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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무림에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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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노
작품등록일 :
2019.05.21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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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DUMMY

#1


성남 백가장.

대한민국 3대 헌터 가문으로 한 때는 한국을 양분하던 최고의 명문가.

그 세는 대단하여 수도권에 사는 헌터 지망생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문무를 전수받고는 했다.

그런 백가장의 본가라하면 당연히 으리으리한 저택이다.

저택이란 말도 과소평가. 수백평에 이르는 부지를 지닌 그곳은 가히 하나의 지역, 성남의 관광소로도 유명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게 백가장 본가라고? 진짜 말도 안되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백성혁이 백혜지를 향해 물었다.


"그건...."

"이야. 참 조촐한 저택이군요. 하인들이 쓰는 곳입니까?"


한 편, 곁에서 보고 있던 팽가 가주가 솔직한 평가를 내렸다.


"야, 팽씨."

"왜 자꾸 팽씨라고 부릅니까? 저도 이름이 있습니다."

"그건 내 알바 아니고, 일단 좀 맞자."

"예?"


빡! 빡!


"컥!"


감정이 좀 실린 주먹.

평소답지 않은 위력에 팽가 가주가 복부를 붙잡고 무릎을 끓었다.


"저, 저사람은 왜 자꾸 때리는거야?"

"걱정할 필요 없어. 튼튼한 놈이니까."

"...그, 그래? 하긴. 오빠 실력에 사람 하나 잡지는 않겠지."


팽가 가주가 들었으면 기절초풍할 말이었다.

일만명의 절정 고수를 살해한 절대자, 백성혁의 실력이 사람 하나도 못잡을 실력이라니?


"하여튼, 그래서 무슨 일인데?"

"...일단 들어가자. 온 김에 아버지부터 뵈야지."

"아버지?"


백성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 양반, 나 보면 가만히 안내버려둘텐데."


백성혁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억에 치를 떨었다.

명문가의 가주답게, 그의 아버지는 매우 엄격했다.


"...그랬으면 나도 좋겠네. 역시 오빠는 아무것도 몰라."

"뭐?"

"아니야, 그리고 13년만에 돌아왔으면 혼 좀 날 수도 있지. 들어와."


#2


"왔느냐. 전화로 들었을 때는 반신반의 했는데...하, 살아 생전에 너를 볼 수 있을 줄은 몰랐구나."


아버지. 13년만에 듣는 아버지의 목소리.

백성혁은 귀를 의심했다.

눈을 의심했다.

이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가 맞는걸까.

아버지.

백성혁은 과거의 아버지를 떠올려보았다.

명문 백가장의 가주, 백성열.

무를 숭배하고 의를 존중하던 남자.

그는 백성혁의 우상이자 정신적인 지주였다.

한 없이 백성혁이 가까워지고 싶었던 남자.

그런 하얀 귀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제 육십도 채 안된 나이.


"왜 그러고 있느냐?"


아직 정정해야 할 아버지의 육신은 노쇠해있었다.


"편히 앉거라. 네 집이다."


아직은 일전의 근엄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이부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힘들어보인다.

'하얀 귀신'이라 불리우며 대한민국 S급 헌터중에서도 독보적인 전투력을 자랑했던 남자.

이 노인이 바로 그 남자가 맞는 것일까.


"...다녀왔습니다."


백성혁은 자리에 앉았다.


"건강해보이는구나."

"아버지는 편찮아보이십니다."


아버지는 쓰게 웃었다.


"나이가 먹은 거지."


거짓말이다.

그동안 당신께서 쌓아올린 공부.

단련해온 내공.

그 모든 것을 생각했을 때 너무나 일렀다.


"어떻게 된 겁니까?"


아버지는 턱을 쓸더니, 이내 시선을 백성혁의 곁으로 보냈다.


"친구...라기에는 좀 젊구나. 가출한 사이에 사귄 인연이더냐?"

"인연이라, 좀 악연이긴하죠."

"앉으라고 하거라. 손님을 서있게 할 수는 없지."


백성혁은 팽가 가주에게 손짓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포권하는 팽가 가주.

그에 아버지가 답했다.


"별 말씀을."

"우리 말을 할 줄 아십니까?"

"중국에는 친구가 꽤 많으니까요."


중국.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중국어라고 했지. 팽가 가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팽소운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팽? 혹시 십룡방의 일원인가?"

"십룡방? 미안합니다. 처음 듣는 이름이군요."

"그런가... 하긴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 걸로 봐서는 그 친구들은 확실히 아닌 모양이군. 성혁이의 친구라면 나의 아들과도 마찬가지. 변변찮은 집이다만 편히 쉬다가 가시게나."

"별 말씀을."


백성열이 이번에는 아들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래... 13년간 무얼하다 돌아왔느냐?"

"세상을 주유했습니다."

"얻은 게 있느냐?"

"잃은 것만 많았습니다."

"그래, 집 나가보니 고생이었겠지?"

"아버지가 그런 말을 하시다니 믿을 수 없군요. 틀림 없이 대반 날뛰실 줄 알았는데. 예전의 하얀 귀신이란 이제 없나봅니다."

"오빠!"


곁에서 듣고 있던 백혜지가 소리쳤으나 백성혁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백성열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다 사정이 있었다."

"그게 뭡니까?"

"시대에 밀려났을 뿐이다."

"그러니까 그게 뭡니까? 아버지는 예전부터 말을 빙빙 돌려 하시는 게 안좋은 습관이셨습니다. 좀 단도진입적으로 말씀해주시면 안됩니까?"

"허. 많이 컸구나."

"많이 컸죠. 저도 이제 서른이 넘었습니다."


백성열은 잠시 말을 멎었다.

이내 그가 재차 입을 연 것은 삼십여초가 흐른 뒤였다.


"몬스터에게 패했다. 폐인이 된 것은 그 때부터였다."

"...아버지가요? 몬스터에게? 뭐, 드래곤이라도 나왔습니까?"

"그래. 드래곤이었다."


백성혁이 눈을 끔벅였다.


"뭐라구요?"

"대한민국 상공에 드래곤이 나타났었다."


#3


"여기야. 오빠는 여기 묵으면 되고, 오빠 친구는 옆방을 쓰면 돼."


백혜지가 2층의 방을 안내해주었다.

막, 밖으로 나가려는 백성혁이 여동생을 붙잡았다.


"잠깐만."

"뭐야? 나 바빠. 일 처리할 게 산더미 처럼 있단 말이야."

"일은 무슨. 오랜만에 네 오빠가 13년만에 돌아왔는데, 그깟 일이 더 중요해?"

"오빠? 오빠는 무슨. 13년동안 난 오빠가 죽었다고 생각했어.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고."

"말 막 하네."

"오빠가 행동을 막 하는 거겠지."


허. 옛날에는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백성혁은 혀를 찼다.

그만큼 여동생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몇 가지만 물어보자."

"해봐."

"진짜 드래곤이 나타났냐?"

"...응. 대한민국 A급 헌터 이상은 싹 다 소집되서 드래곤을 요격했어. 결과는 헌터들의 승리였지만 대부분의 S급 헌터들은 죽거나 폐인이 되었지. 다만 아버지가 저리 되신 이유는 그것때문이 아니야."

"그러면?"

"드래곤이 소환된 이후로 출몰하는 몬스터들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어. 몬스터들이 더 이상 던전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몬스터 존이란 이름으로 전세계 곳곳에서 출몰하기 시작했거든."

"그건 나도 봤다. 서울에서 겪어 봤으니까."

"구 세대 헌터, 그러니까 무예를 갈고 닦는 헌터들은 그 새로운 몬스터들에게서 크게 힘을 쓰지 못했어. A급 이상의 헌터들을 제외하고는.... 그 때, 새로운 힘을 사용하는 헌터들이 나타났어."

"새로운 헌터라고?"


백성혁이 눈을 끔벅였다.

헌터가 무엇인가?

각 국가 대대로 내려져오는 무예를 갈고 닦아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이들을 뜻한다.


"설마 그게 마법인가 뭔가 하는 그거냐?"

"...정말로 몬스터 존 안에 있었긴 한가보네. 맞아. 마법사가 등장했어. 정확히 말하면 마나를 사용하는 '마나 유저'들이지. 그들이 사용하는 수련법을 이용해 체내에 마나를 쌓으면,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더욱 편해졌어. 심지어 실력조차도 고전적인 헌터들을 압도해나갔지."

"그래서, 그게 아버지가 저렇게 되신 이유랑 무슨 상관인데?"

"비무가 있었어."

"비무?"


백혜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에는 마나에 대한 힘이 확실히 인증되지 않았었으니까. 신세대 헌터의 대표격인 인물이, 구세대 헌터의 대표라할 수 있는 아버지와 비무를 벌였거든. 결과는... 보다시피."

"비무라고 했잖아? 아버지를 폐인으로 만들었단 말이야?"

"응."

"어떤 새끼야? 감히 어떤 새끼가 아버지를 저리 만든 건데?"

"복수같은 건 꿈도 꾸지마, 오빠. 그 자는 국내 최대의 헌터 길드, 불새의 마스터니까."

"불새? 내가 여기 있을 때는 그런 길드는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알았으면 어쩔건데? F급 헌터 주제에."


허, 참.

백성혁은 말문을 잇지 못했다.

할 말은 많았다.

자신은 예전과는 다르다고,

힘이 있다고.

그러나 막상 그 말이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체면이 없었기 때문이다.

13년 전.

자신은 가문을 버렸다.

대 백가장의 장남이라는 위치가,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이,

자신을 그 자리에서 도망가게 만들었다.

결국 그 끝에 기다린 건 더욱 크나큰 절망감과 고난이었지만,

그런 걸 설명하기에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 추했다.


"알았으면 그냥 얌전히 지내. 더이상 오빠에게 기대하는 사람 없으니까. 집안이 이렇게 된 게 오빠 탓도 아니고. 그냥 얌전히. 조용히 지내자."

"...그럼 아버지가 저렇게 된 걸 나더러 가만 있으란거냐?"

"어떻게 못 해. 최고 레벨의 마법사도, 어떤 의원도 아버지 몸은 못 고치셔. 단전이 완전히 아작나셨단 말이야. 살아있는 것도 살아 생전 단련하신 덕분이야."

"가문을 일으켜야지."

"그런 말은 13년 전에 했어야지."


계집애가 사람 입 다물게 만드는 재주가 있네.

쩝....

백성혁은 입맛을 다시다 말했다.


"그래도 바뀔거다. 내가 이 자리에 왔으니까."

"바뀌긴 바뀌었네? 예전엔 그런 말 하나 제대로 못 하더니."

"그럴 이유가 있었으니까."


참, 백성혁이 기억났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밥은? 오빠 배고파 죽겠다."


백혜지가 허, 기가차 외쳤다.


"알아서 차려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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