리는 마른 남자가 한 여자를 뒤쫓아 걸으며 애원하듯 외치고 있다.

그 남자 옆을 걷는 다른 여자도 ‘제발 돌아가요!’ 라며 울먹이며 말했다.

이에 앞을 걷던 여자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너희들끼리 돌아가. 나는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단다.”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강인한 의지가 엿 보이는 얼굴을 보고 두 사람은 더욱 절망했다.


“제발.. 황녀님, 사랑도 좋지만 나라도 생각하셔야 합니다!”


남자의 말에 다시 걸음을 재촉하던 로제가 발걸음을 멈췄다.

순간 칼이라도 날아오는 게 아닐까 남자는 경계했다.

하지만 다시 걸음을 걸을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로에게 패배를 맞이하고, 세이를 놓친 지 며칠이나 흘렀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마을로 가봤으나 당연히 둘은 떠난 후였고, 둘이 타고 왔던 마차의 마부를 붙잡아 이야기를 물었으나 이미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둘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기 남자는 여전히 철저하다며 잠깐은 기뻐했지만, 곧 단서가 모두 사라졌음에 분노했다.


로제는 하는 수없이 운에 맡기기로 했다.

그들이 산으로 들어가 자연인마냥 생활을 할 것이 아니라면 어딘가 도시에 들릴 것이 확실했다.

그럼 아무 도시나 찍어 그곳에서 조사를 시작한다.

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나마 제국 암살대에게 명령을 내려 어딘가에서 작은 사건이라도 발생한다면 빠르게 보고를 해오라고 지시를 내리긴 했다.

황족이자 권력의 중심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목표로 가장 큰 도시인 팔레온으로 향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국경을 넘어버리는 황녀를 바라보며 황녀의 수행원인 다른 두 사람은 질겁해버렸다.


가장 큰 전력이자 황족이 국경을 제 집 앞마당 드나드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쉽게 넘어가다니.

타국의 병사들에게 붙잡힌다거나, 도적들에게 습격 당한다거나.

재수없어서 용이라도 만나서 잡아 먹힌다거나.

이런 일 중 하나라도 만나서 신변에 문제가 생긴다면 제국에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

제국의 혼란은 곧 대륙의 혼란.


하지만 그녀는 이런 일들이 모두 상관없다는 듯 계속해서 발걸음만 재촉했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이런 일들이 아니었으니까.

지금 가진 이 권력도 힘도 모두 용사를 위한 것들이었다.

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작은 발판들.


용사가 얼마나 철저했는지 마을을 떠나면서 그 지역 일대의 탈것들을 탈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어떤 말이든 타려고만 하면 미친 듯이 발광하며 이를 거부했다.

심지어 운도 나빠 다른 마을들엔 말 자체가 없었다.


그것이 지금 이렇게 번거롭게 두 다리로 걷고 있는 이유였다.


국경을 넘어 노숙을 하며 팔레온으로 향하기를 며칠.

작디 작은 정보들이 제국 암살대를 통해 들어오기는 했지만, 전부 무시할만한 정보들이었다.

넓적한 두루마리를 펼쳐 여성 수행원한테 던졌다.

그녀는 그 두루마리를 겨우 잡고서 여기에 마력을 불어 넣었다.


제국 암살대 모두가 가지고 있는 통신 두루마리.

마력을 이용해 글을 적으면 같은 두루마리를 가진 모두가 글을 공유할 수 있는 획기적인 물건이었다.

수행원이 마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소식들이 떠오르자 이를 로제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오늘은 어떤 정보가 갱신되었는지 천천히 확인했다.


대부분이 여전히 시시한 소식들.

그런데 눈에 띄는 한 가지 소식이 있었다.

루타르 공국 노예 시장 붕괴.


“이건 무슨 일이야.”


팔레온 왕국의 속국인 루타르 공국의 노예 시장.

팔레온 측에서도 이 노예 시장의 중요성을 알기에 자신들 중에서 꽤나 강한 전사를 보내 그곳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전사의 나라 팔레온의 강자.

보통 사람이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다.

그런데 소식을 보아하니, 관리자는 처참히 살해당하고 모든 상점과 상인들이 죽었다고 적혀 있었다.


이런 행동이 가능한 사람이 이 대륙에 그리 많지 않다.


“좋아.”


그나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어차피 루타르 공국은 팔레온 근처.

조금 경로를 바꿔 움직이면 될 일.

아주 방향을 잘못 잡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로제는 아무 말 없이 지도를 펼치고 나침반을 사용하여 경로를 재설정했다.

뒤를 따라오던 수행원들은 아무 말 없이 그 뒤를 따른다.

로제 필랫미뇽.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초인인 그녀는 감이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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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별에 별 녀석들이 다 있습니다. 19.06.08 10 0 12쪽
24 일을 해야만 합니다 19.06.07 12 0 12쪽
23 돌아왔습니다. 19.06.06 33 0 8쪽
22 뒤흔들리다 19.06.05 13 0 12쪽
21 껄끄럽지만 그래도 해야합니다 19.05.23 14 0 17쪽
20 쉽지 않겠구나 19.05.22 21 0 14쪽
19 어머니, 어머니 나의 어머니 19.05.21 23 0 13쪽
18 오랜만이다! 19.05.19 25 0 14쪽
17 진짜 정없다. 19.05.15 33 0 14쪽
16 이게 뭐냐? 19.05.14 29 0 12쪽
15 잘못된 엮임. 19.05.14 29 0 16쪽
» 조금 다른 이야기 19.05.12 36 1 12쪽
13 어쩌다보니 새로운 방향으로 19.05.11 37 0 12쪽
12 아니 해도 너무하네.. 19.05.09 36 0 14쪽
11 좀 흔들어 줬더니 보스가 나온답니다. 19.05.08 40 0 10쪽
10 열 받은 마왕님을 말릴 겨를도 없었습니다. 19.05.07 47 0 12쪽
9 아니, 그거에 그렇게 삐져버리나. +2 19.05.07 57 0 7쪽
8 쌔다, 쌨다. 좀 많이 쌨다. 19.05.07 44 0 14쪽
7 뜻밖의 인물과 뜻밖의 장소에서 19.05.07 46 0 14쪽
6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생각지도 못한 사람 19.05.07 59 0 16쪽
5 뜻밖의 선행이 불행을 낳았습니다. 19.05.07 66 0 7쪽
4 돈은 더러운 돈이 제맛! +2 19.05.07 99 1 15쪽
3 역시나 했는데, 아닌 줄 알았지만 맞았습니다. 19.05.07 104 1 11쪽
2 요즘 모험가를 물로 보지마! 19.05.07 129 2 8쪽
1 시작은 끝으로부터! 19.05.07 151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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