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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우니
작품등록일 :
2019.05.10 08:43
최근연재일 :
2019.05.10 08:55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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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0
추천수 :
19
글자수 :
49,636

작성
19.05.1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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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0. 순화군

DUMMY

10. 순화군.


할아버지 결혼식에서 아버지와 순화군의 갈등에 나도 피해를 좀 봤다.

어마마마의 걱정이 태산이 된 것이다.


“세손은 순화군 숙부의 취미에 관심을 갖지 말아야 할 것이오.”

“예~ 엄마, 아니 어마마마.”


이 즈음부터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게 하고 어마마마, 아버지도 아바마마, 할아버지는 할바마마가 되었다.

굳이 뭐하라고 그리 길게 부른담?

아무튼 어마마마는 내가 순화군에게 관심을 갖는 줄 아셨는지 주변단속에 크게 신경을 쓰셨다.


“절대로, 저얼~때로 순화군 숙부의 취미에는 관심갖지 말거라! 알겠느냐~!”


귀에 못이 박힐 것 같다는 얘기가 뭔지 알 것 같았다.

몇 번을 반복해서 다짐을 받는 것인지 모르겠다.

기실 그 이야기 자체에서 약간의 위험도 느껴졌다.


[아랫 것들 부수는 재미.....]


도대체 무슨 소린지......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정확히 그 자가 무슨 짓거리를 하는 지는 알고 싶었다.


날이 좀 지나고 어마마마도 조용해지고 왕의 혼인에 궐내 분위기도 좀 부드러워진 때에 소주방에서 나오는 깨끔이를 만났다.


“깨끔 누이야~”

“어머머...... 세손마마~ 남자가 주방에 기웃거리시면 꼬추 떨어지세요.~ 그리고 누이는 그냥 깨끔이라고 부르시지.....”

“그래도 나보다 나이가 얼마나 많은데..... 누나가 맞지.....”

“헤헤...... 들어가세요. 세손마마”

“깨끔누이는 지금 바쁜가?”

“?”


깨끔이가 매우 의문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본다.


“왜에에~ 요?”


귀여운 척, 하기 싫은 척 말을 길게 뺀다. 이럴 때는 단도직입!


“순화군이란 분은 어떤 분이야?”

“!”


얼굴이 순식간에 구겨진다.

똥밟는 소리들었다는 느낌으로......


“왜..... 왜....... 왜....... 그런걸 물으세요?”

“어마마마랑 아바마마가 순화군 숙부에 대해 말만 하면 좀 이상하게 구셔서....... 도대체 뭐하는 분인가해서.......”

“.......하아~”


깨끔이가 한숨을 나지막히 쉬더니 나를 빤히 내려다 본다. 그러다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나랑 맞추더니 내게 애기손가락을 내민다.


“절~때로 제가 말씀드린 거라고 말하심 안돼요~?”


애기손가락 탁, 감고 철썩같이 말했다.


“절대 말 안해!”


깨끔이가 한탄처럼 말한 내용을 듣는데 듣는 것도 고역이었다.


“그분은요~. 솔직히 광인이에요. 광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지금은 나가서 사시는 데 왜란때 왜적에게 붙잡히신 뒤로 완전히 머리가 도셨데요.”

“머리가 돌았어도 혼자 집에서 돌았으면 딱한 일이지, 할바마마나 아바마마가 저리 대하시는 건 뭔가 이상해. 좀........”

“거리를 돌아다니며 양민을 몽둥이로 때려 죽여요.....”

“엥?”


굉장한 소리가 고저없이 툭 튀어나와 좀 당황했다.


“거리를 다니며 양민을 몽둥이로 쳐서 죽이고, 열 네 사람쯤 된대요. 그리고 상민의 딸을 끌어다가 자기 집 헛간에서 발가벗겨 채찍으로 때려서 초죽음을 만들어 돌려주고, 말리는 고을 원님을 거꾸로 곤장을 치고 조정에서는 왕자님이니 함부로 말은 못했는데 주상전하나 세자전하는 걱정이 많으셨대요.”

“그럼, 법대로 처리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살인, 납치, 폭행이면 거기에 맞게?”

“한 번 체포당하신 적이 있어요. 무슨 군수를 때렸다나~? 조정에서도 더는 못 참겠다고.....”

“근데?”


깨끔이가 내 코를 살짝 가리키더니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이었다.


“세손마마가 태어나셨잖아요~. 그 해 12월에~ 헤헤헤~”

“나? 내가 뭐?”

“마마의 탄신에 대사면령이 내려졌을때 주상전하께서 대충 특별사면에 끼워 넣으신 거죠.”

“엥~? 그런 비윤리적 살인을.....?”

“그 분 어머니가요........ 돌아가신 순빈마마 시라는데...... 저도 뵌 적은 없어요. 근데 주상전하의 사랑이 각별하셨대요.....”

“......”

“거기다 지금 대군마마들로 보면 막내시잖아요. 솔직히 주상전하께서 아픈 손가락이라 손을 못 대시는 거죠.”

“자기 자식 귀하면 백성자식이 귀한 줄도 알아야지!”

“또 부모 맘이라는 게 그런 가요~”

“다른 양민 상민 부모 맘은 다른가?”

“.......”


언성이 높아지자 깨끔이가 눈길을 피하며 입을 다물었다.

하긴 더 따지기도 뭐했다.

깨끔이한테 따져서 뭐해?


“세손마마, 저한테 이런 얘기들었다고 말하시면 안돼요~. 저 죽어요.”

“알았어. 너 안 죽게 모른척할게.”

“헤헤......”

“후우~”


사람을 열 넷이나 몽둥이로 때려죽여? 여자를 납치해서 발가벗겨 채찍?


‘새디스트구만~’


지금의 사람들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광인이겠지만 미래에서 온 내겐 대충 어떤 인간인지, 속까지는 아니더라도 테두리가 보였다.


‘그러고보니 왜 생각이 안 나지? 공부한 적이 없나?’


가만히 생각하다보니 그런 새디스트 변태라면 내가 중학교때 공부하던 내용에 나올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성적, 성벽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묻는 게 그 나이의 교육이니까......


‘역사를 있는 그대로 가르쳐야지....... 하여튼.......’


앞으로 600여년 뒤의 교육정책을 한탄하며 난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 후로 여덞살까지 3년정도 나는 별다른 일도 없이 정말 별일 없이 살았다.

일어나 공부하고 먹고 자는.....

일단 몸도 제법 많이 아팠다.

어려서 그런지 찬바람 조금 쐬면 머리 아프고 반찬이 좋아하는 게 나와서 두세 숟갈 더 먹으면 영락없이 배 아프고 난 내가 시원찮은 몸을 타고 난 게 아닌가 싶었다.


“세손마마께서는 반드시 거치셔야 할 잔병들을 참 가볍게 잘 넘기셨습니다. 타고 나시길 강골로 나신 듯합니다.”


어의라는 사람이 와 이렇게 내 건강을 칭찬했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생각을 달리 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시대는 항생제나 진통해열제가 있는 시대가 아니다.

생각해 보니까 내가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지나치게 현대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병원가서 진료 받고, 주사 맞고, 약국에서 약 사 먹고, 집에서 푹 자면 되는 그런......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대충 약이라는 쓴 풀 국물로 이만큼만 아프고 넘어갈 수 있는 지금의 나는 제법 센 놈인 것이다.

일종의 나에 대한 믿음이랄까?

그런 것이 생기자 플라시보 효과일까?

열심히 먹고 열심히 자고 열심히 공부하는 게 아주 쉬었다.

공부도 결국 한 과목, 그것도 암기과목 한 과목밖에 없는 공부, 다각적인 과목들의 연달아 나오던 전생의 현대공부에 비해 상당히 쉬웠다.

한자를 읽고 외우고 정답으로 정해진 철학적 해석을 외우며 현대식 해석을 내 안에 하나하나 간직해 나갔다.

그렇게 여덞살이 되는 해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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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 손의 솜씨 +6 19.05.10 304 4 7쪽
12 11. 유년의 시작 19.05.10 252 1 8쪽
» 10. 순화군 19.05.10 239 1 7쪽
10 9. 혼인후제 19.05.10 256 1 7쪽
9 8. 젊고 포동포동한 할머니 19.05.10 243 2 8쪽
8 7,석고대죄 19.05.10 237 1 8쪽
7 6. 할아버지 19.05.10 261 1 9쪽
6 5. 글공부 19.05.10 285 1 12쪽
5 4. 말문 19.05.10 251 1 8쪽
4 3. 수용 19.05.10 277 1 9쪽
3 2. 적응 19.05.10 294 2 9쪽
2 1.나는 태어났다. 19.05.10 332 2 8쪽
1 0. 프롤로그 +2 19.05.10 38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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