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

독점 나 혼자 무한 보급!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아스트랄로
작품등록일 :
2019.05.14 22:17
최근연재일 :
2019.06.17 22:55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998,600
추천수 :
59,769
글자수 :
212,488

작성
19.05.22 21:55
조회
62,409
추천
1,593
글자
11쪽

DAY 3 : 머리 검은 짐승 (2)

DUMMY

평소 같았으면 이쪽이 먼저 피했을 거다.

괜히 부딪쳐서 피를 보고 싶지도 않고, 소란을 피우다 몬스터라도 꼬이면 일이 골치 아파진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사격술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건 내일 오전 10시 이후.

그 사이 한 발이라도 여길 벗어나면 그 때부터 다시 24시간을 여기서 허비해야 한다.


‘언제까지고 여기서 시간 낭비할 수는 없어.’


달래던지 협박하던지, 어떻게든 잘 말해서 쫓아내거나.

아니면 맞서 싸워서 물리력으로 격퇴하거나.


어느 쪽이건 저들과의 접촉 자체는 불가피했다.

파출소 정문 앞에 선 민수가 움찔거리는 예진을 곁눈질했다.


“2층으로 올라가 있어요.”

“하, 하지만 상대가 좀 많은데 저라도···.”

“지는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마요.”


단호하게 민수가 고개를 저었다.

스킬은 둘째 치고, 여차하면 총을 꺼낼 수도 있으니 질 리는 없다.

단지 어떻게 이기느냐가 문제일 뿐.


“내가 부를 때까지 내려오지 마요. 아, 갈 때 거기 가방 가져가고.”

“네, 네.”


얼른 고개를 끄덕인 예진이 식량이 든 가방을 낚아챘다.

종종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확인한 민수가 파출소 내부를 살폈다.


‘자아. 그럼.’


재개발되면서 새로 생긴 파출소라 그런지 제법 내부가 크다.

게다가 이쪽은 권총을 제외하고서라도 단검을 주무장으로 쓰고 있다.


만약 실내에서 육탄전이 벌어진다면 이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저쪽도 바보가 아니라면 미련하게 모든 인원을 안으로 밀어 넣지는 않을 터.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해.’


얼른 판단을 마치고는 뒤쪽 화장실로 가서 숨었다.

한 손에는 단검을 쥐고, 한 손은 품에 넣어둔 권총을 잡고.

귀를 쫑긋 세운 채 잠시 기다리자 정문 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석우 아저씨. 이러지 말고 딴데 가자니까요? 파출소에 뭐가 있다고.”

“혹시 모르냐? 권총 한 자루라도 있을지.”


저벅저벅.

익숙한 목소리들과 함께 발소리들이 안으로 다가온다.


“혹시 모르니까 확인이라도 해보자. 플레이어는 나 뿐인데 권총 한 자루는 들고 있어야지.”

“아, 근데 진짜 아깝네. 그 단검 든 형씨 존나 세던데.”

“떠난 사람 붙잡고 아쉬워해봐야 뭐가 돼? 산 사람은 산 사람끼리 살아야지.”

“근데 그 친구 코인 엄청 많던데. 앉은 자리에서 몽둥이를 14개나 사주다니.”

“그렇게 센데 코인이야 많이 벌겠지. 매정한 놈 같으니. 좀 나눠가면서 살면 어디 덧나?”


착각인가 싶었지만, 분명 들어봤던 목소리였다.

오가는 대화들을 곰곰이 곱씹던 민수의 눈이 이윽고 크게 뜨였다.


‘설마?’


오늘 아침에 아파트 단지서 봤던···?


“혜미야. 거기서 잠깐 푸대자루 좀 들고 있어라.”

“아, 싫어! 무겁단 말이야.”

“이 년이 정신 빠져가지고. 야, 그럼 이거 갖다 버릴 거야?”

“정혜미. 너만 힘든 거 아냐. 투정부리지 말고 빨리 그거 들···.”


조심스럽게 화장실을 나서 밖으로 걸어갔다.

난데없이 들려오는 발소리에 잔뜩 긴장하는 시선들.

일제히 몸을 낮춘 아홉 쌍의 눈빛이 민수를 향해 득달 같이 방향을 틀었다.


“···어, 설마···?”

“우연이네요.”


무뚝뚝하게 대꾸하는 와중에도 민수의 심장은 크게 뛰고 었다.

애써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민수가 나직이 물었다.


“여긴 뭐하러 오셨죠?”


손에 들린 단검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


몽둥이를 든 아홉 명. 단검을 든 한 명.


압도적인 수적 차이에도 파출소 안의 분위기는 팽팽했다.

침묵을 고수한 채 서로를 노려보던 와중, 뒤에서 누군가가 고개를 내밀었다.


“서, 선생님?”

“또 뵙네요.”


익숙한 얼굴의 등장에 민수가 대뜸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 아침 자신을 끌어들이려 했던 그 남자.

뒤이어 살펴본 나머지 인원들도 어설프게나마 기억에 남은 얼굴들이었다.


‘몽둥이 들고 나오긴 한 모양이군.’


물론 그러라고 준 거니 나쁘게 생각할 건 없겠지만.

하필 그날 밤에 이런 자리에서 마주칠 건 뭐란 말인가.


뒤통수를 찌르는 거북한 감각에 절로 팔에 힘이 들어갔다.

민수의 손에 들린 단검을 힐끗 살핀 남자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이쿠, 선생님. 뭐 무섭게 칼 들고 그러십니까? 자자, 넣으시죠.”

“그건 내가 정합니다.”

“너무 긴장하셨네. 아, 그러고 보니 아침에 급하게 떠나시는 바람에 제 소개도 못 했군요.”

“그런 거 안 궁금합···.”

“전 정석우라고 합니다. 여기 얘는 우리 딸 혜미. 아침에 보셨으니 얼굴 기억하시겠죠?”


방긋 웃으며 남자, 석우가 옆에 있던 혜미의 손을 잡아 끌어왔다.

아침에 봤던 위축된 모습에 비해 상당히 자신감이 붙은 태도.

그 자신감의 근원이 뭔지는 민수 또한 모를 리 없었다.


‘머릿수 있다 그거지.’


게다가 이제는 몽둥이로나마 전원 무장한 상태.

날붙이 든 한 명 상대로 겁먹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물론 그 한 명이 평범한 사람일 때의 얘기겠지만.

슬쩍 단검을 쥔 손에 힘을 더하며 민수가 대답했다.


“···김민수입니다.”

“아아, 그래요. 민수 씨. 어, 그. 보니까 학생인 것 같은데. 내가 말 좀 놓아도 되겠···.”

“싫습니다. 어차피 하루 보고 말 사이인데.”

“흐, 흠흠···.”


무안한 듯 벌게진 얼굴로 헛기침을 하는 석우.

여전히 긴장을 풀지 않은 채 민수가 물었다.


“그래서 여긴 왜 오신 겁니까? 파출소에 뭐 가져갈 게 있다고.”

“그, 혹시나 싶어서 말이에요. 그래도 파출소니까 총 한 자루 쯤 없나 싶은 마음에.”

“저도 그 생각하고 와봤어요. 덕분에 허탕 쳤고요.”

“그래요?”

“하긴 당연하죠. 보름 내내 밖에서 총소리 한 번 들어본 적 없는데.”


본래 목적은 그게 아니지만, 어쨌든 거짓말은 아니었다.

움찔거리는 시선 아홉 쌍을 꼼꼼이 살피며 민수가 말을 이었다.


“됐으면 돌아들 가세요. 전 오늘 여기서 묵을 겁니다.”

“······.”

“여기 총 같은 거 없고, 누차 말하는데 당신들 뭐 어떻게 챙겨줄 마음도 없습니다. 알아들었으면 괜히 피곤하게 하지 말고···.”

“증거 있나?”


그 때 석우 옆에서 몽둥이를 짚고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머리도 빡빡 밀고 덩치도 제법 있는 게, 어디서 운동 깨나 한 모습이었다.


“말마따나 그쪽이 총 미리 챙겨놓고 우리한테 거짓말 하는 건줄 누가 알아?”

“믿기 싫음 말아요. 그럼 뭐 어떻게 해야 믿어줄 건데요?”

“···몸수색 좀 해보자.”

“얼씨구.”


지랄 났네. 기가 막힌 나머지 민수가 혀를 찼다.


“그게 지금 말이라고 하는 소리에요? 몸수색? 입장 바꿔서 그럼 그 쪽은 제가 몸수색 좀 하자 하면 알아서 몸 대줄 겁니까?”

“그야 물론이지.”

“말로는 뭘 못해.”

“야, 너. 어린놈의 새끼가 방금 전부터 말하는 싸가지가···.”

“경고하는데.”


휙!


은빛 호선이 허공을 갈랐다.

날카로운 칼끝이 자신들을 향하자 9명의 생존자들이 하나 같이 숨을 흡 들이마셨다.


“거기서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오면 그 땐 가만 안 둡니다.”

“······.”

“그리고 총 없는 건 진짜에요. 있었으면 지금쯤 꺼내서 그쪽한테 겨누고 있겠지.”


물론 거짓말이다.

입수경로는 다르지만 어쨌든 총은 있으니.


하지만 어쨌든 이걸로 저들이 탐내는 게 확실해졌다.

파출소에 있을지 모르는 권총을 확보하기 위해 여기 온 거라면.

저들이 내가 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반응할 지는 뻔하다.


“피차 피곤하게 이러지 말고, 좋게좋게 헤어집시다.”


마지막 엄포까지 놓았지만, 누구하나 몸을 돌리지 않았다.


몽둥이를 든 채 슬금슬금 옆걸음질을 시작하는 약탈자들.

메마른 눈동자로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민수 앞에서, 석우가 슬쩍 눈치를 굴렸다.


‘일단 부자인 건 확실해.’


아침에는 너무 놀라서 제대로 확인할 겨를이 없었지만.

이제 와서 찬찬히 보니 저 민수라는 친구의 장비가 제법 부티난다.


해골 같은 게 조각된 단검에. 손에는 반지.

심지어 손목에도 비싸 보이는 팔찌 같은 걸 하나씩 차고 있다.

만약 저걸 다 경매장에서 코인 주고 산거라면, 아마 엄청난 코인을 갖고 있을 터.


‘생각해보면 그렇긴 하지.’


앉은 자리에서 몽둥이 14개를 즉석 결재해서 건네주지 않았는가.


10코인짜리 몽둥이가 14개니 총 140코인.

오크를 14마리, 고블린은 140마리나 잡아야 벌 수 있는 거액.

그런 걸 무슨 과자 사먹는 것마냥 간단하게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하하하! 선생님. 그렇게 경계하실 거 없습니다.”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석우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 와중에 슬쩍 옆에 있는 일행들에게 눈치를 주며 그가 민수에게 다가갔다.


“저희 그런 사람 아닙니다. 어려운 시대지 않습니까? 이런 때일수록 서로 돕고 살아야죠.”

“······.”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 보아하니 코인을 꽤 들고 계신 모양인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에게도 좀 나눠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얼씨구. 이젠 대놓고 강도짓하려 드네.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민수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 그 쪽 무기 사준 게 전 재산이에요. 먹고 죽을 것도 없습니다.”

“아이고, 저런! 이거 참 죄송해서 어쩌나아··· 아, 그럼 혹시 식량은 좀 갖고 계신지···?”

“다 먹어치웠고, 있어도 못 줍니다.”

“···선생님.”


석우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슬금슬금 옆걸음질을 친 남자들이 민수의 좌우에 자리를 잡았다.


“돕고 살자는 겁니다. 왜 이러십니까? 어려운 때일수록 희생정신이 필요한 법이지요.”

“지금 저 협박하시는 겁니까?”

“협박이 아니라 상부상조에요. 왜 자꾸 이러십니까! 상생하자는 거죠. 상생!”

“물에 빠진 거 건져줬더니 봇짐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게 상생?”


날카롭게 대꾸하는 와중 민수가 주변을 살폈다.


왼쪽에 둘. 오른쪽에 둘. 앞에 다섯.

뒤에는 화장실로 통하는 복도.


조금 위험하지만 해볼 만하다.

단검을 굳게 쥐며 민수가 대답했다.


“자꾸 이렇게 분위기 몰아가면 후회하실 겁니다.”

“···어지간하면 좋게 말로 타이르려 했는데.”


날카로운 언쟁 끝에 드디어 석우마저 마지막 체면을 내려놓았다.

짚고 있던 몽둥이를 천천히 집어든 석우가 탐욕에 물든 눈을 번뜩였다.


“어른이 좋게 말하면 어련히 알아들을 것이지. 그깟 코인 좀 벌었다고 기고만장하게···.”

“허.”

“마지막으로 말한다. 갖고 있는 코인이랑 장비 다 내놔.”

“싫다면?”


마지막 민수의 반문이 결정타였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파출소 안의 침묵.

정신없이 서로의 얼굴을 오가는 총 열 개의 시선.

누군가의 꿀꺽 침 삼키는 소리. 땀 닦는 소리. 움찔움찔 신발바닥 끄는 소리.


사소한 소리마저 신경을 긁어대는 그 지옥 같은 적막.

그 선두에서, 마지막으로 작게 한숨을 쉰 석우가 외쳤다.


“쳐라!”


그리고 그 순간.

석우의 얼굴까지 튀어 오르는 시뻘건 핏줄기.


“어···?”

“아아아아악!”


손목을 잃고 쓰러지는 남자 앞에서.

민수의 단검이 핏방울을 잔뜩 머금은 채 빛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혼자 무한 보급!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해주신 분들 목록입니다! (19.06.15) 19.05.30 89,471 0 -
35 DAY 9 : 충격과 공포 (3) NEW +72 13시간 전 17,825 878 15쪽
34 DAY 9 : 충격과 공포 (2) +46 19.06.16 30,909 1,257 14쪽
33 DAY 9 : 충격과 공포 (1) +48 19.06.15 35,979 1,311 14쪽
32 DAY 8 : I AM 보급관 (3) +116 19.06.14 38,786 1,496 16쪽
31 DAY 8 : I AM 보급관 (2) (19.06.13 오타 수정) +72 19.06.13 41,546 1,498 16쪽
30 DAY 8 : I AM 보급관 (1) +90 19.06.12 43,289 1,641 14쪽
29 DAY 7 : 1960만큼 사랑해 (4) +130 19.06.11 45,053 1,652 14쪽
28 DAY 7 : 1960만큼 사랑해 (3) +99 19.06.10 45,977 1,698 12쪽
27 DAY 7 : 1960만큼 사랑해 (2) +39 19.06.09 47,735 1,551 13쪽
26 DAY 7 : 1960만큼 사랑해 (1) +55 19.06.08 50,829 1,672 15쪽
25 DAY 6 : 자 이제 시작이야 (4) +73 19.06.07 52,183 1,731 13쪽
24 DAY 6 : 자 이제 시작이야 (3) (19.06.07 오타 수정) +81 19.06.06 53,286 1,750 14쪽
23 DAY 6 : 자 이제 시작이야 (2) +84 19.06.05 56,328 1,769 15쪽
22 DAY 6 : 자 이제 시작이야 (1) (19.06.04 수정) +64 19.06.04 56,246 1,782 13쪽
21 DAY 5 : 겁쟁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7) +73 19.06.03 57,279 1,798 12쪽
20 DAY 5 : 겁쟁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6) (19.05.31 긴급수정) +142 19.05.31 63,160 1,789 14쪽
19 DAY 5 : 겁쟁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5) +123 19.05.30 60,652 1,733 14쪽
18 DAY 5 : 겁쟁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4) +127 19.05.29 60,225 1,952 13쪽
17 DAY 5 : 겁쟁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3) (19.05.30 수정) +96 19.05.28 61,501 1,833 13쪽
16 DAY 5 : 겁쟁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2) +47 19.05.27 62,733 1,833 13쪽
15 DAY 5 : 겁쟁이를 위한 나라는 없다 (1) +88 19.05.26 63,502 1,867 13쪽
14 DAY 4 : 사거리의 암살자 (3) +51 19.05.25 63,331 1,958 14쪽
13 DAY 4 : 사거리의 암살자 (2) +82 19.05.24 63,372 1,877 12쪽
12 DAY 4 : 사거리의 암살자 (1) +130 19.05.23 64,925 1,851 13쪽
11 DAY 3 : 머리 검은 짐승 (3) +122 19.05.22 64,068 1,837 14쪽
» DAY 3 : 머리 검은 짐승 (2) +50 19.05.22 62,410 1,593 11쪽
9 DAY 3 : 머리 검은 짐승 (1) +67 19.05.21 64,098 1,756 14쪽
8 DAY 2 : 멸망한 세상의 법칙 (3) +60 19.05.20 64,605 1,707 13쪽
7 DAY 2 : 멸망한 세상의 법칙 (2) +77 19.05.19 65,588 1,775 15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아스트랄로'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