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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무한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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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블레인
작품등록일 :
2019.05.21 11:33
최근연재일 :
2019.07.17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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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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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월 (1)

DUMMY

- 1월 (1)




덜컹덜컹


창밖으로 흘러들어오는 나른한 햇살이 내 뺨을 간지럽혔다.


“&%$^#%@!!”

“@#!$%%$###!”


시끄러운 소음에 점차 정신이 맑아졌다.

나도 모르게 잠깐 졸았던 것 같다.


“아저씨! 어딜 가려고 그래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왜 이래! 이거 완전 미친년일세!”

“그렇게 당당하시면 같이 지하철 지구대로 가자니까요?”

“정초부터 재수 없게 지랄이야! 지랄은!”


덜컹덜컹


소란한 주위와는 달리 열차는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지는 한강 위 당산철교를 묵묵히 달리고 있었다.


[이번 역은 합정, 합정역입니다. 내리실 곳은···]


지난주까지 몰아치던 눈보라가 잦아들고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하기만 하다.

미세먼지 한톨 보이지 않는 하늘은 참으로 오랜만에 높고 맑았다.


2020년 1월 1일.

2020년대의 시작을 알리는 경자년 첫날이다.

나들이 가기 좋은 날씨인 만큼 휴일을 맞아 놀러 가는 인파가 많을 법도 했으련만, 지하철 2호선 왕십리행 5번째 차량은 의외로 한산했다.


나 또한 무척이나 가벼운 마음이다.

오늘은 대본 첫 리딩이 있는 날이다. 길고 길었던 12년간의 무명배우 생활을 청산하게 해줄 블록버스터 급 공중파 드라마 '헌터의 자격'에 조연으로 캐스팅되었기 때문이다.

게이트라는 차원문을 통해 괴물들이 습격한다는 설정의 드라마다. 나는 그 괴물들을 사냥하는 헌터라는 능력자 중 한명으로 캐스팅 되었다.

대강 들어도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드라마가 아닌가. 나같은 무명배우에겐 꿈만 같은 일이었다.


어제도 첫 리딩를 앞둔 설렘에 잠이 안와서 닳도록 읽고 또 읽었던 드라마 대본을 보다가 새벽녘에나 잠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잠시 잠이 들었고 이상하게 몸이 무거웠지만, 잠깐동안의 선잠은 달콤했으며 기분 또한 좋아지게 만들었다.

저 햇살만큼이나 찬란한 미래를 꿈꾸게 되는 희망찬 새해첫날이었다.


“너 이 미친년! 이 핸드폰에 사진없으면 내가 너 고소한다! 어? 어디 어린게 버르장머리없게!”

“아, 그럼 까보던가! 어? 까보라고!

“그만들 좀 하세요! 애들도 있는데 말 좀 가려서 합시다.”


소란의 원흉이었던 싸움이 점점 커져갔다.

이렇게 찬란한 날의 시작에 오점이 있다며 안될 것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배우다. 보디빌더는 아닐지라도 운동은 빼먹은 적 없었고 그만큼 근육도 탄탄하다. 또, 강동원이나 조인성만큼 잘 생기지는 않았어도 그들만큼 큰 190대의 신장을 가지고 있다.

이렇기에 보통 이런 경우에는 내가 나서면 그대로 정리가 되는 일이 많았다.

그저 그들 앞으로 다가가 아무 말 없이 내려다보기만 해도 될 것이다.

그럼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 아름다운 하루를 일그러뜨리는 저 풍경을 바꿔보자.


“흡!”


후들후들


쥐, 쥐가 났나보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너무도 힘겹다.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린다.

결국 다시 주저앉고만 나는 다리를 주무르러 손을 뻗었다.

그리고 경악했다.


‘뭐야! 내 몸이 왜 이래!’


내 다리는 마치 나뭇가지마냥 앙상했고 마찬가지로 가느다란 내 두손은 주름으로 가득했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꿈인가 싶어 볼을 꼬집으려 했지만 부들거리는 손은 그마저도 힘겨워했다.


“아이고, 할머니. 제가 좀 도와드릴게요. 이번 역에 내리세요?”


나는 튀어나올 듯한 눈을 그대로 돌려 옆자리 뽀글머리 아줌마를 돌아봤다. 급격한 목움직임에 어깨가 땡겨왔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인식을 못했지만 내가 입고 있었던 잘 다린 바지와 깨끗한 구두는 어디가고 고쟁이와 털신만이 남아있었다.

걱정어린 아줌마의 얼굴에서 고개를 돌려 창에 얼굴을 비쳐 보았다.

극적이게도 당산철교를 막 건너온 지하철2호선은 지하로 들어서며 나의 주름진 얼굴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이게에··· 나라고오?”


시름시름 새어나오는 이질적인 음성이 내 귀를 때렸다.

목소리마저 충격적이었다.


그때, 머리 속을 휘몰아치는 기억들이 쏟아졌다.


-나는 황해북도 황주 ···...에서 제제소를 ···...하는 아버지 아래서 ···...자랐다.

-나는 언니들과 ···...감나무에서 홍시가 떨어지기를 ···...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38선을 건너 ···...으로 갔다.

-나는 ···...와 편지로만 5년을 연애했다.

-나는 결혼을 해서 두 아들과 세 딸을 ······ 어머니였다.

-나는 남편과 사별을 했고···... 옷 수선과 뜨개질을 하며 아이들을 키웠다.

-나는 끝끝내 어머니와 상봉을 하지 못했고······ 아버지는 어머니를 평생 그리워하셨다.

-나는 아버지의 장례를 ···...며 언니들도 모두 부모님 곁으로 떠났다.

-나는 7명의 손자를 ···... 할머니가 됐다.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흘러들어왔다.

이 굴곡 많은 노인의 이름은 한점순이며, 슬하에 2남 3녀를 둔 것을 알았다.

어머니는 6.25사변 당시 헤어졌고 형제들과 아버지도 모두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았다.

맏 딸은 식료품점을, 첫째 아들은 컴퓨터로 일하는 회사에 다니며, 둘째 아들은 공무원으로서 각성자 교도소의 교도관으로 일하고 있다.

두 딸은 10년 전 괴물들의 습격으로 사망했고······


잠깐, 잠깐.

뭔가 이상한데?


나는 간신히 충격과 기억의 급류 속에서 정신을 붙잡았다.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역사와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집중하기는 어려웠지만, 그 끈을 절박하게 잡아채고 터질 것 같은 머리를 굴려보았다.


‘이건 완전히···’


내가 한 달 동안 파묻혀 살았던 드라마, 헌터의 자격 안 역사다.

대본 속, 세계관이었다.


“헌터의, 자겨억······ 내가아 그 안에, 들어와 있다고오?”


새나가는 발음에 더욱 말문이 막혀왔지만 한가로이 충격 속을 헤맬 수가 없었다.

왜냐면······


끼이이이이익!


우당탕탕탕


“꺄아아아아악!”

“우아아아아!”


급작스러운 급제동과 함께 사람들이 열차 앞쪽으로 굴러다녔다.

당연히 나, 현강. 그리고 새로운 나, 한점순도 마찬가지였다.


쿠콰콰콰쾅!


거대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차량의 앞부분이 거대한 용수철에 튕겨지듯 솟아올랐다.


사람들이 줄 끊어진 인형처럼 날아다녔다.

열차 앞쪽에 뭉개져있던 시민들의 다수가 차량 천정에 추락하듯 짓눌리듯 충돌했다.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컥컥.”


극심한 통증이 몰아닥쳤다.

입안에 토사물인지 핏물인지 모를 액체가 가득 넘쳐흘렀다.


끼이이캬카카카카가칵!


탈선한 열차가 터널 벽을 긁어대는 소리가 소름 끼치게 들려왔다.

의식이 흐려짐을 느꼈다.

알 수 없는 것들에 짓눌린 나는 흐려진 시선으로 기울어진 열차 바닥에서 미끄러지는 인영들 중 하나를 바라보았다.

내 옆자리에서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뽀글머리 아주머니였다.

누구 피인지 모를 붉은 액체를 뒤집어쓴 그녀는 나를 간절히 바라보며 손을 내뻗고 있었다.

그 눈 마주침을 끝으로 세상은 암흑으로 뒤덥였다.

둔탁한 고통만이 마지막을 배웅해주었다.



번쩍!


“으헉헉헉헉! 우에에엑!”


촤아악!


바닥에 토사물이 쏟아졌다.


“아저씨! 어딜 가려고 그래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

“왜 이래! 이거 완전 미친년···...”


싸움 소리가 멈췄다.

한순간에 조용해진 지하철 안에 내 구토 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왔다.

나는 꺽꺽거리며 위를 다 비워버릴 것처럼 토했다.

앞쪽에 서 있는 운동화가 토사물을 피해서 뒤로 한두걸음 걸었다.

내 등에는 누군가의 토닥임이 느껴졌다.


“에그··· 왜 그런댜... 괜찮은가아?


격심한 구토 끝에 눈물이 맺힌 눈으로 고개를 돌려 말이 들려오는 곳을 보았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눈에 들어왔다.

노인이 입고있는 고쟁이와 털신이 보였다


나는 그녀를 안다.

그녀의 이름은 한점순이다.


[이번역은 합정, 합정역입니다. 내리실 곳은···]


익숙한 지하철 안내음이 들려온다.


덜컹덜컹덜컹


열차는 햇볕이 눈부시게 비쳐오는 당산철교를 고고하게 달린다.


“니미, 정초부터 재수가 없으려니까. 너, 이 핸드폰에 사진없으면 내가 너 고소한다! 어? 어디 어린게 버르장머리없게!”

“아, 그럼 까보던가! 어? 까보라고!


한 남자와 한 여자는 다시 싸움을 시작한다.


나는 손을 들어 내 머리를 만져보았다.

가닥가닥 힘있게 휘어진 파마머리가 잡혔다.

뽀글거리는 파마머리다.


나는 내가 파마머리 아주머니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아주머니의 이름은 신정자다.

그리고 곧 있으면 열차가 탈선할 것을 안다.

뽀글머리 아주머니의 기억이 휘몰아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 전에.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내 등을 쓰다듬어 주는 백발의 노인.

한점순이 한평생 자랑스러워했던 기술.

남편과 사별하고도 다섯 아이를 고집스럽게 키워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그녀의 능력.

그 능력을 내가 사용 할 수 있음을 알았다.


나는 한점순의 능력을 얻었다.


나는 이제 뜨개질을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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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2월 (8) 19.07.16 96 8 13쪽
45 2월 (7) 19.07.13 137 11 13쪽
44 2월 (6) +4 19.07.12 160 17 13쪽
43 2월 (5) 19.07.11 178 15 13쪽
42 2월 (4) 19.07.10 190 16 12쪽
41 2월 (3) +2 19.07.09 212 16 14쪽
40 2월 (2) +4 19.07.06 243 18 13쪽
39 2월 (1) +3 19.07.05 251 18 13쪽
38 INTRO [2월] +1 19.07.04 279 17 13쪽
37 OUTRO LINK [1월] +1 19.07.03 296 20 14쪽
36 1월 (36) +3 19.07.02 314 15 9쪽
35 1월 (35) +4 19.06.29 336 18 9쪽
34 1월 (34) +4 19.06.28 358 17 8쪽
33 1월 (33) +2 19.06.27 362 18 8쪽
32 1월 (32) +1 19.06.26 367 22 11쪽
31 1월 (31) +1 19.06.25 386 19 9쪽
30 1월 (30) +2 19.06.22 417 20 8쪽
29 1월 (29) +1 19.06.21 426 20 8쪽
28 1월 (28) +1 19.06.20 434 20 9쪽
27 1월 (27) +1 19.06.19 441 22 8쪽
26 1월 (26) 19.06.19 441 23 8쪽
25 1월 (25) +4 19.06.18 490 23 9쪽
24 1월 (24) +1 19.06.15 514 25 7쪽
23 1월 (23) 19.06.14 527 27 8쪽
22 1월 (22) 19.06.13 558 26 10쪽
21 1월 (21) +4 19.06.12 580 23 9쪽
20 1월 (20) +1 19.06.11 614 23 8쪽
19 1월 (19) 19.06.08 649 2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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