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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 혼자 무한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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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주기
네블레인
작품등록일 :
2019.05.21 11:33
최근연재일 :
2019.08.1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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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30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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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월 (12)

DUMMY

- 1월 (12)




나는 계단 위로 올라선 필중이 주먹을 꽉 쥐는 것을 보았다.

분을 못 이기듯 온몸을 떨었다.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계단 위로 한 걸음 내디뎠다.


“오지 마!”


이를 악문 목소리였다.


“아뇨, 저는 봐야 해요.”


계단참 끝까지 올랐다.




그가 몸을 돌려 내 어깨를 잡았다.

나는 그와 눈을 마주했다.

필중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꼭 알아야 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필중은 어깨에서 손을 풀었다.

나는 천천히, 몽유하듯 그의 곁을 지났다.


시야는 붉었다.

마치 공포영화 세트장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천장부터 벽까지 붉지않은 곳이 없었다.

시체들로 인해 바닥이 보이질 않았다.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호흡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왜? 어째서!


시선이 닿는 곳은 모두 한때는 사람이었던 자들의 육신 뿐이었다.

역사 안에 몇겹으로 쌓인 수백, 혹은 천단위의 시신들이 있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마음이 울렁거렸다.

욕지기가 치밀었다.


“웁!”


나는 결국 뒤돌아 구토를 했다.

필중의 손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동안 모든 것을 게워냈다.


“으흐흑흑······”


한참동안 눈물을 쏟아냈다.


“돌아가자.”


필중은 다정하게, 쓸쓸하게, 허무하게 말했다.

우리는 계단참에서 다시 열차를 향해 돌아섰다.


***


그 뒤로는 필중은 나를 대동하지 않았다.

필중은 역사 안으로 들어가 그곳에 있는 드렉시드들을 모두 죽였다.

나와 필중 모두 역사 안의 광경에 대한 얘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필중은 모두에게 합정역을 통해 지상으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을 말했다.

출입구는 전부 격벽으로 봉쇄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왜 안에서 열 수 없는 것인지를 궁금해했다.

필중은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은 그와 나뿐이었다.

역사안에서 죽어있는 사람들의 수는 상식을 초월했다.

이것이 말하는 바는 단순했다.

헌터들은 사람들을 대피소로 밀어 넣었다. 그 대피소 중 하나는 지하철이다.


지금까지 나와 필중은 착각했던 것이 있었다.

드렉시드가 나오는 게이트는 다른 몬스터들이 나오지 않는다.

지하에서 서식하는 드렉시드들은 지상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렇기에 지상은 안전하다고 여겼었다.


그렇기에 지상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지하는 안전하다고.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합정역에 갇힌 채로 드렉시드들에게 학살당했다.

그랬던 것이었다. 안전한 대피소에 구조대가 올리가 없었다.

아무도 두 종류 이상의 몬스터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분명 지상은 B급 몬스터에 지나지 않는 드렉시드보다 더 강력한 무언가가 있다.

헌터들이 힘을 합쳤어도 이겨내지 못한 무엇인가가 있다.


우리는 합정역 밖으로 나가는 것을 포기했다.


퍼퍼퍼펑!


우리는 열차 안에 숨죽인채 6호선 환승통로에서 쏟아지는 드렉시드들을 바라보았다.


퍼펑! 퍼펑! 퍼퍼펑!


폭발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열차 주위를 맴돌던 드렉시드들이 하나둘 쓰러졌다.

전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나절 이상 폭음과 괴성이 지속됐다.

그리고 필중은 다시 열차로 복귀했다.


“6호선은······”


갈라진 필중의 목소리에 우리는 집중했다.


“그 안에 있던 드렉시드들을 모두 쳐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칼날같은 정적이 흘렀다.


“내선 순환과 외선 순환에 연결된 두 개의 환승 통로는 일단 드렉시드들의 시체들로 막아두었습니다. 6호선과 연결된 역사통로도 마찬가지구요.”


한숨이 흘렀다.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나흘째.


우리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합정역 위의 지상 상황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나는 지난번 죽음에서 보름 동안 구조대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다.

지상은 괴멸 수준이거나 이곳보다 위험했다. B급 헌터 혼자서 이 많은 인원을 보호하며 탈출 할 수 없다.

2호선 양쪽은 게이트로 막혀있다. 혹시나 게이트를 통과하거나 파괴할 수 있을지 몰라 여러 시도를 해봤지만 헛수고였다.

남은 방법은 6호선뿐이지만, 6호선은 2호선에 있던 드렉시드보다 최소 2배는 많은 수의 무리가 있다. 탄약도 다 떨어진 필중이 상대하기에는 불가능한 숫자다.


수없이 많은 토론 끝에 계획이 수립됐다.

우리가 세운 계획은 정면 돌파였다.


2호선과 6호선을 연결하는 통로는 2호선 플랫홈 끝에 두 곳이 존재한다. 편의를 위해서 1번 통로와 2번 통로로 명칭을 통일했다.

두 곳은 현재 필중이 드렉시드들의 사체로 만든 바리케이드로 막아놓은 상황이었다.


계획은 이러했다.

하나. 1번 통로의 양쪽 끝부분을 드렉시드의 사체로 막는다. 그리고 필중을 제외한 모두가 그 안에서 대기한다. 즉, 1번 통로 안으로 들어가 앞과 뒤를 막고 숨어있는 것이다.

둘. 필중은 2번 통로를 통해 6호선의 드렉시드들을 2호선으로 유인한다.

셋. 드렉시드들이 6호선을 떠나면 1번 통로에 있던 우리가 6호선 쪽 바리케이트를 무너뜨리고 6호선 내로 진입한다.

넷. 2호선으로 드렉시드를 유인한 필중은 추격을 따돌리고 2번 통로로 재진입하여 드렉시드로 바리케이트를 다시 쌓는다.


드렉시드들은 2호선에 고립되고 우리는 6호선으로 이동한다. 드렉시드들과 우리들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안돼··· 너무 위험해.”


필중이 고개를 숙이며, 머리를 팔로 감쌌다.


“내가 모든 놈들을 다 유인하는 것은 불가능해. 내가 2번 출구를 막는 동안, 너희가 남은 놈들과 싸워야 한다고.”

“괜찮아요. 할 수 있어요.”


할 수 있었다. 몇 번이고 시도하면 된다. 될 때까지.


“남은 놈들이 얼마나 될지 몰라! 반 정도밖에 유인 못 할지도 모른다고!”


우리를 지키고자 하는 그의 마음이 느껴졌다. 그에 보답할 차례다.


“헌터 아저씨, 제가 본 미래는 15일 동안 구조대가 오지 않아요. 우리는 최소한 그만큼의 시간이 있어요. 그동안 준비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혹시 모르죠, 15일 이후에 구조대가 올지도.”

“안돼, 차라리 내가 조금씩 수를 줄여볼게. 한 달 안에 가능할 거야.”


이 미련한 헌터는 바리케이트를 부수고 드렉시드를 사냥한 뒤 다시 바리케이트를 쌓는 작업을 계속하기를 원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떻습니까?”


김진호의 말이었다. 모두가 그를 돌아보았다.


“같이 진행해 보죠, 뭐.”


***


할 일이 많았다. 많다 못해 넘쳤다.

전투조들은 조금이나마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격투술을 배웠다.

특히나 나는 각성자로서 더욱 세심한 지도를 받았다.


전투조 중 일부와 전투는 못하더라도 기력이 있는 사람들은 바리케이트를 쌓는 것에 동원이 되었다.

당산역쪽 환승 통로의 양쪽을 드렉시드의 사체로 메우는 작업이었다.

그 통로 안쪽에 우리 모두가 한동안 숨어있어야 하기에 튼튼하게 쌓는 것이 중요했다.

100킬로그램의 드렉시드를 옮기는 것부터가 엄청난 일이었다.

비전투원 중 맡은 역할이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필중의 탄환을 찾는 일에 동원되었다.

드렉시드의 시체에서 탄환을 파내거나 벽이나 바닥에 박힌 탄환을 찾아내는 일이었다.


가장 바쁜 것은 역시나 기필중 헌터였다.

그는 트레이닝을 전담으로 맡았고, 모두가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기 위해 열차 안으로 숨어들 때면 어김없이 6호선을 향해 날아들었다.

전투를 마치고 바리케이드를 쌓고 다시 오는 그의 모습은 정말 처참할 지경이었다.

그가 잠을 자는 시간은 한 시간도 되지 않았다.


닷새째.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하루종일 작업과 트레이닝에 몰두했다. 그렇게 하루일과가 끝나가는 시점에 이변이 일어났다.


쿠르르르릉!

끼엑!끼엑끼엑!끼엑!


터널 안이 울렸다. 바리케이드를 쌓던 사람도, 탄환을 찾던 사람도, 창을 내지르던 사람도 모두 고개를 돌렸다.


콰릉콰릉콰릉!


6호선 연결통로의 바리케이드가 무너지고 있었다.

바리케이트를 비집고 나온 드렉시드가 괴성을 질러댔다!


끼에에에에엑!

콰아아아앙!


바리케이드가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드렉시드들이 범람하는 강물처럼 퍼져나갔다.

통로 안에서 물이 튀었다.

하나같이 축축하게 젖은 상태였다.


“안 돼에!”


기필중이 소리를 지르며 튀어 나갔다.


“잊고 있었어······”


나는 나를 향해 달려오는 드렉시드와 기필중을 바라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


“6일째는 침수가 돼······”


필중의 필사적인 눈빛을 바라보았다.

침수가 된다. 2호선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6호선에 물이 차오른다. 드렉시드들이 뛰쳐나온다.

나는 기필중의 사력을 다한 모습을 보았다.


끼에에에엑


놈의 칼날같은 앞발이 내 허리를 갈랐다.

시간 따위는 없었다.

운명은 한달 동안 여유롭게 조금씩 드렉시드를 제거할 시간따위 주지 않았다.


시야가 어두워지며 나는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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